우리는문학을알고있다.사전적으로볼때,'사상이나감정을언어로표현한예술.또는그런작품.시,소설,희곡,수필,평론따위'를지칭한다.감이잘오지않는분들은중등교육과정의국어교과서를다시들춰보라.알고있지만잊고있었던,문학이라고하는관념의감각을다시살릴수있을것이다.김소월,정지용의시와이효석,황순원의소설,그리고몇몇물건너온번역물들.가끔은정비석의수필이나몇편의희곡도여기에끼어들곤한다.
하지만우리는문학을모르기도한다.사전의언어에는표현되어있지않은까다로운제한조건들속에서만문학은문학이기때문이다.몇몇열거해보면,우선문학이되려면일상적언어들과는벽을쌓아야한다.뭔가특별한언어의조직을갖추고그래서'예술'이라는관념을통과할수있어야한다.그것을결정하는것은평론가들의몫이다.또문학은소정의시험을통과한전문작가들에의해서생산된것이라야한다.작가가되기위해서는추천이라든가신춘문예등에당선되어기존작가들의카르텔에입성할수있어야한다.한국공업표준처럼한국문학표준의마크를부착하지않으면문학으로대접받기는그른셈이다.
더있다.이미정해진장르적틀에부합하지못하면그도문학이되지못한다.사전에서문학을정의하며시,소설,희곡,수필,평론이라는한정적양식들을일일이거론하는것은이때문이다.르포도,기사도,카피도문학에는미달이다.만약그런글들을문학이라할사람이있다면그는문학에통달했거나아니면문학을아예모르는사람일것이다.
출근시간의필독물인일간신문과시사잡지를장식한기자들의촌철살인.유년시절우리의웃음과눈물을장악했던만화속의그수많은명대사와스토리.하교후컴컴한골방에서탐독하던초절정고수들의빛나는활약을그린무협지들.열광의문화를주도하는유행가요의시어들.
자본의전성시대를이끈광고카피들,주부들의눈물을양식으로삼던명작드라마들,개그라는새로운장르를개척했던맛깔나는유행어들,권력을지탱해주던강렬한표어들,시위현장을달구는구호와노래들,인터넷을떠돌아다니는그수많은유령들,괴물들.......
그들은독특한어법과구성과미학을가지고있고그래서사람들의마음을움직이고생각을바꾸어놓는다.그래도그들은,소위문학이아니다.그들은문학의경계바깥에위치하고있으며설명할길이없는유령이고괴물이다.
이책이제기하는문제는여기에서출발한다.인문의중요한길이자인류정신사의꽃으로비유되는문학의위상은그토록자명한것인가.그많은유령들을뒤로한채홀로고고한문학은존립가능한것인가.그러한문학의통념은언제부터시작되었고어떻게가능했는가.
책은말한다.온갖인쇄물의범람이시작한시기가문학이출현한시기이며,문학이출현한시기가곧근대라고.또문학아닌문학의존재가문학과동시에출현했으며오히려문학의바깥에위치한글들로부터문학이신생할수있는길이있었다고.그래서이책은지금으로부터백여년전의시기로부터현재의문학을설명한다.
이광수와안확의문학론을비교함으로써'문학'에대한다양한상상력이쟁투속에공존하고있던모습을드러내고,문학이라는관념이다시구성되었던정황을보여준다.또문학사라는역사적알리바이와문학의조직적구성물인문단의형성문제,미디어와문학의공모와취미로서의문학이정착하는과정등문학을둘러싼발본적질문을시도한다.
그러므로이책은신문과잡지,TV와라디오는물론인터넷과트위터등텍스트를통한소통의범위가급격하게확장되고있는시대에,문학에대한이야기를통해문학의바깥을상상할수있는또다른길을보여준다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