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의 포도주와 무관심의 빵 (김욱동 문학평론집)

부조리의 포도주와 무관심의 빵 (김욱동 문학평론집)

$20.00
Description
영미문학의 대가 김욱동 교수가 새롭게 펼쳐낸 문학평론집 『부조리의 포도주와 무관심의 빵』. 이 책은 저자가 《지구촌 시대의 문학》 이후에 쓴 글을 한데 모은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한국의 근대문학을 비교문학적 관념에서 살핀 글들이다. 그중에서도 정지용의 「향수」와 20세기 초엽에 활약한 미국의 시인 트럼불 스티크니(Trumbul Stickney)의 작품을 비교한 첫 번째 글 '정지용의 「향수」와 스티크니의 「므네모시네」'는 탁견의 글이다.
저자

김욱동

저자김욱동(金旭東,WookDongKim)은한국외국어대학영문과및동대학원을졸업한뒤미국미시시피대학교에서영문학문학석사학위를,뉴욕주립대학교에서영문학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서강대학교인문대학명예교수이며한국외대통번역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전공분야인영문학에안주하지않고폭넓게학문영역을넘다들며통섭적으로집필활동을해왔다.미하일바흐친의대화주의이론과포스트모더니즘을국내에처음소개하고그이론을바탕으로한국문학과문화를새롭게읽어주목을받았다.리얼리즘,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비교문학,한국계미국문학,수사학,문학생태학,번역학등인문학전반에걸쳐관심을보여준그는‘유목민학자’라는평을받기도한다.문학평론집으로『시인은숲을지킨다』,『『광장』을읽는일곱가지방법』,『문학을위한변명』,『지구촌시대의문학』,『적색에서녹색으로』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3

1정지용의「향수」와스티크니의「므네모시네」
2킬머의「나무」와한국현대시
3근대문학의선구자김억
4강용흘과임화의이식문학론
5『춘향전』의수사학
6녹색동화의가능성
7문학과의학
8노벨문학상의문화정치학

출판사 서평

시란번역하는과정에서잃어버리는그무엇이다

이제우리는‘부조리의포도주’를마시고
‘무관심의빵’을먹어야할것같다.

향수
넓은벌동쪽끄트로
옛니야기지줄대는실개천이회돌아나가고,
얼룩백이황소가
해설피금빗게으른우름을우는곳,

-그곳이참하꿈엔들니칠니야.(…후략…)

정지용과「향수」는우리시사뿐아니라일반인에게도사랑받는한국을대표하는거의유일무이한시다.그런「향수」가모작이라는혐의를받았다.우리에게「향수」는가곡과가요로만들어졌고노래로작품자체로애송되는한국현대시의대표작이다.그런데이「향수」가최근들어몇몇평론가에의해심심치않게비평의도마에오르내리고있다.발단은정지용이이작품을창작하면서20세기초엽의한미국시인의작품을‘모방’하였다는의혹이제기되면서부터이다.얼핏「향수」는모작임에틀림없을만큼너무닮았다.스티크니의「므네모시네」와「향수」는어떤관계인가,모작인가,창작인가?우리에겐충격적일수도있는실체가결과는?

태양아래에새로운것은없다
포스트모더니즘시대의문학을말할때면늘모방과창조의문제에부딪치게된다.그어떤작품도홀로존재하는작품은없으며,문학은또다른문학과의상호작용속에서영향은받되,창조적으로승화되어야한다.문학이인간의경험을다루는것인이상,보편성을떠나서는생각할수없기때문이다.윌리엄포크너의말대로삶을영위하는방식은서로다를지몰라도삶자체는지구촌어느곳에서나마찬가지이다.물론그렇다고지나치게보편성에만의지하는것도바람직하지않다.보편성이나일반성의함정에빠지지않은채개별성이나특수성을추구하는것이문학을대하는가장바람직한자세이다.이렇게두마리토끼를좇기위해서는무엇보다도비교문학적관점에서문학을연구해야한다.발터벤야민은번역이란그동안미처깨닫지못하던모국어를새롭게깨닫게해주는촉매역할을한다고지적했다.문학도번역과크게다르지않아서외국문학과나란히비교해볼때자국문학의모습을제대로파악할수있다.
특히우리근대문학에있어서비교문학적관점은더욱더중요하다.일제에의해우리의근대가자생적으로발전하는길을차단당하고서구의근대를반강제적으로수용해야했기때문이다.이과정에서우리의근대문학또한고전문학과는단절된채로,서양근대문학의품안에서자라났다.서구의문학작품들이번역소개되면서우리문학에많은영향을끼친것은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때문에서구문학과우리근대문학을비교연구하는과정은우리의근대문학을이해하는첫걸음이다.
문학평론가이며번역가로활동하고있으며,2011년『번역과한국의근대』로출판학술대상을수상한영미문학의대가김욱동(金旭東)교수가새롭게펼쳐낸문학평론집『부조리의포도주와무관심의빵』(2013,소명출판)은바로이러한비교문학적관점을토대로한책이다.

향수와므네모시네,모방을넘어창조로
『부조리의포도주와무관심의빵』은『지구촌시대의문학』(황금알,2009)이후에쓴글을한데모은책이다.그러나이책은단순히그동안발표한글을한데모아놓은일반적인문학평론집이아니라비교적일관된주제가관류하는단행본저서성격의문학평론집이다.
이책에서가장돋보이는부분은한국의근대문학을비교문학적관념에서살핀글들이다.그중에서도정지용의「향수」와20세기초엽에활약한미국의시인트럼불스티크니(TrumbulStickney)의작품을비교한첫번째글「정지용의「향수」와스티크니의「므네모시네」」는탁견의글이다.이글에서저자는정지용이「향수」를창작하면서스티크니작품의「므네모시네(Mnemosyne)」에서영향을받았다고지적한다.그렇지만정지용은단순히스티크니의작품을모방하는것에그치지않고그특유의시적변용을거쳐완벽한창작으로승화시켰다.저자는스티크니의작품을지금까지와달리원문에충실하게번역해두작품을꼼꼼히비교해봄으로써이를밝혀낸다.저자는김현승이번역한「므네모시네」는원문의3분의2정도만번역한셈이며,연구분도원문과는상이함을지적한다.또한김용권의번역도원문시와는적잖이차이가남을보여준다.평론가들이정지용의작품이「므네모시네」의모작이라고주장하는근거인시어의유사성에대해서도정지용이「므네모시네」를‘모방’하거나‘표절’하였다기보다는번역자가정지용의「향수」를의식하며번역하였다고하는쪽이더정확하다고주장한다.저자는두작품을비교연구하는과정을통해,오히려정지용이언어에숨결을불어넣어생명이통하게하는뛰어난재능이있음을밝혀낸다.물론정지용이「향수」를쓰면서스티크니의「므네모시네」에서영향을받은것은사실이지만탁월한시적변용을통하여전혀다른작품으로승화시킨것이다.또한저자는정지용이「향수」를창작하면서또다른미국시인헨리롱펠로의작품「화살과노래」에서도영향을받았다고지적하기도한다.

「나무」를번역한다는것
이책에서저자가비교문학적관점에서중요하게다루는두번째글은「조이스킬머의「나무」와한국현대시」이다.‘바울’이라는필명을사용한오천석이처음번역하여1925년북미조선유학생회의기관지『우라키』창간호에실린킬머의「나무」라는시가한국현대시에끼친영향을집중조명한다.정지용을비롯하여청록파의시인박두진,김현승같은시인이직접간접으로영향을받았다고지적한다.킬머의영향은이양하,이윤기,천양희같은산문작가들에게서도엿볼수있다.
또한저자는킬머의작품을통해서구근대작품의번역의문제를이야기한다.일제강점기에서양시는주로일본어중역을통하여한국문단에간접적으로소개되었다.비유적으로말하자면이무렵문학의수용은직교역방식이아닌간접교역방식을취하고있었던것이다.그러다보니일본어번역자가선별적으로번역해놓은작품을울며겨자먹기식으로받아들일수밖에없었다.몇몇예외가없는것은아니지만안서김억의번역에서볼수있듯이원천텍스트에서직접번역하였다는작품도엄밀히따지고보면일본어번역에여전히의존하고있었다.그러나킬머의「나무」는일본어번역가가아닌한국번역가가원천텍스트에서직접번역한작품이라는점에서넓게는외국문학이입사,좁게는외국시번역사에서자못중요하다.킬머의「나무」를번역한‘바울’은일본어번역에의존하지않고어디까지나원천텍스트를통해직접번역했다.또한지금까지조명받지못했던미국유학생들이국내에서한글로발행한잡지인『우라키』를한국번역사에직역전통을수립하였고,서양시를처음한국에소개하여현대시발전에이바지하였다는점에서높이평가했다.

우리문학을다시보는길
이책에수록한나머지글들도하나같이저자가지난몇십년동안관심을기울여온문제들이다.일제강점기근대문학의성립에이바지한김억,임화와재미작가강용흘의이식문학론,대표적인고전소설『춘향전』의수사학적접근,‘녹색동화’의가능성,문학과의학의관련성,노벨문학상의문화정치학등을다룬다.
하나의문학작품은그자체로서만존재하는것이아니라,다른작품과끊임없는상호작용을주고받으며성립하고또그생명력을이어간다.그상호작용을파헤치는것은문학작품을제대로이해하기위한첫걸음이다.우리문학을통해세계문학을알수있고,세계문학속에서다시우리문학의참모습을바로보게되는것이다.지금우리는나라와나라사이의국경이허물어진국제화시대,서로다른피부색깔을한인종끼리서로어깨를마주하며살아가는다문화주의시대에살아가고있다.국제화나다문화주의가한낱텅빈구호가아니라알맹이있는실속있는것이되기위해서는우리는무엇보다도굳게닫힌마음의문을활짝열어놓아야한다.그런데이렇게마음의문을활짝열어놓게하는데에는문학만큼좋은방법도없다.예로부터문학은벌어져있는간격을좁히고가로막힌장벽을허무는데크게이바지해왔다.또닫힌문을열어젖히는데에도노력해오기도하였다.문학작품을읽는다는것은우리가아닌남의생각,남의문화를탐색하는지적모험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