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 (한수산 필화사건에서 기형도 시인의 죽음까지)

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 (한수산 필화사건에서 기형도 시인의 죽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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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80년대 한국 문학과 문단, 문인 이야기
‘문학을 하려다하려다 안 돼 문학기자가 되었다’는 문학평론가이자 문학기자인 정규웅 저자는 그동안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의 한국 문단사를 정리해왔다.
이 작업은 “우리나라에 문학평론은 있되 문학 저널리즘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가 한국 문단에 문학 저널리즘의 토양을 구축해보자!”는 저자의 외침이 그대로 반영된 기나긴 여정이었다.
이 책 《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은 1980년대에 활동했던 문인들을 직접 만나고 어울리며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문단사적으로 기록한 문학현장의 이야기다.
암울했던 1980년대 전두환 정권하에서 한국 문학의 토양을 살찌울 작가들을 무차별하게 잡아들이고 그들의 붓을 꺾게 만든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래서 서슬 퍼런 정권하에서 안타깝게 숨을 거둔 문인들이며, 자기와의 힘든 투쟁을 거치며 글을 놓지 않았던 문인들의 삶을 직접 전해 듣거나 취재함으로써 그 시대의 부채를 지고 불우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작가의 문학작품과 개인적 아픔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1980년대 한국 문학의 지평을 열어온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들의 탄생 배경과, 작가들의 개인적 삶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다. 한 작가의 개인적 삶이 어떻게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며 그들의 삶이 어떻게 작품 속에 투영되는지도 살펴보는 특별한 계기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나 암울했던 전두환 정권하에 목숨까지 내놓았던 수많은 문인들과, 그럼에도 훌륭한 작품들을 내놓았던 문인들의 불우한 삶이 작품으로 승화되어 빛나는 과정들은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한 장면이 될 것이다.

한수산 필화사건에서 기형도 시인의 죽음까지
1980년대 문단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축시와 고문 그리고 죽음’이었다. 몇몇 문인들의 무분별한 부화뇌동, 정권 약탈자들의 좌충우돌식 탄압, 그리고 그런 시대 분위기와 무관할 수 없는 죽음들이다. 저자는 그 죽음들 가운데서 1990년을 전후해 2~3년 사이에 유명을 달리한 세 사람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고, 오래도록 가슴 아팠다고 한다. 김현과 박정만과 기형도…….
저자는 말한다. “김현은 대학 동기이자 30년 동안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 가운데 하나였고, 박정만은 ‘한수한 필화사건’에 뜻하지 않게 함께 연루돼 고초를 겪은 아우 같은 후배 시인이었으며, 기형도는 고등학교 후배인 데다 짧은 기간이나마 함께 일하면서 깊은 정을 나누었던 사이였다”고……. 김현은 50세를 넘기지 못하고, 박정만은 40세를 갓 넘긴 나이에, 기형도는 30세 생일을 불과 엿새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수壽를 누릴 만큼 누린 선배 문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문구·이청준·송영·이탄·김용성·한용환 등 동년배 문인들과 최인호·김종철 등 후배 문인들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떠났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것도 이들과 나누었던 이야기, 함께했던 시간들을 기억 속에만 묻어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기억은 소멸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기록은 비교적 오래 남는다. 그래서 저자는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들과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음을 작은 보람으로 여긴다고 했을 것이다.
저자

정규웅

저자정규웅은서울종로구삼청동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문리대영문학과를졸업한후중앙일보사에입사해문화부장,편집국장대리,논설위원등을역임했다.중앙일보사재직중10년간문학기자로일했고,1980년대초에는약2년에걸쳐계간문예지《문예중앙》편집책임을졌다.MBCTV〈독서토론〉사회를맡았으며한국신문윤리위원회위원,공연윤리위원회위원,방송위원회심의위원등을역임했다.
저서로는《붉은꽃나혜석》《나혜석평전》《글속풍경풍경속사람들》《휴게실의문학》《오늘의문학현장》《글동네사람들》《글동네에서생긴일》《추리소설의세계》,번역서로는《애너벨리》《지하철정거장에서》《케네디가의여인들》등이있다.《그림자놀이》《피의연대기》《세남자세여자》등몇편의추리소설을펴내기도했다.

목차

*프롤로그_1980년대,문인들의두모습

01전두환전기傳記,천금성의득과실
021세대마지막문인박종화
03한수산필화사건1보안사,소설을문제삼다
04한수산필화사건2악몽의지하고문실
05한수산필화사건3박정만의비참한죽음
06‘문단권력’조연현,해외여행중돌연사
07무크문예지출현,문학운동의새양상
08형제시인의갈등,김종문과김종삼
09얼굴없는시인,풍운아박노해
10학처럼살다간소설가이범선
11펜클럽회장선거격돌,손소희vs전숙희
12세소설가의기연,김동리ㆍ손소희ㆍ서영은
13빨갱이소설파문,‘태백산맥’의수난
14전봉건,두형의비극품은‘6ㆍ25의시인’
15정한모,만학의첫시인장관
16두서정시집의돌풍,‘접시꽃당신’과‘홀로서기’
171세대여류작가박화성의파묻힌사연
18젊어죽은시인들
19기형도,죽어도지워지지않는흔적들1
20기형도,죽어도지워지지않는흔적들2
21한운사,다양한장르넘나든방송작가
22한무숙,가장여성스러웠던규수작가
23전광용ㆍ정한숙,서울대와고려대의교수작가
24신동문,시인의길과침술가의길
25정비석,풍랑겪은한소설가의항해
26‘멋쟁이남편이진섭’,소설가박기원의추억
27백철,문학평론초석다진1세대비평가
28구상,필화사건세번겪은박정희의친구
29‘훌륭한주부’보다‘뛰어난작가’택한강신재
30‘잉꼬부부’양명문과김자림
31박완서,가족잃은비극극복한작가정신
32선우휘,참여론자에게비판받은언론인작가
33김정한,민족문학의뿌리다진소설가
34장용학의이단적인소설,극과극의평가
351981년1월,박경리의‘원주살이’
36김기팔,타협몰랐던불굴의방송작가
37김동리와이문구,사제의끈끈한사랑
38자신의사망날짜를‘예언’한조태일
39우화를쓴오상원의‘우화같은삶’
40이형기,‘최연소등단’기록세운시인
41이균영,교통사고로꺾인소설가와사학자의꿈
42김규동,‘모더니즘’에서‘참여시’의세계로
43박영한,“문학이암보다더고통스러웠다”
44이광훈,문단ㆍ언론계에두터운인맥
45홍성원,자료로가득찬‘소설공장’
46이청준,가난과비극극복한장인정신
47이양지,요절한재일동포여류작가
48김성한,90세에도집필한집념의작가
49김국태,“동생근태때문에맘고생심했다”
50박화목,‘보리밭’과‘과수원길’의시인

*후기를대신하여_문학뒤에숨겨진이야기를찾아서

출판사 서평

산산이깨져버린‘표현의자유’에문단은절망했다
1980년은새로운10년을여는희망찬첫해가되지못했다.지난해의12ㆍ12군사반란으로신군부가실권을장악하면서이나라의미래가어떤모습을갖추게될는지예측할수있는것은아무것도없었다.3월에접어들면서계엄해제와민주화등을요구하는전국대학생들의시위는갈수록격화됐고,상대적으로국가권력을통째로장악하려는신군부의계획은구체적으로진행됐다.입이있어도말하지못하고귀가있어도듣지못하는상황은1970년대의유신시절보다오히려더혹독한측면이있었다.
1970년대중반부터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를중심으로반체제저항운동을벌여온문인들도정세의흐름을지켜보며관망하는수밖에없었다.그래도민주화에대한일말의희망을버리지는않았으나그해5월17일자정을기해계엄령이전국으로확대되고동시에이른바‘김대중내란음모사건’이터지면서그기대는산산이깨져버리고말았다.
문단의위기의식도갈수록팽배해지고있는가운데,그해8월27일전두환이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제11대대통령으로당선되면서부터이듬해인1981년2월25일다시제12대대통령으로당선돼제5공화국이출범하기까지각종매체에는몇몇문인들의희한한글들이잇달아실리고있었다.‘새로운시대’의개막을축하하고그지도자를찬양하는글들이었다.누군가의간곡한권유를뿌리치기도어려웠겠지만대개는새정치권력의보이지않는압박에못이겨쓴글들이었다.
어지러운시대,문인들의두모습
스타트를끊은사람은신진여류작가강유일이었다.강유일은전두환의제11대대통령취임식을앞두고거행된‘전두환대장전역식’의참관기를한신문에발표했다.이글에서그는전두환이‘두려운절망의늪으로부터국민을구해냈다’고칭송하고릴케의글을인용해이여름이야말로‘위대한여름’이었다고감격스러워했다.뒤이어중진시인조병화는전두환대통령당선경축시를발표했고,제도권문단의구심체인한국문인협회이사장조연현은전두환대통령취임사를듣고난소감을썼다.아이러니컬하게도조연현은취임사가운데‘문화예술인의자주적이며창의적인활동을적극지원하겠다’는대목에깊은공감을나타내면서제5공화국이우리민족문화발전의초석을다질것이라기대했다.
이듬해인1981년초제12대대통령선거전이시작되면서서정주는투표이전에이미당선이확실했던전두환후보의찬조연설에‘동원’됐고당선후에는‘당선축시’를발표했다.서정주는그후에도1987년1월전두환대통령이회갑을맞았을때한신문에‘전두환대통령56회생일축시’를헌정했는데문단에서는‘아무리대통령이라해도일흔두살을넘긴한나라의최고시인이열여섯살아래인젊은사람의생일에축시를써바친것은모양새도좋지않을뿐더러도리에맞지않은일이아니냐’고입을모았다.
이호철ㆍ고은등중견문인들이군사법정에서재판을받고있는가운데김현ㆍ김치수ㆍ염무웅을비롯한여러교수문인들이까닭도모른채강제해직됐고,월문리에살던송기원의노모가자식을기다리다지쳐대문의문고리에목을매자살하는등문인들의시련은계속되고있었다.이런상황속에서한국문단을이끌고있는몇몇지도층문인들이보인새정치권력에대한그같은찬양행태는곤혹스러운일이아닐수없었다.그것이그어지러운시대에우리문인들이보여준상반된두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