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떻게 다 알까

엄마는 어떻게 다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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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친구 때문이 아니라 친구의 아이가 그사이 너무 훌쩍 자란 까닭이었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데 어른들은 더 이상 자라지 않아. 시간이 가는 걸 알 수가 없어. 친구와 그렇게 이야기했다.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찍은 사진 속의 엄마와 아빠가 너무 젊어서 깜짝 놀랐다. 아빠의 환갑 사진이었다. 그때에도 이미 아빠가 늙었다고 키득거렸는데 아니었다. 그날 이후의 삶과 비교했을 때 그날의 아빠는 가장 젊은 순간이었을 테니까.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은 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엄마와 아빠는 자라는 대신 늙어갔다. 남의 집 아이들은 쑥쑥 커가는데, 아직 손주를 보지 못한 엄마와 아빠는 점점 작아졌다.
부모님이 이렇게 점점 작아지다가 어떤 소실점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면 어쩌지. 딸의 불안은 날이 갈수록 증폭되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작아지는 엄마와 아빠가 계속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해 주려고 할 때마다 딸은 부아가 치밀었다. 장성한 아들딸 마음껏 부려먹고 용돈 달라고 큰소리도 좀 치고 하면 될 것을 엄마 아빠는 왜 자꾸 희생 같은 것을 하려 해서 부채의식을 가중시키는가. 그렇잖아도 자식은 부모의 꿈에 빚을 지고 살아간다 믿는 딸의 채무를 왜 자꾸 늘려놓느냔 말이다. 빚쟁이 부모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딸은 자꾸 애먼 화풀이를 했다.
삶도 기억도 유한한 것을 안다. 예외란 없으며 도망칠 수 없는 것도 안다. 집착과 소유를 줄이고 떠남과 헤어짐에 초연해져야 하는 것을 안다. 그러나 몇몇 무형의 기억과 유형의 사람들은 여전히 끌어안고 싶다.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것들은 조금 욕심내도 되지 않을까. 물욕이 줄어드는 것이 불경기 탓인지 나이든 탓인지는 모르겠다. 옷을 덜 사고 구두도 뒤축이 닳게 신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른 중반이 다 되어가니 옷맵시도 나지 않고 ‘젊음발’도 쇠하여 겉치장은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추억을 소장하고픈 욕구와 기록을 간직하고픈 열망은 자꾸 불어난다. 그래서 딸은 글을 쓴다. 기억을 저축해 두고 싶은 탓이다. 매번 사진도 찍고 아버지의 카톡에 길게 답을 하고 때마다 손편지도 잊지 않으려 한다. 떠올릴 수 있는 장소와 회고할 수 있는 일들을 가능한 많이 만들 것이다. 거창하고 화려한 기억이 아니라 흔하고 소소해서 피식 웃을 수 있는 일화를 늘릴 것이다. 근검절약하라는 아버지 잔소리를 한 귀로 들어왔으나 기억은 알뜰살뜰 비축해 둘 터이다. 어차피 금전으로 부자가 되기는 틀렸으나, 언제라도 인출 해 볼 수 있는 기억 부자가 될 터이다.
딸의 모든 기억 속에는 엄마가, 그리고 아빠가 있다. 엄마와 아빠가 없는 순간의 기억 속에서도 딸은 엄마와 아빠를 찾고 있다. 기억들은 연속된 줄거리로 전개되지 않고 편린의 집합으로 존재한다. 커다란 유리병 속에 기억의 조각을 담은 유리구슬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각각의 구슬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시간이 재생된다. 욕심껏 쟁여 둔 기억을 두고두고 꺼내어 보고, 나누어 보고 싶다. 그것이 지금의 딸이 엄마에게, 아빠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에. -작가의 말 전문
저자

반승아

출간작으로『엄마는어떻게다알까』등이있다.

목차

시작하며
엄마도아프면엄마가보고싶어?
엄마는어떻게다알까
고마워미안해사랑해
여덟번째날들
아버지의언어
맺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