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봄날을

그 많은 봄날을

$16.00
저자

이경영

저자:이경영
<문학미디어>신인문학상(2015)
충청일보백목련집필(2005)
언론재단최우수논술지도교사상(2007)
청주KBS‘박하사탕국어선생님’(2012)
전국소월백일장장원새한국문학(2022)
충청.충북노회어린이글짓기대회심사위원
중부매일신문오피니언아침뜨락집필중

목차

감사의글4
이철호|작가의작품세계243

1부봄(17편)
보리밥도시락12
친정엄마15
요즘아이들17
친구(親舊)20
그이름23
산삼(山蔘)26
시장풍경(市場風景)29
나의농원(農園)33
엄마의일기장37
사람낚는어부40
파월장병아저씨43
그많은봄날을47
오,나의캡틴51
러브레터와SNS54
유년(幼年)의뜰57
아버지의자리60
못말리는시누이63

2부여름(18편)
전환의여울목66
태몽(胎夢)72
화음(和音)75
매듭짓기78
물꼬싸움81
간큰남자84
그해여름87
딸부잣집90
엿보기94
선물97
하모니(harmony)101
아버지의목소리104
태국한달살기107
천천히느리게가는길111
어떤주례114
맏딸클래스118
멋진그녀121
제자선생님124

3부가을(17편)
충전을위한쉼127
사위추천서132
느낌표136
두고온마음211
인생2모작145
대(代)물림148
부침개사랑151
향기로운만남154
함(函)진아비157
평범한일상이160
꽃을주는남자163
농촌별곡(農村別曲)166
내몸사용프로젝트169
다시또꿈을꾸다172
한국어수업고군분투기176
스마트한고놈179
어느날갑자기182

4부겨울(18편)
쉼표186
우산189
만남의복(福)192
자야언니195
두집살림198
숙제(宿題)201
사돈사이204
달력한장208
버킷리스트142
엄마의나들이214
꽃처럼피어나길217
웰다잉(Well-Dying)220
햇살이눈부시다223
그녀의돌잔치226
한옥(韓屋)에머무르다229
새로운시작이되는곳232
부부(夫婦)로살아간다는것236
외상값239

출판사 서평

온전성에대한회화繪畵
-생명이생명을낳은,삶의풍성함에이르는조우

이철호-소설가(새한국문인이사장)

삶의온전성이란무엇일까.동시대이땅을살아가는수많은사람은얼마나다양한사고속에다양한삶의양식으로살아가는가.
재레드다이아몬드가인류를이끌어온주요한요인은총,균,쇠라고명명하였듯삶은그렇게호락호락하게흘러왔던것은아니었다.무력,질병,거대자본앞에서고통당하며살아왔던인류역사가있고여전히고통당하고있는허다한사람들이있다.전쟁으로인한고통은말해무엇하랴.아프리카에서식량부족으로,이슬람권에서는수많은여성이이런저런이유로극심한고통을당하고있다.
우리는정말절벽위를위태위태하게걸어가고있으면서그밑이낭떠러지라는것을의식하지못하고있지않은가.머리가어지럽다.국경을넘어가지않더라도,자살률1위,출산율최저는오늘날우리가어디에있는지그지표를말해주고있다.도대체‘온전’한삶이란어떤것인가.삶의온전성과맞닿아있는나의온전성이란또어디서비롯되는것일까.
전설가운데‘사람’이되고싶어하는백년묵은여우가있다.사람이길동경하는여우는누구인가.끊임없이사람을엿보며사람처럼행동하고있지만,자신은진짜사람이아니라고느낀다.그들에게‘사람’이라고명명될수있는기준은무엇인가.사람의모양을하고있고사람의흉내를내고있지만스스로를사람이라고인식하지못하는결핍은어디서비롯되는것인가.
한때‘좀비영화’가대유행한적이있다.《웜바디즈》《창궐》《부산행》등….좀비는산것도죽은것도아니다.집단적으로몰려다니지만어떤상호작용도없이단지본능에따라생존을위해살아있는사람을쫓을뿐이다.이런좀비에사람들은이상할정도로열광했다.그이유가무엇이었을까.빙산의일각처럼보이는저변에는더큰무의식이도사리고있는법이다.사람들은그것이좋든그렇지않든자기것을사랑하는본능이있다.자기애적열광이라말한다면지나치다할것인가.
포스트모더니즘,해체주의에나아가인류는심각한‘변성’의위기가운데있다.그위협을가중시키고있는것은AI의등장이다.어느시점에서는사람을동경하는여우따윈존재하지않을것이다.인간의자화상으로서자기애적강렬한표현이었던좀비마저AI의등장에그자리를내어주고있다.그렇다면이시대,어디서삶의표본을찾을수있을까.

이경영작가의글에서단연눈에띄는글은<보리밥도시락>이다.
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굳이톨스토이를끄집어내지않더라도<보리밥도시락>에는응축된서사속에한편의소설같은이야기가파노라마치고있다.
그시절의부모는자식잘되는것이최고,최대의기쁨이었다.가시고기처럼자식들은부모의피와살을먹고자랐다.먹는것이귀했던시절,애틋했던마음은고스란히도시락통에꽉꽉담겨진꽁보리밥에쟁여졌다.
이제는학교가기위해수십리를걸어야할일은없어졌다.몇리를걸어새벽녘기차를타고또그기차를타고늦은밤에서야돌아와야했던그힘겨움이,현대를살아가는지금에는들창으로바라다보이는그리움이되었다.배고프고어려웠지만그배고픔과어려움마저달콤하게느껴지는것은아직펼쳐지지않은미래에대한소망이있었고힘겨움을거뜬하게이기게하는어머니의‘사랑’이있었다.공동묘지앞을지나갈때쯤이면오싹거리며돋아나는소름에도삶의낭만은불현듯아름다웠다고말한다.

부뚜막에걸린가마솥에불을때면사르락짚불타는냄새와밥익는구수한냄새가새벽을깨운다.…가방에도시락을넣고부지런히십리길을걸어가야만기차를탈수가있다.…충북선열차는유난히연착이잦았다.…꼬르륵~뱃가죽이등가죽에달라붙어배고프단신호에더는참을수없다.한걸음에기차역광장식수대로달려가벌컥벌컥수돗물을마시고잠시시장기를면하고는기차역으로달려오는데뱃속에서출렁소리가난다.먹을것이부족하였던시절이었다.가난한농촌소년은역근처김이모락모락나는십원짜리밀가루풀빵을냄새로만허기를채워야했다.…그렇게기차통학을하던50여년전어느날,소년이깜박잠이들고말았다.내려야할정거장을놓치고화들짝놀라엉겁결에내린역앞에서오도가도못할신세가되었다.어릴적어머니를따라갔던먼친척집이생각나그곳에서하룻밤을묶고더불어하얀쌀밥도시락을싸주셨다.점심시간뚜껑을여는순간,당황하지않을수없었다.얇게펴넣은하얀쌀밥은반찬과뒤범벅되어,한쪽으로쏠려도시락속반정도밖에차지않았다.미묘한감정이일순간에올라왔다.가슴으로진하게밀려오는어머니의사랑을어렴풋이알게된,남모르는속울음을삼키며점심을먹었다.
어머니가싸주신도시락은늘꽁당보리밥에무짠지반찬이전부였다.창피하다고불평하며먹던보리밥도시락은책가방속에서이리굴리고저리쓸려도밥과반찬이섞이는적이없었다.어머니의도시락은내새끼배고프지말라고,많이먹으라고,꾹꾹누르고눌러흔들어넘치도록담아주었던것이다.
-<보리밥도시락>요약

정작도시락뚜껑을열고는예기치않았던모래바람이몰아쳐왔다.그모래바람속에서아들은다시금어머니의사랑을깊이느끼며어떻게살아야할지굳건한지침을얻게된다.
<보리밥도시락>은시점이모호하다.3인칭시점도그렇다고1인칭시점도아닌듯,교묘하게화자는소년의이야기를밀도있게그려낸다.하지만문장의말미에“소년은…그는…내남편이다.쌀밥보다보리밥을더좋아하는그의소리가들린다.여보~밥….”남편에대한사랑스러움을반전의묘에얹었다.
결국생명은생명을잉태한다.‘반찬과쌀밥이뒤엉켜뭉개진것’은꽉꽉눌러싼꽁보리밥에담긴어머니의사랑을발견하는사건이되었다.하지만‘반찬과쌀밥이뒤엉켜뭉개진것’에서서운함이마음을메웠더라면어땠을까.만약마음이공허했더라면엉뚱한것에마음이매이지않았을까.
톨스토이는“인생은삶을훌륭한것으로만들기위해서만필요한것이다.”라고했지만삶은스스로훌륭해지지않는다.숨막히는절벽의아름다움조차수없는파도와바람이만들어내었다.특별히마음에서야더욱알뜰살뜰한보살핌이없이어찌힘을얻으며날개를펴고날아갈소망을얻을수있겠는가.
<태몽(胎夢)>에서보여지는‘아들’에대한믿음은그아들에게는마음껏뛰고놀수있는대지였을터,어머니의믿음은곧아들에게‘시온의대로’였다.

할머니보리밥집에는사람들의발길이끊이지않는다.구수한된장찌개와보리밥,따듯한숭늉한그릇소박한상차림이다.시골길을달려그곳을찾는이들은아마도어머니손맛이그리워서일게다.보리밥속에어린시절의향수를함께비비는것이고,그들노부부는오랜세월연륜의정(情)을양념으로넣는것이리라.30초광고속에,넘쳐나는뉴스의홍수속에,소중히간직하는물건속에스토리가있으면상품이된다.그속에무엇이들어있느냐가중요하다.의미가된다는건누군가의마음속에살아있다는것이다.
-<태몽>중에서

생뚱맞게보리밥집이야기로시작되는수필<태몽>은,마치장대에놋뱀을달아높이들었던민수기21장을떠올리게한다.놋뱀은‘쳐다보면뱀에물린상처가낫는다’라는하나님의말씀의상징이었고그것은곧말씀대로되었다.
화자는<태몽>때문에아들이기관장이되었다고말하지않는다.태몽의의미화가당신의힘겨움을지탱할소망이되었고아들에게는성취할삶의목표가되었다는것을할머니보리밥집을전면에내세워보여주고있다.이는수필<태몽>의상징성을극대화하여글의품격을높이는데기여한다.

병원에서는노환이니집에서잘드시고요양하라.퇴원을종용해결국우리집에모시게되었다.어머님은그해겨울까지일어나지못하셨다.우리내외는아침저녁번갈아가며밥을떠드렸고출근후에는시누님이오셔서지극정성으로어머니를보살펴드렸다.
서울에서큰아주버님이어머님을뵈러오셨다.
“제수씨가고생이많네요.”
“아주버님?어머님모신복(福)은제가다받을게요.”대답했다.
“네그렇게하세요.”그다음주에는둘째아주버님이다녀가셨다.역시나똑같은인사를하셨고,또같은답을들었다.
화자는당돌하다.‘나는분명히믿음의고백을한것이다.’라고말한다.이른비와늦은비를받을그릇이준비되었고당당하게장자의명분을샀다.그때문이었을까.
막내아들이기관장으로발령이났을때다.부모님떠나가신빈둥지고향동네어귀와초등학교교문에누구누구아무개씨아들을축하하는커다란현수막이걸렸다.동창회와마을에서대형현수막을만들어주었다.
물로배를채우고행상을하며간직했던꿈이,네거리에서펄럭였을때어머니는아들이얼마나자랑스러웠을까.‘그것은퍼내고퍼내어도차고넘치는내리사랑으로끝없이흘러가는’사랑의깃발이었다.
상징성이두드러진또하나의작품은<우산>이다.밴쿠버공항에도착하였을때뜻하지않는비에단체로알록달록우산을샀다고한다.곧여행이어떠어떠했다는이야기를예상했던독자는허가찔리고만다.화자는능수능란하게우산의의미를확장하며어머니의사랑과알파와오메가되신이의사랑을우산의상징성으로묘파해내기에이르기때문이다.<한옥에머물다>와함께중수필적요소가가미되어중후한무게와깊이를더한출중한작품이다.

우산자체는힘이없다.점점작아지고가벼워져핸드백속에쏙들어가는악세사리기능까지갖출정도다.그러나가녀린이슬비조차맨몸으로만나야만할그때,우산은나를안전하게지켜주는강력한힘이된다.햇빛쨍쨍한맑은날에는알수없다.비가올때비로소날개가되어나를보호해주는우산의가치를말이다.
부모의사랑이우산과같은것이라며비오는날엄마가들고왔던우산을쓰고오면서느꼈던한없는안도와안위를회상한다.
센빗줄기를피해내몸을감싸는엄마품속은어떤상황속에서도안전한날개그늘이다.우산속에서빗방울이만드는노래소리를듣던평안의우산은지금도내안에머물러있다.
세상을살아갈담대함과힘은‘어떠한상황속에서도안전한날개그늘’에서다.이쯤에서화자안에머물고있는사랑의힘은폭풍우에온통몸이젖고흔들려도마음을흔들거나젖어들수없는강력한우산이된다.시온의대로란만사형통의문제가아니라환경과상황에구애받지않고한결같은걸음으로나아갈수있는마음의대로가아닌가.
화자또한사망의음침한골짜기를걸어야했던때가있었다.그러한어둠을뚫고걸어나오게한것역시‘권위의우산’으로표현되고있는사랑이었다.
마음의문을닫고두문불출하던어느순간마음속에훅들어오는소리가있었다.‘내가너와함께있는데도대체무엇이문제냐?’폭풍우가휩쓸고간자리에비바람을막아주는지붕처럼차갑고메마른내마음을덮어주었고나를안아주었다.지치고외로운나에게위로가된그것은넓고큰권위의우산이다.그우산으로인해힘겨운인생고비를눈물을삼키며넘어갈수있었다.
이렇게부모와더큰권위의우산인전능자의날개아래다층적인보호를받는것이야말로아니,그것을지각하는것이야말로작가의온전성을이루는결정적인한요소가아닐까.죽느냐사느냐의경계곧안정성의문제에서허비될수있는에너지는,보호받고있다는절대적믿음없이는삶의성장이거나인격의성숙에기여할수없다.
가끔윤동주시인의<서시>에서‘잎새에이는바람에도괴로워했다’라는구절을떠올릴때면,시인의순수성의지향은별론하고,의문이들곤한다.세상에는크고작은수많은바람이시도때도없이부는데잎새소리에괴로움을느낀다면어찌될것인가.우리의귀가특정주파수에만열려있다는것은모든주파수에노출되어서는안된다는의미이기도하다.안정성곧마음의평안은무의식적이든의식적이든‘선택과집중’에도결정적이다.어쩌면여행에관한크고작은이야기는‘넓고큰권위의우산’을위한너스레에불과할지도모른다.그럼에도날실과씨실처럼글의짜임새를탄탄하게할뿐아니라재미를더한다.
<한옥에머물다>는화자의집에대한성찰이과거와현재를잇는통시성속에‘정방사’라는또다른공간의도약으로,시공간을초월하는듯한종횡무진의드넓고깊은시점을창조하고있다.
한옥은마당에정원을일부러꾸미지않는다.마당을방의연장으로보는뛰어난예술가의안목이다.문만열면보이는바깥경치는사시사철풍경화를볼수있다.지천으로피어난개나리와진달래,빠알간동백꽃과탐스러운목련의자태는값으로계산할수없는자산이다.저멀리앞동산의자태와개울물을끌어들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