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새가둥지를틀었는데>
몇주전컴퓨터에서이메일을한참보다가무심히창밖을내다보았는데창문앞관상용나무에주둥이까지빨간새한마리가입에작은나뭇가지를물고들락날락하고있었다.그새가예쁜빨간색을띠었기에더눈에확들어왔는지모른다.
“어머나,왠빨간새가….”나도모르게중얼거리면서지나쳤다.그런데이컴퓨터방에들어올때마다그빨간새를여러번보게되었다.처음엔무심했는데지난주부터는그빨간새가나무속에들어가한참을그냥있길래이상해서밖에나가나무속을들여다보니그조그마한나무속에둥지를틀고그위에그빨간새가앉아있는것이아닌가.
“어머나….”
나는깜짝놀라유심히그새를쳐다보니자기도나를뚫어져라쳐다보는데나는새의눈이그렇게나큰줄은전에는몰랐다.나무는관상용나무라내키만한데너무가까이눈을대고볼수도없어(새를방해할까봐)집안으로들어왔다.다행히창문으로도볼수있는데내눈은연상그나무를향하는것이었다.
2000년대초이집을지을때우리들의마지막보금자리가될것같아그리넓지않은땅이었지만정성을다해정원을만들었다.집안을둘러가며목련나무,동백나무,HOLLY나무등,뒤뜰에는장미,집정문앞에는양쪽으로관상용나무를심었는데십여년넘게세월은흘렀지만,이나무는변함도없이예전이나지금이나늘같은자태로서있었다.
아,이나무에그예쁜빨간새가둥지를튼것이다.새들은보통큰나무나집처마밑에둥지를튼다는데이작고여린나무에둥지를틀다니….70평생살아왔지만새와눈이마주쳐쳐다보기는처음이다.
이일은내삶의한변화를주고있는데매일그새에관한관찰이었다.며칠전부터는아침에일어나는길로밖에나가보면그새는그대로앉아있었고,밖에나갔다돌아와도그대로있었다.저녁해지기전사라져서는한시간쯤후돌아와밤새그냥있는것같았다.
나는오늘하루를큰맘먹고새를관찰하니저녁6시무렵없어진새를죽치고앉아기다리니(무료한시간을달래며FredericChopin의SpringWaltz,Romance를들었다.)한시간오분만에어디갔다가날아오는지쏜살같이그나무속으로들어가는걸똑똑히보았다.
새가둥지를틀고알을까새끼새가된다는것은세상의진리이니신기할것도하나없는일인데무슨대단한일이라고이러나하고나를둘러보기도하는데,아마도내마음으로그새를생각한다는일이세상을살면서‘둥지를튼새’를처음으로보는진실이리라생각되었다.그러면서나는나를스쳐지나가는모든세상사에얼마나내가마음을주고살고있나를생각했다.나의가족,나의친구들심지어내가좋아배우고생각하는일들을….
놀라운것은내가새를바라보는그런순수한마음보다는늘,자기중심적으로살고싶었고이해하고있었다는사실이었다.나는이번에그새를지켜보면서세상모든일은가슴으로부터정성을다하면서주관적인욕심을버리고열심히살아야만되겠다는생각을했다.
오늘아침도주둥이가빨간그예쁜새는두눈을동그랗게뜨고열심히나를바라보고있다.
[2017.4.28.]
<하루는선물>
신기한것이,매일아침배달되는이‘하루’라는선물은축복과감사로쓰면자꾸만내용물이생겨나고,다른이들이상상도못할것들을만들어낸다.요즈음나는실로오랜만에이‘하루’라는글을떠올리면서몇개월이나얼어붙었던마음이풀리는기분이다.
지난해늦가을‘서예전’준비로한참소식을못전하던차들려온친구의소식은뜻밖에도“몸이안좋아요사이검사중”이라했다.원래건강했고우리는늘주위의다른아픈친구들을걱정하며지내던터였다.나는내색은안했지만큰충격속에오늘도지내고있다.그로부터시작해지난해에들어서면서주위에많은가까운친지들이아프거나사라지고있다.인생여정(人生旅程)에서생로병사(生老病死)를당연지사라여겼지만,가슴으로이렇게다가오니만사에의욕을잃고새삼삶이쓸쓸해졌다.
주위의흔들림이주는충격은너무커서나의하루를허비하는일이다반사라힘들게시간을소비하곤했다.이깊은시름에서벗어나려고애쓰던중이었다.
어느날한친구를만났다.오랜만에만난그녀는나를보자마자해맑은웃음기를머금고“얘!나는너를아는데네이름은몰라.생각이안난다…”작년보다병세(알츠하이머)가더해아무래도북쪽집(워싱턴근처)으로이달말에올라가야했기에몇몇친구들과식사를마련한그친구남편의배려속에우리는좋은시간을가졌다.그녀는침울하지도우울하지도않고내내웃고있었다.
나는그친구를보면서나자신이너무나초라해보였다.저친구는저렇게잘버티고당당하고힘차게오늘도지내고있는데삶이쓸쓸하다고만사에의욕을잃고오늘도우울하게지내고있는나,뻔쩍한대얻어맞은기분이었다.그러고보니지난몇개월은맥놓고지낸세월이아깝게생각됐다.새벽에눈을뜨면세상만사가걱정투성이요불안속에‘내자리가어디인가’하고마냥서성거리고만있었다.
해맑은웃음을머금고나를응시하던그모습에서나는오랜만에삶의기쁨과감사를맛보면서지금의그녀가더없이사랑스러워보였고,오늘이행복했다.그지루하고길게만느껴지던하루가다시돌아올수없는귀한날로가슴을치면서매일이바쁘게돌아가고있다.
골프계의전설아놀드파마는“만약당신이패배했다고생각하면당신은패배한것이다.만약당신이패배하지않았다고생각하면당신은패배한게아니다.인생은강한사람이나빠른사람에게항상승리를안겨주지않는다.우승자는자기가할수있다고생각하는사람이다!”라고했다.우리의삶도이와같을것이다.나자신이의욕을잃고침체된상태에있으면그렇게삶은흘러가고말지만주어진현실을긍정적으로받아들이고오늘을살때상상도못할축복의삶은언제나우리를기다리고있을것이다.
나에게큰충격을주었던그녀와나,우리는전에없이자주연락하며매일아침열어주는즐거운소리로오늘을살고있다.하루는우리에게주는가장소중한선물이고희망이다.
[뉴욕중앙일보2018.2.16.
<팬데믹의건널목에서>
때아닌탈장수술이라니….
좀잠잠해지려니했던코로나가또다시고개를쳐드는요즈음원듣도보도못한탈장수술을하느라고몸과마음이주눅이더들어한심한요즈음이다.늙어뱃가죽이얇아져창자가제자리에있지못하고그궤도를벗어나는증상이라니늙기도서러운데건강하던몸이늙음의텃세를하느라고이곳저곳이약해지는가보다.
그런데수술을기다리고또수술을받는등그힘든시간을그래도기쁨과긍정적으로지낼수있게한것은그당시진행되고있던윔블던테니스대회였다.요즈음막끝난제150회디오픈골프대회(스코틀랜드세인트앤드루스올드코스)등스포츠가안겨주는힘이었다.팔십이넘은요즈음도마음은젊어그들과같이한호흡을하고있다고느껴지는데몇몇선수만삼십대지거의이십대의젊은선수들을보면서한참깃발을날리던몇십년전에나를둘러보고또한번삶의희망을가져보는희열을누렸다.
참으로요사이는걸림돌도많다.가까운친구들에게서도전화도뜸하고,모임도줄어들었고,어쩌다전화해도뭐하느냐는물음에한결같이“뭐하긴,그냥집에만있지(집콕)”한다.하긴너나할것없이팬데믹시대의유혹을뿌리칠수가없는것이리라.그렇다고이렇게두손놓고나몰라라만할수가있겠는가.
요즈음전국적인폭염으로난리를겪고있는데,더구나더위에지친사람들‘삼계탕’을많이찾는모양이다.가까운친지가카톡으로보내온한메시지다.
복날훈시,“정신똑바로차리고엄마아빠가먼저가더라도쓸데없이돌아다니지말고,열심히들공부해서복날없는나라로유학가서행복하게살기바란다.이상!”큰어미닭이병아리6마리를앞에놓고훈시하는모습이너무재미나고뜻있게읽었다.
나도한마디팬데믹시대의경고,“정신똑바로차리고팬데믹시대에기죽지말고자신에게어울리고좋아하는취미활동을찾아(책읽기,운동,컴퓨터,봉사활동,여행,그림…).”
오늘을살때나자신초조함에서벗어나여유를찾을수있으리라.
시카고에사는가까운친지는지난해어려운수술을받고힘들어했는데요사이많이회복되어서집에서요양하면서날마다기뻐하며지내는데하나님께서우리인간에게무료로주시는감사함,편안한마음,서로사랑하는마음,취미생활을통해오늘을살고있다.
나는오늘도서예시간에익힌내가좋아하는글한편을올리고싶다.
“정수유심심수무성(靜水流深深水無聲),깨끗한(고요한)물은깊게흐르고깊게흐르는물은소리가없다.”
우리모두희망과긍정의힘으로팬데믹의건널목을건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