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토양으로 내게 온 사람 (박명자 수필집)

새로운 토양으로 내게 온 사람 (박명자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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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이 책은 충청북도, 충북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어머니 부재, 새어머니의 냉대로 유년의 불행했던 삶을 글로 치유하면서 기록한 작품집이다.
작가는 묻어두었던 상처가 덧날 때면 한 편의 글로 지난날의 상처를 다 쏟아내고 나면 치유가 되었으며 위로를 받는다고 고백한다.
작가에게 수필은 그의 삶의 터닝포인트였으며 유년의 아픔을 녹여 주었고,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일상에 큰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꿀을 찾아 수만 번의 날갯짓을 하는 한 마리의 꿀벌처럼, 내 관심은 매사 수필의 소재를 찾기 위해 촉을 세우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61편의 수필을 6부로 작가의 말, 반숙자의 박명자의 작품세계로 묶었다.
1부 해 질 녘(11편)
2부 집으로(11편)
3부 봄을 만들다(11편)
4부 나비의 행방(11편)
5부 생각의 우물(10편)
6부 가난이 피운 꽃(7편)
저자

박명자

저자:박명자
<한국수필>등단(2017)
한국문인협회,음성문인협회,
농어촌여성문학회회원
음성수필문학회회장
수필집『새로운토양으로내게온사람』
음성신문‘오피니언’연재(2018~2020)
충청타임즈‘생의한가운데’수필연재중

목차

작가의말
차례

1부집으로
새로운토양으로내게온사람14
아카시아꽃이피면18
감꽃이필무렵21
두어머니25
집으로29
방정소나무32
풀꽃앞에서35
비오는날의상념38
엘콘도르파사41
내리사랑46

2부쑥부쟁이둘레길
쑥부쟁이둘레길50
질경이54
신발끈을조이다59
등짐63
보라카이에서67
남는장사71
자작나무숲에서74
해질녘77
별빛같은나의사랑아81
별이된당신에게84
시간여행90

3부봄을만들다
함사시오96
장한내딸아99
돌절구103
내그릇크기만큼106
따스한겨울109
봄을만들다112
25년만의재회117
봄이오는길목에서122
두번피는꽃125
봄을나누다128

4부나비의행방
아이들의웃음소리132
여름이야기135
잔인한사월138
곤충의모정141
휴양림의사람들144
마지막수업148
나비의행방152
선재길에서155
봄이오는소리158
졸업여행162

5부생각의우물
생각의우물166
해거름의산책길169
화음을맞추며172
단순함에서오는평화175
소녀의꿈179
석산의추억182
금문교를바라보며186
새달력앞에서190
손193
간절했던꿈196

6부가난이피운꽃
효도관광가던날200
함께해서행복합니다204
해방촌207
꽃보다아름다운우리210
프리마켓을열다213
품바축제216
가난이피운꽃220
명절풍경224
그날을기다리며227
그녀들의향기231

반숙자/박명자의수필세계235

출판사 서평

수필이치유의문학이되는이유
-박명자의수필세계
반숙자수필가

원고마지막장을덮고가슴이얼얼했다.얼얼하다고표현했지만실은더깊은비애가차올라서창밖먼산마루를바라보았다.구름밭에파란하늘이펼쳐졌다.웬일인가분명아픔이었는데그자리에감동이하늘빛으로피어났다.
수필은곧그사람이다.누구도대체할수없는자신의체험이고이체험에서생각하고느낀것에대한정직한표현이바로글이다.지금은수필전성기여서학식이높은사람이나감각이섬세한사람이거나문장력이뛰어난사람으로수필을잘쓰는사람이많다.여기서살아남으려면작가만이쓸수있는글을써야한다.이번에작품집을내는박명자작가가돋보이는것은자기만의사유를자기다운어휘로깊은내면을개방하여마침내과거와화해하고탄탄한수필미래를열었다는점이다.
박명자작가와는특별한인연이다.남다른환경에좌초하지않고환한얼굴로살아가는모습을수십년간지켜보면서충분한가능성을믿고수필쓰기를권했다.2013년도음성읍행정복지센타주민자치프로그램에<마음을여는수필교실>을개설하는데주체적역할을하고2017년도한국수필로등단했다.그후지방신문에칼럼을연재하고있다.현재는음성수필문학회장으로열성을다하고여기에아이코리아충청북도회장을역임하며봉사활동에도최선을다하고있다.
수필은체험의문학이어서작가의살아온과정이노출된다.작품구성은작품곳곳을두드리는유년의상처와아내를지극히사랑했던지아비를떠나보낸남아있는자의슬픔,그리고이웃을향한따뜻한시선이사회와연결되어가치를보여준다.여기에유아숲지도사로어린이들과함께했던시기,글쓰기에대한열망과번뇌가공감을주는글,자연스러운문장에깊은사유,그리고균형감있는철학,여기에열정과고치고다듬는노력파의모습을느낄수있었다.
작품<감꽃이필무렵>과<엘콘도르파사>를살펴보면안타까운유년이모자이크돼있다.이작품들은한사람의정서에들어찬기억이평생의상처로작용하는이유를밝혀주고한권의수필집의뼈대를이루는의미가내포되어있다.

나는할머니젖가슴을만지며긴겨울밤을보냈다.쉽게잠들지못하고칭얼거리는내게옥수수대공처럼거친손바닥으로등을쓸며할머니는나직나직자장가를불러주었다.남들에게다있는엄마의부재가아쉬워서하루에도몇번씩되묻던어린손녀에게단지장골밭에홍시따러갔으니곧올것이라고달랬다.자고일어나면언제나윗목에는홍시두개가있었다.눈내리는겨울밤호롱불아래서먹던홍시는그리움이밴엄마의맛이었다.
-수필<감꽃이필무렵>중에서

이짧은문장이안고있는서사에엄마의부재가있고그런손녀를안고달래는할머니의마음을본다.여기에등장하는단지장골은작가의고향뒷산이고그리움의표상이다.세살때떠난엄마,철모르고기다리는어린손녀를돌보는할머니의안쓰러운마음이행간까지배어있다.여기서조금더나아가면청소년기의작가가어떻게살아왔나가작품에나타난다.불우했던시절이었고희망의끈을놓지않으려발버둥치는과정이다.
다음은<해질녘>이보여주는내밀한아픔과서정성이보여주는감동이다.

1.석양의붉은노을이아름답다못해아픔으로다가온다.
2.해질녘이되면분아,숙아,엄마들이아이들을불렀다.
3.한참을쪼그리고앉아있던아이는힘없이집으로돌아가고는했다.
4.홍시를들고올엄마를10년아니20년을기다렸다.
5.아이는세상에서새엄마가가장무서웠다.
6.해가서산너머로뉘엿뉘엿질때면목젖밑이뻣뻣해지고가슴이아렸다.
7.주소를들고고모와함께버스를탔다.
8.고개를들어하늘을보았다.해가뉘엿뉘엿지고있었다.슬픔이어디에숨어있었던걸까,주체할수없는눈물이서러움과원망이,가슴속깊이묻어두었던그리움이한덩어리로섞여봇물터지듯넘쳐흘렀다.
-수필<해질녘>중에서

전문에서뽑아낸대목이다.왜?이글은한아이가있었다고3인칭으로시작한다.유년시절과성년이되어어머니를만나는자리까지무리없이전개된다.그러나이글에서주목하는것은엄마가가장보고싶었던순간이바로해질녘이라는시점의중요성이다.한편의드라마같은서사와서정성이긴여운으로심금을두드리는성공작이다.

70년대초에있었던일이다.부산변두리에있는창문이손바닥만한한작은공장에서햇볕이있는지조차모르고지냈다.한달이면이십일이상밤열시까지야근을했다.재봉틀돌아가는소음과밤인지낮인지온종일켜진형광등불빛사이로뿌연먼지가춤을췄다.와이셔츠를만드는그곳은각자가맡은공정이기계의톱니바퀴처럼돌아갔다.피곤이몰려와도견뎌야했다.잠깐의방심도허락되지않았다.재봉틀바늘이손가락을사정없이찌르기때문이다.(중략)빵과우유를먹는잠깐의간식시간이유일하게휴식을누릴수있는기회였다.그때스피커를통해듣는음악은지친마음에힘을불어넣어주었다.소음속에종일음악이흐르지만유독이곡이좋았다.가슴으로잔잔한슬픔이밀려오는가하면무한한창공으로날아가는듯한자유도느끼게해준곡이다.”
-수필<엘콘도르파사>중에서

다음단락에나오는라디오진행자의설명은이곡은어떤것에도얽매이지않고마음껏하늘을나는콘도르처럼자신의꿈이이루어지기를기원하는잉카인의혼이담긴노래라고,여기에다른민족의지배를받았던잉카민족의슬픈운명에뿌리를두고있다는사실을알게되었노라고서술한다.
이러한서사는한편의소설같은내용이담겨있어독자의가슴을파고든다.여기서작가는엘콘도르파사를통해자신의처지를투영시키고끝내는자유를획득하는의지를담았다는데서작품의완성도를알수있다.어쩌면이한편의글에서작가의반생이압축되고곤경중에서도희망을잃지않고달려온작가의인간승리를알수있다.작가가글을쓰지않았다면평생상처에서벗어나지못하고스스로를폄훼하고자존감을획득하지못했을것이다.상처는덮어두기가아니라드러내기를통해회복된다하듯이말이다.
다음의줄기는작가의오늘날이있게한남편의소재다.그럴수밖에없는것이어려서부터정에주린작가가처음으로마음을열고만난사람이며끝까지아낌없는사랑을주고간사람이어서다.작품<새로운토양으로내게온사람>은표제작이기도하지만박명자작가의생애에서터닝포인트가된내용이라주목한다.

저만치의들깨한포기가주변을둘러보던내시선을사로잡는다.들깨를심을때남은모종을밭머리에던져버린것중한포기가살아남은모양이다.얼마나잘자랐는지마치한그루의정원수처럼튼튼하다.아래쪽의원가지는벌써목질화가되어들깨나무가되었고,마음껏뻗은곁가지가지마다들깨가조롱조롱달렸다.거름주고정성들여가꾼들깨는잎만무성한데,아무도돌보지않은곳에서어쩜이리도튼실하게자랐을까.의아해주변을살펴보니척박한땅이지만다행히미세한물길이지나가는길옆이다.(중략)
어엿한숙녀로성장했지만여린가지는늘흔들렸다.뿌리를내릴수없는불모지에그사람이단비처럼찾아왔다.(중략)
때로는물길이되어주고,햇빛이되어주며새로운토양으로나에게온사람,내가기댈수있었던유일한사람,별이된남편이들깨나무를바라보며상념에젖은나를응원해줄것만같다.”
-수필<새로운토양으로내게온사람>중에서

이글은독특하다.선택받지못해야생이된들깨나무에시선이멈춘내적동기가서두로나온다.다음에고통스러웠던과거가나오고비로소물길을만나새롭게변화된미래이자현재인작가의오늘이있다.그러나유일한그사람은세상에없다.그럼에도작가는그사람의사랑에힘입어씩씩하게살려고노력한다.바로인간승리다.수필이지니는힘중가장센것이바로사실성이다.다시말하면진솔성이다.타장르에는없는작가가무대중심에있다는것,그것이독자에게직통전화로연결된다는것,함께아파하고공감하며마침내하나가된다는것,그럴때작품은성공한다.
수필<별이된당신에게>서보여준네편의단상에서나타난사랑이바로그것이다.너무절절해서,스스로다짐하는생의의지가치장없이내면의고요한절규가되었다.여기에서필자는글쓰기는용기라는생각을했다.때로는수필쓰기를옷벗기에비유하기도하지만자신의감정에솔직해서모든것을드러낼때비로소치유가시작되기때문이다.

나는요즘첫수필집발간을준비하며지냅니다.그동안발표한원고들을모아퇴고를하고있습니다.대부분우리가함께한내용이고,그중가장많은분량이당신의이야기입니다.내삶의중심에온전히서있던당신,오늘따라당신의부재가더욱크게느껴집니다.
-수필<원고를정리하며>중에서

<별이된당신에게>의네번째작품이다.작가는밤늦게쓴글의첫번째독자가남편이라밝히고고칠부분을지적해주던짝임을알린다.일심동체부부의모습이다.
세번째는유아숲지도사로근무할때쓴작품들로자연친화적이고동심의풋풋함이생명성을부여하는글들이다.맑고밝다.이것은바로작가의어두운상처가치유되어양지로나서는표식이라하겠다.사람은독창적인동물이어서누구를흉내낼수도없고자기만의빛깔로산다.그럼그빛깔은어떻게채색되는가.자기안의혁명이다.여기에는환경적요소도간과할수없다.
봄처럼환한얼굴로아이들이왔다.날개깃이고운산까치한쌍이나무위에서인사를건네자,아이들은골짜기가떠나갈듯한환호성으로화답한다.숲속의새싹이호기심으로고개내밀고아이들도같은마음으로들여다본다.둘은많이도닮았다.
-수필<봄이오는소리>중에서

이글의서두가주제를암시하기에충분하다.봄,아이들,날개깃,환호성,새싹,호기심,이러한단어들이’많이도닮았다‘는결미어를완성시켰다.서두만보고도끝까지읽고싶은자극을준다.여기에내용도알차다.

휴양림으로오르는구불구불한산길로접어든다,<중략>지난여름에는이길을따라노란색어린이집차가연일휴양림을찾아왔다.차에서내린아이들은환호성을질렀다.비록마스크를착용했지만,시멘트건물에서벗어나숲에안겼으니갑갑하던가슴이뻥뚫린느낌이아니었을까.
-수필<아이들의웃음소리>중에서

코로나펜데믹때의이야기다.요즘시대는어린이가귀하다.그귀한어린이들에게숲속학교는보물같은존재다.어린이들이느끼는첫감정은해방감이다.보는것,듣는것,만지는것,어느하나시시한것이없다.신선한자극이다.여기에활짝열린동심의정서가펼쳐내는세상은바로새세상이다.작가가어떤소재를찾느냐는바로관심이고관심의실체는애정이다.좋은글은바로여기서출발한다.세상에대해사랑이충만할수록글다운글,삶다운삶이결실된다.
네번째는관계망의수필로대단히중요한부분이다.세상은혼자만의세상이아니다.가족,이웃,사회와더불어사는관계망속에존재한다.박명자작가가추구하는삶의방향성과의미를보여주는작품을살펴본다.
작가는아이코리아회장으로회원들과봉사활동을많이하고있다.쌀모으기도그일환으로“방금찧은쌀을승용차에싣고길을나섰다.”서두로출발해서조그만식당을운영하는회원이쌀을준비해놓았으니쌀을가져가라는연락을받고식당으로향한다.여기서식당주인의어려웠던어린시절이소환된다.결정적인사연은몇년전남편의교통사고로힘들때,중학생인아들의학업을중단할수없어담임교사에게편지를보냈다.그후학교측은아들이졸업할때까지장학금은물론매월얼마간의금액을통장으로입금해주었다는것이다.

그때받은사랑을이제는누군가에게돌려줄때라고했다.힘든그누군가에게방금찧은햅쌀밥을드시게하고싶다며수줍은미소를짓는다.도움이꼭필요할때받을용기가있는사람이어려운이웃에게베풀줄도아는가보다.

라고하는작가는이글을통해

사람은누구나자신의삶에서진정으로가치있는꽃을피우기를원한다.하지만의미있는꽃한송이피우기가어디그리쉬운일이던가,꽃도제각기피는계절이다르듯사람도저마다꽃피우는시기가다른것같다.삶의계절에서절반이상을살아버린가을의문턱,내가피울꽃의계절은언제쯤일까.
-수필<가난이피운꽃>중에서

바로이것이다.나만바라보던시선이이웃으로확대되고다른사람의삶을통하여내삶을성찰하고어떻게살아갈것인가방향을스스로에게묻는결말이좋다.이처럼타인과이웃으로연결되는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