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광보다 역광이다 (양장본 Hardcover)

순광보다 역광이다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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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학 등록을 포기해야 했던 적이 있다. 그 후 바로 국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근무 중 입대하여 군 복무를 마치고 늦깎이 대학을 졸업했다. 첫 고등학교 발령을 받아 32년간의 학교생활을 마친 이후 이모작 인생길이었다.
퇴임 후 2년 임기의 ‘전남통일 교육센터’ 대표 4년, 검찰청 형사조정위원 활동 10년, 대학 입학사정관 활동 7년 중에도, 틈틈이 중·고등학교 통일교육과 각종 사회단체 강연 활동을 병행했다. 무엇인가 이루어야 한다는 몸부림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날들이었다. 그 결과 대통령 표창에 이어 학교장 퇴임 후 4년 만에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동안 20여 년간 고정 칼럼인 광주일보 〈은펜칼럼〉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산수 기념 칼럼집 《순광보다 역광이다》을 출간한다. 내 젊은 날의 고뇌와 애환이 담겨 있는 수필 칼럼집이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칼럼 제목을 검색하면 당시 신문에 투고했던 칼럼 원본을 볼 수 있다. 17년 전 정년 퇴임 기념 문집 《행복수업노트》에 이어 저자가 촬영한 사진과 함께 두 번째 칼럼집이다.
‘좋은 수필’ 한 편을 발견하는 일은 곧 ‘좋은 인생’을 발견하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기회가 있으면 물질 만능으로 치닫는 삶에서 마음의 평화와 향기를 주는 글, 맑음과 평온을 안겨주는 생명력 있는 수필에 정진하고 싶다. 무딘 붓끝이지만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진솔한 삶의 애환을 담은 그 길을 멈추지 않고 가고자 한다.

5부로 나누어 62편의 수필, 저자의 말, 직접 저자가 찍은 사진작품으로 묶었다.
1부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11편), 2부 비우면서 사는 인생(13편), 3부 탐욕이라는 병(13편)
4부 김 교사와 초보 교장(13편), 5부 한 번쯤 간이역에 내리고 싶다(12편)
저자

송민석

저자:송민석
학교,동대학교육대학원졸업
전남대학교대학원,서울대입학사정관과정수료
<문학춘추>(2006),<수필문학>등단(2010)
검찰청형사조정위원,광주일보칼럼니스트
한국문인협회,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주월백마부대참전
여수부영여고교감,여수충덕중,여천고교장
전라남도교육청고등학교평가단장
고입·대입검정고시출제위원

전라남도교육연수원강사
전라남도교육청장학재단이사
교육부‘통일교육장학자료’편집위원
GS칼텍스재단공익사업자문위원
통일부‘전남통일교육센터’대표
통일교육위원전남협의회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자문위원
국립대학대학입학사정관(UNIST)

국민훈장석류장(2012),옥조근정훈장(2008)
대통령표창(1998),교육부·통일부장관표창(4회)
전남대학교총장상(1975),오늘의스승상(성균관,1987)
장원사도대상(장원문화재단,2007)
은펜상(광주일보,2006)

목차

작가의말

1부마음이따뜻한사람들(11편)
5월의행복나들이.14
아버지의자리.18
마음이따뜻한사람들.22
가정방문과통닭.28
칭찬은고래도춤추게한다.32
국화옆에서.38
우리들의부끄러운자화상.42
장수시대위기의부부.45
추석,희망의보름달을띄우자.48
인지도와지지도.51
성공의기회가보장되는나라.56
휴대전화에코를박고사는사회.59
통일비용과분단비용.62

2부비우면서사는인생(13편)
비우면서사는인생.68
순광보다는역광이다.72
추석에는스마트폰을잠시꺼두자.75
교사분발없이교권없다.78
대학가지않아도행복한세상.81
다양성이존중받는성숙한사회.88
학력과실력이공존하는사회.92
피그말리온이되는교육.95
탈북자울리는‘원산지표시’.98
설렁탕과통일연습.101
‘러브인아시아’의잔잔한감동.104
사회지도층의솔선수범.110
새출발하는초임교사들에게.114

3부탐욕이라는병(13편)
‘그때그시절’을아시나요?.122
탐욕이라는병.125
‘라떼상사’와공감의자세.128
학벌주의와패자부활전.136
세월호를기억해야하는이유.139
세계가인정한우리의효사상.143
부모님과함께하는송년을.148
갈길먼‘성숙한사회’.151
가짜가판치는세상.155
교육강국의지름길.159
먼저온작은통일.162
소셜미디어의횡포.165
사회전반의구조개혁이필요하다.169

4부김교사와초보교장(13편)
김교사와초보교장.176
경술국치의아픈기억.180
국격을높이는자누구인가.184
노년을잘살아야성공한인생이다.187
이웃과소통하는온정의손길.192
절제교육과살맛나는사회.196
세계와벽을쌓는한국교육.199
입학사정관제전형.204
턱밑까지다가온지방소멸.207
선거는민주주의의꽃.210
인성교육의요람은가정.213
남의눈을의식하는사회.216
상대적박탈감을느끼지않는사회.219

5부한번쯤간이역에내리고싶다(12편)
한번쯤간이역에내리고싶다.228
강물처럼흐르는것이인생이다.232
가방끈이전부가아니다.235
얼굴없는기부천사들.239
양계장닭이아닌토종닭처럼키우자.244
패자부활전과‘시험공화국’.247
‘학생부종합전형’소고(小考).252
고흥입향조충강공송간(宋侃).255
‘봉하마을’다녀오던날.258
노인과어른무엇이다른가.262
코로나바이러스가전하는메시지.265
인구절벽대한민국.268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5월의행복나들이>

5월이오면가슴이설렌다.
매년이맘때면아내와함께나들잇길에나선다.오늘처럼비가그친5월의아침은새롭게단장한새색시같다.제자들에게줄돌산갓김치를싣고고속도로를달리면서행복감에젖는다.비온뒤산허리를휘감은안개가한폭의동양화를보는듯하다.고속도로옆흐드러지게핀아카시아꽃들도박수를보낸다.아내와함께대화를나누며가는길이행복으로넘친다.
제자들이초청한스승의날행사에참석하기위해첫부임지학교에가는길이다.33년전장성읍내모고등학교에신규발령을받았었다.제자들에게부담이되지않으려고참석을거부하는아내를설득하여나이50이다된제자들을만나러가는길이다.제자들의얼굴이주마등처럼떠오른다.교직에서첫담임으로열정만을앞세워시험기간에는일요일에도등교하여함께공부하던우리였다.
매년스승의날이있는5월이면참석하는연례행사다.첫담임을맡았던64명의학생중에서40여명의제자와20년넘게만나고있다.7년전부터는제자부부가함께참석하게되어가족한마당잔치가되었다.가족이모이면서부터수도권과전남지역을번갈아가면서모임을갖는다.
해마다개최되는사은회겸친목회인셈이다.3년전일요일에는내가교장으로근무하는여수에서모임을가졌다.광주와서울에서관광버스2대로찾아온제자들은우리학교교직원들에게나눠줄푸짐한선물까지마련했다.점심은광주에서공수해온뷔페식으로체육관너른공간을둥근탁자로장식하여진한감동을주었다.
어느해는서울의소공원에서,어떤해는인천연안부둣가운동장에서부부동반이7년째이어져오고있다.전생에보이지않는인연의끈이있는것은아닐까.제자의결혼식주례를서고,그이후자연스럽게지금까지도한가족으로지내고있으니말이다.
수도권에서만날때는우리부부의왕복항공권에다호텔예약,사은품까지마련하느라꽤큰비용이든다.올해는장성모교에서모임을하게되어새벽6시에서울에서출발해내려왔다고한다.진행순서에따라꽃다발및기념품증정,담임교사의30분특강을마치고기념촬영을하였다.이어서각자부부가함께나와자기가정의근황을이야기한다.사회생활을해온제자들의다부진모습들이학교때와는사뭇다르다.점심을먹고난뒤에는서울과전남팀으로나눠족구경기를하고노래방기계를설치하여가족대항노래자랑도한다.모두가그시절로돌아가정겨움이넘친시간이었다.
아울러학창시절수북이쌓인추억거리들이봇물터지듯터져나왔다.지각이나결석을하면그날중으로가정방문을강행하던일,종례때아침에제시한영어단어를암기하지못하면벌을받던일등은해마다이야깃거리의단골메뉴로등장한다.
서울제자들이타고온전세버스기사도도시에서만자라시골출신들의정겨운모습을보니부럽다고했다.삭막한도시에서눈치보며경쟁하다고향의품안에서친구들과느긋한한바탕의어울림은새로운활력소가될것이다.
지난교직생활을되돌아볼때,철들면떠나는것이인생이듯교육의본질이무엇인지알만하자퇴임하게되었다.벌써정년퇴직한지1년이다되어가니세월이빠르게느껴진다.
천하의인재를얻어교육하는것을맹자는군자삼락(君子三樂)의하나로꼽았다.천하를다스릴인재는아닐지라도평생담임교사를믿고따르는제자들을두었다는것처럼행복한일이또있을까.어떤직장이평생이만한보람을느낄수있을까.비록교사의길이외롭고험난한가시밭길이었지만숨차게달려온날들이헛되지않고보람이었음을다시한번일깨워준하루였다.
(2009.5.17)

<아버지의자리>

각종면접에서지원자를파악할수있는중요자료가‘자기소개서’다.인사담당자는바쁘다.성의없는자기소개서를찬찬히검토할여유가없다.“저는엄격한아버지와자상한어머니밑에서자랐습니다.”입사원서에이런내용을쓰면반드시떨어진다는마법의문장이다.
나는7년동안국립대학에서입학사정관으로활동했다.면접관은애매하고추상적인용어나인터넷에서떠도는상투적인표현이나오면표절부터의심하게된다.취업준비생의최종목표는취업이다.자기소개서의추세조차파악하지못하는지원자를어디에쓰겠는가.‘엄격한아버지와자상한어머니’로시작하는자기소개서는쓰레기통으로직행이다.물론엄격한아버지와자상한어머니는죄가없다.
아버지의헌신적인사랑을담은소설《가시고기》가2000년초화제가된인기도서였다.백혈병에걸려죽음의문턱까지내몰린어린아들에대한시한부인생을산부성애(父性愛)를그린눈물겨운작품이다.
가시고기는자식에대한아버지의사랑이강한물고기다.암컷이산란후죽고나면수컷은그때부터아무것도먹지도않고알옆에서보름동안지느러미를계속움직여알에맑은산소를공급한다.다른물고기들이가시고기의알을먹기위해침입하면피투성이가되도록싸워그들을내쫓는다.이렇게사투를벌이다체력이소모되면가시고기수컷은새끼들이있는쪽으로머리를향하고일생을마감하게된다는줄거리다.초등학교교과서에소개된가시고기의육아일기는이시대아버지부재를고발하는듯하여깊은감명을주고있다.
오늘날은아버지부재의시대라할만큼아버지의역할에관한혼동과갈등이존재한다.요즘아이들이생각하는아버지는과연어떤모습일까.아마도‘돈벌어다주는사람’‘눈뜨기전에나가고잠든후에들어오는하숙생’모습으로비치고있는것은아닐까.이러다보니세상이온통어머니만있고,아버지는없는세상이되어버린듯하다.그나마매달연금을받는아버지는어느정도노후생활을즐길수있다.그러나그것조차시원치않은아버지는나이들수록아내의사랑을받는애완견을부러워할정도라고한다.그렇다고집안에든든한울타리가되었던아버지의자리를내려놓고쉽게물러설수도없다.그만큼무겁고어려운자리가아버지의자리다.
농경시대부터아버지는삶의경험을전수하는자상한안내자였다.아들은아버지를따라파종하고타작을하는등농사요령을배웠다.농경시대에는장유유서(長幼有序)가삶의지혜였고세상질서였다.그시절에는‘아버지의자리’라는게있었다.한국의전통적온돌문화에서아랫목은아버지만의공간이었다.그자리는아버지의권위로상징돼그누구도아랫목에앉을수가없었다.
그러나농경사회에서산업사회로바뀌면서아버지들의자리가점차사라져가고있다.특히디지털시대가되면서변화속도는상상을초월할정도로빠르게변화하고있다.먼저배웠다는것이반드시경쟁력으로이어지지않는다는점이다.요즘젊은이들은자유시간대부분을인터넷과함께보내고있다.세상누구와도실시간교류가가능한세상이되었다.‘아빠는몰라도돼’라는자식들의말투에우울해하면서골방으로밀려나고있는건아닐까.
아버지의부재현상이확산하는것은바람직하지않다.가정의균열은곧사회붕괴로이어질수있기때문이다.‘아이들은아버지등을바라보면서자란다’라는말이있다.비행청소년은사실상이런아버지의부재로인한심리적방황을겪고있는경우를교육현장에서종종볼수있다.힘들때나기쁠때나언제든지찾아가도변함없이맞아주는고향의느티나무같은존재가아버지의자리다.
(2022.8.24)

<마음이따뜻한사람들>

15년전쯤이다.화엄사노고단·반야봉·천왕봉에이르는43.2km를3박4일간지리산종주를마치고시천면중산리쪽으로하산하였다.
땅거미가질무렵진주에도착했으나순천행버스가방금출발하고난뒤였다.그때나와친구는진주에서숙박할형편이못되었다.그곳물정을몰라옆사람에게물었더니택시를타면방금출발한버스를잡을수있다고알려주었다.택시를찾았으나보이지않자옆에있던건장한체구의50대남자가팔을걷어붙이고자기일처럼요리조리비집고다니며우리와함께뛰었다.그때마침정문을나서는남해행버스를발견하고부리나케달려가기사에게순천행마지막버스를잡아달라고부탁하는것이었다.그런그에게가슴이찡하게감동하였다.
우리를태운남해행젊은버스기사역시질박한경상도사투리였지만친절하기는마찬가지였다.앞차를잡으려고최선을다하는모습이역력했다.때로는한적한시골길을속도도무시한채질주도하였다.마침곤양에들렀다나오는순천행버스와마주치자,전조등을깜박거리며신호를보내힘겹게차를잡아주었다.가슴을졸이며1시간정도를달려다행히순천행버스에오를수있었다.부랴부랴진땀을빼며차를잡아주면서도젊은기사는우리에게버스비도받지않았다.고맙다는인사에당연히할일을했다는듯이구김살없는얼굴로미소를지었다.
경상도에서만난두분의고마움을지금도잊을수가없다.나는지금까지살아오면서얼굴도모르는사람에게내일처럼친절히대해주었던적이몇번이나있었는가를생각해보면부끄러움이앞선다.
이처럼남의어려움을내일처럼친절을베푸는힘은어디서나오는것일까.지나온나의삶에비추어볼때자신감의표현이아닐까싶다.1960년중반고등학교를졸업한뒤국가공무원시험에합격했다.첫발령이산림청소속‘서울영림서’관내였다.대학시험에합격하고도등록금때문에대학을포기한터라패배의식이팽배해있던때였다.첫발령지에서근무중,번듯한옷차림에자가용을타고온민원인에게는주눅이들어과잉친절을베풀었고,허름한옷차림일경우에는불친절했던지난일을생각하면지금도낯이뜨겁다.자신감이부족해누구에게나친절할수가없었던부끄러운지난날의자화상이다.
자신감이넘칠때는누구에게나친절할수있다.전화도없던시절,고등학교에수석합격한학생이시골집으로향하는완행버스속에서4시간남짓자리를양보하며서서가면서도지치지않고친절을베풀수있었던것은바로자신감이었다.만원시내버스에서가방을받아주는사람은자신감에넘치는사람들이다.내코가석자인사람은누구에게도눈길조차주지않는것은마음의여유가없기때문이다.그후사회생활을하는과정에서나의태도는크게바뀌어갔다.행정기관민원실을찾을때마다담당자가불친절한경우에도좀더느긋할수있었다.담당자의불친절은자기열등의식에서나온다는것을지난날내스스로경험한탓이다.
봉사정신과타인에대한배려는선진국민의1등덕목이다.미국에서공부하고온사람의이야기다.저물녘고속도로에서차가고장나옷을벗어흔들며1시간가량구원을요청하였다.그때지나가던낯선흑인노동자가40km남짓달려가서고장난자동차부속품을사다주어위기를모면할수있었다는이야기였다.선진국일수록이웃에대한배려와봉사정신이투철함이큰감동으로와닫는다.
타산적일수록질병에잘걸리고,남에게베풀기를좋아하는이타적인사람은병에잘걸리지않는다고한다.내주변에높은울타리를치고‘우리’라고부르는친밀한관계에한정하지는않았는지지난삶을되돌아본다.지금도오랜세월이흘렀지만,진주를지날때면옛일이떠올라마음이따뜻해진다.
(200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