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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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봄이다. 몇 번째 맞는 봄인가. 마음의 봄은 온 줄도 모르게 가볍게 왔다가, 떠난 줄도 모르게 가볍게 간다. 이 봄, 속절없이 흩어지는 시간을 언어로 붙들고 싶어 펜이 다녀간 흔적을 모아 또 한 번 수필집이라는 종이에 새겨 담는다. 민들레 홀씨처럼 훨훨 날아 어딘가에 정착할 것이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흙 만나 볕 좋은 곳에 뿌리내리고 나름의 생을 의연히 살아낼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일뿐인가.
방안에는 이미 들어온 봄빛 가득하고 밖에서는 유리창을 두드리며 창문을 열라고 아우성이다. 창을 열어 바람을 들인다. 나의 내면에 잠든 씨앗들을 깨우는 빛이요 바람이다. 낯선 나를 만날 때마다 진정한 나를 찾는다고 잠 못 이룰 때 내 주위를 서성인 것도 그들이고, 실은 그 모두가 나의 전부 혹은 일부였다는 깨달음을 안겨준 것도 그들이다. 이번 수필집에 실린 50여 편의 글에서 내가 다양한 목소리로 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도록 격려하고 위무한 존재들이다.
내가 글을 사랑하는 만큼 글이 나를 사랑하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 글을 쓰는 일 말고는 그 사랑을 온전히 지키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글을 왜 쓰는가? 매일 묻는다. 그리고 또 쓴다. 내일도 쓸 것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은 쓴다. 어쩌면 내가 글을 사랑한다기보다는 내 삶이 글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절실하게. 내가 글에 빚진 것이 많은 만큼, 글을 쓰면서 얻은 것들을 내 글을 읽는 독자들과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나 홀로 있을 때조차 혼자가 아니고, 나와 인연이 있는 모든 사람과 사물과의 관계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가까이 있는 가족과 친구들과 선우미디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는 봄날이 다사롭다.
저자

김영수

인천광역시강화군에서태어나동덕여중고와
상명대학교영어교육과를졸업했다.
경기도에서중등학교교사로재직하다가
2002년에캐나다로이민,
캐나다한국일보신춘문예입상
〈에세이문학〉완료추천으로등단하여
캐나다한인문인협회,에세이문학,
수필문우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제30회현대수필문학상,
제3회재미수필해외문학상을수상하였고,
저서로는수필집《물구나무서는나무들》
《먼길돌아돌아온바람》《시간의기차여행〉
《어느물고기의독백》
《멀리가지않아도특별하지않아도》
수필선집《하얀고무신》이있다.

목차

50편의수필을6부로나누어묶었으며저자의말을붙였다.

chapter1.저항하는꿈앞에서(8편)
chapter2.낙타가울었다(9편)
chapter3.저무는날의위로(9편)
chapter4.등이기억하는온도로(9편)
chapter5.오후4시30분(8편)
chapter6.당신은누구시길래(7편)

차례

작가의말ㆍ4

chapter1.저항하는꿈앞에서
나의벗,연필과함께ㆍ12
시계의숨소리가들려ㆍ16
파리목숨ㆍ20
나의무진ㆍ25
저항하는꿈앞에서ㆍ29
초록온기가그리워ㆍ34
잡초는무죄다ㆍ38
세상끝에선어미호박꽃ㆍ43

chapter2.낙타가울었다
문(門)ㆍ48
낙타가울었다ㆍ52
소망의연기ㆍ56
양파의꿈ㆍ60
작은생선굽듯이ㆍ65
눈을앞세워오는봄ㆍ69
우정의그림자ㆍ74
꼬리곰탕끓이던날ㆍ79
엄마네집ㆍ83

chapter3.저무는날의위로
며느리의앞치마ㆍ88
저무는날의위로ㆍ93
하루살이의하루ㆍ98
미래를기억한다면ㆍ102
키치,그피할수없는ㆍ106
머리깎던날ㆍ110
기억속에핀해바라기ㆍ115
누룽지냄새ㆍ119
엄마의남자친구ㆍ123

chapter4.등이기억하는온도로
채송화,너의이름은ㆍ128
카멜레온ㆍ133
나는왜걷는가ㆍ137
석양에물든갈대숲ㆍ142
조각상이된사랑ㆍ146
두얼굴ㆍ150
겨울나기ㆍ154
등이기억하는온기로ㆍ158
엄마의목소리ㆍ162

chapter5.오후4시30분
샹들리에,그휘황한ㆍ168
노련한사냥꾼ㆍ172
딱따구리의선택ㆍ176
떨켜라는이름으로ㆍ180
민이의어린새ㆍ184
오후4시30분ㆍ189
낮달ㆍ193
어쩔수가없구나ㆍ197

chapter6.당신은누구시길래
로빈네둥지에서는ㆍ202
누군가가지켜본다ㆍ206
아름다울때는ㆍ210
오래된시간ㆍ214
머리카락때문ㆍ218
당신은누구시길래ㆍ222
당신도하루하루빛나는존재였음을ㆍ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