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빨래

가을 빨래

$15.00
저자

최잠숙

저자:최잠숙
경북에서태어나(1962)
글이좋아출판사에서근무하였다.
<문학미디어>(2020)로등단,
우암문학상수상(2022)을하였다.
현재는문학미디어회원,우암문학회회원,
청주가톨릭문인회회원으로활동하면서
취미로색소폰연주를하고있다.

joanna2098@naver.com

목차

서문4
김홍은|참회의삶이되지않도록혼魂을담았다187

1.가을은젖은빨래
조각난하늘에도햇살이13
백신16
껄껄껄20
가을은젖은빨래24
아무렇게나피는꽃은없다28
달빛속으로32
초겨울단상37
안녕치알봉40

2.내인생최고의날
맥파麥波47
플러스마이너스2050
내인생최고의날53
신발밑창59
대파한줌의행복63
오!좀멋있는데66
노봉방주는사랑을싣고70
해변의아침75
취醉하다79
하나빼고83
장맛비내리던날87

3.아버지의땅
내가좋아하는것93
촌로의봄날97
아버지의땅101
그대꽃잎에입맞춤106
회장님우리회장님111
수탉의비애118
손좀잡고가지122
빈둥지127
묻어버린아픔131
시골뜨기들의겨울나기137
4.무채색봄
아름다운동행145
민들레와국화149
날깨운메일152
무채색봄156
만금할머니의홈런볼160
충성!그어른164
이비그치면169
아들이뭐길래174
무궁화는피고지고178
옥순씨183

출판사 서평

참회의삶이되지않도록혼魂을담았다
-최잠숙수필집≪가을빨래≫에부쳐

김홍은수필가

I.시작하며

문학은만물로부터얻어지는체험과상상을기조로하는사상을오감의언어로들려주는예술이다.일상의삶으로부터얻어진다양한경험을갈고닦은통찰의이야기들로누군가와나누고싶은심리에서엮어진글이바로수필이아닌가하는생각이다.
수필을읽다보면,고통의생활속에서인생의보람을느끼고슬픔과기쁨의대화도나누고행복함을누리기도한다.이런과정에서진솔한삶의철학을담아낸글이,바로정감있는수필이라하겠다.문학작품이담고있는사고(思考)는작가개인의경험과가치관을복합적으로표현하는결과물로이는단순히이야기를전달하는것을넘어,작가가세상을바라보고해석하는방식을깊이있게인식하고있는,삶의철학을들려줌에빠져들게된다.
수필은우주만물을탐구하며,세상을이해하고,더나아가새로운가치를창조하려는작가의지적,정서적노력의체재라고할수있다.독자들은작품을읽게됨으로작가의깊은사유의세계로이끌려간접적으로경험하고,자신의사고를확장하는경험을얻게된다.≪가을빨래≫작품집이바로그러하다.

Ⅱ.耳順의인생고갯마루에서

최잠숙의수필집≪가을빨래≫에는육십고개를넘은인생삶의발자취를돌아보는글로감동을주고있다.제목으로부터주는심리적감동이담긴언어의이끌림에스스로책을펴들게만든다.삶의주옥같은언어들이잠든영혼을일깨우고생활의여정을새로운방향으로인도하여주고있다.
작가최잠숙은가정주부로색소폰동아리활동을하며,한편으로는요양원에서요양보호사로봉사하며살아가는수필가다.

가을빨래작품은일상으로부터겪게되는어떤갈등으로부터일어난처지를우회적으로표현하고있다.사랑을베풀어야사랑받을수있다는평범한삶의철학과,회칠한무덤에대한진정한의미를조금알게된것도같다고하는이순의삶을들려주고있다.

할딱거리며올라선이순의고갯마루에서나의가을을어떤모습일까.어떤색일까.또나의겨울은어떻게채색해야할까.
나도모르게들어선어둠이나를짓누를때가있었다.툭툭던지는무의미한말들에상처를받기도했다.수군대는뒷담에날을세우기도했다.말이말을만들어말위에말이쌓이고,그위에또말들이쌓여말의쓰레기들이쌓였다.말의홍수에떠밀려휘청거렸다.저녁노을처럼물들고싶었던나의가을에얼룩이번지고있었다.나는어느새말의무게를달고,길이를재고있었다.
늦은아침으로먹는소금빵이속빈강정같다는생각이듦과동시에회칠한무덤이연상되었다.무덤에회칠을하다니,왜?라는의구심이들었다.이스라엘에서는부정을타지말라는의미로무덤에회칠을했다고한다.
-<가을은젖은빨래>중에서
이순의고개를넘어서면서자신의정체성과,본질을지키며살아야겠다싶어작가는많은생각을한다.황혼길에든생명들을위해봉사하는터전에서사람과사람을대하다보면오해도오고갈수있을것이다.공자말씀에이순이되면귀가순해진다.어떤말이든모든것을순리로받아들이는나이라고하였다.
예로부터언중유골이라고말속에도뼈가있다고하지않았던가.인생을살다보면말도많고,탈도많다.발없는말이천리를간다.아니땐굴뚝에연기나랴.하지를않나,인간사세상은구차스런말들이끊이지를않는다.말한마디로천냥빚을갚는다는소중한말도있고,침묵은천금이라는금언도있지않던가.
이토록말이란소중함이거늘‘말이말을만들어말위에말이쌓이고,그위에또말들이쌓여말의쓰레기들이쌓였다.’라며말의홍수에떠밀려휘청거렸다니참고견딤이얼마나고통스러웠으랴.
화자는저녁노을처럼물들고싶었던가을에얼룩이번지고있었지만너그럽게‘말의무게를달고,길이를재고’있었다니이미말의의미를알고[知言],말하고있는사람을알고[知人]있음의처지를점잖게표현하며편벽된말,방탕한말,간사한말,회피하는말,둘러대는말들이회칠한무덤으로느껴졌음을비유하고있다.인내하는마음은인생처세의높은경지에서상황을내려다보고있는듯하다.
사람이살아간다는것은이기(理氣)를떠나거나도덕을의식하지않을수가없다.어떻게살아가야바르게사는것인가.자신을성찰하고반성하며그릇되지않게사람답게사는길을터득함을들려주고있다.

나를돌아본다.이웃에게비친나의모습은어떠한지,늘한결같은마음으로언행이일치된삶을살고있는지,말이나행동에서위선적이고,과장되지는않았는지곱씹어본다.혹여말로상처를주지는않았는지.겉은화려하고아름답게보이지만냄새나는썩은살과뼈다귀를감추고있지는않았는지.나의가치관과맞지않는집단이나환경에무리하게적응하려하지말고,나자신의정체성을,본질을지키며살아야겠다.
-<가을은젖은빨래>중에서
이문장은자신의삶을성찰하며반성하는자세가보다가치있는성장의방향으로이끌어가려는인생관을느끼게한다.반성을통하여잘못됨이없나자신의행동을되돌아보며,앞으로과오를범하지않는삶을살아가기위해신중하게처신하려함이돋보인다.
자신의감정을숨기거나잘못을더깊이있는성찰로실수하는삶이되지않도록,조심하며바르게살아가려노력함이진실되고아름답게느껴져온다.삶의의미를찾고반성을통해남다른자신의모습을세워놓기위해성찰함이멋진인상으로다가온다.세심한성찰로타인과의관계를더욱깊이있게만들어가려는가치관이뚜렷하다.

<아무렇게나피는꽃은없다>는작품은,겨울의길목우체국에서있었던상황이다.모처럼내것이아닌내것을보내기위해들른우체국이다.보내는마음이야허전할수도있겠지만받는사람을생각하며미소를지어본다는서두다.또한,우체국에창틀위에있는앙증맞은액자속의글가운데유독눈에들어오는글귀가있다고한다.
‘들꽃은아무렇게나피지만아무렇게살지는않는다.’
순간,이글을쓴사람이몹시궁금해졌다.‘들꽃들을아무렇게나피는꽃으로생각하는그는누굴까?나와는너무나다른시각을가진사람도있구나’라는생각이들었다.봄이면지천으로피어나는들꽃들을아무렇게나피어나는걸로생각하다니?달콤한커피생각이간절하다.유독들꽃을좋아하는나라는사람이더이상한건지도모르겠다는생각이들었다.
-<아무렇게나피는꽃은없다>중에서

<아무렇게나피는꽃은없다>의작품을읽으면감성의표현과시각적오감이예사롭지않다.문장이재치있고맛깔스럽다.어떤의식의깨어남으로들려주는듯한수사적언어의문장이사유함을담은시적표현이다.‘내것이아닌내것을보내기위해’……라는문장은독자의관심을끌게하고있다.
한편우체국벽에걸린켈리그라피글의‘들꽃은아무렇게나피지만아무렇게살지는않는다.’의의미에는견해차로반박하기보다는그심정을,달콤한커피생각이간절하다고유회(幽懷)하였다.유독들꽃을좋아하는화자는자신이더이상한건지도모르겠다는생각이들었다며,상대방의오류를오히려본인에게로돌리는겸손함이소박하게문장의깊이를더하여주고있다.화자는들꽃들의삶을생각해본다며,한알씨앗으로남아,길고긴겨울을차디찬땅속에웅크리고앉아봄을기다리는그들의인내와생명을의미를들려주었다.
‘아무렇게나태어나서아무렇지않게살기는쉽지는않을터이다.의미있게태어났으니의미있게살아가는것일것이다.
세상에존재하는모든것은의미없는것은없다고생각한다.’며,식물의생태학적탄생의고통과정을함축하여표현을심오하게들려준다.모든생명의가치를낮은곳으로돌아보며,아무렇게나피는꽃은없음의통찰(洞察)을피력하였다.
수필은체험이면서도사유하는문학이다.작가의사유력(思惟力)이돋보인다.

<내인생최고의날>작품서두의후반부분의내용이다.
“며칠을찜찜한기분으로보내고있는데직장에서전직원건강검진을하라고했다.우편으로받아본검진결과표에이상소견이있으니재검하라고했다.재검일정을잡아병원을방문했다.검진결과는암癌이었다.순간올것이왔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
아무리정신력이강한사람이라도암이라는진단을받고나면심리적으로착잡하였을것이다.그러나화자는당황하거나놀라지도않고차분하고침착하다.수술날짜를잡고수술을마치고도오히려가족들에게미안해하는아내답고,어머니다운모성애의깊음을담고있다.우리들생활에어머니의모성애적표현중에‘비록여자는약하지만,어머니는강하다는’말은남자들에게는믿음이되고힘을안겨다준다.가족들이얼마나가슴을졸였을까.

진료를위해병원으로가는지하철역에서였다.나의기도에대한응답인듯평소에는잘보이지도않던하나의문구가퍼뜩눈에들어왔다.
“Thebestdayhasyettocomeforme.”
(내인생최고의날은아직오지않았다.)
그래.아직내인생최고의날은아직오지않았어.이루어놓은것도남길것도없는데여기서포기할수는없지.나의삶은지금부터야.맥풀린다리에힘을싣고다시달려보는거야.삶은희망이니까.힘을내자암은병이아니라내몸이주는신호라고했어.다지고또다졌다.한결편해진마음으로내딛는발걸음이가벼워졌다.
나의기도에응답해주신하느님께감사드리며,난오늘벼랑끝에서비상을꿈꾼다.내인생최고의날을위하여.
-<내인생최고의날>중에서

최잠숙작가는매사를그냥스쳐지나가는법이없다.
대학(大學)수신편에보면,‘마음이있지않으면보아도보이지않고,들어도들리지않고,먹어도그맛을모른다(心不在焉,視而不見,聽而不聞,食而不知其味)’라는글귀를떠올리게하고있다.누구든지어떤환경의처지에이르게되면마음이다잡아지고,건성이던마음도차분해져보이는것도들리는것도신중하게됨은됨의경험을들려준다.
‘내인생최고의날은아직오지않았다’라함이보이고느끼게됨은신중함이다.자신은물론,병상의투병중인환자분들에게까지도현재의고통에굴복하지말고,앞으로더좋은날이올것이라는강한믿음으로용기를주고있다.암을이겨내고건강을되찾는날,앞으로펼쳐질새로운삶의시작이기약의바람이다.비록지금은힘든시간을보내고있지만,내삶의현실을인정하고현재에충실한의지를다하겠다는굳은마음이타인에게도희망을준다.
암이라는병상의경험을통해삶의의미를다시금깨닫고,앞으로의삶을더욱가치있게살아가겠다는의지가자신을통하여희망과용기를갖도록함이주목된다.
‘내인생최고의날은아직오지않았다.’작가에게도‘인생최고의날’을위하여하느님도끝까지응원할것으로믿는다.

<촌로의봄날>작품은생전의아버지모습을떠올려놓은글이다.
‘무뚝뚝하고,표현력부족하신분.타고난농사군.시골뜨기’아버지를생각하면떠오르는단어들이다.내기억속촌로의인생은늘따스하고부지런한봄날이었다.우리의봄은아버지의못다핀진달래로왔다며,‘아버지는이세상누구보다도어머니를사랑하는남편이었고,어머니는사랑받는아내셨다.’라고들려주며아버지의순박하셨던모습을이렇게그려놓고있다.

꽃을유난히도좋아하는어머니를위해장독대옆에화단을만드시고,분꽃,작약,모란,국화등을심어사계절꽃을볼수있게하셨다.양귀비꽃이예쁘다는어머니말에양귀비를심었다가검시관에게혼쭐이나셨던아버지.우물위에는포도넝쿨을올려그늘을만들어주셨던내아버지.겨우내꽃을볼수없음이안타까워겨울눈이채녹기도전에못다핀매화가지를구해오시던우리아버지.
-<촌로의봄날>중에서

한남자가사랑하는아내를위해,아침저녁을지을때마다오고가는장독대옆에다꽃밭을만들어꽃을심어행복한마음을갖게하여준정성이그려져온다.
봄이오면아름다운작약이피고,오월이오면꽃중의꽃(花中之花)이요,부귀영화를상징하는모란이피어남을보면서아내는남편에게남다른사랑을느꼈을것이다.여름이면분꽃,봉선화도피어나꽃잎을따손톱에꽃물도들이게하고,우물가에는포도덩굴을올려그늘을만들어주는다정한부부의정이포도꽃향기로스며나게하고,사랑을알알이맺어놓음이다.국화를심음은가을이면짙어가는그윽한꽃향기로흘러가는세월을묵언으로인생의진리를들려주려는뜻이었으리라.
화자는부모님의인연을,부부로맺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