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을 담다

별빛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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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총 54편의 수필을 6부로 나누고, 이방주 평론가의 발문과, 저자의 말로 묶었다.
1. 하늘빛을 담으려면(9편)
2. 바닥짐(9편)
3. 별빛을 담다(9편)
4. 소금향기(9편)
5. 이웃(9편)
6. 우주 여행자(9편)
저자

고미화

출간작으로 『어디로 가는 걸까』 등이 있다.

목차

작가의 말
이방주 | 별빛을 찾아가는 사유의 여정

1. 하늘빛을 담으려면
하늘빛을 담으려면 12
노을 앞에서 17
디어 마이 프렌즈 고독 21
어느 하루 26
휴게소에서 30
공산성에서 33
고결한 순간들 38
재래시장에서 42
여름이 되기로 했다 47

2. 바닥짐
가을 서정 54
바닥짐 57
창 62
푸른 쉼표를 찍으며 66
침묵의 행간에서 69
그곳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73
베란다 콘서트 77
어떤 하루 82
길이 말을 건넸다 85

3. 별빛을 담다
뮤지엄 SAN에서 92
달빛 과자 95
별빛을 담다 99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의 하루 103
아름다운 사람들 108
착각 112
별마로 천문대에서 115
피아노는 어디에 119
커피를 내리며 123

4. 소금향기
시간 여행 128
바다가 시작되는 곳 132
소금 향기 135
등대 139
새들이 날았다 142
오월의 눈꽃 145
초록 정원에서 149
후박나무 꽃향기 152
여행길에서 157

5. 이웃
비 오는 날 162
곡선의 말맛 166
엘리베이터에서 169
이웃 173
말 한마디에서 178
등잔 밑을 걷다 183
복숭아 향을 담으며 187
사각지대 191
가을 애상 196

6. 우주 여행자
우주 여행자 202
어떤 아름다움 205
벚꽃 단상 208
거짓말의 미학 212
새들이 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217
봄빛에 띄우는 221
사소한 단상 224
겨울 산정 227
시간 속을 거닐다 231

출판사 서평

마름하기

고미화 수필가가 첫 수필집 『별빛을 담다』를 상재한다고 한다. 원고를 받아보니 더 반갑다. 그는 수필 〈하늘빛을 담으려면〉 〈후박나무 꽃향기〉가 2018년 월간 《한국수필》 8월호(통권 202호)에 신인상으로 당선되어 게재되면서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 그의 문학을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 그간 《한국수필》 《수필과비평》 《수필미학》 《수필세계》 같은 국내 유명 수필 전문지에 작품을 발표하여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우리 고장 일간지 《충북일보》에 짧은 수필을 연재하면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수필집 『별빛을 담다』 원고를 천천히 읽었다. 작품집을 펴내지 않았을 뿐이지 등단 이후 멈추어 있는 작가는 아니었다. 꾸준히 붓끝을 다듬고 글 밭을 갈아 김을 매면서 벼리고 담금질해 왔기에 기대가 더 컸다. 권두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수필을 향한 수련의 과정에서 수필에 대한 관점이 정립된 모습이 보였다. 그의 수필관을 이렇게 정리한다.

-일상에서 잃어버린 체험을 반추하여 제재로 삼는다.
-삶의 세계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위안의 끈을 되살려 주제로 삼는다.
-독자에게 잃어버린 것들을 찾는 기회를 주면서 공명을 얻는다.
-살아가면서 마음의 창에 걸어 놓을 수 있는 별빛을 소망한다.

짤막한 그의 소회에는 수필가로서의 살아온 과거와 그리고 갈고 다듬는 현재와 문학으로써 독자들에게 다가갈 미래의 소망이 담겨 있다. 창작에 임하는 작가의 고백이다. 일상에서 겪은 체험의 기억을 소환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 독자와 함께 나누는 문학이 수필이라는 생각이다.
등단 이후 지면에 발표했거나 발표하지 않은 작품 전 54편을 6부로 나누어 ‘삶의 향기-쉼표 하나-별사람-이웃-희망’이라는 주제로 가름하여 수록한 것으로 보인다. 함께 수필 창작을 공부한 문우로서 54편을 하나로 꿰는 언어로 말하고 싶다. 그래서 찾아낸 단 한 마디가 ‘별빛을 찾아가는 사유의 여정’이다. 그의 글에서는 자아가 소망하는 별빛에 대한 정의가 보이고, 별빛에 대한 그리움이 보이고, 별빛을 향하는 여정이 보였다. 그리고 그 여정에는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관계를 지어가는 사유가 존재한다. 당연히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죽음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을 경건하게 받아들이고 거룩함으로 승화할 수 있는 사유의 경지에 이른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작품에 나타난 그의 인식 세계이다.
수필은 삶의 세계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다. 작가가 지니고 있는 인식의 세계를 알아보지 않고 수필을 읽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에 인식의 세계를 알아보지 않고 작품을 덮어두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문학작품을 읽은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작가의 세계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았다면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작업이 또 있다. 그것은 바로 형상의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다. 일상에 대한 해석을 통하여 얻은 삶의 철학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하여 어떤 언어, 구성, 문체를 사용했는지 알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 수필문학은 2000년대 들어 양적으로 팽창하고 질적으로 성장하였다. 특히 2020년대 이르러 체험을 소환하여 해석하고 상상하는 구성으로 수필문학의 독자성을 유지해 오던 전통 수필에 철학성과 서정적 민족 정서를 수용하여 미적 감동을 불러오는 변환과 성장을 가져왔다. 더구나 최근에는 철학적이고 교시적인 아포리즘을 표면에 드러내지 않고 소소한 일상의 서사에 담아내어 독자층의 호응을 크게 얻어내고 있다. 고미화는 이 시기에 수필가로 등단하고 등단 이후에도 계속하여 수필 창작 수련에 전념하였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필관을 바탕으로 인식의 세계를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비교적 감성적이고 서정성을 드러내는 그의 개성적인 문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는 것도 작가와 독자 사이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미화의 사유 단계는 전통에서 많이 벗어난 듯하면서도 전통적 구성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 구성법도 아울러 알아보고 급변하는 2020년대 한국수필 문단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별빛, 영혼이 승화하는 초월적 매체

고미화가 소망하는 별은 무엇일까. 그에게 별은 그리움이고 아쉬움이다. 별은 푸른 사연을 담고 있으며 그래서 찬란한 푸르름으로 영원성을 획득했다고 했다. 별빛은 가슴 시린 사람에게 더 가까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에게 별은 꿈이고 희망이다.
우리 문학에서 별빛은 그리움과 추억, 어둠 속의 희망, 순수한 영혼, 영원한 진리를 상징한다. ‘빛바랜 동심이 올라와 세월의 무게를 덜어낸다.’라고 했듯이 멀리서 아련히 빛나는 별빛은 도달할 수 없는 대상을 상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개 잃은 사랑, 떠난 사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기도 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방향성을 잃지 않는 것을 토대로 한다. 삶은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간을 통과하는 여정이다. 혹여 지금 어두운 시공간을 지나가는 중이라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밤하늘을 바라보자. 짙푸른 창공에서 조용히 보내는 별빛의 응원을 놓치지 말자.
밤이 더 깊어지고 있다. 푸른 별빛이 한 아름 담긴 하산 길이 충만하다. 영월 여정 마지막을 천문대로 정한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튿날 남한강 줄기를 거슬러 오는 귀갓길이 은빛으로 환하다. 신화가 되기를 거부한 낮별들이 강물 위에 내려와 유희를 즐기고 있다. 초가을 맑은 햇살에 은방울 같은 별꽃들이 눈부시게 고운 몸짓으로 우리를 배웅한다.
「별마로 천문대」에서

이 작품에서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별빛을 보고 있으면서 그것은 절망 속에서도 어둠과 공존하는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이상과 꿈과 동경이 이 별빛에 담겨 있다. 더구나 낮에 보는 강물의 반짝임까지도 별로 인식하기에 이른다. 「별마로 천문대」를 비롯한 여러 편의 작품에 드러난 고미화의 별빛은 때로는 인공의 불빛에서 밀려나기도 하지만 내면의 순수함, 고귀한 양심, 정신적 가치를 지니는 영혼의 빛으로 반짝인다. 이러한 별빛은 아스라하게 멀리 보이는 것처럼 우리네 삶에서 초월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신성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고미화는 꿈을 이루기 위한 방향성에 관심을 갖는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인간에게는 고난과 고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배가 방향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바닥짐을 들어 설명했다. 작가는 그의 작품 「바닥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정신적 고통이든 육체적 고통이든 방향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갖기 위해서라도 마음의 바닥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또한 별을 찾아가는 사유의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에도 적당한 바닥짐은 필요할 것이다. 급변하는 세파 속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 발맞추어 살아가다 보면,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관점으로 상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마음의 바닥짐이 부족한 나는 간혹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부딪혀 흔들리게 되면, 강풍을 만난 배처럼 요동치는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곤 한다. 내면의 바닥짐이 가벼운 탓이다.
「바닥짐」에서

그는 수행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견고한 ‘마음의 바닥짐’을 갖기 위해서, 설익은 말도 담아낼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사고의 사각지대를 인정하는 지혜’를 필요로 한다. 인간은 현실이 행복하고 우아하다 하더라도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바닥짐이라는 중력이 없으면 허공에서 흔들거리며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는 별빛을 찾아가는 사유의 여정에서 끊임없이 정신적 수행을 계속한다. 수행 과정에서 고통을 나무의 우듬지에서 발견한다. 「어떤 아름다움」에서 ‘인고의 시간이 응결된’ 우듬지의 굵은 옹이에서 시련에 굴하지 않고 의지를 불태운 나무에 경외심을 갖는다고 했다. 고통과 시련이 승화된 아름다움에 향기가 배어있음을 확인한다.
별빛을 향하는 사유의 여정에서 고통이든 아름다움이든 현실을 수용하여 순화하면서 자아가 지니고 있는 가치를 견지하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그의 작품에서 별빛은 영혼의 승화와 소망의 빛으로 가는 초월적인 매체가 되었다.

사랑, 소리 없이 번지는 향기

고미화는 사랑을 ‘소리 없이 번지는 향기 같은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소리 없는 사랑은 소리 없이 스며들어 누군가의 가슴을 충만하게 한다며 그 속성을 밝힌다. (「후박나무 꽃향기」에서) 국어사전에서는 사랑을 ‘사람이나 존재를 아끼기 위하여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이라고 한 풀이에 비해 매우 시적인 표현이다. 철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사랑을 ‘자기와 타인의 경계를 넘어서는 마음의 움직임’, 즉 타자를 향한 긍정적 에너지의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플라톤은 사랑(eros)를 ‘결핍에서 비롯된 아름다움에의 동경’이라면서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아름다움, 즉 진리로 나아가려는 상승 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선함을 인정하고 함께 나누는 윤리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별빛을 담다』에 수록된 사랑을 제재나 주제로 한 몇 편의 작품에서 고미화는 사랑에 대하여 자신을 생각의 중심에 놓는 자세를 버리고, 다른 사람과 고통을 함께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실천적 행동으로 보았다. 자신이 실천하는 사랑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작품에 대상으로 등장하는 어머니, 시부모, 남편, 아들, 딸, 손자, 동생, 시매부 등의 가족-의 가슴에 소리 없이 스며드는 향기라고 규정하고 실천한다.
사랑의 실천을 제재로 한 작품 「공산성에서」는 어머니와 사위의 관계를 통하여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성찰한다. 「재래시장에서」는 어머니를 모시고 재래시장에 가는 서사를 통하여 불효를 반성한다. 그밖에도 손자, 아들, 딸, 동생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 가족들에 대한 실천하는 사랑을 제재로 한 작품이 유독 많지만, 가족의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