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나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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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수필 78편을 4부로 나누어 묶었으며
정춘근 시인의 축사, 최원현 문학평론가의 해설, 3남 박정철의 〈어머니에게〉를 말미에 실었다.

1부 꿈을 향한 날갯짓(17편)-못다한 학업과 투병을 병행하는 작가의 도전과 꿈
2부 고백의 시간(27편)-수필문학을 향한 열정
3부 신호등(19편)-가족들과의 끈끈한 연대
4부 곰삭은 인연(15편)-소중한 인연을 위한 사랑의 실천


두 번째 출판기념회 때 약속했다. 대학 졸업할 때 세 번째 작품집을 출간하겠다고. 투병하는 처지였으니 셋째는 유고작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 나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는지 숱한 역경을 헤치고 드디어 종착역에 도착했다.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토닥여 주고 싶다.
올봄에 오랜 투병 생활에서 벗어났고 꿈에 그리던 대학 졸업사진도 찍었다. 뜻밖의 행운을 안겨준 ‘독서 문학상’, 상금까지 두둑이 받았다. 상금으로 사랑하는 가족, 지인들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기쁨도 누렸다. 시상식에 참석한 손녀에게 용돈과 며느리는 백화점 상품권을 주었다.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에 있겠는가.
지난 시간 돌이켜보니 깊은 산 속에서 새벽을 여는 창작활동은 몸과 마음을 정화 시켜주기도 했었다. 상처로 얼룩졌던 지난날들, 마음 깊은 곳에서 숨죽여 있다가 글의 씨앗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도 했다.
제2 수필집을 출간하고 육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유일한 손자가 탄생했다. 그러다 보니 여덟 명의 손주를 소재로 한 작품이 여러 편 수록되었다. 나의 손주들이 먼 훗날 할머니와 함께했던 추억을 한 번쯤 기억해 주겠지, 작은 소망을 해본다. 글 속의 주인공이 되어 준 이웃과 친구들, 언제나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 준다.
저자

임민자

『한국수필』로등단(2011.)
철원문인협회지부장역임
한국방송통신대국문과졸업(2026)
사)한국문인협회회원
사)한국수필문학회이사
한국수필문학작가회이사
수상:강원작가상(2018.)
한국수필독서문학상대상(2025.)
저서 ≪박하꽃향기≫
(2015.세종문학나눔우수도서선정)
≪보물창고≫
(2019.세종문학나눔우수도서선정)

목차

축하의글|정춘근
작가의말 6
해설|최원현
일상의자갈밭에서캐낸영혼의보석,삶이문장이되었을때 281

1부꿈을향한날갯짓
꿈을싣고떠나는황혼역 14
인생문장과책 18
나는여전히할일이많다 21
마르지않는샘물 27
꿈을향한날갯짓 31
그날을기약하며 35
나를찾아가는길 38
마지막시험 41
소박한도시락 44
아낌없이쓰는보너스 47
미역국 50
별난인연 53
작은거인 57
여고생일지 60
자연에순응하며살기 63
글이사람을만든다 66
태풍불던날 70

2부고백의시간
고백의시간 74
든든한간병인보험 77
그리움의향기 81
글의힘 84
고향가는길 87
걱정하지마세요 90
엄마는슬프다 93
너에게쓰는편지 96
기가센여자 100
세상이왜이래 104
뚝배기 107
김장나누기 110
님의연가 113
어머니향기 116
노예의삶 120
이벤트 123
글쟁이할머니 126
전생이미화원 129
도깨비방망이 132
복받은사람 135
상처투성이손 138
소이산지뢰꽃길 141
어머니와바셀린 144
열세번째집 147
유언장 150
탑정호가나를부른다 153
역사와미래가공존하는철원 157

3부신호등
보너스유산 162
신호등 165
삼십년선물 168
빚쟁이엄마 172
기다림의미학 175
고사리주인 178
자식과노년생활 181
초보농사꾼 185
청개구리아들 188
칠공주의유산 191
질투 194
그런시절이있었네 197
2022년만우절 201
낡은포대기 204
딸같은손녀 208
둘째며느리 211
우리집복덩이 214
현대판소나기(1) 217
현대판소나기(2) 220

4부곰삭은인연
나의금쪽이 224
주인은어디갔나 227
영혼과의약속 230
호박죽쑤는날 233
때때옷 236
그림자의눈물 239
곰삭은인연 243
궁예를닮은사람 246
여보게,그만큼살다갈것을 250
하늘나라시인 253
내잔소리가보약 257
혼자산다는것은 261
너를다시볼수만있다면 266
삶의바퀴는쉼없이굴러간다 270
진주목걸이 273

책끝에
방정철ㆍ어머니에게 277

출판사 서평

일상의자갈밭에서캐낸영혼의보석,
삶이문장이되었을때
-임민자수필집「나는여전히할일이많다」

최원현수필가·문학평론가

임민자수필가의세번째수필집제목은『나는여전히할일이많다』이다.어쩌면삶의고비고비를넘어선산마루에서지나온길,넘어온고개들을내려다보며이제는긴숨을내쉬며쉬고싶을만도하다.그리고이만큼소망하던것들도이루어내었으니여유롭게즐기며살고싶지않을까.한데이번수필집제목은『나는여전히할일이많다』며그다운포부를밝히며앞으로도계속더큰꿈을이루어가겠다는다짐이고각오이다.다시말하자면임민자에게는언제나삶은마침표가아니라쉼표라는말이다.
첫번째수필집과두번째수필집의내용을알고있는입장에서그의아픔슬픔절망과소망도너무나잘알기때문에그런그가어찌보면안타까워보이기도하지만그는이쯤에서‘나는꿈을이루었다’며스스로에게해주는칭찬과위로를발판으로또한번의도약과도전을해보고싶은것이다.그역시임민자답다.

1.‘꿈’이라는이름의인내,그찬란한결실
임민자의수필은삶의승리를노래하지않는다.대신삶이끝내자신을포기하지않았다는사실을조용히증언한다.그가작품에서‘나는꿈을이루었다’는고백조차도화려한성취의선언이라기보다오랜시간스스로에게건네온작은확인에가깝다.나는아직살아있고,아직쓰고있으며,아직할일이남아있다는확인말이다.
그래서일까.그는『나는여전히할일이많다』란제목으로세번째수필집을엮고있는것이다.이수필집의중심에는‘꿈’이라는단어가놓여있으나그것은우리가흔히말하는성공의다른이름이아니다.임민자에게꿈이란버텨온시간끝에서다시시작할수있다는믿음,그리고배움과글쓰기를통해자기삶의주도권을되찾는일이다.두차례의암수술과항암,방사선치료,우울증이라는깊은어둠속에서도임민자는삶을포기하지않는방식으로공부를선택했고,글쓰기를택했다.이선택은비장하지않으며,영웅적이지도않다.오히려그래서더설득력이있다.임민자수필가의이번수필집제호인‘나는꿈을이루었다’는단순히개인적성취에대한선언이아니기때문이다.여기서말하는‘꿈’은화려한명성이나세속적인성공이아니라삶의파고속에서도끝내잃지않았던‘자기자신’에대한발견이자,그발견을문장으로옮겨낸문학적승리를의미하기때문이다.
임민자는인생의수많은갈림길에서자신을내어주며살아야했던세대의숙명을지고왔다.아내로서,어머니로서,그리고사회의일원으로서분주하게살아가는동안마음한구석에묻어두었던문학에대한열망은시간이흘러퇴색되는것이아니라오히려발효되어깊은향기를내뿜었다.그래서이수필집은그오랜기다림과인내가결코헛되지않았음을증명하는삶의보고서다.

2.진솔함의미학,숨김없이드러낸삶의무늬
임민자수필의가장큰미덕은‘정직함’이다.수필은허구의막뒤에숨을수없는장르이기에작가의인품과삶의태도가그대로투영된다.작가는자신의결핍이나아픔,혹은지나온세월의회한을미화하려하지않는다.대신그상처들을따뜻한시선으로보듬으며독자들에게건넨다.
임민자의수필은언제나삶의가장낮은자리에서시작된다.병실,부엌,아이곁,학교책상,새벽의컴퓨터앞.이책에실린글들역시특별한사건보다견뎌온시간의무게를정직하게기록한문장들이다.그래서그의수필은꾸밈이없고,감정을과장하지않으며,독자를설득하려들지도않는다.다만한사람의삶이어떻게끝내무너지지않고자기자리를만들어가는가를조용히증명할뿐이다.
작가의글속에선일상의사소한사물과사건들이특별한의미로재탄생된다.텃밭의채소하나,스쳐지나가는바람한자락에서도삶의진리를길어올리는관찰력은그가얼마나세상을애정어린시선으로바라보고있는지를잘보여준다.이러한진솔함은독자로하여금‘이것은작가만의이야기가아니라바로나의이야기’라는깊은공감을불러일으킨다.

3.고난을건너는지혜,해학과긍정의서사
임민자수필가의문장곳곳에는고난을대하는작가만의독특한태도가배어있다.삶의무게가어깨를짓누를때,그는절망에빠지기보다그상황을객관화하고때로는해학적으로풀어내는여유를보여준다.이는오랜세월삶의풍파를겪어낸사람만이가질수있는‘연륜의미학’이다.
작품속에서그려지는가족에대한사랑과헌신,그리고인간관계에서오는갈등과화해의과정은현대인들에게잊혀져가는‘관계의가치’를일깨워준다.특히서툴렀던과거의자신을용서하고현재의소박한행복에감사하는작가의목소리는독자들에게커다란정서적위로를안겨준다.

4.문학적성취,단단한문장과사유의깊이
이번수필집에서돋보이는또다른점은문장의단단함이다.수필가로서오랜시간문장을갈고닦아온흔적이역력하다.군더더기없는담백한문체는읽는이로하여금거부감없이글속으로빠져들게하며,문장과문장사이에배치된사유의깊이는책장을덮은후에도긴여운으로남는다.
‘나는여전히할일이많다’라는문장은이책전체를관통하는정신이다.그것은노년의다짐이자삶에대한태도이며,문학을대하는저자의윤리이기도하다.임민자의글에는자신의고통을과시하거나감정을증폭시키는장치가없다.대신병실의냄새,항암의메스꺼움,도시락을싸들고가는학교길,손주들의재롱같은구체적인삶의장면들이차분하게놓여있다.그장면들은설명보다먼저독자의마음에닿는다.
이수필집에서또하나주목할점은자신의삶을끊임없이객관화하려,는태도다.가족에대한애정도,자식과손주를위해내어준시간도미담으로봉합되지않는다.오히려그안에서생겨나는갈등과망설임,포기하고싶은마음까지도솔직하게드러낸다.그래서이책의정서는감동이기보다신뢰에가깝다.독자는이삶앞에서고개를끄덕이지않을수없다.
문학적으로볼때,임민자의수필은기교보다체험의밀도가돋보인다.‘마르지않는샘물’에서밝히듯,그의글은책상위에서만들어진것이아니라현장에서길어올린언어다.농사일,요양사생활,간병의시간,배움의현장은곧글의원천이된다.삶을겪지않고서는쓸수없는문장들이이책의곳곳에서살아숨쉰다.그래서그의수필은삶과문학사이에서흔들리지않는다.삶이먼저이고,문학은그삶을견디게한방식이었음을이책은분명히보여준다.
작가는단순히과거를추억하는데그치지않고,‘지금여기’에서의삶을어떻게의미있게채워나갈것인가에대해끊임없이질문한다.이러한구도자적태도는그의수필을단순한에세이의차원을넘어한권의인생철학서로격상시킨다.이렇듯그는문학을통해자신의삶을완성해가고있다.

5.잊히지않는향기로남을문장들
임민자수필가의글은화려한수사로치장된조화(造花)가아니라대지에뿌리를박고비바람을견디며피어난생명력의들꽃과같다.그래서그향기는자극적이지않지만오래도록가슴에남는다.
그는《나는여전히할일이많다》에서이렇게말한다.꿈은이루는것이아니라살아내는것이며,문학은잘쓰는기술이아니라다시일어나는힘이라고.이책을덮고나면독자는묻게될것이다.나는지금내삶을얼마나진지하게살아내고있는가,그리고나는아직무엇을포기하지않았는가를.그래서그의수필은삶과문학사이에서흔들리지않는다.

수필속가족이야기는애틋하지만과잉되지않다.특히배움의서사는이책의중요한축이다.방송통신중·고등학교,그리고대학에이르기까지이어지는저자의학업여정은단순한개인사라기보다,뒤늦게라도자기삶의주인이되려는한인간의존엄한선택으로읽힌다.“나는야,대학생이다”라는자기암시는웃음을자아내면서도깊은울림을남긴다.이책은나이가들었다는이유로꿈을접으려는이들에게도조용하지만강한반론을제시한다.또한이책에는손주,자식,이웃,친구,문우들로이어지는관계의온기가살아있다.여덟명의손주를향한시선은애틋하지만소유적이지않고,가족을위해자신의시간을내어놓는선택역시희생의미담으로포장되지않는다.오히려그안에서흔들리고갈등하는마음까지솔직하게드러낸다.그래서독자는이글들앞에서감동하기보다먼저신뢰하게된다.이사람이겪은삶이라면,이문장을믿어도되겠다고.

최원현수필가·문학평론가/한국수필창작문예원장/한국수필가협회7대이사장/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