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의 서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 박영 장편소설)

위안의 서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 박영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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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위안의 서』. 201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저씨, 안녕》이 당선되며 문단에 데뷔한 저자는 그동안 생업에 종사하며 작품 발표를 일절 하지 않은 채 소설을 썼다. 그동안 아홉 편의 단편과 세 편의 장편을 썼고 그중 이번 당선작은 가장 최근에 쓴 작품이다. 녹록잖은 현실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소설에 담아낼 수 있기를 바라며 써내려간 이 작품을 통해 저자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붙들린 사람들에게, 또 자신에게 따뜻한 위안의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다.
수상내역
-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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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영

저자박영은1983년서울에서태어났다.고려대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2015년경인일보신춘문예에〈아저씨,안녕〉이당선되어데뷔했다.2017년장편소설《위안의서》로제3회황산벌청년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장수백년전의여자
2장나무의시간
3장습기
4장거스르다
5장몸

심사평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3천만원고료제3회황산벌청년문학상수상작

“온몸으로밀고나가는묵직한감동과울림의서사!”
-심사위원김인숙,이기호,류보선


한국문단을이끌새로운작품과작가를발굴하고자논산시가주최하고(주)은행나무가주관하는제3회황산벌청년문학상수상작박영장편소설《위안의서》가출간되었다.
《위안의서》는죽음앞에상실감을가진두남녀가서로를통해삶의의미를새로이발견해가는이야기로,어둠속에서빛을더듬는문학의본질적인물음을곡진한문체로담아낸작품이다.출토된유물에숨을불어넣는보존과학자남자와치솟는자살률을낮추기위해정부에서비밀리에파견한공무원여자가주인공으로등장한다.아무것도나아질게없는세상에서청동빛의건조한일상을버티는이들의교감과연대가뭉클한감동을자아낸다.
지난해말(12월20일)마감된제3회황산벌청년문학상에는모두105편의장편소설이접수되었다.1회56편,2회73편으로꾸준히증가폭을보이고있는응모작의수가월등히급증한것은황산벌청년문학상의심사의공정성과신뢰성이그만큼높아졌음을방증한다.심사위원단은옥석을가리기위한2개월간의심사끝에만장일치로박영씨의《위안의서》를이번수상작으로선정했다.
2015년경인일보신춘문예에단편〈아저씨,안녕〉이당선되며문단에데뷔한박영씨는그동안생업에종사하며작품발표를일절하지않은채소설을썼다.그동안아홉편의단편과세편의장편을썼고그중이번당선작이된《위안의서》는가장최근에쓴작품이다.
소설가김인숙,이기호,문학평론가류보선등세명의심사위원은“숨막힐듯이처절하지만아름다운소설,죽음이인물이자배경이고문체인소설,어디에서이런어둠의상상력이나왔는가,온몸으로밀고나가는감동과울림의서사”라고평했다.

네몸이소멸해가는걸막고싶어
네가마주할낯선시간을함께견디고싶어……


정안은세상을유기물과무기물로구분하는보존과학자이다.부서진도자기파편을봉합하고,시간의흐름에의해퇴색된초상화의빛깔을되찾아주는일이그의직업이다.멈춰있던유물의시간이다시움직이도록하는정안은아이러니하게도자신에게남은시간이곧멈출거라는불안감에사로잡혀있다.어릴적어머니가갑작스런죽음을맞이한것처럼자신도몇년안에비슷한결말을맞이할거라는초조함을느끼고있다.
그러던어느날그는발굴현장에서국립고궁박물관보존과학실로운송된미라를보존처리하게된다.미라의몸에서염습의들과각종장신구들을떼어내어정밀한작업을마친그는그결과물들을미라특별전에내보낸다.박물관이주최한미라특별전은그의이제까지의건조한삶을전혀새로운것으로뒤바꾸게되는계기가된다.그것은미라특별전에찾아온한여자때문이다.
여자는치솟는자살률을낮추기위해정부에서비밀리에파견한공무원이다.그자신도생의의지가가득하진않지만타인들의죽음을막는일에는책임감을갖고있다.의붓아버지의암묵적폭력과불안정한삶을꾸려온어머니아래에서성장한여자는삶과죽음의경계에서잿빛세상만을바라보며살고있다.그럼에도도태되고싶지않다는강박관념이그녀를이곳에머무르게하는유일한힘이다.
정안은미라의손을감쌌던진열장너머악수(幄手)를간절히바라보는그녀에게다가가말을건다.그리고그순간그는이제껏지켜왔던원칙들이무너지기시작하는것을느낀다.그의앞에서있는여자는죽음의세계에서건너온것만같고얼굴에는피로감과절망감이드리워져있다.정안은그녀에게자신이관람객들에게브리핑할미라특별전팸플릿을건넨다.여자는X선을비추듯자신을꿰뚫어보는그에게오랫동안감춰온비밀을들킨듯서둘러눈길을피한다.그렇게짧은만남이끝나고여자는전시회장에서사라진다.
얼마뒤미라특별전브리핑을보러나타난여자는저고리에수놓아진새가애벌레를쪼아먹는문양을설명하며죽음을미화하는정안에게항의하고싶은충동을느낀다.날마다죽음의현장을마주해야하는그녀가보기에죽음은전혀아름답지않으며냉정하고잔인한파국일뿐이다.

“제가보기에는말이에요.그무늬는바로우리에게죽음에대한적나라한고백을하고있는것같아요.남자가죽은여인의몸에입힐자신의의복에새긴게무엇인지아세요?그건바로새가한치의망설임과연민없이제굶주림을채우기위해벌레의생을끝장내듯죽음은우리인간을어느순간냉정하고잔인하게덮쳐올뿐이라는거예요.”_본문93쪽

다시사건현장으로돌아간그녀는화재사고로죽은사람들의얼굴과신분을확인하던중걷잡을수없이격렬한슬픔을느끼며팸플릿에인쇄된정안의연락처로문자메시지를보낸다.

제문자에답하지않으셔도괜찮습니다.
많이놀라셨을거라고생각해요.
이상해보이시겠죠.죄송합니다……
그렇지만저또한누군가에게지금말을하지않고서는
(……)
더이상살아있기힘들것같아서요._본문130쪽

갑작스런메시지에정안은당황해하면서도한순간마음속깊이각인된그녀를잃어버릴것같은불안을느끼며여자가보내온주소로찾아간다.그리고형체만남은재처럼앙상하게서있는그녀에게조심스레손을내밀어함께유물발굴현장으로떠나자고제안한다.
시간의지층을깨는사람들이모두사라지고어둑해진밤,달이떠오른발굴현장에서그는그녀에게이구덩이에한번들어와보지않겠느냐고말한다.안아부축하며그는그녀의이름(오상아)을처음으로묻는다.두사람은구덩이안에나란히앉아환한달빛을올려다본다.정안은어떤유물을마주대할때보다도더경건한마음으로그녀를바라본다.

그녀는그날서울로올라오며고속도로에서멀리동이트는것을지켜보았었다.그리고문득이제는죽은여자미라의몸에왜남성의의복이겹겹이감싸여있었는지에대하여알수있을것만같았다.그건죽음으로부터온몸으로사랑하는연인의몸이소멸해가는것을막아주고싶었던마음이아니었을까.철저히혼자서치러야만하는소멸의지난하고도낯선시간을조금이나마함께하고싶었던한사람의간절한의식이아니었을까하는._본문160쪽

출토된유물을복원하며죽음에사로잡힌남자,매일죽음과마주하는삶을살아내고자온힘을다해애쓰는여자의만남은어떤결말을맞이할까.

밀폐된삶을끌어안는한줄기어둠의빛에대하여
“허무맹랑한죽음과겨루어쓰고싶었다…”


소설을처음쓰기시작했을때정안은등을돌린채앉아있었다.좀처럼얼굴을볼수가없었다.그는젊은나이에죽음을앞두고있었다.시간과의사투를벌이느라여념이없었다.그가마음을닫아걸고있었기때문에글을쓰는것이힘들었다.그렇지만그가조금씩나를돌아본것은지난해여름이었다.바닥에서올라오는열기가극심했던날나는익산으로갔다.폐사지발굴작업이한창이라는기사를읽고서였다._‘작가의말’에서

《위안의서》를쓰면서박영작가는두려움과외로움에붙들린사람들에게,또자신에게따뜻한위안의메시지를보내고싶었다.죽음이야말로우리모두의공통된전제라는사실을다시금깨달았다.녹록잖은현실을버틸수있는힘을소설에담아낼수있기를바랐다.이를위해익산폐사지발굴현장에가서직접유물발굴작업에참여했고자살률을낮추려분투하는공무원을만나비밀스런인터뷰를했고고궁박물관보존처리전문가의자문을받는등취재에도공을들였다.소설의초고를쓰고다듬고완성하는데는삼개월남짓걸렸다.

해가강했던날우연히산책을하다가미술관에들렀어요.정기용건축가의전시회가열리고있었어요.다름아니라그분이돌아가신뒤방에남겨져있던물건들을고스란히옮겨온거였습니다.충격적이었어요.얼마전까지이사람은이세상에너무나생생하게살아있었고,너무나열정적이었는데,그사람은어디로갔지싶었습니다.전시실에서조용히정말격정적으로울게되었어요.당황스러웠어요.그때부터죽어가는것들에눈을떴고,그허무맹랑한죽음과겨루어소설을쓰고싶었습니다._‘작가인터뷰’에서

어찌보면소설의주인공정안과오상아는다른듯같은인물이다.하나의영혼을나눠가진듯둘다삶에대해비슷한이미지와에너지를품고있다.한순간에서로의상처를알아보고어떤그림자에사로잡혀있는지눈치채는데오래걸리지않았던것은그때문이다.
작가는이들을통해상처와불안의힘을역설한다.달이뜬밤발굴현장의구덩이에서모나고훼손된존재들이둥글게말린채나누는위안의몸짓을보라.소멸하는자들의슬픔이자운명인‘허무맹랑한죽음’에맞서려는애달픈노력,그것과다름없다.이렇듯누구든함께죽음에맞서주는사람이있다면지금당장상황이나아지지않더라도우리의삶이아주덧없지는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