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이웃 (이정명 장편소설)

선한 이웃 (이정명 장편소설)

$13.00
Description
인간답지 못한 시대, 영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뿌리 깊은 나무》,《바람의 화원》, 《별을 스치는 바람》의 저자 이정명의 장편소설 『선한 이웃』. 저자는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설에서 인간의 모든 권리를 통제하고 억압하던 불온한 시대의 흔들리는 정의와 상식, 선과 악에 주목한다. 1980년대 운동권 궤멸 임무에 투입된 정보 공작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생존을 위해 악에 부역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고뇌와 갈등, 최후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을 모티프로 생존을 위해 악에 부역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시선에서 처절했던 그 시대를 생생하게 묘사하며 힘없는 개인을 혼돈과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가는 거대 권력, 정의라는 불변의 가치가 도구적 가치로 활용되며 굴절되어가는 과정들을 조명한다.

소설은 전설적 운동가를 검거하기 위한 체포 작전을 펼치는 ‘김기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임무든 성공으로 이끌었던 우수 정보요원이었던 김기준은 최민석 검거 작전에 실패하게 되고, 그의 상관 ‘관리관’에 의해 좌천된다. 관리관은 정보기관의 상부에 위치한 인물로서 사회를 조종하고자 하는 흑막같은 인물이다. 한 번의 실패로 시위 현장에서 채증 사진을 촬영하는 현장직으로 추락한 김기준은 그럼에도 최민석을 포기하지 않았고,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최민석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의 후보군을 추려나가기 시작한다.

제일 유력한 후보는 바로 ‘이태주’라는 인물이었다. 김기준은 관리관에게 이태주를 체포하기 위해 팀을 꾸려줄 것을 요청한다. 굶주린 사냥개가 된 김기준에게 관리관은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김기준은 그만의 팀을 꾸려 그를 ‘최민석으로’ 검거할 시나리오의 연출을 맡게 된다. 우선 그를 연극계에서 촉망받는 연극 연출가의 위치로 끌어올릴 공작을 실행한다. 언론을 동원해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각색한 그의 데뷔작 〈줄리어스 시저〉를 홍보하고, 입소문을 타고 연극이 흥행하자 김기준의 팀은 연극의 불온성을 명분으로 〈줄리어스 시저〉에 참여한 극단주, 배우 전원과 연출가 이태주를 불시에 검거한다.

체포 후, 전담팀은 더욱 세심하게 이태주를 요리하는 단계에 들어선다. 심문에 있어 다른 이들에게는 가혹했지만 이태주에게만 유독 친근하게 대했고, 감각의 예민함이 극에 달할 시점 이태주에게 향 짙은 껌을 건네며 동료들의 분노를 사게끔 유도했다. 극단주와 주연배우가 구속된 반면, 이태주는 보름 만에 방면되었다. 이태주라는 자가 〈줄리어스 시저〉 식구들을 배반한 변절자라는 소문이 대학로를 떠돌면서 연극계의 미움을 사게 된 그는 고립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1987년 6월이라는 시점이 2017년 6월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저자는 80년대의 분위기를 지금의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애썼다. 일부 변용을 거쳤지만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정보 공작원들의 치열한 세계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 더불어 체호프와 유진 오닐, 체네시 윌리엄스의 작품들, 연출가 김광보의 《줄리어스 시저》, 전훈의 《벚꽃동산》, 연출가 한태숙, 이윤택, 조광화의 연극들을 통해 작품 해석에 관한 도움을 받아 불의한 세상에 등진 채 시대에 맞서고자 무대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연극 연출가 이태주의 삶을 그려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80년대를 지나온 사람들과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 모두에게 소설적 흥미를 넘어선 묵직한 울림과 충격을 선사한다.
저자

이정명

저자이정명은경북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여원〉〈경향신문〉등신문사와잡지사기자로일했다.집현전학사연쇄살인사건을통해세종의한글창제비화를그린소설《뿌리깊은나무》(2006),신윤복과김홍도의그림속비밀을풀어가는추리소설《바람의화원》(2007)을발표했다.빠른속도감과치열한시대의식,깊이있는지적탐구가돋보이는소설들은독자들의폭발적호응을얻으며한국형팩션의새장을열었다.소설《바람의화원》은2008년문근영,박신양주연의드라마로,《뿌리깊은나무》는2011년한석규,장혁,신세경이출연한미니시리즈로방영되어화제를모으기도했다.
또한윤동주와그의시를불태웠던검열관스기야마도잔의이야기를그린《별을스치는바람》(2012)은출간즉시베스트셀러에올랐으며,영국,프랑스,스페인등11개국에번역?출간되었다.이작품으로2015년영국인디펜던트외국소설상(IndependentForeignFictionPrize)에노미네이트되었으며,2017년한국작가로는최초로이탈리아에서가장권위있는문학상프레미오반카렐라(PremioBancarella)상의최종후보에올랐다.
그외작품으로장편소설《천년후에》《해바라기》《마지막소풍》《악의추억》《천국의소년》등이있다.

목차

제1부 최민석
제2부 이태주
제3부 김진아
제4부 김기준
제5부 엘렉트라
제6부 관리관
제7부 최민석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뿌리깊은나무》《바람의화원》《별을스치는바람》
작가이정명이4년만에선사하는신작소설

압도적인서사의귀환!

1987년6월과2017년6월,
세상은얼마나달라졌고우리는또얼마나바뀌었는가

선보이는작품마다마니아를양산하며대중을끊임없이매료시켜왔던작가이정명이4년만에선보이는신작장편소설《선한이웃》이출간되었다.1980년대를배경으로정보기관공작원과권력의타깃이된연극연출가간의대립을담은《선한이웃》은생존을위해악에부역할수밖에없었던이사회의주변인들이겪는고뇌,갈등그리고최후의선택을그린작품이다.전작들에서조선시대와일제강점기를배경으로역사와허구의결속을흥미롭게이끌어냈던작가는이번작품에서직접겪은80년대의한국현대사를바탕으로한층진화한서사,보다깊이있고묵직해진메시지를선보인다.
《선한이웃》은1984년서울대프락치사건을모티프로운동권의실세로지목된미지의인물과그를쫓는공작원,젊은연극연출가와그의연인그리고모든공작의배후에서있는관리자등다섯명의시점으로격동의시대를돌아본다.작가는각각의등장인물들을차분하게조명하면서혼돈과절망의구렁텅이로개개인을몰아가는국가권력에주목한다.또한그이면에서‘정의’와‘선’이도구적가치로활용되며굴절되어가는과정들을생생하게조명해낸다.특히작품말미에등장하는충격적반전은우리에게이이야기가과거에묶인것이라기보다현재에서도충분히적용될만하다는점에서작품의메시지를더욱또렷하게각인시킨다.
특히1987년6월민주항쟁30주년을맞는시점에서《선한이웃》은지난날권력의횡포에맞서촛불을들었던우리의기억과맞물리며또다른의미의결을획득한다.본작품은그저80년대를감상적으로만다뤄왔던후일담소설에서한걸음더나아가그시대의상황을보다입체적으로조명해보려한문학적시도로써독자들에게다가갈수있을것이다.

“그때우린무대위에서있었다……
세상은달라지겠지만변하는것은없을것이다”

‘김기준’은정보기관요원이된이래특유의감각으로승승장구하며엘리트코스를밟아왔다.그런그에게정보부수뇌부는그에게불가능에가까운미션을부여한다.바로‘얼굴없는’운동가‘최민석’을검거하라는것.워낙에신출귀몰하고용의주도한까닭에그는시민들사이에서영웅이되어가고있었다.그를잡기위해김기준은팀을꾸려6개월동안이나최민석을추적한다.그러나그만눈앞에서그를놓치게된다.그결과팀은해체되고,김기준은한직으로좌천된다.
한편,극작가로활동하던이태주는셰익스피어의원작을각색한<줄리어스시저>를연출하며연극계에화려하게데뷔한다.하지만마지막공연에서“로마는한사람의독재에무릎을꿇을것인가”라는브루터스의대사가문제가되어기관에연행된다.연극에참여한극단주,배우전원과연출가전원이가혹한심문을받는와중에이태주만이특별우대를받는다.결국극단주와주연배우가구속된반면,이태주는보름만에방면된다.이태주라는자가〈줄리어스시저〉식구들을배반한변절자라는소문이대학로를떠돌면서연극계의미움을사게된그는고립의상황에놓이게된다.재기를꿈꾸던그는심혈을기울여차기작<엘렉트라의변명>을준비한다.혹독한검열,밀고자라는오명,캐스팅난항,투자자의외면으로연극은표류를거듭한다.
‘김진아’는배우가되겠다는일념하나로고등학교졸업이후상경했다.매일매일허드렛일을하고,일이없는주말에는광고판을메고서샌드위치우먼을자청하기도하고,여러오디션에지원하기도하지만고된일상끝에그녀에게주어진기회는단지삼류에로극주연뿐이었다.이러한그녀는포스터에이끌려연극을보러온이태주의마음을단번에사로잡았고,이내둘은연인이된다.
이태주는김진아를보며자신이진정으로선보이길원해왔던작품을무대에올리기위해더욱심혈을기울인다.하지만김진아는이태주를보며연극을통해불의한세상에맞서려는그의의도를간파한다.김진아는이태주가품은복심에불안해한다.그는이전에도자신의욕망을채우기위해사람들을감옥에보내지않았던가.그러나그녀는연극을무대에올리기위해열성적으로이태주를돕는다.이태주는그러한그녀를만류하지않는다.
‘관리관’은아직최민석에대한집착을끊지못한김기준에게다시한번기회를준다.김기준은최민석이한명이아닐것이라는가정하에그로추정되는유력후보군을가린다.김기준은지난날의실패를딛고최민석을체포하기위해보다정교한시나리오를집필하는임무에착수한다.
맹렬한정보요원김기준은얼굴없는민주화투사,최민석을검거할수있을까?또한촉망받는연출가이태주의<엘렉트라의변명>은순조롭게공연될수있을까?역사의수레바퀴는각자의정의와신념을지켜내기위해몸을사리지않는그들을향해점점다가오고……광풍이휘몰아치던그세상속에서그들은온전히살아남을수있었을까?

권력앞에서슴없이괴물이되었던사람들,
악은그들의정의이자전부였다

빨갱이를잡고좌익분자를색출하는일은정치적신념때문이아니라그의일이기때문이었다.그는최민석을쫓기위해일한것이아니라일을하기위해최민석을쫓았다.그냥일을한것이아니라자신의일에충실했고최선을다했다.그것이제대로일하는방식이었다._144쪽

김기준은한때는법으로써정의를도모하는법관의길,아름다운글과말로사람들을풍요롭게하는문학가의삶을꿈꾸었다.하지만그는가족을빌미로접근하는국가권력의압박에시달리다결국정보기관공작원으로발탁되었다.요원으로서의삶을살게된그는잘못된세상에부역하고있음을자각하나,그책임을자신이아닌세상으로돌린다.‘범죄자’로규정된사람들을추적해나가면서김기준은이따금씩자신이몸담고있는세계에환멸을느끼기도한다.그러나그는끝까지주어진임무에충실했다.

“자기연극에나가려면콩밥먹을각오정돈해놔야되는거아닌가?”
구속된브루터스를끌어다댄농담이었다.태주는조롱당한것같았다.그의치욕감은자신이아니라뒤틀린세상을향한것이었다._68쪽

이태주는불의에저항하기위한수단으로연극을택한인물이었다.그러나그의선한행위가그만악을소환하는결과를초래하고만다.이태주는단지선한의도가이끈욕망에이끌려대사를수정한다.하지만그행위로인해주연배우등관계자들이구속되는비극적상황을맞게된다.그일로써그자신또한불행한처지에놓이고말았다.〈엘렉트라의변명〉의경우또한마찬가지다.김진아는이태주의연극출연제안에미심쩍어하면서도결국수락한다.하지만미행등을우려해몸을숨긴이태주를대신해극단의자질구레한업무들을도맡아야했다.김진아가위험을감수하면서까지이태주의제안을수락한까닭은무엇일까.김진아를사로잡았던것은바로무대에서숨쉬는배우의세계였다.이태주는사랑,꿈이라는미명하에그녀를이용한것인지도모른다.

봉투속에든것이베케트든이오네스코든그녀에겐의미가없었다.그녀는한쪽팔로그를밀쳐내면서도그의품으로파고들었다.알아?난자기를탓할수없는여자야.자기가도망자라면나도도망자고,자기가살인자라면나도살인자가될거야._126쪽

이정명은이번작품을통해시스템이우리곁의평범한사람들을어떻게악으로포섭하고불의의하수인으로부렸는지면밀히살펴낸다.그들에게정의는교묘하게작동하는악과같았다.그들은시스템혹은이념이내세운기치로인해악한존재로규정지어졌고이용당했다.하지만우리가이러한시스템에대항할때의도치않게발현되는악에대해서도작가는주목한다.그는불의가지배하는세상에서개개인은그저소멸될운명임을암시한다.

격동의한국현대사를꿰뚫는
가장한국적이고압도적인서사의귀환!

30년동안이사회에무슨일이일어났나?이질문은우리를괴롭히고부끄럽게한다.자학적이라고밖에할수없는지난9년동안의과거회귀로이질문은더욱절실해졌다.그러나나의이야기는그질문에대한답이아니다.어쩌면그비슷한것조차될수없을지모른다.다만나는이이야기가그질문의수많은다른버전중하나가되었으면한다._〈작가의말〉에서

자유가말살된사회,유린되는인권,정교하게통제되는언론,그통로로끊임없이전개되는선동과공작…….이것은나치의이야기가아니라,1980년대한국사회가실제로보여준어두운단면이다.작가가작품의배경으로1980년대를택한이유는무엇일까.작가는답하지않고한번더묻는다.‘그렇다면오늘날의우리는어떠한가?’1987년6월그리고2017년6월,그30년동안의간극에서세상은얼마나달라졌고,우리는또얼마나바뀌었는가?
검열을어떻게하면통과할수있는지노심초사하는연극연출가이태주의모습에서우리는지난날세상을들썩이게했던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사건을자연스럽게떠올리게된다.표현의자유가권력에의하여탄압당하는광경은30년전이나오늘날이나다르지않았다.
이정명은〈작가의말〉을빌려80년대의분위기를고스란히전하기위해노력했다고밝혔다.《선한이웃》은그시절을지나온사람들과살아보지못한사람들모두에게소설적흥미를넘어선묵직한울림과충격을선사할것이다.작가는항상팩트와픽션의경계를절묘하게넘나드는자신의작품들이항상역사에대한“위대하고재미있는오답”으로읽히길바라왔다.이러한작가의바람이본작품으로써더욱더절실하게독자들에게로가닿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