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 정유정 장편소설

7년의 밤 : 정유정 장편소설

$16.09
저자

정유정

소설가.1966년전남함평출생이다.대학시절에는국문과친구들의소설숙제를대신써주면서창작에대한갈증을달랬고,직장에다닐때는‘감각’을잃지않기위해홀로무수히쓰고버리는고독한시절을보내기도하였다.소설을쓰는동안아이의세계에발을딛고어른의창턱에손을뻗는중학교1학년인아들의성장모습과,스스로지나온십대의기억속에서그또래아이들의에너지와변덕스러움,한순간...

목차


프롤로그…006
등대마을…009
세령호Ⅰ…053
세령호Ⅱ…135
마티니의법칙…273
세령호Ⅲ…301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455
에필로그…514
작가의말…521

출판사 서평

전례를찾을수없는강렬한필력의여성작가,새로운소설의지평을열다!

작가는전작《내심장을쏴라》에서보여줬듯이,한국문단에서가장강력하고스케일이큰서사를구현할수있는소설가들중에한명이다.여성작가로서는무척보기드물게자신만의소설세계를단단하게구축하고,창조주로서소설속인물들을진두지휘하는카리스마를지니고있다.특히이번작품에서작가는실수로인한살인이불러온파멸,선과악,사실과진실사이의이면,결코놓칠수없는삶에대한의지등평범한필력으로는감당하기어려운소재와이야기를치밀하게재단하고완성하여독자앞에부려놓았다.
소설가박범신은작가를한국문단의‘아마존(Amazon,고대그리스전설속여전사)’으로비유하며“약한현대인들의섬세한내면을감성적이미지에의존해표출해온,내면화경향의‘90년대식소설’들이아직종언을고하지않고있는현단계에서,정유정이보여주는문학적성실성,역동적서사,통큰어필은새로운소설의지평을여는데부족함이없다”라고말했다.더불어이번작품에대해서“정교한취재를기반으로한생생한리얼리티”를지닌소설이라고평했는데이는무엇보다도서사의견고함을의미하는것이다.인물뿐아니라소설속에구현된세계의존망까지도쥐락펴락하는능수능란함과함께인간의내면을깊이응시하는태도또한놓치지않은치밀함은작가의장점중의장점이다.이토록문학적인섬세함을놓치지않고강단있게이야기를끌고나가는작품은좀처럼만나보기어려울것이다.

한남자는딸의복수를꿈꾸고,한남자는아들의목숨을지키려한다

이작품은크게두파트로나뉘어있고액자소설형태를취하고있다.안쪽소설은7년전우발적으로어린소녀를살해한뒤죄책감으로미쳐가는사내와딸을죽인범인의아들에게‘복수’라는장외정의를감행하는피해자의숨막히는대결을다루고있다.사내는아들의목에걸린죽음의올가미를벗기기위해사투를벌이고이과정에서되돌릴수없는최악의선택을하게된다.
바깥쪽이야기는‘살인마의아들’이라는굴레를쓰고세상을떠돌던아들이‘사형집행’이라는소식으로찾아온아버지의죽음과맞닥뜨리는데서시작된다.아버지의죽음은‘7년전그날밤’으로소년을데려가고,소년은아직‘그날밤’이끝나지않았음을깨닫는다.소년의목에는여전히올가미가걸려있었으며그올가미를죄는손길은점차가까이다가오고있었다.
삶이라는혼돈속에서우리는때때로가장중요한것을잊는다.작가는절실하게묻는다.우리는과연그때,‘운명이난데없이변화구를던진’7년전밤에무엇을할수있었을까.이소설의주인공들은이미파멸을향해치닫고있는삶을어떻게든이어가려고발버둥친다.순간의판단착오로삶이끝없이낭떠러지로떨어져내릴때,우리는그생을어떻게살아낼것인가.
주인공현수는낭떠러지앞에서모든것을다내려놓는상황에서도‘마지막남은공’인아들서원에대한강한부정(父情)을버리지않는다.우리가삶과정면으로대결하는가운데,절망을극복하기위한힘을얻을수있다면,아마도그힘은자신만의‘마지막남은공’에서비롯할것이다.이소설은삶을기어이이어가게만드는,“그모든것에도불구하고삶에대해‘예스’라는대답”을내놓게만드는,결국은승리하고야마는선한의지와희망에관한이야기다.

사실과진실사이의어두운협곡을들여다보는날카로운시선

이작품에는무의미하고질척거리는회상은끼어들틈이없고인생철학을논하는그럴듯한능변도보이지않는다.대신에인물마다개인적인역사와그로인한페이소스가개연성을띠고소설의핍진성에힘을보탠다.독자는어느덧물결속에휩쓸려주인공들과함께서사의끝을향해내달리고있음을느끼게된다.숨이턱턱막히지만,결코소설을손에서놓을수없다.산소탱크계기판에는산소가바닥났음을알리는숫자가나타나지만독자의마음은더깊이내려가면신비로운세계가펼쳐질것같은기대로부푼다.

운명이난데없이변화구를던진밤,
당신이라면저주받은생을어떤타구로받아칠것인가

세령호의재앙이라불리는사건에서살아남은열두살서원,세상은그에게‘살인마의아들’이라는올가미를덧씌운다.친척집을전전하던끝에결국모두에게버려진서원은세령마을에서한집에서지냈던승환을다시만나함께살기시작한다.소설가이자아버지의부하직원이었던승환에게의지하며새로운삶을시작하려던서원에게아버지의사형집행확정소식이칼처럼날아들고서원에게‘살인마의아들’이라는낙인을찍은잡지‘선데이매거진’이그를세상으로부터내몬다.서원은사람들의눈을피해승환과떠돌이생활을하며승환에게잠수를배우며살아간다.
세령호의재앙으로부터7년후,등대마을에서조용히지내던승환과서원은야간스쿠버다이빙을하다가사고를당한청년들을구조하게된다.이사건으로인해세간의관심을다시받게된서원은발신자를알수없는상자를배달받는다.상자속에들어있던소설은승환이쓴것으로7년전세령호의재앙이낱낱이기록되어있다.
승환의소설《세령호》는교통사고를당한뒤누군가에게목졸려죽은소녀를둘러싸고세령마을에서일어났던그날밤의사건으로부터시작한다.소설의주인공들은서원의아버지이며실패한프로야구선수였던최현수,최현수의아내이자악착같이중산층을꿈꾸는강은주,소설의뮤즈를찾아세령호에잠긴마을을탐사하기위해잠수를시도하는안승환,엘리트처럼보이지만아내와딸에게서슴없이폭행을가하는무자비한치과의사오영제,오영제의딸이자죽임을당한채호수속으로사라져버린비운의소녀오세령,최현수의아들이며당차고겁없는열두살소년이었던최서원이다.
서원“아저씨는나도그렇게살아야한다고말한다.나는그문장에서‘그렇게’를떼어내라고대꾸한다.”
현수“어려서부터다짐한게있어.나는내아이한테우리아버지처럼하지않겠다고.”
승환“고양이는뭔가를할퀴어야하고,개는뭔가를물어뜯어야하며,나는뭔가를써야한다.”
은주“하나만물어볼게.당신그날,내가집보러다녀오라고시킨날,여기왔어,안왔어?”
세령“보지마세요.아저씨,보지마세요…….”
영제“그런건죽였다고하지않는거야.‘영구교정’이라고해야지.”

7년전사건을복기하는것에염증을느낀서원은읽던소설을팽개치고집을나서다아버지의사형이집행되었다는전보를받는다.서원은뱃속에서격렬하게일렁이는불을끄기위해바닷속으로잠수를시도한다.죽음의문턱까지갔다가수면위로떠오른순간,저멀리자신을바라보는낯선이를목격하고,비로소서원은자신의아버지가교수대로간이유를아직도제대로모르고있었다는걸깨닫는다.그리고승환의소설을펼쳐서마저읽기시작하는데…….진실과사실사이,과연세령호의재앙이면의진실은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