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학 (제4회 제주4ㆍ3평화문학상 수상작 | 정범종 장편소설)

칼과 학 (제4회 제주4ㆍ3평화문학상 수상작 | 정범종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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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범종 장편소설 『칼과 학』. 제주4·3평화문학상의 4회 수상작인 이 책은 상감청자를 빚은 도공 고려시대 민초들의 ‘갈망’을 그린 소설로, 상감이라는 기법과 그 과정의 의미를 역사적 토대 위에 복원하고 있다. 도공이 마지막에 남기는 무늬가 바로 청학이다. 본래 아름답고 밝은 백학인데 바탕의 비색에 의해 푸르스름한 기가 서려 표현되는 청학. 도공은 청학을 한 마리만 상감하는 게 아니다. 쌍학을 상감해서 원한이 아닌 화해를 말한다. 이런 쌍학을 모아서 무리를 만든다. 무리는 하늘을 평화롭게 난다. 이것은 평화를 염원하는 도공의 마음이다. 청학의 무리는 평화에의 염원을 전한다. 더불어 평화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수상내역
- 제4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저자

정범종

저자정범종은전남보성에서태어나전남대무역학과를졸업했다.신문사와잡지사기자로일했으며경향신문신춘문예희곡부문에입선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07년5ㆍ18문학상,2016년제주4ㆍ3평화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상감청자찻잔
청기와
학의무리

제4회제주4ㆍ3평화문학상심사평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제4회제주4ㆍ3평화문학상수상작

격조높은시적문장,속도감있는서사
시대를가르는칼과세상을품은학의예술적승화


7천만원고료제주4ㆍ3평화문학상의4회수상작《칼과학》이출간되었다.1회수상작구소은장편《검은모래》,2회양영수장편《불타는섬》,3회장강명장편《댓글부대》에이은네번째수상작이다.
《칼과학》은고려시대문인과무인의갈등을배경으로고려청자에상감기법이도입되는과정에서피지배계급에서민중계급으로이행하려는천민들의갈망을그려낸작품이다.비색청자에새로운숨을불어넣는상감기법을둘러싸고,이를억압하려는지배계급과예술의혼을담아평화를기원하는천민계급의첨예한대결이세세한문체로그려진다.
왕의다회를준비하는상서시랑주상우는개경궁궐에들어온그릇들을살펴보던중그들사이에끼어있는상감청자찻잔을보고당황한다.그는그아름다움에찬탄하는한편그것이불러올변화에위협을느끼고칼잡이인동생에게상감청자를만든이를찾아서처단할것을지시한다.시대를가르는칼과세상을품으려는예술의암투가시작된다.
문학평론가염무웅,소설가이경자,현기영으로구성된제주4ㆍ3평화문학상심사위원단은“격조높은시적문장의경쾌한속도감은고전적소재를극복하기에충분했다”며“갈등구조는평화의미륵세상을불러오려는‘소신공양’으로마무리되는데,이장면이지닌극적긴장감과주제의상징성에심사위원의일치된긍정적평가를받았다”고밝혔다.

암흑의시대,차디찬바람가르고
하늘로박차오르는천년비색의노래


소설은고려때문신과무신의대립과갈등을배경으로전개된다.궁궐에서왕의다회를준비하는상서시랑을맡고있는주상우는무예연마에힘쓰는동생주상모를늘탐탁지않게여기고있다.아무리무예가뛰어나도문신의천거없이는관직에진출할수없는시대였다.어느날주상우는탐진(강진)의가마에서개경의궁궐로온비색청자들에섞여있는상감청자찻잔한점을보고의아해한다.왕궁에서는여태껏비색으로된청자만써왔다.주상우는처음본상감청자의아름다움에찬탄하면서도왕의색인비색에무늬를새긴무엄함에경계심을늦추지않는다.그리하여그는범인을색출하라는상관의지시를받고칼잡이동생을탐진으로내려보내기로한다.형으로부터늘무시를당해왔던동생주상모는이번에일을성공하면벼슬이내려질거라는형의말을믿고탐진으로내려간다.함께길을나서는이는청허라는청자감별관.
한때탐진의청룡요에서수많은제자를길러냈던장인(匠人)인청허는기억을떠올리며상감청자를개경궁궐로보낸이가누구일지헤아린다.오래전자신에게도예기술을배우고몸을의탁하러찾아왔던윤누리라는이름이퍼뜩떠오른다.이곳저곳수소문하다마침내찾아낸윤누리는여전히그곳의외진가마터에서그릇을굽고있다.그는옛날의스승청허에게고개를조아리며예의를갖춘다.

“무늬가비색을어지럽힌다고생각한적은없느냐?”
“무늬가있어야비색이더살아납니다.제찻잔을구워낸후에그걸확신하게됐고요.”
“그렇다고하더라도궁궐의찻잔에는용이나봉황이무늬로어울리지않느냐?”
“찻잔이어디에서쓰이든그무늬는왕의것이아닌제것입니다.용이나봉황은어울리지않지요.제가어릴적부터보아온학이어울리지요.”
“네무늬가새겨진찻잔은궁궐로올수없었을텐데?”
“비색청자찻잔들을상자에담을때하나를상감청자찻잔과몰래바꿔치기했지요.”
“그연유를알고싶다.”
“고려에만있는상감청자를왕께서알아야한다고진즉부터생각했어요.개경의대신과백성도알아야하고요.”_본문47쪽

청허는상감청자를궁궐로보낸이가윤누리라는사실을비밀에부치기로한다.대신그는자신과함께함께개경으로올라가서상감청자의시대가왔음을왕실에알리는게어떠냐고제안한다.윤누리는그것을받아들인다.

상서가상감청자를궁궐에들여놓을수없다고다시한번말했다.주상우는왕의응대가궁금했으나왕은말이없었다.
“폐하,상감청자를만들지못하게끔어명을내리소서.”
상서가소리쳤다.그러자대부분의대신들이입을모아서어명을내리소서,하고외쳤다.왕이눈길을허공에서형부상서에게돌렸다.
“상서,천민의물건이라고해서궁궐에둘수없다는말은받아들일수없소.궁궐의그많은비단옷은천민이치는누에에서시작한것아니오?”_본문103쪽

백성이만든상감청자를궁궐에들여놓을것인지에대한논의가조정에서이루어지고,결국왕이직접상감청자도공윤누리를만나보기로한다.조정은상감청자를받아들인다.고려는비색청자에서상감청자로바뀌어간다.윤누리는청허의뒤를이어상감청자감별관이돼궁궐을드나들고명성을누린다.또한탐진에서의인연이었던다물이를아내로받아들여가정을이룬다.
문신과무신의갈등은더극심해지고상감청자는이들사이에서중요한역할을한다.주상모는문신인형과의관계가틀어져관직진출을포기하고청자장사꾼으로변신해부를축적한다.반면형주상우는권모술수로권세가가된다.윤누리는명성에취해함부로행동하다가대비의명으로궁궐을나가게된다.윤누리는탐진가마로돌아가서다시상감청자를만든다.그곳에서그는다양한무늬를상감한다.윤누리가유명해지자주상우는이를이용해자신의세를키우려다갈등하게되고그의혀를잘라농장의노예로보내버린다.주상모역시더많은부를축적하기위해서형을이용하려고들다가오히려형에게내쫓긴다.
그즈음정중부,이의방이주축이되어눈엣가시였던문신들을죽이고조정을장악한‘무신의난’이일어난다.그들의밑으로들어간주상모는문신의실세였던형을죽여서무신의환심을사고마침내벼슬을얻는다.윤누리는농장의노예에서풀려나다시상감청자를만든다.그는힘겹게사는이들을위로하는무늬를상감한다.
당시고려의바닷가에서는미륵의새세상을기원하며통나무를갯벌에묻는매향(埋香)이성행했다.이매향에참가한윤누리의아내다물이는,죽고죽이는세상이끝나기를기원하며소신공양한다.그는아내의비원을생각하며학의무리를항아리에상감한다.

《칼과학》은고려시대를배경으로청자에서상감청자로이행하는과정을통해피지배계급에서민중계급으로이행하려는천민들의갈망을다양한재미를곁들여그려낸작품이다.위로는청자와상감청자에대한이해는물론탐미취향을가진왕실의대비에서아래로는짐승처럼짓밟히는삶을살아내는천민도공에이르기까지,다양한계급을다루는작가의핍진한공력이돋보였다.격조높은시적문장의경쾌한속도감은고전적소재를극복하기에충분했다.소설의갈등구조는마침내죽고죽이는살육의세상을끝내고평화의미륵세상을불러오려는주인공윤누리의아내다물이의‘소신공양’으로마무리된다.이장면이지닌극적긴장감과주제의상징성에심사위원의일치된긍정적평가로수상작선정에이르렀다._‘심사평’에서

비색하늘에사랑과평화를새긴첫소설
십년에걸친개작과퇴고…끝내당선의영예로


상감은칼로시작한다.도공은칼로그릇의표면을파낸다.여기에흙을채워서무늬를만든다.찻잔에학이날고항아리에모란이핀다.완성된상감청자에칼의흔적은없다.무늬는칼을넘어선다.학무늬가새겨진상감청자도편을움켜쥐고한줄,한줄써나갔다.도편의가장자리에손을베이기도하고햇빛에새하얗게빛나는학의날개에감탄하기도하면서._‘작가의말’에서

자유에대한갈망,평화에의비원은작가가오랫동안천착해온주제였다.2007년까지줄곧희곡을써오던그는1986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희곡<새연>이입선되면서작가의길에들어섰다.1980년대암울했던시대상을자유를상징하는‘새모양의연’과그것을총으로쏴떨어뜨리는사냥꾼을통해형상화한작품이었다.2007년5ㆍ18문학상희곡부문우수상에선정된<오방색양말>은상무관(5ㆍ18당시희생자들의시신을수습한곳)을찾은한여인이희생자의시신에양말을신겨줬다는이야기를듣고지었다.
《칼과학》은정범종작가의첫소설이다.그는이소설의초고를쓰고다듬고완성하는데십년의시간을보냈다.신문사와잡지사생활을하는틈틈이작품을썼다.계기는고려상감청자의아름다움에매료되면서부터였다.그는간송미술관,강진고려청자박물관등청자가전시되는곳을찾아전국을돌았다.도편을보다문득궁금해졌다.고려도공은어떻게해서상감을시작하게된걸까.거기에는무슨의미가있는걸까.질문은이어졌다.상감의무늬가운데서우리의관심을끄는것은무엇인가?그것은천년의세월을넘어우리에게어떤의미를전하고있는가?

“강진고려청자박물관에서정수사로이어지는30리정도되는길을걷다보면근처논밭에서군데군데떨어진도편(陶片)을발견할수있어요.그깨진조각들에도비색이남아있고무늬가있습니다.도편의삶.고려시대민초들의어려웠던세상살이를형상화하고싶었어요.”_‘작가인터뷰’에서

도공윤누리가사랑하는여인을생각하며학을새기고백토를채운데에서도알수있듯작가는상감의의미를사랑과평화의의미로해석한다.작가는소설속주인공에몰입되어도자기를빚기위해생활도예교실에등록하기도했다.그렇게투박한찻잔하나를만들었다.사람들과질흙처럼섞여지내면서경쟁하는삶너머의평화에대해생각했다.《칼과학》은이제소설가로서첫발을뗀그의문학적다짐일지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