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 정유정 장편소설

종의 기원 : 정유정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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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6년 동안 숨어 있던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왔다!
펴내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서사와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종의 기원』. 전작 《28》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 작품을 작가는 이렇게 정의한다.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라고.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어 놀라운 통찰력으로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려보인다. 영혼이 사라진 인간의 내면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누구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던 ‘악’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한다.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의 형을 잃은 후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준 정체불명의 약을 매일 거르지 않고 먹기 시작한 유진은 주목받는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열여섯 살에 약을 끊고 경기에 출전했다가 그 대가로 경기 도중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키고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없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 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그리고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기분 나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유진은 가끔씩 약을 끊고 어머니 몰래 밤 외출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왔다.

이번에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며칠간 끊은 상태였고, 그래서 전날 밤 ‘개병’이 도져 외출을 했었던 유진은 자리에 누워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집에 양자로 들어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의 전화를 받는다. 어젯밤부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집에 별일 없는지 묻는 해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은 피투성이인 방 안과, 마찬가지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핏자국을 따라, 아파트 복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나와 계단을 지나 거실로 내려온 유진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되는데…….
등단작인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속 정아의 아버지, 《내 심장을 쏴라》의 점박이, 《7년의 밤》의 오영제, 《28》의 박동해 등 작품에서 매번 다른 악인을 등장시키고 형상화시켜왔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던 저자는 이 작품에서 결국 스스로 ‘악’이 되었다.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순수 악인’인 유진을 그리기 위해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학습되어 온 도덕과 교육, 윤리적 세계관을 철저하게 깨나갔고, 내 안의 악이 어떤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가, 어떤 계기로 점화되고,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가는지 상세하게 써내려갔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의 본성 안에 자리 잡은 그 ‘어두운 숲’을 똑바로 응시하고 이해하며 내면의 악, 타인의 악, 나아가 삶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악에 제대로 대처해나가길 바라고 있다.

저자

정유정


작가한마디

내가왜인간의‘악’에관심을갖는지에대해대답할차례다.평범한비둘기라믿는우리의본성안에도매의‘어두운숲’이있기때문이다.이를똑바로응시하고이해해야한다고여기기때문이다.그러지못한다면우리내면의악,타인의악,나아가삶을위협하는포식자의악에제대로대처할수없다.그런의미에서‘나’의분신유진이미미하나마어떤역할을해주리라믿고싶다.

목차

프롤로그·7
1부어둠속의부름·13
2부나는누구일까·101
3부포식자·219
4부종의기원·289
에필로그·373

작가의말·379

출판사 서평

“나는마침내내인생최고의적을만났다.
그가바로나다!”
주인공유진은피냄새에잠에서깬다.발작이시작되기전그에겐늘피비린내가먼저찾아온다.유진은매일먹어야하는‘약’을며칠간끊은상태였고,늘그랬듯이약을끊자기운이넘쳤고,그래서전날밤‘개병’이도져외출을했었다.유진이곧시작될발작을기다리며누워있을때,해진으로부터전화가걸려온다.10년전자신의집에양자로들어와형의자리를대신하고있는해진은,어젯밤부터어머니와연락이닿지않는다며집에별일없는지묻는다.자리에서일어난유진은피투성이인방안과,마찬가지로피범벅이된자신의모습을확인한다.핏자국을따라,아파트복층에있는자기방에서나와계단을지나거실로내려온유진은끔찍하게살해된어머니의시신을보게된다.

비로소뭐가잘못되었는지알것같았다.머리로는이해하고있었으나실제로는경험해보지않았던것,스스로부른재앙,발작전구증세였다.운명은제할일을잊는법이없다.한쪽눈을감아줄때도있겠지만그건한번정도일것이다.올것은결국오고,벌어질일은끝내벌어진다.불시에형을집행하듯,운명이내게자객을보낸것이었다.그것도생의가장중요한순간에,가장잔인한방식으로._본문139쪽

16년전,열살의유진은가족여행에서사고로아버지와한살터울의형을잃었다.그리고몇달후부터정신과의사인이모가처방해준정체불명의약을매일거르지않고먹기시작했다.주목받는수영선수였던열여섯살의유진은약을끊고경기에출전했다가그대가로경기도중첫번째발작을일으키게되고,어머니는유진의애원에도불구하고그의선수생활에종지부를찍었다.
한없이몸을무기력하게만드는약과늘주눅들게하는어머니의철저한규칙,그리고자신을마음대로조종하는듯한기분나쁜이모의감시아래자유로운삶을살수없었던유진은가끔씩약을끊고어머니몰래밤외출을하는것으로위안을삼아왔다.그런데지난밤외출후에는집에어떻게돌아왔는지기억나지않는다.집으로돌아오고나서어머니와무슨일이있었는지도.
어머니의죽음앞에서하나씩발견되는단서들을따라지난밤의기억들을확인해나가던유진앞에,시간을거슬러망각에가려졌던끔찍한진실이서서히모습을드러낸다.

내몸은소리를죽이기시작했다.숨쉬듯욱신대던뒤통수가평온을되찾았다.숨소리는목밑으로잦아들고,갈비뼈안에선심장이느리게뛰었다.배속에서공처럼구르던긴장이사라졌다.오감이날을세웠다.몇미터거리가있는데도,겁먹은것의축축하고거친숨소리가선명하게들려왔다.세상이엎드리는기분이었다.모든것들이길을열고대기하는느낌이었다.
_본문283쪽

“운명은제할일을잊는법이없다……
올것은결국오고,벌어질일은끝내벌어진다”
정유정은진화심리학자데이비드버스의말로‘작가의말’을시작한다.‘살인’은인간이경쟁자를제거하고문제를해결하는가장효율적인방법이었고,이무자비한‘적응구조’속에서살아남은사람들이우리의조상이라는것이다.‘악은우리유전자에내재된어두운본성이며,악인은특별한누군가가아니라나를포함한누구나일수있다’는데이비드버스의논리는살인과악,나아가인간을바라보는작가의작품을이해하는하나의열쇠가된다.
사이코패스로분류되는이들이저지르는끔찍한사건을우리는뉴스를통해종종접하곤한다.우리와전혀다른사람이라고생각한그들의모습에서작가는인간본성의어둠을포착하고거침없이묘사해나간다.어린시절부터학습돼온도덕과교육,윤리적세계관을철저하게깨나감으로써비로소평범했던한청년이살인자로태어나는과정을그린‘악인의탄생기’를완성시킨것이다.

폭풍을피할항구같은건없다.도착을기다리는것말고는할수있는일도없다.폭풍의시간은암흑의시간이고,나는무방비상태로거기에던져진다.널리알려진대로,과정을기억하지도못한다.의식이스스로깨어날때까지길고도깊은잠을잔다._본문283쪽

작가는우리의본성안에숨은‘어두운숲’을똑바로응시하고이해해야한다고말한다.“그러지못한다면우리내면의악,타인의악,나아가삶을위협하는포식자의악에제대로대처할수없”기때문이다.
《종의기원》의이야기가그어떤낯선세계의이야기보다낯설면서도우리를걷잡을수없이빠져들게하고,다양한해석의결로저마다의생각할거리를던져주는이유가여기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