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를 깁다 (홍영숙 시집)

조각보를 깁다 (홍영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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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홍영숙 시인의 『조각보를 깁다』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그의 첫 시집은 시적 진정성을 잘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매우 쉽게 읽히는 친화력이 있다. 그런데도 첫 시집은 그의 언어가 대부분 사전적 의미 안에서 직조되었다. 시적 언어 구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홍영숙 시인만의 시적 목소리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변별력 또한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는 잘 읽히고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하여 모두 좋은 시라고 말하기 힘들다. 시를 말할 때 흔히 ‘말하는 방식의 새로움’, 또는 ‘발견’이라고 한다. 대중가요의 원곡자를 잘 흉내 내는 모창 가수를 훌륭한 가수라고 말하지 않고, 누구의 노래든 자신만의 것으로 해석하는 가수만이 훌륭한 가수인 것처럼 시도 자신만의 개성을 지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첫 시집을 펴낸 지 10여 년, 그동안 홍영숙 시인의 시는 문학성의 질적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눈부시게 발전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 진중한 언어, 그리고 적절한 언어 선택과 내밀해진 정신성과 밀도 있는 언어가 그것을 말해준다.
홍영숙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진 시적 경향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삶을 지향하는 실존 방식, 자연, 특히 꿈과 나무에 대한 서정을 통한 다양한 세계관, 가족애를 보여주는 작품 세계,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 태도 등이 그것들이다.
저자

홍영숙

·아호:서인당(瑞仁堂),홍그레
·수도여자사범대학국어국문학과졸업
·중고등학교국어교사역임
·2011년《문학예술》신인상
·2077년시낭송교육사
·2022년《시와사람》시등단
·제20회공무원연금문학상수상
·기억하라오월콘텐츠경연대회최우수상수상(시극)
·(사)서은문병란문학연구소시낭송회장

✽저서
시집『사랑꽃으로피고외로움잎으로지다』
『조각보를깁다』

목차

조각보를깁다/차례

시인의말

1쉽게꺾지마


조각보를깁다
시가된구두
장독대
쉽게꺾지마
호수에가면
하눌타리
세한도
지리산정령치에서
마중물
구름을키우는여자
몽돌여자
거울아누가더예쁘니
살아간다는것은
빨간,일회용
사랑니
자화상
중년의자서전
겨울두암초당
흑산도에뜬달
황혼의블루스
절해고도외도

2맹물이꽃을피운다

느티나무읽기
세량지細良池
회화나무
동백꽃서설
매화인장을찍다
영산홍
가을산
영매화咏梅畫
얼음의정신
당산나무귀
흰뼈들의주소
맹물이꽃을피운다
봄바람
밤바다
아둥바둥
서창노을속에서다
알라스카의뿌리
유채가흐르는강
나대신웃어주렴
청산도
꽃받침꽃
섬바람꽃

3어머니의골무

아버지의열쇠
물에잠긴어머니
거울속의당신
낙타
몽당연필
삼각산
시들지않는꽃
식지않는손
어머니의골무
어머니를낭송하다
어미모母
어느장인匠人아버지의공방
마주보며살아온
흙담장너머
예담길찾아서
고봉으로내리는비
해거름
빙붕氷棚
낯선땅에둥지틀다
어린모국어
돌이된송편
사랑,끝이없다

4마침표없는오월

택시
이빠진하모니카
양동시장
입다문모정
우리가낳은우리
봄날의나비떼
웃자란아파트의비상
수어手語
잃어버린길
하모니카소리가젖은골목에서
헛소문
뉴욕의매운맛
달빛에별빛에
막대자석요술
운림산방의불빛
시애틀추장의메아리
나는나는물맷군
물음표와느낌표는한빛이다
그녀가날아가는길
명옥헌이방인
마침표없는오월
배터리충전은
하늘향기

양림동펭귄마을

|해설|진정성과문학성구현의언어미학/강경호

출판사 서평

홍영숙시인은“모반위에오곡밥덮어놓은듯한상차림”을하듯아름다운시를쓴다.순식간에산동네를“모자이크비단길”로바꾸기도하고덧댈수록아름답다는신념으로누덕누덕한생에도엇박자와패랭이꽃을피워낸다.(「조각보를깁다」)“창문이시(詩)로도배된구두수선집”(「시가된구두」)에서는재미를“날개가꺾이고추락하다가도”지상을날아오르는비상에서는용기를(「새」)얻게된다.「아버지의열쇠」에는신뢰와사랑이있고,투혼의고사리에는전율과아픔이있으며(「쉽게꺾지마」)내소사천년느티나무에는구원과희망이있다.(「느티나무」)‘장독대’를“천불전부처님들”의묵언수행이나“적요한경전들”로형상화하고(「장독대」)“눈위에매화”를붉은“인감도장”으로찍어내는비유에서는(「매화인장을찍다」)탄탄한서정의힘이느껴진다.
-이지엽(경기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시인)

첫시집이후10여년가까운시간속에서시가추구하고자하는지향이더욱문학적으로승화되어있다.촘촘하게짜인언어의밀도가함의하는의미와시적정서가깊어지고풍요로워졌다.언어가단순한의미만을드러내지않고다의적(多義的)으로의미역을확장하면서도미학적구조또한견고해졌다.이러한부분은작품성을높이는데도기여하지만,작품을신뢰하게하고진정성을지니게한다.아무리언어구사가화려해도작품의효용성이떨어지고진정성을갖지못한다면시로서의가치를상실하게된다.
이러한시인의형식적특징을잘형상화한작품세계는특히시인의삶과실존의모습을노래한시에서빛을발하고있다.그렇다고그의시의주제가무겁다든가형이상학적세계에만치우친것이아니다.일상에서만나는정서적사건들을시로형상화한것들이대부분이다.그럼에도그의시가높은지경에이른것은그의정신세계가거기에머무르기때문이며언어미학의정교한운용에서비롯된다.-강경호(시인·문학평론가)


텃밭을가로지르는산책길
짜투리땅도본을뜬다
한땀한땀노루발따라가듯,
자수놀이하듯

노란유채꽃불이심지돋우면
상추,배추,파,고추모종들이
형형색색조각보로이어진다

능선에서바라보니
아득한여백이짜맞춘퍼즐처럼
이제야아물었다
모반위에오곡밥덮어놓은듯한상차림
산동네는모자이크비단길이다

누덕누덕내생도
조각보하나이으며여기까지왔나
한생을누벼온종종발걸음에
엇박자길을끼워서넣었지
덧댈수록아름답다는조각보
벚꽃도피고패랭이꽃도피어난다

-「조각보를깁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