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레시피가 다르다 (김성룡 시집)

숲은 레시피가 다르다 (김성룡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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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성룡 시인의 시세계는 시인이 살아온 삶의 총체성을 바탕으로 달리 해석되어 김성룡 시인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그의 시적 경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성찰과 깨달음의 시세계, 그리고 생명성 앙양과 이로 인한 생명의 환희, 역사의식과 전통의 가치를 표출한 시세계를 보여준다. 성찰과 깨달음의 시편들은 단독자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묻어나는데, 이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삶의 연륜이 깊어갈수록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시세계를 펼쳐가고 있다. 삶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정서적 사건과 자연의 모습에서 삶의 본질을 묘파하고 있다. 또한 생태학적 상상력에 천착한 작품들은 주로 자연을 시적 대상으로 삼고 있는바, 이것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생기발양한 생명의 힘과 생명의 가치를 형상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편 역사성을 통해 민족의 시원은 물론 향토성을 내밀하고 깊은 사유를 시인 특유의 상상력으로 이른바 김성룡식의 개성 있는 시의 전형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 강경호(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저자

김성룡

광주광역시에서태어나정년퇴직후인문학을공부하고있다.
2018년《시와사람》신인상수상으로등단하여,시집으로『숲은레시피가다르다』가있다.

목차

숲은레시피가다르다/차례



시인의말


1가을우화

가을우화
11월의반가사유
45도의경고
그대안의11월
가을채석강
꿈꾸는백년
노란줄을따라걷다
기수에게
기울어지는것
소주뼈
한바가지물
기지개켜는나무
달빛세례
도와리장場
보조개사과,달다
스몸비의거리
옆구리의교훈
외고집이돌연하게
노점露店
어떤자화상
일그러진초상
일으키다
타워크레인의꿈


2겸연쩍은봄

겸연쩍은봄
겨드랑에피는봄
까만여춘화
백악기사랑법
무화의계절
발아
봄꽃택배
봄의팡파르
응시
지음知音
지룡
전염傳染의계절
흰긴수염고래
파스카의봄
수호천사
풍영정천의반가사유
순천만흑두루미
한평그늘에게
포구가는길
여윈가을강
겨울무지개
가을은왈츠를추며온다
한바가지물
첫새벽


3직립의나라

직립의나라
천년의꿈
태조로납시오
짚신한짝
솟대가북쪽을향한이유
몽환
개운한설날
꽃잎은하염없이바람에지고
두건을쓴길
느티나무집
로즈힐
신춘을탐하다
구지봉아!
성주사뜨락에
얼씨구,어름놀이!
마지막초대
보름날보름코지
캄퐁치낭의줄탁동시
링반데룽의아침
이타카가는길
천일야화의방


4초아흐레소식

초아흐레소식
이팝나무그늘
안구건조증
일러스트레이터
지나침의역설
포구,달아오르다
늦은5시30분
무더위한평반
다시카페에서
뿌리내린의자
외마디가더부시다
어깃장의품위
시인의뜨락
불새날아오르다
바다가백수로간까닭
바람의검
신접살이풍경
슬세권
시월초여드레
아람마주앉다
어깨좀내어줄래요
이숲은레시피가다르다

|해설|
실존의형식과생명성·역사성의탐구/강경호

출판사 서평

▣작품론

실존의형식과생명성·역사성의탐구
-김성룡시집『숲은레시피가다르다』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평론분과회장)


1.
서정시는시인의세계관을통해성립된사상과감정을형상화한언어예술이다.개개인마다살아온과정이다르므로정신세계또한다를수밖에없다.사물의진실이시인의세계관에따라변별력을가진다.알다시피진실이란각각해석에따라다르게이해될수밖에없다.서정시는언어예술이기때문에세계를어떻게보느냐에따라그모습이제각각이다.이는진실이라는것이정해진답이하나가아니기때문이다.정서또한시각에따라그모습이천차만별이다.그러므로서정시는수만가지의모습으로다가올수밖에없어시인의개성이제각기나타난다.
김성룡시인의시세계역시시인이살아온삶의총체성을바탕으로달리해석되어김성룡시인만의개성을드러낸다.김성룡시인의시적경향은크게세가지로나눌수있다.성찰과깨달음의시세계,그리고생명성앙양과이로인한생명의환희,역사의식과전통의가치를표출한시세계를보여준다.성찰과깨달음의시편들은단독자인간으로서의고뇌가묻어나는데,이는보다인간다운삶을살아야겠다는의지의표현으로,삶의연륜이깊어갈수록휴머니즘을바탕으로한시세계를펼쳐가고있다.삶에서부딪치는사소한정서적사건과자연의모습에서삶의본질을묘파하고있다.또한생태학적상상력에천착한작품들은주로자연을시적대상으로삼고있는바,이것들을세심하게관찰하며생기발양한생명의힘과생명의가치를형상화하는데공을들이고있다.한편역사성을통해민족의시원은물론향토성을내밀하고깊은사유를시인특유의상상력으로이른바김성룡식의개성있는시의전형으로만들어가고있다.
이외에도김성룡시인의시는소소한일상에서삶의본질을발견하여묘파하고있다.이러한김성룡시인의언어는때로탁월한비유를구사하여자신만의시적진실에접근하고있다.

2.
인간의삶에서만나는정서적사건을통해자신의삶을개진하는일은매우중요하다.어떤계기를통해깨달음을얻어보다인간다운삶을살고자하는본능은선(善)을추구하려는인간다움에서비롯된다.이러한노력은일생을통해끊임없이이루어지며,시인의사명이며,오직인간만이이러한윤리적·도덕적인지작용을통해이뤄낸다.이때시인은시적상상력을발현하며,결과적으로시인자신만의깨달음에그치는것이아니라독자들에게도선한영향력을끼친다.이는김성룡시인의시에서매우중요한시적관심사이며그의시를이끌어가는커다란힘으로작용하고있다.김성룡시인이시적대상을바라보는주체는언제나대상을자기화하려하지않고대상에동화되려는시각을지니는데,이는대상이지닌상징적의미에동의하며대상을통해동일화하려한다.이러한김성룡시인의시는겸손의미덕을획득하고자신을낮추려는세계관을보여준다.

저문단풍과첫서리의어디쯤
트렌치코트깃을세우는어느거리에서
동동걸음으로마주치는그대,

추위로가는길모퉁이에
하냥은빛머리억새로서서
손흔들어배웅할수있을까

한해의은혜를갈무리하는이즈음에
잎잎을오방색으로단장하고
낮은곳으로낮은곳으로
내려앉는연습을
조곤조곤할수있을까

11월,그대있음으로
날로야위어가는
산그림자에게드러난
내안의웃자란헛가지들을
하나씩하나씩
가지치기하는것아니겠는가
-「그대안의11월」전문

시적주체가대상에동화되고자하는겸손의미덕을보여주는이른바자연의일부로서시적자아의태도를드러낸이작품은깨달음의메시지를전하고있다.이작품의부제인‘11월은가지치기하며온다’가암시하듯‘11월’이라는시간적공간은늦가을로지난계절무성하고푸르렀던‘자연’,즉‘나무’가“잎잎을오방색으로단장하고/낮은곳으로낮은곳으로/내려앉는연습”을하고있다.다시말해형형색색의단풍으로물들어낙엽을떨구며겨울을맞는모습에서시적화자는11월의나무가지닌‘비움’을닮고자하여동일성을지향한다.화자가이렇듯성찰과깨달음을갖게된배경은“저문단풍과첫서리의어디쯤”에서추워지는날씨에“트렌치코트깃을세우”는나무와는대척적인상황을반성한결과이다.더불어“11월,그대있음으로/날로야위어가는/산그림자에게드러난/내안의웃자란헛가지들을/하나씩하나씩/가지치기”를할수있게된것이다.여기에서“내안의웃자란헛가지들”은시적자아의욕망을상징적으로드러낸것으로반성의단초로작용하고있다.
「기울어지는것」에서는‘느티나무’라는자연을통해시적화자가균형과조화를추구하는정신성을보여준다.이작품을통해시인의정신세계를관통하는세계관을잘나타내고있다.

느티나무한그루아슬하다
곰적골로가는비탈길모서리에
직립을잃고기우뚱한데
부릅뜬안간힘이가까스로버티고있다
기울어지는것은바로서기를포기하는일
몸이흔들릴때마다세찬물결소리출렁인다
태풍은언제쯤찾아올까
활개는어느쪽으로쳐야할까
흔들리는각도에게더이상휘둘릴수없다
중력을거스르는몸부림은
바로곁너럭바위에게무릎을내주었다
아니,그가무너지는중심을
억겁의힘으로으스러지게끌어안고있다
세간의입질은아랑곳없이
태풍의발길질과맞서려는균형의추
벼랑끝에서사선과지평이
저들손이기울어진지축을받들고있다
-「기울어지는것」전문

화자는“비탈길모서리”에서“직립을잃고기우뚱”한모습으로“안간힘으로가까스로버티고있”는느티나무를바라보고있다.이러한느티나무의모습은불안하고위태롭다.“기울어지는것은바로서기를포기하는일”이기때문이다.“몸이흔들릴때마다세찬물결소리출렁인다”.태풍이라도불어오면느티나무가넘어질지도모른다.“흔들리는각도에게더이상휘둘릴수없다”.그러나“중력을거스르는몸부림은/바로곁너럭바위에게무릎을내주었다”.“너럭바위가느티나무의무너지는중심을/억겁의힘으로으스러지게끌어안고있다”.그러므로느티나무가쓰러지지않고버티고있는것이다.모든나무가지향하는직립을유지하고있는힘이느티나무의버티는힘과,이를받쳐주고있는너럭바위의힘이느티나무를비탈에서도서있게하는것이다.「기울어지는것」에서시인이전하는메시지의본질은‘균형’과‘조화’이다.느티나무와너럭바위는“태풍의발길질과맞서려는균형의추”라는단순한균형의원리만을말하지않는다.기울어지려하는것은인간의삶에도있다.‘직립’이우리모두가꿈꾸는가치라면기울어지려하는것은삶의본질에반하는것이다.이를극복해야만삶의유지될수있으므로원심력에서도직립을유지한다는것은정상적인삶을이어가는일이다.그러므로“벼랑끝에서사선과지평이/저들손에기울어진지축을받들”고있는것처럼인간의삶도이와같은원리가작용될때‘직립’이라는균형과조화,그리고생명성을유지할수있는것이다.균형과조화를통해삶의원리와본질을적극적으로묘파하고있다.
이밖에도김성룡의시편에서자연,또는사물을통해인간의삶의원리와본질을탐구하는시적경향을지향하는작품들은무수히많다.「가을채석강」에서자연을하나의캔버스로비유하고있다.캔버스는화가가그림을그리는화구이다.그런데화자는‘가을채석강’풍경을캔버스에그려진그림으로비유하고있다.가을채석강은“하나둘내려놓는”까닭에화자는“스스로가득한여백”으로인식한다.이른바‘비움’으로서‘충만’함을말한다.그러므로화자에게“가을채석강”의여백에“붓을들어/덧칠하지”말고,오히려“거침없이뛰어들어/한몸이될것”을다짐한다.「꿈꾸는백년」또한배꽃을‘수틀’에수놓아진풍경으로비유한다.배꽃아래에서배낭을짊어진사내가짐을부리지못하고있다고한다.욕망을쉽게버리지못하는인간의모습을담은이시를통해자연을바라보는시인의인식태도를엿볼수있다.
「보조개사과,달다」는시적대상을감각화한작품으로‘칼바람’,‘그늘’,‘달빛’,‘뙤약볕’,‘붉은생채기’등의시어에서짐작할수있듯여러시련을극복하여마침내“쓰라린단맛”으로영글었음을노래하고있다.

3.
앞에서살펴보았듯이김성룡의시편들은많은작품들이‘자연’을시적대상으로삼고있다.자연을통해인간의삶을비유적으로깨달음의메시지를전하는것과함께생명의본질,생명의환희를형상화한작품들역시시인의중요한화두이다.생명성은삶을유지하는근본으로존재성을지닌다.그러므로실존의의미를내포하고있다.

삼월,하고입가에올리면
벙긋하게피어오르는풍경
두릅나무흔드는연둣빛바람이
벽진천에일렁이면아지랑이번지는
함지박이하나둘씩모여든다
탁탁탁방맹이소리
깔깔깔빨래헹구는소리
쫙쫙싱그러운봄볕을끼얹는다
삼월이버들개지따라기지개를켜면
수런수런번지는
상큼한돌미나리내음
달크무레한젖내음
배부른아기염소발랄하게언덕을내달린다
모가지를길게빼던물총새가
화들짝날아오른다
겨드랑에서날개가꼼지락거린다
-「겨드랑에피는봄」전문

사물이지닌고유한특질을감각화하여구체화하는데능란한김성룡시인의시적개성이유감없이드러난작품이다.“삼월,하고입가에올리면/벙긋하게피어오르는풍경”이사물의감각화를잘보여준다.삼월이되면겨우내움츠렸던것들이생기발양한생명력을갖게되는것을감각화를통해더욱강조하는효과를내고있다.“두릅나무흔드는연둣빛바람”,“아지랑이”,“방맹이소리”,“빨래헹구는소리”,“수런수런번지는/상큼한돌미나리내음”,“아기염소발랄하게언덕을내달”리는모습,“모가지길게빼던물총새”등길지않은시한편에온통생명의기운을느끼게하는시적표현들이가득하다.생명성이왕성한삼월을이처럼활기차게하는것은당연히시인이능란하게구사하는사물의감각화에서비롯된다.이작품의대미를이루는마지막행에서“겨드랑에서날개가꼼지락거린다”고함으로써‘삼월’이라는시간성이갖는생명성을강조하는효과를거둔다.
다음의「응시」는불어난여울물이라는지난한환경조건에서생존을위해먹이활동을하는쇠백로를통해실존의고단함을살피고있다.

쇠백로한마리당돌하다
밤비에불어난여울물을가르며
미끄러지는물살을노려보고있다
그린듯캔버스를황금분할로비켜서서
벌써삼일째아직입맛을다시지못했다
거슬러오르던기름진몸놀림의
은날치는대체어디로간것일까
멀대같은다리,
부리가무담시*애꿎게다가서는날
햇살이혀를차며물살을뛰어오른다
기척에놀라허공을차고떠난빈자리를
그의눈길이부리나케쫓고있다

바람의손길이둔치를쓰다듬다지나는
풍영정천의어느갠날오후
-「응시」전문

지상의모든생명체에게생명을유지하는일은실로버거운일이다.생명이잉태되는시간부터오랜시간진화를통해생명을보존하기위해보다용이한방법으로끊임없이발전해왔다.이작품속의시적대상인쇠백로또한생명활동을위해밤새내린비에물이불어난여울물에서서물살을노려보고있다.쇠백로는사흘동안아무것도먹지못해허기가생존본능을자극하는상황이다.거친물살을거슬러올라가곤했던은날치들이보이지않는다.“멀대같은다리”가고단한삶을이어가고자하는쇠백로의현상황을암시하는데,무심한햇살만이물살위에비추고있다.“기척에놀라허공을차고떠난빈자리를/그의눈길이부리나케쫓고있”을뿐이다.무심한눈길로비가갠오후의풍영천풍경이아름답게보일수도있지만허기지고고단한쇠백로를세심하게응시하는화자의눈길은생명의본질을묘파하고있다.여기에서‘응시’는생존을위해세찬물길을바라보는쇠백로와이를놓치지않고바라보는화자의눈길이동시에내포해있으며,응시는그저바라보는것만을말하지않는다.생존본능의욕망과이를지켜보며살아있는모든것들의아픔을생각했을화자의뜨거운마음이느껴진다.
이렇듯생태학적상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