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모자를 쓴 영혼 (권현영 시집)

생각의 모자를 쓴 영혼 (권현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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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권현영 시인의 첫 시집 『생각의 모자를 쓴 영혼』은 시인의 의도가 반영되어 4부로 구성하였다. 봄·여름·가을·겨울 등 사계四季로 나누어졌는데, 내용적으로 각 계절에 맞는 정취와 시인의 시적 정서가 투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사계마다 삶의 정서가 주는 느낌도 다르다. 문학적 상징이 의미하듯 봄은 생명의 환희를, 여름은 청년처럼 왕성한 생명력을, 가을은 결실과 더불어 조락을, 그리고 겨울은 소멸과 더불어 다가올 봄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를 꿈꾼다. 권현영 시인의 이번 시집은 대체로 이러한 의미를 형상화하였다. 보다 내밀하게 말하면,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계절의 변화에서 시인은 인간의 삶의 이치이면서 자연의 순리인 기·승·전·결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모든 생명이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듯이 인간의 삶의 흐름도, 자연의 이치도 기·승·전·결로 귀결되며 완성된다. 인간의 삶에서 만나는 희로애락의 과정이 권현영 시인의 작품 속에 녹아나 있다.
-강경호(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저자

권현영

·2001년《문학춘추》로등단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회원
·광주문인협회회원
·전남여고문인회회원
·시집『생각의모자를쓴영혼』(2023)

목차

생각의모자를쓴영혼/차례


시인의말·12

제1부봄


너와나1
사랑
서른아홉해를넘어마흔의한해를
가슴앓이
그대꿈속으로
못질하기1
못질하기2
우물속의얼굴
영혼의날개를펴고
햇빛고운날
민들레
봄이고싶다
부활의아침
햇볕이좋은날
매화1

어머니2
우수
봄날
해뜨는곳으로
나무의울음
매화2

봄맞이
너와나2

제2부여름

도시의고요
은하수
해변산책
그리움을벗으며
향나무
대숲에바람불면
소나기
서어나무숲으로
물결같은그리움

흔적
꿈꾸는우도
소나무
연꽃
도라지
여행
바다
별똥별이흐르는밤
능소화
여름1
여름2
여름3
흔적

너는내게무엇인가?
새벽
하늘한조각
유월보름달
달밤
연밥


제3부가을

가을1
늘꽃처럼
토란
거미
길목
가을꽃밭
가을들판
나무
갈대
운주사
가을2
가을3
고요를먹은작은새
어머니5
그리움
카페에서
불면
낙엽속의잠
세월
소슬바람
흔적3
가을비

제4부겨울

겨울1
겨울숲
빈터
상처는무엇이되는가
이미와버린길
강물에손담그며
씨앗
담쟁이
빈들
어느아침에
눈내리면
록크라이밍
어머니1
동백1
동백2
동백3
어머니3
눈속에갇힌순결
겨울비
입동
어머니4
이별
하루
십자가
옹기
관절염
들판에서
애증
눈꽃속의봄
긴이별
삭제그다음
Seeds
YouandI
Wayofliving
Alwayslikeaflower

작품론
춘하추동,또는기승전결의미학/강경호

출판사 서평

춘하추동,또는기승전결의미학
-권현영시집『생각의모자를쓴영혼』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평론분과회장)

1.첫말
권현영시인의첫시집『생각의모자를쓴영혼』은시인의의도가반영되어봄·여름·가을·겨울등사계四季로나누어졌다.내용적으로각계절에맞는정취와시인의시적정서가투사되어있다.우리나라는사계절이뚜렷하여사계마다삶의정서가주는느낌도다르다.문학적상징이의미하듯봄은생명의환희를,여름은청년처럼왕성한생명력을,가을은결실과더불어조락을,그리고겨울은소멸과더불어다가올봄에대한그리움과기대를꿈꾼다.권현영시인의이번시집은대체로이러한의미를형상화하였다.보다내밀하게말하면,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계절의변화에서시인은삶의이치이면서자연의순리인기·승·전·결의의미를부여하고있다.주지하다시피모든생명이생로병사의과정을겪듯이인간의삶의흐름도,자연의이치도기·승·전·결로귀결되며완성된다.삶에서만나는희로애락의과정이권현영시인의작품속에녹아나있다.
권현영시인의시집에서가장쉽게만나는것은‘자연’이다.자연을통해인간의삶을비추고,또수많은정서를배태한다.그리움,기쁨,절망이거나희망을마치거울을보듯발견해내는것이다.더불어자연의모습에시적자아를투사시키기보다는동화된다.끊임없이자연을관조하는태도를보여주는것이권현영시인의시집이다.
이렇듯권현영시인이자연친화적인태도를보이며자연에서인간의총체성을찾는것은생래적으로인간을자연의일부로인식하며자연의일부로서살아가고자하는동양적세계관에서기인한것으로,이러한시인의세계관은모든사물에영혼이깃들어있다는만물유생萬物有生과맞닿아있다.

2.봄-생명성앙양과환희
사물은모두능동적으로움직이는것으로서그것의본질을영성靈性이라하여도무방할것이며그영성으로하여금감정을드러내게한것이아닐까.그렇다면그들은슬퍼하기도할것이며기뻐하기도할것이다.수수만년해마다봄이오면겨우내인고의아픔을견디다가생명력으로가득한환희에찰것이다.이러한풍경을바라보는사람도마음속으로생명의몸짓에감정의결이떨리기도한다.
권현영시인의봄을소재로한시편들에서봄이되어햇빛가득한대지의아름다움을보며온갖감정이교차함을느낀다.때로는생명의환희를,때로는지난시절봄날의어머니를떠올리며마음이울컥하기도하는감정을시로형상화하기도한다.
다음은「숲」이라는생명이말하는언어를시인이받아적은것이다.

흙내음상긋한부드러운숲길
잎,꽃달린나무마다피어나는새꿈줍고,
오월초록바람무디어진꿈깨워낸다.

꽃찾아오르는흥겨운좁다란숲길곁
갑자기지난여름벼락맞아검게탄소나무를만나
속내억울한사연몰래걸어두고돌아선다.

철쭉보라안개숲가득채워주면
송홧가루산을넘어구름되어날아가고
멀리바닷바람산으로기어올라
갈라진가슴들을어뤄주는숲길로걸어간다.

가시덤불찔레꽃달콤한향으로다가오고
찔레순분질러잘근잘근씹어물면
짐짐한풋내속에오월은깊어간다.

흙먼지발등덮고졸참나무잎피우는
숲속의소리들은바람속에묻어지고
눈부신햇살이쏟아져길어지는하얀숲길.
-「숲」전문

서정시는시인의내적감정을형상화시킨언어예술이다.사물(여기에서는‘숲’)은말을한다.일반적으로언어는소리라는감각기관을통해말하지만자연의언어는소리가없다.대신그것을느끼는사람의주관적인심상으로들을수있으므로다양하게읽히고해석된다.시적화자는일년중가장좋은계절이라고하는오월의숲길을걸으며‘흙내음’‘초록바람’‘송홧가루’‘찔레꽃향’‘눈부신햇살’을감각을통해느낀다.그것들이하는말을듣는것이다.그러므로시인을사물들이하는말을받아적는사람이라고해도무방하다.
화자는숲길에서“새꿈줍고”“무디어진꿈깨워낸다”숲길을가다가“벼락맞아검게탄소나무를만나”“억울한사연”도듣는다.화자의발길은“철쭉보라안개숲”을지나“송홧가루산을넘어구름되어날아가”는모습을바라보다계속숲길을간다.숲길에서“가시덤불찔레꽃달콤한향”기도전해듣고“흙먼지발등덮고졸참나무잎피우는”소리도듣는다.봄을맞아그야말로생명의기운이도는“하얀숲길”에이르른다.여기에서“하얀숲길”은시인의주관적인감정으로느끼는숲길이다.“눈부신햇살이쏟아”지기때문이다.
숲길에서이동하는동선을따라만나는생명체들이들려주는소리를받아적은이작품은시인의상상력이라는여과장치를통해듣는소리로환호작약하는생명성을느끼게한다.
다음작품「나무의울음」은말그대로‘나무의울음’이아니라생명이움트는생명의소리이다.

봄빛이터진살껍질을
문질러깨운다.
나무는보들보들한바람의소리를들으며
생명으로기쁨으로물올림을한다.
작고여린가지끝을허공에받들고서
긴고독의밤들을풀어낼
누군가에게손짓대신바람에기대어윙윙운다.
-「나무의울음」전문

흔히‘울음’은슬픔의감정을나타낼때사용하는말이다.그러나역설적으로기쁨을드러낼때도쓰이는말이기도하다.알다시피나무가운다고말하지않는다.현상적으로나무는울지않기때문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시인은언어의연금술사여서마법을부릴수있다.나무가우는소리를들을수있기때문이다.시인의내적울림인감정을언어로기호화할수있다.세상에는소리가아닌,오감을통해언어행위가가능하다는것을시인은잘알고있다.
봄이되어나무의껍질을뚫고새싹이나오는것은수수만년이어온생명활동이다.자연의순리이며섭리여서단한번도이를어긴봄날은없을것이다.화자는나무가‘물올림’하는것이원초적생명활동이지만“긴고독의밤”으로은유화된‘겨울’이라는어려운환경을극복하는행위임을간파한다.그럼으로써“작고여린가지끝을허공에받들”며존재할수있는것이다.나무의실존을본질적으로묘파하고있는이작품은나무가“누군가에게손짓대신바람에기대어윙윙운다.”고노래함으로써나무의언어를해석하는독법을깨우침을통해생명의경이와존재의힘을이해할수있는것이다.
살펴보았듯이시인은사물(자연)과의소통을통해특유의상상력을낳는다.「햇빛고운날」에서생명의환희를,「민들레」에서는온갖풍상을견뎌낸끝에봄볕에노랗게꽃을피운결실임을노래하고있다.「햇볕이좋은날」에서는‘빨래를하고싶다’는진술처럼봄을정화기제로인식하기도하고,「우수」에서도‘동백꽃’이라는표지를통해“볼붉힌첫사랑얼굴”로형상화시킨다.

3.여름-고통과아름다운성숙
사계중‘여름’은생명활동이가장왕성하고무더운절기이다.인간의일생으로비유하면청년시절과같다.그렇지만내면에들어가살펴보면견디기힘들기도하지만역설적으로생명체들은고난이랄수있는무더운날들을극복하여더욱성장할수있는계기로삼는다.모든생명체들은시련을통해보다성숙하는것이자연의이치인것이다.그러므로여름이라는계절을노래하는시인들은고통과상처를말하지만절망을말하지않는다.오히려고통과상처에서빛나는희망과아름다움을발견하는것이다.
권현영시인의여름시편은이글의서두에서밝힌것처럼생로병사,또는기승전결의과정에서왕성한생명력과더불어미래를위한녹색불꽃의힘을보여준다.그러면서도병들고상처를입기도하지만그것을극복하는에너지를분출하는과정으로인식하고있다.이러한모습을시인은아름다움으로승화시켜바라보고있다.

칠월의태양을사랑하는영혼이
캄캄한뻘속의줄기로말아올리며
신새벽이슬받으려고둥실펴낸잎방석

또르르굴러모아안은이슬구슬한꾸러미
캄캄한물밑세상어두움도가려주고
뜨거운태양볕을온몸으로쬐고마신다

그리던물밖세상빛으로끌어올린꽃대궁
환한아침빛에부끄러운홍조로답하고
지나는바람이샘을내어핥고
철없는손장난질물살당겨희롱한다.

한낮열정이활짝가슴젖혀보여주는웃음
살포시짓는미소로뜻을캐낸영글음은
고운옷살포시내려떨구고물위에내어주니

동실한보름달이숨바꼭질구멍마다
정갈스런마음을연밥으로여물어간다.
-「연밥」전문

권현영시인의언어는수사를구사함에요란하지않다.적절한비유를사용함으로써보다적확한언어를찾아내려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작품에서는다양한비유를사용하고있다.‘언어는존재의집’이라는실존주의자들의명제처럼시어선택을통해사물이지닌진실을밝혀내는데진력을다하고있다.‘잎방석’‘신새벽’‘이슬’‘꽃대궁’‘미소’‘보름달’‘연밥’의시어들만을추슬러나열해놓고보면시인이이작품을통해어떤메시지를던지려하는지를짐작할수있다.언어들이지닌의미들이서로작용하여보다구체적인시인의의도를드러내보이기때문이다.
연꽃은일년중가장무더운한여름에핀다.우리는흔히세한에꽃피우는매화나동백,난을군자로쳤지만,무더운날꽃을피우는것들역시군자라고할수있다.그만큼여름은견디기힘든계절이기때문이다.이러한배경에서시적으로발화된이작품은연잎을“칠월태양”속에서“신새벽이슬받으려고둥실펴낸잎방석”으로그려낸다.그리고‘신새벽이슬’이함의하는순결과정화의의미를강조한다.더불어그늘을만들어주기도하고꽃대롱을끌어올려마침내꽃을피워내는연이지닌본질을발견해내고있다.그리고연꽃이지고남은그자리에서생긴연밥에“보름달이”“구멍마다”“정갈스런마음”으로여문다고노래한다.‘연蓮’이라는시적상관물이지닌의미를시인의상상력을통해보다구체적으로형상화시키는것이권현영시인의시적전략인것이다.
「대숲에바람불면」은조선시대선비들이사군자의하나로대접했던대나무가지닌심상을현대적으로,그리고권현영풍으로노래한작품이다.

푸른물줄기뿜어내
하늘을물들이고

댓잎끝달린이슬
향기품은찻잎에떨어지면

하늘이쏟아져내린다.
대숲가득퍼진다.

얇은몸부비면서
가만히이름부르면

아득한얼굴들이
하나둘씩일어서고

댓잎은물고기떼지어
바람속을헤엄친다.
-「대숲에바람불면」전문

옛사람들이가까이하며완상하던대나무[竹]와대숲의정경을빼어나게형상화시켰다.“푸른물줄기뿜어내/하늘을물들이”는대나무의기상을‘푸른물줄기’라고시각적이미지로표현함으로써바람부는날대숲의기운이서기어리게느껴진다.더불어대나무가지닌정신성도함께발현되는효과를누리고있다.이어서“댓잎끝달린이슬/향기품은찻잎에떨어지면//하늘이쏟아져내린다./대숲가득퍼진다.”에이르러서는고고한대나무의성격을분명하게한다.특히댓잎끝의이슬이찻잎에떨어지면“하늘이쏟아져내린다.”노래하는대목은절창이다.언어가지닌멋을한껏부리면서도그것이자연스럽다.그러므로대숲은향기로가득차오름을느끼게한다.고졸미古拙美와더불어꽤세련된모던함을함께드러내는효과를보여준다.
이작품을감상할때염두에두어야할것은대숲에바람이불고있다는것이다.그러므로바람에대숲이파도처럼일렁이는모습이떠나지않는다.“얇은몸부비면서/가만히이름부르면//아득한얼굴들이/하나둘씩일어서”는모습도흔들리는대숲에서나타난다.그래서사위를살펴보면바람에문풍지처럼떠는댓잎들이마치물고기처럼떼를지어헤엄치듯하는것이다.의인법과시각적이미지를잘구사하여시적효과를극대화시킨이작품은이번권현영시집을대표하는작품이라고해도무방할정도로아주빼어난작품으로평가될듯싶다.
이밖에여름을형상화시킨작품에서「능소화」는능소화라는시적상관물을통해유년의기억을회상하고,「유월보름달」은숨막히도록아름다운유월보름달에대한다양한정서를담아낸다.「소나기」에서는‘소나기’를하나의정화기제로인식하고,「흔적」은사흘동안쏟아지는비로인한자연의힘을그려내고있다.또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