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꽃, 흔들리다 (조의연 시집)

엉겅퀴꽃, 흔들리다 (조의연 시집)

$13.18
Description
조의연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이전의 시집과 차별성을 갖는 시적 특성은 ‘길’의 심상을 노래한 시편들이다. 시적 상징으로서 ‘길’은 사전적인 의미를 넘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둠을 밝히는 기제에서부터 삶을 견인하는 이정표에 이르기까지 긍정적인 이미지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시적 경향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실존에 대한 탐구와 모색이다. 물론 대부분이 자연의 생태적 특징에서 이를 발견하는데 이러한 시적 탐구는 그의 이번 시집의 수준을 한차원 높은 경지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인의 또다른 관심사는 자연을 시적 소재나 주제로 삼고 있는 까닭에 당연히 생태학적 상상력을 강조한다. 이러한 경향 또한 기존의 생명성 탐구와는 다르게 자연의 모습을 섬세하게 관찰하며 자연이 지닌 생명성을 묘파화고 있어 참신하다.
‘길’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등꽃 피는 계절」), ‘지향하는 어떤 세계’(「길을 잃었다」), ‘천국으로 오르는 통로’(「등꽃 지는 소리」), ‘이상적 세계에 이르는 과정’(「바람소리」), ‘겨울에서 봄에 이르는 과정’(「봄을 기다리다」),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의 마음’(「해바라기」). ‘지향성’(「논길을 가다」), ‘시간의 흐름’(「가을」), ‘계절의 흐름’(「너릿재 옛길」) 등 수없이 많은 의미의 길이 있다.
- 강경호(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저자

조의연

(본명:조경자)

ㆍ전남화순출생
ㆍ한국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졸업
ㆍ1995년〈전남일보〉신춘문예시당선
ㆍ1998년〈농민신문〉신춘문예시당선
ㆍ광주문인협회,전남문인협회,국제펜클럽한국본부,
우송문학회,화순문학회원.
ㆍ광주문학상,우송문학상,동서커피문학상수상
ㆍ시집『강의어귀에서휘돌아나가다』『깊은그늘』
『거꾸로크는콩나물』『엉겅퀴꽃,흔들리다』
ㆍ동시집『뒹굴뒹굴뒹굴』등,
ㆍ공동저서다수.

목차

작가의말

제1부옹이의집

폭포아래서
불갑사의꽃무릇
옹이의집
화음和音
바다의꿈
그리움
노란장미꽃이피는집
명옥헌의실개천
엉겅퀴꽃,흔들리다
도리깨질소리
귀뚜라미울음소리
호암정원의소나무들
비밀번호
나주호


제2부이미와아직사이에서

어울리다
청춘
이미와아직사이에서
목걸이
다듬이소리
가을단풍잎에햇살이닿을때
터널입구에서
벚꽃잎무늬
봄이오면은
가을이내게로
가을발자국
벚꽃나무아래서
정자에앉아
환벽당의상사화
양배추가자라는것은
하현달


제3부까마중의영토

너릿재옛길
길을잃었다
등꽃지는소리
봄을기다리다
해바라기
논길을가다

가을
바람소리
까마중의영토
감꽃지다
가을비소리
정원의소나무들
낙엽위를걷다
옷벗는나무


제4부어린왕자를그리며

백목련피어나다
덩굴장미의가시
등불
꽃잎진다
식영정의빗방울소리
‘풍류,달빛에놀다’를보며
대숲바람소리
참빗나무
옹이
꽃잎
어린왕자를그리며
솔낭구의변辯
낙하落下
낙엽이지다
팻말
꽃무릇의시절


제5부구절초꽃의사랑

수련꽃
꿈,살다
등꽃피는계절
한옥과맨드라미꽃
양이역취꽃
동백꽃송이의꿈
봄,바람
장미의가시
돌계단,오르다
구절초꽃의사랑
봄날의꿈
지는꽃이파리
여름날
뱀딸기

작품론
자연을통한‘길’의심상과생명성,실존탐구/강경호

출판사 서평

자연을통한‘길’의심상과
생명성,실존탐구
-조의연시집『엉겅퀴꽃,흔들리다』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평론분과회장)



1.
서정시에서‘자연을모방한다’는아리스토텔레스의오래된명제는여전히유효하다.인류의역사가드러낸인간의비극을자연이지닌생태학적인특질에서발견하여자연의아름다움은물론인간의운명과삶의방식을노래해왔다.그런데인간의욕망에의해자연이훼손되어가는절체절명의순간에도인간은여전히자연을마음의중심에두고그리워하며닮아가고자한다.조의연시인의이번시집대부분의시편들도‘자연’을모범교과서로인식하고다양한자연의모습과그자연에견주어인간의삶을노래하고있다.
이번시집에서이전의시집과차별성을갖는시적특성은‘길’의심상을노래한시편들이많다는점이다.시적상징으로서‘길’은사전적인의미를넘어여러가지모습으로나타난다.어둠을밝히는기제에서부터삶을견인하는이정표에이르기까지긍정적인이미지로작동하고있다.그리고그의시적경향에서특히주목되는것은실존에대한탐구와모색이다.물론대부분이자연의생태적특징에서이를발견하는데이러한시적탐구는그의이번시집의수준을한차원높은경지로이끄는데큰역할을하고있다.시인의또다른관심사는자연을시적소재나주제로삼고있는까닭에당연히생태학적상상력을강조한다.이러한경향또한기존의생명성탐구와는다르게자연의모습을섬세하게관찰하며자연이지닌생명성을묘파화고있어참신하다.

2.
흔히우리가알고있는‘길’은사람이나동물,자동차가지나갈수있게땅위에낸일정한공간을말한다.그러나사전적의미의길만으로는시의의미를모두담아내지못한다.시인의언어는다양해서다의적多意的으로사용이가능해야한다.그러므로사전적의미를훨씬능가한다.
조의연시인의시속에서의‘길’은‘어둠을밝히는등불’(「등꽃피는계절」),‘지향하는어떤세계’(「길을잃었다」),‘천국으로오르는통로’(「등꽃지는소리」),‘이상적세계에이르는과정’(「바람소리」),‘겨울에서봄에이르는과정’(「봄을기다리다」),‘태양을바라보는해바라기의마음’(「해바라기」).‘지향성’(「논길을가다」),‘시간의흐름’(「가을」),‘계절의흐름’(「너릿재옛길」)등수없이많은의미의길이있다.
먼저「등꽃피는계절」을살펴본다.

등꽃이피었네요
가로등도없는국도변에
수만송이의등불을켜들고길을
밝히고있네요
차창에비치는희미한외딴길
터덕거리는새모래덩굴의길동무가되어
환하게별빛과어울려
치렁치렁매달려불꽃놀이를하네요.
멀리서달리는차들의불빛이
민망한듯고개를숙이네요.
보라빛깔이산등성이를환하게밝히네요
칡넝쿨도그빛을따라길을가네요.
-「등꽃피는계절」전문

“가로등도없는국도변에/수만송이의등불을켜들고길을/밝히고있”다.가로등도없는국도변의길은길이지만길이아니다.‘국도변’을지나는자동차가불을밝혀야길을갈수있다.길이있어도어두우면갈수없기때문에길이아니다.길은갈수있어야길이될수있기때문이다.“차창에비치는달빛에도희미한외딴길”을“터덕거리는새모래덩굴의길동무가되어/환하게별빛과어울려”갈수있다.그런데국도변의어둠을환하게등꽃이피어서야비로소환한길이나타남으로서길이될수있다.여기에서‘환하게’와“수만송이등불을켜고”있는등꽃은서로언어미학적인관점에서보이지않는것을밝게하므로길이나타난다.실제로등꽃이등불이될수없지만등꽃의관념이불을의미화시킨시인의상상력에의해어둠속의길을비추므로없는길이나타나는까닭에‘어둠’과‘밝음’의빛의지각력을시속에투사시켜길을만들어내고있다.그러므로“칡넝쿨도그빛을따라길을”간다는화자의진술이가능한것이다.
「봄,바람」에서도‘밝음’이‘어둠’을걷어냄으로해서길을내고있다한다.그러나“잠자던뿌리들꿈틀거리며/소리없이온힘을다해펌프질을시작”한다.봄이기때문이다.여기에서주목해야할것은‘잠’의기표가의미하는것은‘한밤’이다.그런데잠자던뿌리들이꿈틀거리며잠에서깨어나는것은‘꽃숭어리’즉‘밝음’또는‘빛’때문이다.그런까닭에봄이오는것이고생명이움트는것이다.‘빛’이‘어둠’을물리침으로해서봄이라는길이열렸다고할수있다.그러므로“먼길돌아온바람은/봄을얼싸안고햇살”을받고피어오르는것이다.‘빛’이‘봄’을부르고‘바람’을불러와“꽃이만발한미친계절”봄이라는또다른길을연것이다.
「길을잃었다」에서는‘길’의상징이랄수있는‘봄’이멀기때문에,즉“눈보라는기마병처럼북풍휘몰아오”기때문에“길잃은꽃봉오리들이떨고있”고,“아이들의발자국소리가멀어져들리지않는”상황이다.앞에서살폈던‘길’의상황과는정반대인까닭에“봄날은멀고”“새들도초저녁달빛속으로흩어”지는것이다.
「해바라기」에서는앞에서보았던‘길’과는다른길이전개된다.

해바라기해만바라본다
불볕더위에견디며서있는해바라기꽃송이들
천둥번개쳐도흔들리지않고
고개를떨구고서있는큰꽃.

해를바라보다키만자라하늘에
꿈이닿았다
그리움의가슴앓이에박힌들숨의멍자국들
씨앗으로까맣게영글어대를이어
해만바라보는조상의후예들
한줄기에서흐르는피는수만년이지나도
같은길을걸어간다
도도하게아래로흐르는강줄기

폭포를거슬러오르는자가없다.
-「해바라기」전문
해바라기는“불볕더위에견디며”“해를바라보다키만자라하늘에/꿈이닿”는다.해를좇기때문에해바라기라는이름을얻었듯해바라기는오직해를바라본다.그러므로해바라기의이러한생태적특징을‘그리움’이라고화자는말한다.이그리움의힘이해바라기를해바라기답다는정체성을만들었는데,그것은“씨앗으로까맣게영글어대를이어/해만바라보는조상의”유전자를받은“후예들”이될수있었다.이러한행위는오랜세월이지나도같은길을가게한다.이러한해바라기가살아온시간과역사를“도도하게아래로흐르는강줄기”라고화자는인식한다.참으로끈질기게오직해를바라보는해바라기의특성은하나의‘길’이며,거역할수없는‘강줄기’라고할수있다.‘강줄기’그자체가해바라기가만들어온길이아닐수없다.눈에보이지않는해를향하는정신이곧‘길’이어서폭포가늘아래로,낮은곳으로만흐르듯변할수없는해바라기의총체성이곧‘길’이라고화자는말하고있다.
이밖에도‘길’의의미를새롭게해석한작품으로는「나주호」,「낙엽위를걷다」,「옷벗는나무」,「낙하」,「낙엽이지다」,「뱀딸기」,「꽃무릇의시절」등이있다.
「나주호」는“시나브로모여든실가닥의물줄기”를하나의길로형상화하여나주호에서만나또다시어디론가로흘러가는길을묘사했고,「낙엽위를걷다」에서는“어린새싹들을위해온힘을다해싸우고/때를기다렸다가/말없이자리를내어주고내려앉아/밑거름이되는이들”의세대교체과정을길로의미화하였다.「옷벗는나무」에서는나무들이겨울이되어낙엽으로떨어져“더큰/그늘을만드는것”이라고하여「낙엽위를걷다」와같이‘세대교체’‘희생의밑거름’하는과정을‘길’로인식하고있다.이러한인식은「낙하」에서도반복되고있다.그럼으로써“떨어져본자들만다시올라가는길이/환하게보인다”고하여인간의삶에비유하여의미를확장하고있다.「뱀딸기」에서는“숲은모든길을품고있다.”라고하며생존을위해살아가는‘짐승’‘알을노리는빨간눈동자’들을‘길’로인식하여약육강식,또는적자생존의방식으로살아가는것들의제각각의삶을‘길’이라고하고있다.
이처럼이번조의연시집에서주목되는시적변화는자연이라는거대한생존의숲,또는저수지같은세계에서제각기생존을위해자신의삶을살아가는다양한생명체들의삶을‘길’로파악하고있는점이다.

3.
앞에서살펴본것에서알수있듯이자연은어떤방식이든제각각의생존방식을터득하고있다.그중심에는‘생명성’이자리잡고있다.우리선조들의삶의방식에서는‘생명성’을아주소중히여기는삶의방식을가지고있었다.인간만을위하는탐욕적인삶이아니라우리선조들의민속적인삶에서겨울먹이가부족한새들을위하여이른바‘까치밥’이라고부르는감을감나무에몇개씩을남겨주는아량과여유,그리고산에서제사를지내고산에사는짐승들을위해음식을나눠주는행위인‘고수레’가그대표적인생명성을실천하는방식이었다.
조의연시인의시집에서는자연의모습을내밀하게관찰하여자연이지닌원초적인생명의본질을묘파하여더높은차원의생명성을시를통해형상화하였다.

이중창을뚫고들어온
풀씨하나화분에터를잡고
파란눈을떴다
기특한마음에뽑지않고지켜보았다
자고일어나면한매듭훌쩍커서
하얀꽃송이들피어나고
기세등등푸른열매등을높이든다
인삼팬다는옆에서주눅이들고
수리부엉이날개펴듯영토를넓히더니
까만눈동자들반짝거린다

나라잃고떠나간먼이국땅
멕시코에네켄밭애니깽의
눈동자들이보인다
흰옷민족의눈물방울들이살아남아
얼마나많은열매를낯설은땅에맺을지
지켜보고있다
까마중한포기에달린
눈동자들과날마다눈을맞추고서있다
-「까마중의영토」전문

시인은눈에보이는것만을보지않는다.사물의기표이면에숨겨진진실을포착하는힘을지녔다.이작품은까마중의생명성을통해민족수난기에새로운삶의터전을찾아멕시코에이민간선조들의불모의땅에서온갖고난을극복하고살아남은끈질긴생명의식을노래하고있다.이중창을뚫고들어온풀씨가화분에서뿌리내리는일은쉬운일이아니다.매우강인한삶의의지를지닌까마중이라는식물이마침내화분에서싹을틔우고자라꽃을피워낸다.그런데본래화분에서자라던인삼팬다는죽고밖에서날아들어온까마중만이푸르게자란다.이것을눈여겨본화자는멕시코라는낯설고머나먼대륙으로건너가에네켄밭에서궂은일을하며노예처럼살아가지만까마중열매처럼까만눈동자를반짝이며지난한삶을이겨낸선조들의삶을주목한다.화자가처음에바라본것은어디선가씨앗이날아와화분에서뿌리를내리는강한생명력에서애니깽이라고부르는멕시코이민1세대들의강인함을떠올린다.
「봄이오면은」은봄이되어생명의촉수를내밀고생명활동하는온갖생명들의활기찬모습을그려낸다.‘붉은찔레꽃’,‘탱자꽃송이’,‘감나무어린잎’등의시어가생명성을더욱강조하는기제로작용하고있다.
「봄날의꿈」은아주짧은작품이지만,시제가말하듯‘봄날의꿈’이‘맑음’과‘푸르름’을드러내는데강조하고있다.‘맑음’과‘푸르름’은칙칙한겨울을지낸‘만물’이‘꿈틀거리’고‘민들레노란꽃잎’은꽃잎을피워생명성을질문하고화답한다.그러므로‘숲’은“푸른색으로‘우~우’일어서고있”는모습이역동적이다.이처럼“칡넝쿨따라하늘길을열어가고있”는것이다.
다음의「벚꽃나무아래서」는생명성을노래한시편에서강한인상을남긴다.

오로지열매를맺기위해서꽃이피는것은아니다
홀로견디다견디다
때가되어
팡!
있는힘을다해터져버린것이다
365일중에딱한번
활짝기를펴보는것이다
개나리꽃도옆마을에서같은생각이라며
고개를끄덕인다
열매없는잡초들이더창창하다.
-「벚꽃나무아래서」전문

이작품역시매우짧은형식으로‘생명’의환희를잘나타내고있다.흔히꽃이피는이유를열매를맺기위한전단계로생각한다.그러나벚나무는일년동안“홀로견디다견디다/때가되어/팡!/있는힘을다해”꽃을피우는데더의미를두고있다.벚나무가꽃을피우자개나리꽃도꽃을피우는일이가치있는일이라며고개를끄덕이며동조하는데에서꽃을피우는일이“활짝기를펴보는것”임을알수있다.그리고벚나무아래에있던“열매없는잡초들이더창창하다.”고한다.화자가꽃피우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