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씻다 (김청수 시집)

귀를 씻다 (김청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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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청수 시인의 시세계는 불교적 세계관을 통해 펼친 상상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생태학적 생명관이 형상화, 그리고 어머니와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시인의 정서적 충격을 드러낸 가족사를 이번 작품집에서도 천착하고 있다. 이러한 시의 기저에는 불교라는 특정 종교가 배면에 깔려 있다. 모든 사유와 상상력의 힘이 되는 토대가 ‘불교’임을 알 수 있다. 불교는 우리 민족 사상의, 또는 상상력의 시원이며 원천이다. 무의식 속에서도 작동하는 것이 불교적 관념인 것이다. 그런데 김청수 시인은 신실한 불자로서의 삶의 태도를 견지하며 이를 자신의 시문학에도 적용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시집을 통해 자신이 불교적 상상력으로 시를 쓰는 시인임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시세계 또한 불교적 관념을 확장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는 시의 위의를 엄격하게 하여 시의 품격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시의 위상을 세워가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진 수사는 의인화를 잘 구사하여 시의 주제를 선명하게 하고 시에 활력을 넣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의인화법은 인간을 겸손하게 하고 자연과 사물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시집이 거둔 큰 성과임이 분명하다.
- 강나루(시인)
저자

김청수

ㆍ호:範官(범관)
ㆍ1966년경북고령군개실마을출생
ㆍ시집『개실마을에눈이오면』(2005년)으로작품활동,『차한잔하실래요』,『생의무게를저울로달까』,『무화과나무가있는여관』,『바람과달과고분들』,『귀를씻다』
ㆍ2014년《시와사람》신인상수상으로등단
ㆍ고령문인협회장역임
ㆍ달성문인협회수석부회장
ㆍ계간《시와늪》심사위원
ㆍ계간《詩하늘》운영위원
ㆍ대구시인협회이사
ㆍ대구문인협회이사
ㆍ달성문인협회,〈시와사람〉시학회,〈함시〉동인
ㆍ창작과의식문학상수상
ㆍ고령문학상,대구의작가상수상
ㆍ전국계간문예지우수작품상수상
ㆍ경북작품상수상

목차

시인의말


1귀를씻다

귀를씻다
동자승
부처아닌게없더라
무덤
절반쯤은극락이다
법기암의약사여래불
불두화佛頭花
초록경草綠經
바람의전언
몽돌
때론풍경이슬플때도있다
용연사두꺼비
황등을밝히고
선운사동백꽃
소쩍경經
거룩한탄생
어탁魚拓
별빛경전
어사화개론
섬에서부치는편지
안부도시락에관한이야기
금호강
황포의강
부처


2이팝솥

이팝솥
호텔에서의무단취식
그놈을놓치고말았다
해인사
사문寺門에들다
유등연지
처서處暑
밥상
봄비
차마물을수없는안부
11월
방房
강가에서
저녁강가에핀활짝꽃
이중섭
별빛역
솔거미술관
양귀비꽃
호박
쉬바수트라
곡지혈
아픈청춘에게


3만월

대견사에서
보름달
몽유夢遊같은안부
따뜻한꿈
먼지쌓인상자를열었는데
만월

천도재薦度齋
백중
첫눈
청개구리
맨드라미
거미
시의탯줄
봄날의시
백발과청바지
詩를쓰라고
일장하몽


4저물어피는몸꽃

저물어피는몸꽃
신춘곤기
헌화
낙타
그녀의립스틱총알은어디로날아갔는가?
작별의귀의처1
작별의귀의처2
찰나刹那의삼월처럼
봄날은간다
말응디산봉수지
깨어난토제방울
대가야왕릉헌다례
정견모주여!대가야역에내려라
송해선생
바람의손을잡고
꼭두의전설


|작품론|
불교적사유를통한세계와의소통/강나루

출판사 서평

▣작품론

불교적사유를통한세계와의소통
-김청수시집『귀를씻다』

강나루
(시인)

1.
인간은대부분자신의세계관을가지고있다.‘인간다움’을추구하려하기때문이다.본능보다는이성적인사고를하고행동함으로써한인간으로서보다나은삶을추구하려한다.이러한삶을지향하는원동력은특히예술가들에게는분명한지각력을바탕으로자신이살아온총체성에서자신만의세계를드러내고자한다.그럼으로써예술가만의작품세계를구축할수있고이를근간으로한개성을표현할수있다.
그동안김청수시인이보여준시세계는불교적관념을,자신의체험을구체화함으로써독특한시세계를펼쳐왔다.시집『귀를씻다』역시이러한연장선상에서보다심화된불교적상상력을구현하고자한다.물론불교적관념을바탕으로생명성에관한탐구,가족사를중심으로한연민과깨달음을시로형상화시켰다.
『귀를씻다』기저에흐르는불교적상상력의원천은시를통해짐작해보건데,그의삶이불교적관념을충실하게실천하려는모습을보여주면서,모든사물을불교적관점에서바라보고사유하는신념이충만하다는것을쉽게알수있다.
서정시는시인의삶이지향하는세계를드러내기마련이다.그러므로김청수시인또한다양한방법으로자신이추구하는세계를잘조탁되고절제된언어를통해형상화되어있다.그렇다고자신의세계에매몰되어그의시가보편성을비켜나가기보다는독자들에게수긍하게하고공감하게하는설득력을가졌다.

2.
우리민족의핏톨에는유교와불교적관념이흐르고있다.유교,혹은불교라는특정신앙에몰두한사람이아닐지라도오랜역사를통해삶의근간에앞에서말한두가지관념이곳곳에박혀있다.설사그것을눈치채지못한다하여도우리민족개개인의의식속에어떤형태로든내재해있어삶을움직이는기제로작용하고있다.이처럼뿌리깊은관념은민족의식형태로존재하여개인의삶에도영향을미치게마련이다.김청수시인또한마찬가지일터이지만,특히불교적관념이그를정신세계를지배하고그의삶을움직이는데커다란힘으로작용하고있다.불교가궁극적으로지향하는지점은비움의세계,혹은무無에이르는것이다.이번시집의표제작이기도한이작품은부처를닮기위한수행의한과정을드러낸것이다.

팔공산어느암자에서붉은녹을덮어쓰고
가슴에멍이든채앉아있는
철제여래좌상을오래바라본적있다

실타래처럼뒤엉킨인생길에
웃음을간직하며희망을잃지않고
나를다독이며살아간다는건

날마다바람에귀를씻고
강물에귀를씻기때문이다

오늘도나를닮은부처가강물에오래귀를씻는다
-「귀를씻다」전문

앞에서밝힌것처럼김청수시인의시세계의기저에는불교적세계관이깔려있다.그러므로매시집마다그것들이시적경향의주류를이룬다.일상과사물을불교적으로사유하고해석해온것이여태까지그가보여준시세계였다.이번시집에서도이러한시편들이많지만,이전보다보다깊은사유를한다.그리고사유의깊이와함께실천적인시쓰기를하고있음이두드러진다.“팔공산어느암자에서”“철제여래좌상”을오래바라본적이있다고한다.그불상에주목하는것은“가슴에멍이”들었지만미소를잊지않고있기때문일것이다.“붉은녹을덮어쓰고”있는불상의시각적인모습에서화자는가슴에멍이들었을것이라고생각한다.그러므로부처(불상)가마치‘살아가는일이힘들지만미소를잃지마라’고하는것처럼느낀다.그러나“실타래처럼뒤엉킨인생길에/웃음을간직하며희망을잃지않고/나를다독이며살아간다는건”쉽지않은일이다.그런데팔공산어느암자의가슴에멍이든부처가‘웃음’과‘희망’을잃지않고살아가라고하는것같아화자는“날마다바람에귀를씻고/강물에귀를씻기때문이”라는깨달음에이른다.화자는세상에난무하는온갖말들에상처를입고,상처를준다는인식에이르렀기때문일것이다.그러므로“오늘도나를닮은부처가강물에오래귀를씻는다”고하는것이다.
‘불두화佛頭花’는꽃의생김새가부처의머리를닮았기때문에붙여진이름이다.불두화를여인으로의인화시킨「불두화佛頭花」를읽는다.

마당한귀퉁이
한여인이울고있어
누구냐고
묻고싶었으나
조심스러웠다

초록치마,
비바람에휩쓸리며
오체투지로버티고있었다

허연머리풀어헤치고
고개숙인채,
어느전생의곡비哭婢소리는
길을잃어,
길을찾고있었다
-「불두화佛頭花」전문

김청수시인은그동안의인법을가끔시에적용해왔다.이번시집에서는의인법은물론활유법을적극적으로구사하여시에활력을넣고있다.잘알다시피의인법은사물에인격을부여하는생명사상이근본이다.활유법또한무생물을마치살아있는것처럼표현함으로써생명의호흡을불어넣는다.
이작품에서는의인화법을구사함으로써불두화를한여인으로바라볼수있게한다.“마당한귀퉁이”에피어있는불두화를“한여인이울고있”다고한다.꽃이사람이되는순간이다.그여인은“초록치마,/비바람에휩쓸리며/오체투지로버티고있었다”라고묘사하는데,실은비바람에꽃을피운불두화일뿐이다.그런데의인화를통해‘울고있는여인’이되고,‘온갖시련을겪은여인’이될수있는것이다.더불어“허연머리풀어헤치고/고개숙인채,”있는모습이마치여인이전생에‘양반집장례때주인을대신하여울어주던계집종’이었을것이라는생각에이르른다.그러므로오늘은불두화가되어비바람을겪으면서오체투지로“길을찾고있”다고한다.여기에서‘길’은‘불두화’가암시하듯부처의깨달음에이르는것이라고생각할수있다.시인은마당가에피어있는꽃을바라보면서부처의길을생각하여,이를통해자신이가야할길을모색하는것이다.
「용연사두꺼비」에서도두꺼비를의인화시켜화엄의세계에들고자하는수행자로형상화시키고있다.

신록이짙은6월
적멸보궁돌계단올라가다보면
두꺼비한마리
법문듣고있다

전생의업으로는
어디로도돌아갈수없는
길위에앉아,
목탁소리듣고있다

묵시의저녁을내려놓은순례자처럼
용연사깊은그늘,
화엄속으로걸어들고있다
-「용연사두꺼비」전문

이작품에서‘두꺼비’를의인화시켰는지,안시켰는지는별의미가없다.의인화시킨것으로바라보면두꺼비를사람으로바라보는것일뿐이지만,의인화법을사용하지않았다면‘두꺼비’라는미물조차‘순례자’로인식하는시인의생각을엿볼수있고,그두꺼비가화엄에들고자하는것을말하고자하는시인의생각의깊이를엿볼수있기때문이다.
“신록이짙은6월/적멸보궁돌계단올라가다보면/두꺼비한마리/법문듣고있다”이작품에서두꺼비가실제의두꺼비인지,아니면석물로된두꺼비인지는확실하지않다.그러나두꺼비가법문을듣고있다는것이중요하다.부처의전신사리를봉안한당우인적멸보궁에이르는돌계단으로서법문을듣는다는것만으로도부처의말씀처럼살겠다는의지가엿보인다.두꺼비는“전생의업으로는/어디로도돌아갈수없는”존재이지만목탁소리에귀를기울이는행위자체가시적화자에게는‘순례자’처럼보여지고,그럼으로하여“용연사깊은그늘,/화엄속으로걸어들고있다”는인식에이른다.
살펴본것처럼김청수시인의이번시집에서의인법은시의활력은물론생명성을고조시키는데큰역할을하고있다.
「초록경草綠經」에서는푸른나무를하나의경전으로바라봄으로써나무를바라보는화자의시선이엄숙해지고경건해진다.「소쩍새」에서도밤중에우는소쩍새울음조차경소리로인식하여“일억오천만년전,/전생에가장즐겨/읽었던/소쩍경”이었다고한다.소쩍새우는소리를통해“내업이소멸을”꿈꾸는화자의소망이깃들어있다.
「별빛경전」역시새벽녘쏟아지는별빛조차바라보면화염바다로바라보는시인의시선에는눈에보이는,혹은귀에들리는사물과사물들의소리를하나의경전으로인식하는태도가그의삶의자세를보여주고있다.

3.
불교에서생명성은매우중요한화두이며가치이다.살생을금하고있는계율인생명사상은모두가실천해야할덕목이다.그래서였을까.김청수시인시세계에서생명성탐구는오래천착하고모색해온그의시적경향이다.오늘날소비가미덕인산업사회에서파생되는생태환경에대한위기를노래한수많은시인들의시편들과는다르게생명의본질은탐구하고있다.

햇살맑은오후
붉은고추잠자리
날개의포쇄를시작하는데
숫잠자리날아와
암놈의목을낚아챈다

사랑이란저렇게,
몸과꼬리를붉게달구어
뜨겁게불타는것

사랑은또저렇게,
배꼽에서일체가되는것
-「처서處暑」전문

이작품은원초적생명성에대한탐구를잘보여주는시편이다.붉은고추잠자리가여름장마에눅눅해진날개를햇볕에말리고있을때숫잠자리가날아와“암놈의목을낚아챈다”매우폭력적이고과격한행동으로보일수있으나격한사랑의행위를강조하고자일부러거칠게묘사하고있다.숫고추잠자리의본능과번식을위한행위를통해생명성의본질을잘드러내고있다.이러한숫잠자리의행위를화자는“사랑이란저렇게,/몸과꼬리를붉게달구어/뜨겁게불타는것”이라고한다.고추잠자리는본래붉은고추를연상시키기때문에‘붉다’라는시각적이미지가작용하고있는데,그러나화자는“몸과꼬리를붉게달”군다라고색채이미지와사랑의행위를연관시키고있다.그러므로‘붉다’의색채이미지와‘뜨겁다’의감각적이미지가서로만나며사랑의격렬함을강조한다.이러한때가‘처서’인데,처서란24절기중에서여름을벗어나기직전의시기이다.이러한시기에자신들의유전자를닮은새끼들을번식시키기위해본능에충실한고추잠자리들의사랑이“배꼽에서일체가되는것”이라는시인의상상력은고추잠자리암수두마리의하나됨,즉동일성을보여주기도한다.
「봄비」는자신이낳은목숨을함부로버리는사람들에대한질타와함께버려진목숨을거둬들이는품넓은시인의품성을드러낸작품이다.

늦은밤,
축복처럼봄비가내리는데
비에흠뻑젖은아이가
현관문앞에앉아울고있다

자식도내질러놓고
버리는세상에
죽이지않은것만도
천만다행이다

인간구실못하는
개같은사람들이
버리고간
강아지한마리

축복처럼우리집에와
‘봄비’라고이름지어주었다
-「봄비」전문

‘봄비’는생명을재촉하는시적상징을함의한다.더불어버려진목숨에게화자가새로지어준이름이기도하다.봄비가내리는데,그것도늦은밤“비에흠뻑젖은아이가/현관문앞에앉아울고있다”.어미에게버림을받았는지,아니면어떻게어미와헤어졌는지는모르지만화자의현관문앞에울고있는강아지의소리를화자가들었을것이다.언제부턴가자신이낳은자식조차버리는비정한모정을우리는매스컴을통해가끔들어왔다.강아지가버려졌을것이라고여긴화자는“죽이지않은것만도/천만다행이”라는생각한다.“인간구실못하는/개같은사람들이/버리고간/강아지”라고단정한화자는강아지를자신의집으로데리고온다.그리고‘봄비’라는이름을지어준다.강아지의이름을지어준것만으로도화자가강아지를입양하여키우겠다는의지가깃들어있다.그것도생명을의미하는‘봄비’가“축복처럼우리집에”왔다고한다.생명경시풍조의세태에서생명을귀하게여기는시인의생명사상이오롯하게녹아나있는매우의미있는작품이다.
생명을귀하게인식하는시인의태도가다음작품에서는생명으로존재하는것의고단함을묘파하고있다.

어둠이내린강가
백로한마리낮게날고있다

둘레길을따라만보를걷는동안
홀로오늘밤잠자리를찾고있는듯
백로가여기저기기웃거리며
갈대밭의초인종을누르고있는중이었다
노숙한자들만이느낄수있는
이윽고저고단한하루의노동을쉴수있는
낡은여인숙에드는걸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