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유양업 디카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박 덕 은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유양업 시인은 전남 고흥군 도양면 관리에서 5남 2녀 중 차녀로 태어났다.
기독음대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 유니온 유니버시티에서 음악 석사(성악) 학위를 받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파송 선교사로 러시아에서 4년, 싱가포르에서 11년을 보냈다.
모스크바 장신대 교수(음악)와 인도네시아 바탐 신학교 교수(음악)를 역임했다.
월간지 《문학공간》에서 시, 수필, 시조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여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향촌문학 전국여성 문학작품 시조 부문 대상, 국제 지구사랑 작품 공모전 시조 부문 대상, 향촌문학 수필 부문 대상, 시와창작문학 수필 부문 대상, 문학세계 문학상 수필 부문 대상, 제헌절·광복절 삼행시 문학상 대상, 대한민국 예술문화 세계대상, 대한민국 경제문화 공헌 대상, 향촌문학 시조 부문 대상, L.A. 한국의 날 미술축제 문학신문 시 부문 우수상,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수필집 『행복한 여정』 2021 으뜸 작가상, 대한민국 문학대상 시조 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다.
미술대전에 그림을 출품하여, 대한민국남농미술대전 한국화 특선, 전국섬진강대전 한국화 특선, 전국춘향미술대전 한국화 특선, 전국순천미술대전 한국화 특선, 대한민국힐링미술대전 한국화 특선, 안중근의사 하얼빈의거 제111주년기념 국회 유명작가 초청전 서울시의회 의장상,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 한국화 특장전 특선, 5.18 전국 휘회대회 서예 한글 부문 입선, 한국미술협회 광주 특장전 서예 한글 부문 입선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실문예창작 회원, 탐스런 문학회 회장, 광주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공동 대표, 세계문화예술연합회 수석 부회장, 자살방지한국협회 광주 본부장, 한국문화 예술연대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집으로는 시집 『오늘도 걷는다』, 시조화집 『지금도 기다릴까』, 제1수필집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별빛 따라』, 제2수필집 『행복한 여정』, 제3수필집 『꿈을 꾼다』를 출간했다.
자, 마음이 아름답고 삶이 성실한 유양업 시인의 디카시 세계는 어떠할까. 지금부터 그 신비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수줍은 듯 붉은 미소 쌓인 추억
보고픔 젖어들어 흔들 흔들
아픈 물길 그리움 안고 일렁 일렁.
- 「환상의 강변」 전문
이 디카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강변에서의 심경을 그려내고 있다. 강물이 일렁이고 있다. 시적 화자의 청춘과 아픔과 밤이 잔잔한 떨림으로 강물에 쌓인 것일까. 물에 비친 초록의 발목에 물결 자국이 가득하다. 저 초록은 뜨거운 청춘처럼, 뜨겁게 달린 열정처럼, 앞만 보고 질주한 한 시절처럼 열심히 살아온 시적 화자의 뒤안길일 것이다. 그 초록이 가을이 되면서 갈색으로 물들어간다. 조금은 더 성장하고 성숙하며 내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걸어온 길을 시적 화자는 “수줍은 듯 붉은 미소 쌓인 추억”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당시에는 몸부림치며 아팠을지라도 그 아픔이 삭여지고 가라앉으며 잠잠해지면 어느덧 한 점의 추억이 된다. 굽이굽이 인생길을 뒤돌아보며 보고픔에 젖어드는 시적 화자의 편안한 마음길이 보이는 듯해 보기 좋다. 사진 속 강변의 정자에는 한가로움과 낭만이 깔려 있고, 강 건너에는 붉은 단풍이 흐드러지게 수놓아져 있다. 마치 붉은 미소 쌓인 추억이 수줍은 듯 서 있는 것 같다. 그때 보고픔이 밀려와 젖어들더니 잔물결 따라 흔들거린다. 그 순간 가슴속으로 아픈 물길이 생기더니, 그리움 안고 일렁인다. 그리움만큼 짙고 아픈 물길이 또 있을까. 어찌 보면 우리는 그 그리움 때문에 아파하기도 하지만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가을 강가와 정자와 낭만과 여백과 시심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디카시를 형상화해 놓고 있다.
미로 같은 산자락 돌마차 타고
솔길 숨결 고르며
깃털 맑은 옷깃 여미며 님 그리다
묵묵히 오늘의 삶 거닌다.
- 「숲속 행진」 전문
이 디카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산행하다 미로 같은 산자락에서 돌마차를 만난다. 저 돌마차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천년을 넘게 돌마차를 끌어도 늘 제자리다. 그럼에도 늘 길을 떠나고 싶어 한다. 어떤 길을 떠나고 싶은 걸까. 시적 화자는 “솔길 숨결 고르며/ 깃털 맑은 옷깃 여미며 님 그리”는 그런 길을 떠나고 싶다고 한다. 참으로 낭만적이며 마음 한켠이 아리다. 저 돌마차에는 한줌의 기도와 한 움큼의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아픔으로 인해 마음의 중심이 기우뚱거리며 흔들릴 때 무릎을 꿇고 기도했을 것이다. 그러다 다시 그리움의 힘으로 일어서며 돌마차에 누군가를 태우고 싶어 했을 것이다. 오늘도 시적 화자는 그 돌마차 앞에서 님을 그리워하다가 묵묵히 오늘의 삶을 살아간다. 가슴이 아프지만 마음이 따스해지는 동화책 한 권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돌마차’라는 시어를 통해 상상의 날개를 무한히 펼칠 수 있고 여러 감정에 이입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시적 화자는 가슴 절절이 그리운 누군가를 돌마차에 태우고 산길을 함께 내려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곁에 없는 님,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진다. 숙연해진 가슴으로 묵묵히 오늘의 삶을 거니는 시적 화자가 쓸쓸해 보인다. 돌마차라도 보내 님을 모셔 와야 할까 보다.
새파란 수평선 우뚝 선 길
긴 긴 세월 물살져 온 그리움
계절의 여울목마다 희열 넘실 넘실.
- 「수중다리의 꿈」 전문
이 디카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바닷가에서 수중다리를 만난다. 너와 나를 잇고 아침과 저녁을 잇고 계절과 계절을 잇는 다리가 없다면, 우리는 성장도 성숙도 없이 살아야 한다. 다리 아래 물살이 거셀수록 어둠이 짙을수록 다리를 건너야 한다. 위태로운 다리의 경계와 경계를 밟으며 건너가더라도 다리를 건너야 한다. 간혹 저 다리를 건너다 발을 헛디디는 아찔함이 있을지라도 건너편의 바깥을 향해 끊임없이 꿈꿔야 한다. 그런 꿈을 시적 화자는 '계절의 여울목마다 희열 넘실 넘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울목의 사전적 의미는 여울이 턱져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곳을 말한다. 물살이 거친 인생의 어느 한때를 건너야 할 때 망설였을 것이다. 건너야 할까, 건너지 말고 그냥 돌아설까를 두고 수많은 밤을 고민했을 것이다. 아파하는 밤이 길수록 꿈은 솟구치기에, 그 꿈을 향해 다리를 놓고 건넜을 것이다. 건너면서도 물살은 열정의 발목을 낚아채고 넘어뜨리고 쓰러지게 했을 것이다. 아찔한 나날을 걸어 걸어 그 다리를 건넜을 것이다. ‘계절의 여울목’이라는 표현이 멋지다. 새파란 바다 위에 수중다리가 우뚝 서 있다. 수평선 쪽으로 다가가려는 듯, 초조히 서 있다. 수중다리 아래로 긴긴 세월 물살져 온 그리움이 밀려온다. 계절의 여울목마다 넘실거리던 저 희열.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 시적 화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람한 바위 넉넉한 가슴 열고
흐르는 파란 숨결 소리 허리에 감아
하늘 끝 마주보며 섬광처럼 빛난다.
- 「나의 세월」 전문
이 디카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물살이 거세게 흘러가는 어느 계곡에 서서 사색에 잠긴다. 저 우람한 바위는 큰물이 떠내려 가도, 낮과 밤이 피었다 져도, 여름과 겨울이 엎치락뒤치락 내달려도, 늘 자신의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태풍이 몰아치는 그날도 살갗이 찢기는 아픔을 견디며 삶이라는 계곡을 지켰을 것이다. 큰바위 얼굴처럼 듬직하다. 시적 화자의 단단한 삶이 멋지다. 실제 유양업 시인의 삶이 그러하다. 많은 문우들이 유양업 시인을 존경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가뭄이 들면 바위도 목마름에 허덕였을 텐데 묵묵히 견디며 계곡을 지킨다. 홍수가 져서 목까지 물이 차올라 숨이 막힐 때도 그저 담담히 버티었을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들을 감당했을까. 그저 우람한 저 바위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기도하며 나아갔을 것이다. 사진 속 우람한 바위는 계곡 양옆에 떡 버티고 있다. 바위가 넉넉한 가슴을 열자, 흐르는 파란 숨결 소리가 힘차다. 그 소리를 허리에 휘감은 채 하늘 끝 마주보니, 섬광처럼 빛나는 나의 세월이 보인다. 성실하게 꾸려온 삶을 여행 중에 만나게 된 계곡에서 다시 돌아보게 한다. 먼 훗날 우리도 자신의 삶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삶이 될 수 있도록 저 우람한 바위처럼 살아야 한다.
향수 숨쉬는 곳
햇살 한 방울 영혼 한 방울
기도처럼 하늘 향한다.
- 「환희」 전문
이 디카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분홍 장미를 바라보며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장미꽃의 색깔이 분홍이다. 이 시에서 분홍은 은은하면서도 망설임이 없는 빛깔로 그려지고 있다. 붉은색이 질주와 적극의 색으로 표현된다면, 여기서 분홍은 은은히 타오르는 인내와 용기로 다가온다. 그런 느낌을 시적 화자는 “햇살 한 방울 영혼 한 방울/ 기도처럼 하늘 향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생을 기도로 살아간 시적 화자의 모습이 그려져 경건해진다. 기도와 기도가 맞물려 내일을 낳고 계절을 낳고 만남을 낳은 삶이 저 분홍의 장미처럼 아름답다. 그 기도가 있기에 시적 화자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향기로웠을 것이다. 생의 뒤안길에서 문득 돌아보니 환희로 가득찬 시절이었던 것이다. 하늘 향해 나아가고자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 발자국들이 저 분홍장미처럼 향그럽다. 이 시에서 장미는 그리움이 숨쉬는 곳이다. 장미는 햇살 한 방울 영혼 한 방울 기도처럼 하늘을 향하고 있다. 참 아름다운 시구절이다. 시심의 복판에 미적 가치의 그릇과 눈길이 함께하는 걸 느낀다. 인간의 언어 중 가장 아름다운 정서를 다루는 운문, 그 중에서도 디카시는 사진 속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정서를 건져 올리는 장르이다. 햇살 한 방울 영혼 한 방울까지도 마치 기도하듯 하늘을 향하고 있다니, 얼마나 순화된 정서인가. 떠오르는 이미지가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오순도순
해맑은 미소 속삭인다
선연한 가을향 흔들며
파랗게 물든 저 하늘
구름 위 날아 볼까.
- 「소망」 전문
이 디카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