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손영란 시집)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손영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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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손영란 시들은 시의 특질에 몰입하여, 시 창작의 오솔길에 서 있다. 시는 주제를 노출하여, 도덕적으로 인간을 교화시키는 장르가 아니다. 시는 감성의 세계를 발굴하는 장르이다. 인간에게 어떤 감성이 존재해 있는가. 어떤 감성에 감동을 받는가. 어떤 섬세한 감성이 있기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감성의 색깔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어떤 굴곡 속에 잠겨 있어 꺼낼 수조차 없는가. 어떤 숨소리를 감성은 갖고 있는가. 감성이 어떤 고뇌에 짓눌려 있는가. 감성의 목소리는 어떠한가. 그 숨결은 어떤 영혼으로 울부짖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발굴하고, 이미지로 구현하고, 자연스레 시적 형상화하는 게 바로 시인의 임무가 아닐까. 그런 역할을 손영란 시인은 첫 시부터 끝 시까지 줄기차게 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번 똑같은 시선과 각도가 아니라, 매번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각도로 사물을 해석하고 있다. 낯설게 하기를 매 시마다 적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감탄을 이끌어내고 있다. 손영란 시를 읽으면, 마치 장 콕토의 시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만큼 짧으면서도, 상큼하고, 감동적이다. 거기에 인생에 대한 탐구, 감성에 대한 다채로운 해석과 이해가 보태져, 독자들의 흡족한 미소를 짓게 하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 박덕은(문학박사, 전 전남대 교수)
저자

손영란

ㆍ《한맥문학》시등단신인문학상
ㆍ여울문학자유시최우수상
ㆍ문학사랑신문올해의작가상
ㆍ한국의시문학협회문학상
ㆍ여울문학삼행시대상
ㆍ남영문학상시화컬처상
ㆍ대한민국예술문학세계대상
ㆍ프랑스파리시화전에콜어워드상
ㆍ미국스탠톤대학에작품소장

ㆍ한실문예창작회원
ㆍ탐스런문학회회장
ㆍ가톨릭미협청조미협회원
ㆍ세계미술작가교류협회회원
ㆍ한국예술대전초대작가
ㆍ현대미술협회초대작가
ㆍ대한미협초대작가

목차

나는어디쯤와있을까/차례


시집을내면서
축시/박덕은


제1부

빛깔로말하는꽃
민들레홑씨처럼
자아
고결한향기
장미1
장미2
장미3
이국의장미
동백
토끼풀꽃
갈대
해바라기
상사화
가슴밭
홍매
코스모스
나목의꿈
내가슴속


제2부

봄연가
봄예찬
비가내리면
봄비1
봄비2

5월찬가
초여름단상
풀벌레
메아리
단풍
만추
만추의밤
계절의길목에서
나의정원
비와나
산책
2월
첫눈


제3부

나는어디쯤와있을까
하늘전쟁
열창
피안의꿈
간호사
어떤기도
반송
여백의정
탐스런문학회
상념
냉소머금으며
절규
망각
적막한밤마다
귀로
희망노래
마음이느끼는색
마음하나
불씨
사랑


제4부

흔적
연민
회한1
회한2
의지
사색
밀회
망상
공허
한밤의연정
상상의나래
나의여정
삶의리듬
회상1
회상2
회상3
우수
추억

평설/손영란시인의시집출간을축하하며/박덕은

출판사 서평

손영란시인의시집출간을축하하며

박덕은(문학박사,문학평론가)

손영란시인은한국의땅끝해남에서아버지손재원씨와어머니정미연씨사이에서3남4녀중막내로태어났다.
손영란시인은《한맥문학》지에시부문신인문학상수상으로문단에데뷔했으며,《여울문학》자유시최우수상,[문학사랑신문]올해의작가상,한국의시문학협회문학상,여울문학삼행시대상,프랑스파리시화전에콜어워드상,남명문화제시화문학상포랜컬쳐상,대한민국예술문화세계대상을수상했다.
그녀는현재한실문예창작회원,탐스런문학회회장,가톨릭미협청조미협회원,세계미술작가교류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한국예술대전초대작가이자대한미협초대작가인그녀가그린서양화한점이미국스탠톤대학에소장되어있다.
평소다소곳하고생각이깊은소녀같은손영란시인!
이시인의시세계는어떠할까.그시심의숲길로들어가산책해보자.

까마득히
외우는
소녀의그리움

사랑수놓아
초원에
가득찬미소

가을을노래하는
보헤미안같은
안타까움.
-「코스모스」전문

시적화자는코스모스에대해새로운각도로해석하고있다.코스모스는어떤의미를내포하고있는것일까.1연에서의코스모스는소녀의그리움이라고말한다.무엇에대한그리움인지는말하고있지않다.다만까마득히외우고있단다.짝사랑하는그누군가에대한기다림을외우고있는걸까.가느다란몸어디에마음을숨겨놓을수없어외우고있는걸까.실핏줄이드러날만큼여린몸이기에흔들리며흔들리며중심을잃지않으려고외우고있는걸까.“까마득히/외우는”이라는표현이참낭만적이다.2연에서의코스모스는제법숙녀티가난다.사랑을수놓는,사랑을귀히여길줄아는그런성숙함이느껴진다.사랑을알기시작하면“초원에/가득찬미소”처럼행복해진다.미소는자신의내면인꽃잎에만피어있지않고밖에서도알수있을정도로기쁨으로수없이몸을흔들흔들움직인다.아무것도숨기지않는사랑이얼마나아름다운가.3연에서의코스모스는중년의느낌이난다.삶의고단함과사랑의열병을치른후자유로움을만끽하고싶은심정이느껴진다.하지만아직자유롭지못하다.자유로움에대한갈망을“가을을노래하는/보헤미안같은/안타까움”이라고말하고있다.우리가사는세상으로부터도망갈수없기에여전히흔들리며살아야한다는것을시적화자는깨달은것일까.‘안타까움’속에서시적화자의마음의중심이읽혀진다.짧으면서도깔끔한시적형상화가돋보인다.시의특질이뭔지선명히보여주는시,이미지구현을통해섬세한감성을느끼게해주는시라서읽는독자의눈이행복하다.

뜨겁지도차갑지도않은
애틋함

고요히
누리게하소서

알맞게
쓸쓸하게하시며

고독을살피는
건강한시력주소서.
-「어떤기도」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하늘에기도하고있다.어떤부족함이느껴질때기도를통해우리는그부족함을채워달라고하늘에게말한다.시적화자는어떤결핍이있었던걸까.“뜨겁지도차갑지도않은/애틋함”을달라고말하고있다.뜨겁거나차가우면왜안되는것일까.뜨거움으로활활타오르며아파했던어떤시절이있었던걸까.또차갑게돌아섰던냉담한계절이있었던걸까.뜨겁거나차가운급커브같은인생길에서시적화자는어떤왜곡된표정을보았을것이다.직설적인안색같은그뜨겁거나차가운시절앞에서시적화자는많이힘들었을것이다.내일의감정을예측할수없었을것이다.그래서뜨겁거나차갑지않고어떤애틋함으로다가오게해달라고기도하고있다.서로의시간과마음영역을인정해주는그런애틋함을갖게해달라고기도하고있다.또알맞게쓸쓸하게해달라고기도하고있다.스스로의쓸쓸함을추스릴수있을만큼만다가오게해달라고.폭설과폭우처럼쏟아지는무지막지한쓸쓸함이아니라예측가능한쓸쓸함을달라고한다.고단했던삶의뒤안길을걸으며깊은쓸쓸함을느꼈을시적화자의외로움이느껴진다.바닥의깊이를알수없는그외로움의나락으로떨어질때얼마나힘들고쓸쓸했을까.우는날이많아질수록삶의무게는더무거워지고질척거렸을것이다.혼자서일어설수없는그쓸쓸함의바닥에서몸부림쳤을것이다.그아픔을알기에고독을살피는건강한시력을달라고기도하고있다.읽으면서감탄이절로나온다.애틋함을누리게하되,뜨겁지도차갑지도않는걸로누리게해달라.쓸쓸한삶일지라도,그게알맞게쓸쓸하게해달라.고독에젖어살지라도,그고독을살피는건강한시력을달라.평소에미처우리가다가가지못한감성을맛보게해주는시,감탄과함께고마움을느끼게해주는시,놀랍기만하다.

긴긴세월
행여오시려나
불밝혀기다립니다
당신의더딘발걸음
편히오시라고
목을늘어뜨린그리움으로
먼발치에호롱불달아
드립니다.
-「상사화」전문

시적화자는상사화를의인화하고있다.어두컴컴한골목을걸어오는이는아무도없지만불밝혀누군가를기다리고있다.대문을여는바람소리도나지않는데,날마다불을밝히는그마음이안타깝다.행여오시려나,간절한기다림이한달을넘고일년을넘어긴긴세월로막막하게걸어가는데지친안색도없이오늘도기다린다.혹시당신의더딘발걸음이불편할까봐그발걸음편히오시라고“목을늘어뜨린그리움으로/먼발치에호롱불달아”드린다.기다림이징글징글해그만둘법도한데깊은가슴속에숨어든당신을향한사랑은꽃대처럼아직도싱싱한초록이다.그초록의꿈이있는한시적화자는불을밝힐것이다.늦은대답이어도좋으니꼬깃꼬깃접힌시간을펼쳐몽유의계절을돌고돌아기다림이있는곳으로오기를바라고있다.시적화자는참으로긴긴세월을기다린다.행여오시려나불까지밝힌채.그더딘발걸음편히오라고,목늘어뜨린그리움으로먼발치에호롱불달아둔채,기다리고또기다린다.정갈한정서속에맑은기운이느껴진다.시의특질이정서의순화라는점에서,이시의가치가귀하게여겨진다.독자들도목늘어뜨린그리움을체험할수있을것같다.

눈빛은다정하고
마음은온유하게
아름다운씨앗뿌리자

상한영혼에
피어난
이쁜꽃가꾸자

오늘하루도
가장고운
향기뿜어내자.
-「가슴밭」전문

시적화자는가슴밭을가꾸어싶어한다.텃밭의작물도봄볕환한주인의발걸음을먹고자란다고한다.작물에는어떤심안이있기에,정성어린주인의발걸음을알아본것일까.텃밭의작물도그러한데우리마음의가슴밭은오죽할까.작물의비린목젖에달달한물을떠먹이는주인의그정성을텃밭은알것이다.그러기에시적화자는“눈빛은다정하고/마음은온유하게”가슴밭에씨앗을뿌리자고말하고있다.타인과의만남이라는,그씨앗에대한존중과사랑이느껴진다.만남을통해시간을때우는억지스러움이아닌진지함이느껴진다.빈껍데기같은수다로몸집을부풀리는가슴밭이아닌실한열매가열리고초록이숨을쉬는그런가슴밭을가꾸고싶어한다.빈말을과식해서체하는하루가아닌상한영혼도치유되고꽃필수있는그런만남을갖고싶어한다.눈빛은다정하게마음은온유하게아름다운씨앗을가슴밭에뿌리고싶어한다.또한상한영혼에이쁜꽃이피어나게하여가꾸고싶어한다.그리고,오늘하루도가장고운향기뿜어내게하고싶어한다.그럴수만있다면,얼마나좋을까.점점삭막해져가는현대사회에이아름다운가슴밭이메신저역할을할수있으면좋겠다.

그옛날
우리가속삭이던밀어

아직도그렇게
여운이남아있습니까

그시절
우리가입었던푸른날개

아직도여전히
메아리치고있습니까

그때
우리가함께부르던세레나데

아직도애틋이
빛나고있습니까.
-「추억」전문

시적화자는추억에대해생각하고있다.한때우리가머물렀던달콤한속삭임들은다어디로갔을까.늦가을어스름속으로흩어졌을까.낙엽따라멀리멀리날아갔을까.돌아보면아직도그자리에그대로있을듯한데.봄의시작처럼우리의밤을들썩이게했던밀어는어디에서꽃을피우고있을까.여운처럼아직도꽃의향기가남아있을까.만개한통증처럼아프면서사랑했던그시절은여전히사랑의꽃대를밀어올리고있을까.모든게궁금하다.함박눈처럼펑펑쏟아지듯다가갔던그리움들은다어디에있을까.환장하게짙어갔던여름의푸르름처럼우리가불렀던세레나데는어디에있는것일까.추억은어떤존재일까.그옛날우리가속삭이던밀어일까.아직도우리가슴속에남아있는여운일까.지난시절우리가입었던푸른날개일까.아직도여전히메아리치고있는날개일까.한때우리가함께부르던세레나데,그게아직도애틋이빛나고있는걸까.여기서도미묘한정서의세계를그려내는데성공하고있다.시는이처럼평소에우리가붙잡을수없었던감성의세계를잠시머물게하여보여주는장르가시는아닐까.

툭통꽃으로지는
그의미를아시나요

오열하며선혈떨구는
그호곡의사연을아시나요

끝내울어버린
그가슴의소리를아시나요.
-「동백」전문

시적화자는동백꽃의세계를탐구하고있다.동백꽃은벌과나비가봄을짓는계절을기웃거리지않는다.스스로붉어지며자신만의계절을완성한다.자신만의방향이뚜렷하고의지가분명한동백이어느날툭,통꽃으로진다.자신의목을바쳐스스로의제단을쌓는다.찬바람의손에피를묻히지않고스스로자결을한다.두눈시퍼렇게뜨고어떤결심을했기에스스로목숨을던지는걸까.애써붉디붉게피어나더니왜붉디붉은슬픔을스스로놓아버린것일까.시적화자는“오열하며선혈떨구는/그호곡의사연을아시나요”라고독자에게묻고있다.시적화자는그사연에대해아는지모르는지함구하고있다.그러기에상상의폭이넓다.툭통꽃으로지는그의미는뭘까.오열하며선혈떨구는저호곡의사연은뭘까.끝내울어버린그가슴의소리는뭘까.동백꽃하나에도이처럼다양한사연이깃들어있으니,놀랍지아니한가.낙화의의미,호곡의사연,가슴의소리까지읽어내는시인이있어,독자의귀와눈과가슴은뜨거운상상으로가득차게된다.

쉼터풀숲에앉아
네잎클로버행운찾다가

아기손톱만한풀꽃과
마주쳐눈길튼다

앉아야보이고
밟히면서피어나는
안쓰런꽃

바람이건들면
그때서야
수줍게얼굴내미는꽃

하늘빛닮아
저리청아한꽃.
-「토끼풀꽃」전문

시적화자는토끼풀꽃이새롭게다가온다.네잎클로버는행운을의미한다.행운을찾다가시적화자는행운을접고평범한아름다움인토끼풀꽃과맞닥뜨린다.행운은평범과는거리가먼기형의모습을지니고있다.일반적으로세잎이기본구성인데네잎으로된클로버는기형인것이다.그기형의잎들은태어나면서부터남과다르기에불행했을것이다.특이한불행이행운이라면그행운을접는것이바람직하지않을까.시적화자도그런고민을했던것인지행운을접고토끼풀꽃에마음을둔다.일상에서만나는아름다움을보기시작한것이다.어느날쉼터풀숲에앉아네잎클로버행운을찾다가아기손톱만한풀꽃과눈길을마주친다.앉아야보이고밝히면서피어나는안쓰런꽃임을알고눈시울을적신다.밝히면서피어나는안쓰런꽃은행운과는거리가멀다.평범한우리네삶의이야기처럼다가온다.“네잎클로버행운”,“밟히면서피어나는/안쓰런꽃”이대조를이루어시의깊이를더해주고있다.바람이건들면그때서야수줍게얼굴내미는꽃이새롭게다가온다.그순간가슴에깨달음하나다가와안긴다.하늘빛닮아저리청아한꽃이되었구나.일상을힘들게꾸려가면서도끝끝내일어나꽃을피우는우리이웃들의이야기같기도해뭉클하다.이시에서발견된감성,이게바로현대인에게필요한감성,아주소중한필수감성이아닐까.

나에게색이있다면무슨색일까
철저히뜨거운빨강도아니고
타오르는주황은더욱아니야

무언가흡수하는검정도아니고
남에게안정을주는초록도아니야

모든걸되쏘아반항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