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손영란 시집)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손영란 시집)

$17.48
Description
손영란 시들은 시의 특질에 몰입하여, 시 창작의 오솔길에 서 있다. 시는 주제를 노출하여, 도덕적으로 인간을 교화시키는 장르가 아니다. 시는 감성의 세계를 발굴하는 장르이다. 인간에게 어떤 감성이 존재해 있는가. 어떤 감성에 감동을 받는가. 어떤 섬세한 감성이 있기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감성의 색깔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어떤 굴곡 속에 잠겨 있어 꺼낼 수조차 없는가. 어떤 숨소리를 감성은 갖고 있는가. 감성이 어떤 고뇌에 짓눌려 있는가. 감성의 목소리는 어떠한가. 그 숨결은 어떤 영혼으로 울부짖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발굴하고, 이미지로 구현하고, 자연스레 시적 형상화하는 게 바로 시인의 임무가 아닐까. 그런 역할을 손영란 시인은 첫 시부터 끝 시까지 줄기차게 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번 똑같은 시선과 각도가 아니라, 매번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각도로 사물을 해석하고 있다. 낯설게 하기를 매 시마다 적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감탄을 이끌어내고 있다. 손영란 시를 읽으면, 마치 장 콕토의 시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만큼 짧으면서도, 상큼하고, 감동적이다. 거기에 인생에 대한 탐구, 감성에 대한 다채로운 해석과 이해가 보태져, 독자들의 흡족한 미소를 짓게 하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 박덕은(문학박사, 전 전남대 교수)
저자

손영란

ㆍ《한맥문학》 시 등단 신인문학상
ㆍ여울문학 자유시 최우수상
ㆍ문학사랑 신문 올해의 작가상
ㆍ한국의 시 문학협회 문학상
ㆍ여울문학 삼행시 대상
ㆍ남영 문학상 시화컬처상
ㆍ대한민국 예술문학 세계대상
ㆍ프랑스 파리 시화전 에콜어워드상
ㆍ미국 스탠톤 대학에 작품 소장

ㆍ한실문예창작 회원
ㆍ탐스런 문학회 회장
ㆍ가톨릭미협 청조미협 회원
ㆍ세계미술작가교류협회 회원
ㆍ한국예술대전 초대작가
ㆍ현대 미술협회 초대작가
ㆍ대한미협 초대작가

목차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차례


시집을 내면서
축시/ 박덕은


제1부

빛깔로 말하는 꽃
민들레 홑씨처럼
자아
고결한 향기
장미 1
장미 2
장미 3
이국의 장미
동백
토끼풀꽃
갈대
해바라기
상사화
가슴밭
홍매
코스모스
나목의 꿈
내 가슴속


제2부

봄 연가
봄 예찬
비가 내리면
봄비 1
봄비 2
봄
5월 찬가
초여름 단상
풀벌레
메아리
단풍
만추
만추의 밤
계절의 길목에서
나의 정원
비와 나
산책
2월
첫눈


제3부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하늘 전쟁
열창
피안의 꿈
간호사
어떤 기도
반송
여백의 정
탐스런 문학회
상념
냉소 머금으며
절규
망각
적막한 밤마다
귀로
희망 노래
마음이 느끼는 색
마음 하나
불씨
사랑


제4부

흔적
연민
회한 1
회한 2
의지
사색
밀회
망상
공허
한밤의 연정
상상의 나래
나의 여정
삶의 리듬
회상 1
회상 2
회상 3
우수
추억

평설/ 손영란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 박덕은

출판사 서평

손영란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박 덕 은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손영란 시인은 한국의 땅끝 해남에서 아버지 손재원 씨와 어머니 정미연 씨 사이에서 3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손영란 시인은 《한맥문학》지에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여울문학》 자유시 최우수상, [문학사랑 신문] 올해의 작가상, 한국의 시 문학협회 문학상, 여울문학 삼행시 대상, 프랑스 파리 시화전 에콜어워드상, 남명문화제 시화문학상 포랜컬쳐상, 대한민국 예술문화 세계 대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현재 한실문예창작 회원, 탐스런 문학회 회장, 가톨릭미협 청조미협 회원, 세계미술작가교류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예술대전 초대작가이자 대한미협 초대작가인 그녀가 그린 서양화 한 점이 미국 스탠톤 대학에 소장되어 있다.
평소 다소곳하고 생각이 깊은 소녀 같은 손영란 시인!
이 시인의 시 세계는 어떠할까. 그 시심의 숲길로 들어가 산책해 보자.

까마득히
외우는
소녀의 그리움

사랑 수놓아
초원에
가득찬 미소

가을을 노래하는
보헤미안 같은
안타까움.
- 「코스모스」 전문

시적 화자는 코스모스에 대해 새로운 각도로 해석하고 있다. 코스모스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1연에서의 코스모스는 소녀의 그리움이라고 말한다. 무엇에 대한 그리움인지는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까마득히 외우고 있단다. 짝사랑하는 그 누군가에 대한 기다림을 외우고 있는 걸까. 가느다란 몸 어디에 마음을 숨겨 놓을 수 없어 외우고 있는 걸까. 실핏줄이 드러날 만큼 여린 몸이기에 흔들리며 흔들리며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외우고 있는 걸까. “까마득히/ 외우는”이라는 표현이 참 낭만적이다. 2연에서의 코스모스는 제법 숙녀 티가 난다. 사랑을 수놓는, 사랑을 귀히 여길 줄 아는 그런 성숙함이 느껴진다. 사랑을 알기 시작하면 “초원에/ 가득찬 미소”처럼 행복해진다. 미소는 자신의 내면인 꽃잎에만 피어 있지 않고 밖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기쁨으로 수없이 몸을 흔들흔들 움직인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3연에서의 코스모스는 중년의 느낌이 난다. 삶의 고단함과 사랑의 열병을 치른 후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은 심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을 “가을을 노래하는/ 보헤미안 같은/ 안타까움”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기에 여전히 흔들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시적 화자는 깨달은 것일까. ‘안타까움’ 속에서 시적 화자의 마음의 중심이 읽혀진다. 짧으면서도 깔끔한 시적 형상화가 돋보인다. 시의 특질이 뭔지 선명히 보여주는 시, 이미지 구현을 통해 섬세한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시라서 읽는 독자의 눈이 행복하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애틋함

고요히
누리게 하소서

알맞게
쓸쓸하게 하시며

고독을 살피는
건강한 시력 주소서.
- 「어떤 기도」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하늘에 기도하고 있다. 어떤 부족함이 느껴질 때 기도를 통해 우리는 그 부족함을 채워달라고 하늘에게 말한다. 시적 화자는 어떤 결핍이 있었던 걸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애틋함”을 달라고 말하고 있다. 뜨겁거나 차가우면 왜 안 되는 것일까. 뜨거움으로 활활 타오르며 아파했던 어떤 시절이 있었던 걸까. 또 차갑게 돌아섰던 냉담한 계절이 있었던 걸까. 뜨겁거나 차가운 급커브 같은 인생길에서 시적 화자는 어떤 왜곡된 표정을 보았을 것이다. 직설적인 안색 같은 그 뜨겁거나 차가운 시절 앞에서 시적 화자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내일의 감정을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뜨겁거나 차갑지 않고 어떤 애틋함으로 다가오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서로의 시간과 마음 영역을 인정해 주는 그런 애틋함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또 알맞게 쓸쓸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스스로의 쓸쓸함을 추스릴 수 있을 만큼만 다가오게 해달라고. 폭설과 폭우처럼 쏟아지는 무지막지한 쓸쓸함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쓸쓸함을 달라고 한다. 고단했던 삶의 뒤안길을 걸으며 깊은 쓸쓸함을 느꼈을 시적 화자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바닥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외로움의 나락으로 떨어질 때 얼마나 힘들고 쓸쓸했을까. 우는 날이 많아질수록 삶의 무게는 더 무거워지고 질척거렸을 것이다. 혼자서 일어설 수 없는 그 쓸쓸함의 바닥에서 몸부림쳤을 것이다. 그 아픔을 알기에 고독을 살피는 건강한 시력을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읽으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애틋함을 누리게 하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는 걸로 누리게 해달라. 쓸쓸한 삶일지라도, 그게 알맞게 쓸쓸하게 해달라. 고독에 젖어 살지라도, 그 고독을 살피는 건강한 시력을 달라. 평소에 미처 우리가 다가가지 못한 감성을 맛보게 해주는 시, 감탄과 함께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시, 놀랍기만 하다.

긴 긴 세월
행여 오시려나
불 밝혀 기다립니다
당신의 더딘 발걸음
편히 오시라고
목을 늘어뜨린 그리움으로
먼 발치에 호롱불 달아
드립니다.
- 「상사화」 전문

시적 화자는 상사화를 의인화하고 있다. 어두컴컴한 골목을 걸어오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불 밝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대문을 여는 바람소리도 나지 않는데, 날마다 불을 밝히는 그 마음이 안타깝다. 행여 오시려나, 간절한 기다림이 한 달을 넘고 일 년을 넘어 긴 긴 세월로 막막하게 걸어가는데 지친 안색도 없이 오늘도 기다린다. 혹시 당신의 더딘 발걸음이 불편할까 봐 그 발걸음 편히 오시라고 “목을 늘어뜨린 그리움으로/ 먼 발치에 호롱불 달아” 드린다. 기다림이 징글징글해 그만둘 법도 한데 깊은 가슴속에 숨어든 당신을 향한 사랑은 꽃대처럼 아직도 싱싱한 초록이다. 그 초록의 꿈이 있는 한 시적 화자는 불을 밝힐 것이다. 늦은 대답이어도 좋으니 꼬깃꼬깃 접힌 시간을 펼쳐 몽유의 계절을 돌고 돌아 기다림이 있는 곳으로 오기를 바라고 있다. 시적 화자는 참으로 긴 긴 세월을 기다린다. 행여 오시려나 불까지 밝힌 채. 그 더딘 발걸음 편히 오라고, 목 늘어뜨린 그리움으로 먼 발치에 호롱불 달아 둔 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정갈한 정서 속에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 시의 특질이 정서의 순화라는 점에서, 이 시의 가치가 귀하게 여겨진다. 독자들도 목 늘어뜨린 그리움을 체험할 수 있을 것 같다.

눈빛은 다정하고
마음은 온유하게
아름다운 씨앗 뿌리자

상한 영혼에
피어난
이쁜 꽃 가꾸자

오늘 하루도
가장 고운
향기 뿜어내자.
- 「가슴밭」 전문

시적 화자는 가슴밭을 가꾸어 싶어 한다. 텃밭의 작물도 봄볕 환한 주인의 발걸음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작물에는 어떤 심안이 있기에, 정성 어린 주인의 발걸음을 알아본 것일까. 텃밭의 작물도 그러한데 우리 마음의 가슴밭은 오죽할까. 작물의 비린 목젖에 달달한 물을 떠먹이는 주인의 그 정성을 텃밭은 알 것이다. 그러기에 시적 화자는 “눈빛은 다정하고/ 마음은 온유하게” 가슴밭에 씨앗을 뿌리자고 말하고 있다. 타인과의 만남이라는, 그 씨앗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느껴진다. 만남을 통해 시간을 때우는 억지스러움이 아닌 진지함이 느껴진다. 빈 껍데기 같은 수다로 몸집을 부풀리는 가슴밭이 아닌 실한 열매가 열리고 초록이 숨을 쉬는 그런 가슴밭을 가꾸고 싶어 한다. 빈 말을 과식해서 체하는 하루가 아닌 상한 영혼도 치유되고 꽃 필 수 있는 그런 만남을 갖고 싶어 한다. 눈빛은 다정하게 마음은 온유하게 아름다운 씨앗을 가슴밭에 뿌리고 싶어 한다. 또한 상한 영혼에 이쁜 꽃이 피어나게 하여 가꾸고 싶어 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가장 고운 향기 뿜어내게 하고 싶어 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점점 삭막해져 가는 현대사회에 이 아름다운 가슴밭이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옛날
우리가 속삭이던 밀어

아직도 그렇게
여운이 남아 있습니까

그 시절
우리가 입었던 푸른 날개

아직도 여전히
메아리 치고 있습니까

그때
우리가 함께 부르던 세레나데

아직도 애틋이
빛나고 있습니까.
- 「추억」 전문

시적 화자는 추억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한때 우리가 머물렀던 달콤한 속삭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늦가을 어스름 속으로 흩어졌을까. 낙엽 따라 멀리 멀리 날아갔을까. 돌아보면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듯한데. 봄의 시작처럼 우리의 밤을 들썩이게 했던 밀어는 어디에서 꽃을 피우고 있을까. 여운처럼 아직도 꽃의 향기가 남아 있을까. 만개한 통증처럼 아프면서 사랑했던 그 시절은 여전히 사랑의 꽃대를 밀어 올리고 있을까. 모든 게 궁금하다. 함박눈처럼 펑펑 쏟아지듯 다가갔던 그리움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환장하게 짙어갔던 여름의 푸르름처럼 우리가 불렀던 세레나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추억은 어떤 존재일까. 그 옛날 우리가 속삭이던 밀어일까. 아직도 우리 가슴속에 남아 있는 여운일까. 지난 시절 우리가 입었던 푸른 날개일까. 아직도 여전히 메아리치고 있는 날개일까. 한때 우리가 함께 부르던 세레나데, 그게 아직도 애틋이 빛나고 있는 걸까. 여기서도 미묘한 정서의 세계를 그려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시는 이처럼 평소에 우리가 붙잡을 수 없었던 감성의 세계를 잠시 머물게 하여 보여주는 장르가 시는 아닐까.

툭 통꽃으로 지는
그 의미를 아시나요

오열하며 선혈 떨구는
그 호곡의 사연을 아시나요

끝내 울어 버린
그 가슴의 소리를 아시나요.
- 「 동백 」 전문

시적 화자는 동백꽃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동백꽃은 벌과 나비가 봄을 짓는 계절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스스로 붉어지며 자신만의 계절을 완성한다. 자신만의 방향이 뚜렷하고 의지가 분명한 동백이 어느 날 툭, 통꽃으로 진다. 자신의 목을 바쳐 스스로의 제단을 쌓는다. 찬바람의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