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꺼번에 날아온 오후 (김숙희 시집)

너무 한꺼번에 날아온 오후 (김숙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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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물질문명의 발호로 인간이 사물화·도구화 되어가며 갈수록 피폐해지는 시대에 무엇보다도 인문주의가 절실하다. 이러한 때 김숙희 시인의 시는 휴머니티를 가치로 내세우고 다양한 삶의 양태를 살펴보며 삶의 본질을 묘파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탐욕스러운 인간의 욕망을 성찰하고자 자본주의의 그늘이 드리운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그러므로 어머니의 삶을 통해 가족을 향한 끝없는 사랑을 기억하며 그 의미를 되새긴다. 뿐만 아니라 자연을 통해 순연한 인간의 모습을 되비추며 희망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한다. 이러한 시인의 시작詩作활동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발로에서 비롯된다.
한편, 김숙희 시인의 시는 형식과 내용의 새로움을 추구하는데도 게으르지 않아 ‘시간’이라는 관념을 의미화하여 인간의 삶의 기저가 되고 있는 것들을 사색한다. 특히 김숙희 시인은 ‘언어’의 본질에 깊이 천착하며 물리적인 현상으로서의 시간보다 시간이 지닌 근원적인 관념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김숙희 시인의 미덕은 말하는 방식의 새로움, 낯설고 참신한 언어구사로 인해 미학적인 측면에서 시인만의 개성을 드러내는데 유용하게 작용하고 있다.
-강경호(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저자

김숙희

ㆍ공립해남공업고 영어교사, 시낭송가, 수필가

ㆍ대한민국최고기록인증 대상
(수상부문_전국시낭송대회 13관왕, 전국시낭송대회 다관왕 1위)
ㆍ전국시낭송대회 심사위원장 5회
ㆍ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문학박사/졸업
ㆍ경희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전공 석사/졸업
ㆍ영어교육 학사, 영문학 석사 졸업

ㆍ서울 한국예총 시낭송부문, 한국예술문화 명인(현)
ㆍ서울 세계예능교류협회 문화예술위원장(현)
ㆍ한미예술재단 USA 시낭송위원장(현)
ㆍ한국문협 전남지회 시낭송 위원장(현)
ㆍ서울 김소월 시낭송협회 회장(역)
ㆍ목포 문화원 이사(현), 송수권 기념사업회 이사(현)
ㆍMBC TV 전국방송, KBS 라디오 등 다수 출연
ㆍ‘국회시낭송의 밤’ ‘서울 예술의 전당 명인명무전’ 등 시낭송 공연예술 활동
ㆍ전남문협, 목포문협, 강진문협, 무안문협, 스토리문협 회원
ㆍ2021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한국인 대상(대한민국최고 시낭송가 대상)
ㆍ2021 대한민국 아름다운문화인 대상(문화예술부문 대한민국최고 시낭송가 대상)
ㆍ2022 세계청년리더총연맹 PRESS AWARDS 최우수 인플루언서상
ㆍ2017 언론사 주최 자랑스런 한국인인물 대상(문화발전 공헌부문)
ㆍ2017 언론사 주최 대한민국인성교육 대상
ㆍ2016 김소월 전국 백일장대회 준장원
ㆍ시집 『착각을 하지 않기 위한 레시피』, 『국수와 소녀』,
『너무 한꺼번에 날아온 오후』

목차

너무 한꺼번에 날아온 오후 _ 차례




1부 새에 관한 보고서

고양이는 두부 한 모를 사들고
나비가 지나간 뒤에
거미를 상상해 보는 시
미련한 독서
불여시
참새는 참 잘 생겼다
게장 골목
토끼가 오는 시간
날개
새에 관한 보고서
모기
어떻게 이런 일이
새
거미의 집
고등어
치아
그것은 섬의 이름이 아니었다
날개


2부 너무 한꺼번에 날아온 오후

너는 없는 곳에 내가 있는 동안
소국小菊
나무의 바깥
너무 한꺼번에 날아온 오후
등나무가 있던 집
나무
벚꽃 아래
은행나무가 서있던 자리
밀 향기
접시꽃이 피었다
경포대 녹차 밭
숲
가을
살구와 음주 단속
겨울 아침
고모
미역의 날들
당신
우체국이 없다
도착하기 전에
세량지 매화길
약속
장미를 심어놓고 갔다
너희들은 왜 신항新港에 와 있는가
시간의 진실


3부 새벽은 벽이 아니다

착각을 하지 않기 위한 레시피
그 사이, 오후가 온다
비가 내리는 반대 방향
그래도 간다
기차는 저 혼자서
대안代案
종점
국수와 소녀
외관의 날들
오전 아홉 시
TV
노을 앞에서
꿈속의 법정
밤 열두 시
봄에서 겨울까지
버스와 인생
자전거 타기
상처
황금빛 등불을 사리
색깔
아가
새벽은 벽이 아니야
시의 무사들
축구
시를 기다리는 여자
바람의 말
분수噴水는 온다
바둑은 푸른색
오일장
낙서의 힘
갑자기 찾아온 슬픔
겨울 나그네
성당의 종소리
아버지의 밥
지구에는 기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쓰러져 본다는 일
늦은 밤의 라면
진눈깨비
교각橋脚
겨울 나그네
북두칠성
이곳에 와서 다 죽었습니다
커피잔 속의 인어
꽃부채

|작품론|
휴머니즘 탐구와 언어미학의 시학 | 강경호

출판사 서평

휴머니즘 탐구와 언어미학의 시학
- 김숙희 시선집 『너무 한꺼번에 날아온 오후』를 읽고


강 경 호
(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1.
서정시는 시인이 살아온 삶의 총체성을 통해 시적 자아를 형상화시킨다. 그러므로 시대의 보편적 가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래한다. 현실은 늘 모순과 부조리 등의 그늘이 있기 마련이고, 시인 역시 결핍이 있기 마련이다. 시인은 자신의 결핍을 통해 삶의 원리와 실존방식을 객관화시키며 현실의 그늘을 드러내어 보다 나은 세계를 지향한다.
김숙희 시인이 그간 펴낸 두 권의 시집에서 자선한 시선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시적 경향은 삶을 관조하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펼친 것이다. 시인과 시인을 둘러싼 세계에서 만난 시적 순간들이 시인의 이야기이면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시인의 사유가 독자들의 사유이기도 하다.
그 새는 평생을 바람과 싸우다가 지상에 추락한 흔적을 날개의 무늬에 새겨 놓았다

시인 박 아무개 선생은 정읍의 한 초옥에서 일천 병의 술병과 일천 편의 시를 남기고 전설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었다

보고서의 말미에 시인의 영혼은 붉은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닐지 모른다는 후기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새에 관한 보고서」 전문

이 작품의 모티브는 이른바 ‘한수산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모진 고문으로 억울하게 살다 간 박정만 시인의 비극적인 삶과 관련이 있다. ‘그’로 지칭되는 시적대상이 “평생을 바람과 싸우다가 지상에 추락한” 후 “붉은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박정만 시인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남영동에 끌려가 죄를 뒤집어 씌운 그들에게 고문후유증으로 고생을 하였다. 남영동에서 풀려나 그의 고향 정읍의 한 초옥에서 날마다 소주를 마시며 비몽사몽간에 수많은 시를 썼다. 마지막 시편 「종시終詩」에서 “나는 사라진다/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이러한 배경을 통해 김숙희 시인은 박정만 시인의 지난한 삶을 노래하고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고자 한다. 우선 박정만 시인을 ‘그 새’로 호명하는 화자는 ‘바람’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에 ‘시인 박 아무개’를 ‘새’로 환치시킨다. ‘새’는 ‘날개’를 지녔고 ‘하늘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박 아무개’는 “바람과 싸우다가 지상에 추락”하였다고 진술하는데, ‘새’의 생태적 특징과 성격을 서정시의 특질인 유사성으로 형상화시켰다. 이 시의 미덕이기도 한 ‘박 아무개’의 삶과 죽음을 새의 생사로 바라보는 시선의 참신함이다. 그러므로 화자는 한 마리의 새의 생사과정을 지켜보며 보고서 형식이 바로 이 시라는 인식은 독특하다. 특히 ‘박 아무개’인 박정만 시인이 “일천 병의 술병과 일천 편의 시를 남”긴 것을 ‘전설’이라고 말함으로써 박정한 시인의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음이 이 작품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비극적인 삶을 비극성에만 묶어두지 않고 지난한 삶이지만 가치있는 삶으로 승화되었다는 메시지가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화자는 “보고서 말미에 시인의 영혼은 붉은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닐지 모른다는 후기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여기는 것이다.
「고양이는 두부 한 모를 사들고」에서는 화자의 자아가 세계를 감싸 안으려는 모습을 그려내며 서정시의 본질인 동일성을 지향함으로써 치열한 삶의 현장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비가 내릴 것 같은 저녁 어스름
고양이 한 마리가 두부 한 모를 사들고
골목을 돌아가고 있다

처음엔 고양이도 두부를 먹나 생각했다가
고양이도 두부를 먹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가
고양이가 두부를 살 수 있을까 하는 데까지
그 생각이 따라가게 되었다

실은 내가 오래 다니는 동네 가게에서
두부 한 모를 사들고 나오다가
잽싸게 골목 속으로 사라지는
길고양이 한 마리를 보고
얘야, 너도 두부 사러 나왔니
말을 붙여보다가

정말로 고양이 손에 두부를 건네주고 싶다가
이렇게 저렇게 헝클어진 생각들이
두서없이 나열되던 시간이었다

고양이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서
할 수 없이 나는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일부러 내 얼굴을 바꾸어보다가

고양이 한 마리가
두부 한 모를 사들고 골목길을 돌아
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말해 버렸다
- 「고양이는 두부 한 모를 사들고」 전문

이 작품은 고독한 인간의 실존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가 두부 한 모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골목에서 사라지는 고양이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을 시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고양이를 인간처럼 외로운 내면에 간직한 영혼의 허기를 지닌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얘야, 너도 두부 사러 나왔니”라고 화자가 고양이에게 말을 붙여보려 함으로써 화자, 즉 인간과 고양이와의 거리를 좁혀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더불어 일순간 골목에서 사라진 고양이와 같은 표정으로 “일부러 내 얼굴을 바꾸어보”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인간과 고양이의 동일성을 추구하고 있다.
“고양이 한 마리가/두부 한 모를 사들고 골목길을 돌아/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말해 버렸다”에서 보듯 늘 인간의 주변에서 배회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고양이를 의인화시킴으로써 고양이를 인간과 다름없는 존재로 바라보는 화자의 세계관을 짐작할 수 있다. 인간 또한 고양이처럼 외롭고 쓸쓸한 생의 골목을 배회하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태도는 근원적으로 모든 생명이 지닌 생명성과 숙명을 묘파하고 있다.

이밖에 인간의 삶을 노래한 시편으로 「버스와 인생」에서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것은 버스 뿐만 아니라 인간도 그러하다고 삶의 이치를 파헤친다. 인간과 버스는 길을 간다는 측면에서 노정에 있는 존재들이다. 때로는 “더 달려야 할 일”이지만 “사소해진 때가 되면//안 가고 서 있는 모습도” 닮았다. 그렇지만 인간이나 버스는 자신의 길을 최선을 다해 가는 것이라는 본질을 천착하고 있다.
「쓰러져 본다는 일」 또한 위의 작품 「버스와 인생」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쓰러짐’을 좌절과 절망으로만 여기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는 것이 인생이라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자는 “바닥을 쳐 보아야 천정이 보인다”고 말할 수 있음인데, 이러한 시인의 인식태도는 서정시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이다.
「황금빛 등불을 사리」는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에 이르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살다보면 “혼자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러나 화자보다 더 추운 얼굴을 한 노인이 내미는 봉지를 바라보며, “나 혼자서만 실패했거나 버림받았다는/느낌”을 버리고 “마침내 황금빛 등불을” 밝힐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메시지를 읽게 한다.
「노을 앞에서」에서도 ‘세모’와 ‘네모’로 의미화한 모서리들이 “상대방을 찔러” 상처를 주지만 마침내 둥그런 원圓이 되어 원만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하고 있다.
「봄에서 겨울까지」는 부제를 ‘인생’이라고 달았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지리적 환경을 가졌다. 그렇다고 이 작품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춘하추동을 단순한 계절의 변화만을 말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춘하추동, 즉 기승전결의 이치로 작동하는 것을 이 작품은 메시지로 담고 있다. “당신은 키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고 안 만나 줄 때도 있”다. “할 말이 막히면 이상한 말로 얼버무리기도 한다” 그래서 “지리산 골짜기 같은 데에 떼어놓고 오고 싶은 날”도 있지만 “그래도 함께 다녀야 한다”는 인식에 이르게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는 것이 인생임을 전해주고 있다.

2.
현대자본문명은 욕망의 힘으로 움직이는 시대이다.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자본주의는 속도와 석유로 작동되며 온갖 모순과 부조리가 횡행하는 사회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온갖 기제들이 석유의 힘으로 움직여지고, ‘보다 빨리’라는 구호처럼 경쟁력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이 속도를 내고 있다. 속도는 곧 자본과 관련되며 자본은 욕망을 에너지로 작동된다. 그러다보니 근대정신의 핵심인 ‘인문주의’는 퇴색되고 인간과 자연은 자본주의를 가동하는 연료로 소진될 뿐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그늘엔 사물화 된 인간의 모습과 이로 인해 상처진 계층이 중심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정확히 직시하고 있는 김숙희 시인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횡행하고 곰팡이처럼 번져있는 인간의 욕망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반성과 성찰의 언어를 통해 깨달음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찬장 속에 들어가 너무 딱딱한 자세로
앉아있는 당신
어머, 여기에 계셨나요
나는 일단 호감부터 드러낸다

사실은 그만 참으려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당신을 만나면 거칠어지는 내 손길에
당신은 한 번도 거부를 하거나 아니라는
표정을 드러내었던 적이 없다

당신은 내게 언제나 만만한 상대

이제 당신과 나만의 은밀한 시간이
끓어 오르고 나면
나는 당신의 국물까지 다 삼키고 나서야
왕비처럼 표정이 흡족해 진다

아, 늦은 밤의 라면!
- 「늦은 밤의 라면」 전문

‘라면’이라는 식료품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소시민들이 값싸게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간편음식이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야식으로 먹을 수 있어 풍요로운 현대를 상징하면서 비만과 각종 질병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그것이다.
화자는 라면을 ‘당신’이라고 호칭하며 의인화하고 있다. 한 끼 식사거나 간식의 대용인 라면이 지닌 가치와 간편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비록 “찬장 속에 들어가 너무 딱딱한 자세로/앉아있는 당신”이지만 라면을 하나의 식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화자는 “어머, 여기에 계셨나요” 하면서 반긴다. 그러므로 출출한 허기를 채워줄 대상으로 바라보며 “나는 일단 호감부터 드러낸다” “그만 참으려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