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 (임린 시집)

시와 시 (임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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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임린 시인은 시를 통해 사유의 세계를 구체화하여 궁극적으로는 휴머니즘을 꿈꾸고 지향하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자본문명사회, 그것도 자본주의 이념으로 작동하는 오늘날은 인간을 사물화하여 도구로 인식하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 평배하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임린 시인은 자신만의 파타피지크Pataphysique를 보여주고자 한다. 삶을 관조하며 반성과 성찰을 통해 보다 나은 완성된 인간이 되는 세계를 꿈꾼다. 불화와 모순이 들끓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제문제로 인하여 파생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살피며 자신의 모습도 이에 투영시켜 관계의 본질을 묘파한다.
시인과 가장 가까운 공동체인 가족의 역사에서 어머니, 아버지, 누이의 헌신과 슬픔을 되새기며 사랑과 상처를 통해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가족애를 노래한 시편들은 사랑의 넘치는 가족관계를 지향한다.
생명성을 드러낸 시편들에서는 지구온난화현상은 인간중심적 사고로 인해 멸망의 길로 치닿을지도 모르는 위기의식을 고조시킴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인간과 자연이 상생해야 한다는 시인의 절박함을 부르짖고 있다.
이렇듯 생명성에 깊은 관심을 가진 시인은 중심으로부터 이탈한 소외계층에 대한 연민을 보여준다. 이것은 삶의 공동체가 함께 조화를 이루어질 때 세상은 인정이 넘치고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것이라는 임린 시인의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 강경호(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저자

임린

시인임린(본명임인택)

·광주출생
·2018년《시와사람》신인상수상으로등단
·광주문인협회올해의작품상수상
·시집『시時와시詩』

목차

시時와시詩/차례

시인의말

1거울의페르소나

거울의페르소나
갠지스강의구상도
다비
블루블루
시조새
영혼이맑아지는시간
우리가멈추기전에
용골에돋는옹이
잠속의잠
목과木瓜
산월
천정의소리
정체성이무어냐고
미륵의노래
손금의바다

채석강
쓸쓸하고씁쓸한것
연잎과거미
바람은기다림이아니다

2기우는달

기우는달
대장간의노을
남김없이남는것
눈썹하나차이
별이된영혼
부재
빗물
어머니주머니
수염풀
쉬소리는시같아
슬픈성탄
의욕과처지앞에서
이장
가을발자국
누구나가진이름하나
백목련진다
누이
신화와목마
플라타너스
어린징소리

3나무장례식

나무장례식
나무도시에서죽다
개미와게미
오동도
신가리낚시터
오목눈이사랑
우울한날
투명이부른산새
제비꽃
억새비
신발에대하여
만날수없는너에게
10월이가면
첫사랑
괜찮다는갈대
쇄루우灑涙雨
머나먼당신
들에핀꽃이너의마음이라면
불편한사육

4달동네의겨울

달동네의겨울1
궁금한말
말테우리의꿈
무직자
사라진지문
시간을만지다
디아스포라
주인없는연장
수화手話
가을속가실이
더위
낡은의자에대하여
소리의죽음을보고
말을묻다
어쩌면연꽃밭서호
어린마음

|작품론|
삶의관조와생명성,휴머니즘의미학/강경호

출판사 서평

삶의관조와생명성,휴머니즘의미학
-임린시집『시(時)와시(詩)』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평론분과회장)


1.
인간은태어남과죽음사이에서존재한다.이것을삶이라고한다.시인은태어남과죽음의간극에서끝없는질문을한다.실존의방식과자신과공동체를이루고있는가족과의관계성,그리고자연과인간과의상생방식인생명성탐구,중심으로부터이탈한사람들의삶을살핌으로해서,인간과인간간의관계성과자신의실존에대해사색하고새로운삶의방식을모색한다.가족에대한연민과측은지심은물론이고세계로부터소외된사람들에대한관심은시인이본질적으로휴머니즘을지향하고있기때문이다.그러므로인간과자연과의관계를설정하고인간의탐욕에대한실존방식에대해성찰하는태도를보여줌으로써보다인간다움을지니고자한다.
이러한배경에는탐욕과결핍,그리고자본주의시스템에의해작동되는현대자본문명의그늘속에서불안을견디는연약한인간존재의실존의몸부림이있다.
임린시인의시적발화는바로이지점에서출발한다.그러므로그의시는시인자신만의문제가아니라현대를살아가는모든사람들의문제여서공감영역이확장된다.

2.
서정시는시인이마주하는시대의현실을반영한다.현실은늘불화와모순이존재하기마련이다.‘시대의안테나’라고할수있는시인은현실의제문제를발견하고수면위로띄워올리는사람이다.그런까닭에시인을일러‘예언자’라고도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시인은나약하다.어떠한형태의권력도갖고있지못하기때문이다.그렇지만시인은자신의역할을충실히하는무던하고,보기에따라서는어리석은,순진한아이를닮았다.이렇듯시인이시대의그늘을발견하고제목소리를내는내적에너지는인간과인간과의관계를살피면서,시인자신의삶을살피는데서연유한다.‘인간은사회적동물’이라는명제가말하듯서로가관계짓고있는공동체여서그관계의본질을묘파하고자한다.그러므로시인자신의모습을근원적으로살필수있다.

저속에타자가웃고있다
나인것처럼웃으나실은허상의그림자다
나는웃지만속으로울고있다
가면의세계가
위악을증폭시키는지도모른다
범벅이된사실과진실을칼로자르듯
논픽션과픽션을가리는일이가능할까
마음을모르는거울이표정만반사할뿐
매일아침오늘은신나는일이있을것처럼
거울앞에서얼굴을매만지는것이다
언젠가깨질거울과나의안팎을감싸고
해명에대부분의시간을바친다
말과표정,마음이따로가는생이
가식과페르소나를남발하면서울고웃는다
달빛을반사하는둥근허구같은추석이다
너에게웃으면웃어지듯
오는것반갑고가는것반가운
가면서운하고오래머물면버겁다는
나는부서지지만
세상거울은깨지지않는다.
-「거울의페르소나」전문

페르소나Persona는원래연극에서쓰이는탈Masklchanacter을뜻하는라틴어에서비롯됐다.개인이사회적요구들에대한반응으로서밖으로표출하는공적얼굴이다.실제성격과는다르지만,다른사람들의눈에비치는한개인의모습을의미한다.흔히서양의가면무도회에서자신을감추고탈의모습으로또다른자신을드러내곤하였다.「거울의페르소나」에서화자는거울을바라보며거울속에비친자신의모습을‘타자’로인식한다.거울에비친자신이“나인것처럼웃으나실은허상의그림자”라고하는것이다.인간의내면에는두개의모습이있다.서로갈등하며진정한자신의자아와만나고싶어한다.그러나현실의유혹은두개의모습이하나가되지못하게한다.현실과진실사이에서갈등하는모습때문에화자는“나는웃지만속으로울고있다”고진술한다.여기에서거울속의내가웃고있지만진실을외면하고있는탓에울고있는것이다.이것은인간의본성이진실을향하고있기때문이다.더불어웃고있는나는진실된나의모습이아닌까닭에자신이탈을쓰고있다는사실에속으로는울고있는것이다.“매일아침오늘은신나는일이있을것처럼/거울앞에서얼굴을매만지”지만대부분“말과표정,마음이따로가는생”이다.이러한이유로화자는“가식과페르소나를남발하면서울고웃는다”고토로한다.이작품에서‘거울’은매우중요한기제로작용한다.거울은실제의거울이기도하면서‘세상거울’이다.실제의거울은자신의모습을현상적으로비춰주는것을말하며,세상의거울은인간의욕망이만든사회구조를가리킨다.두개의상반된거울사이에서화자는갈등한다.실제의거울은깨뜨릴수있지만,‘세상거울’은욕망이만든거울이므로어느개인이쉽게깨뜨릴수없다.거울이자신을비춰줌으로써화자는거짓된자아와참된자아를구분하게된다.그러므로실제현상적으로모습을비춰주는것뿐만아니라아침마다바라보는거울은진실된나와의만남,즉탈이면의참된자아를만나게하는동기를제공한다.그런까닭에이작품에서화자가거울속의페르소나를통해진정한자아를만나고자한다.
「갠지스강의구상도」는인간의본성과근원적인자아에대한사색을하고있다.

강가불타불티올라
구상도의계단가장낮은곳에발목을담그고
뼈의구릉하구를이룬다
불꽃디아도릭샤에부딪힐까
십사억인도의신비
물비늘그늘에날아드는흰재
그사이로흰옷은어른거려
강물에목욕하는사람
정좌하고명상하는사람
미처다태우지못한주검을
강에흘려보내는사람
힘겹게몸을트는수천키로강줄기는
원소로환원하는피안의세계로흐른다
물질의잠에서깨지않음으로
비로소아침을맞이할
물화된사과가하트모양으로축조된다
피안과차안의경계를따지지않는그들
삶속에죽음이있고죽음안에삶이있는
사라의탯줄속에무슨꿈이서릴까
강의길이만큼이나
따가운불티만큼이나
몸에서불로물에서흙으로다시태어나
보이지않는것을보게될옷벗은영혼
저리니르바나로가는여정일까
-「갠지스강의구상도」전문

인도에서갠지스강을‘어머니의강’이라고여기는것에서알수있듯이힌두교를믿는인도인들이가장신성하게생각한다.이작품의배경은갠지스강이다.그곳에는“강물에목욕하는사람/정좌하고명상하는사람/미처다태우지못한주검을/강에흘려보내는사람”등으로붐빈다.강에서이러한행위를하는사람들의모습은모두신성한종교의식이다.힌두교에서갠지스강에서몸을씻는의식은기독교에서세례를받는것처럼거듭새롭게태어나는의식이다.정좌하고명상하는것도정신을맑게함으로써흐트러진마음을가다듬는행위이다.특히죽은사람을화장시켜강물에띄우는것은“몸에서불로물에서흙으로다시태어”난다는종교적신념에서비롯된행동이다.‘니르바나’는모든번뇌의궁극적인목적이기도하다.이러한주체를화자는“보이지않는것을보게될옷벗은영혼”이라고하고있다.그러므로사람이목숨을다하게되면“물질의잠에서깨지않음으로/비로소아침을맞이할/물화된사과가하트모양으로축조된다”고한다.이작품은궁극적으로죽어도죽지않고새로운생명으로태어나는영원한생명성을노래하고있다.이러한주체는“피안과차안의경계를따지지않”고,새“삶속에죽음이있고죽음안에삶이있는”,즉삶과죽음의경계를넘나드는존재라고규정하고있다.
삶을관조하며실존방식에대한모색을보여주는작품「쓸쓸하고씁쓸한것」에서도삶의본질을묘파하고있다.‘쓸쓸함’과‘씁쓸함’의감정을부정적인의미로여기지않고‘희망’이라는긍정적인의미로읽고실천적덕목으로이해한다.임린시인의시편들에서특히불교적사유를많이보이는것은시인의정신세계가거기에닿아있으며,세계관의중요한축이되고있다는증거이다.「다비」는고승의다비식을통해허무를그리며‘서천가는새한마리’같은존재가인간임을탐구하고있다.「영혼이맑아지는시간」에서는보름달이떠있는시간을“부처의영혼이부도의사리에서깨어나는시간”으로바라보며“만물이정적에있고도없는것같다”고한다.이러한현상을‘몰아沒我’‘물아物我’,즉자신을잊고있는상태라는인식을하고있다.더불어“망각과해탈의경계에서굽은것이한아우라로펴”진다고함으로써존재방식을불교적상상력으로드러내고있다.「미륵의노래」는고대문화재를발굴하여출토된유물들을통해그시대를살았던사람들의흔적을들여다보기도하고,“삶은결코만만치않아/여러갈래로흩어지지만/탑의정신화엄의말씀”만이남아있음을되새기며삶의근원을살피고있다.

3.
현대자본문명사회는인류역사상어느시대보다도물질적풍요를이루고있다.그럼에도불구하고여전히인간을도구화·사물화하고있다.끊임없는탐욕때문이다.이러한시대에가장안전하고따스한기초공동체인가족조차물질적토대를근거로해체되고있는추세이다.우리나라가선진국에진입하였다해도부를축적한계층은더욱물질적가치를탐하고,가난한사람들은빈곤에서헤어나기어려운사회환경이다.이러한현상은갈수록심화되고있어여러가지문제를야기하고있다.자본주의시스템이작동하는사회구조에서젊은사람들은그들대로노인들은그들대로빈곤에서자유롭지못하다.더불어청년인구는줄어들고노인인구는넘쳐나는기이한현상이일어나고있다.물론이러한현상은우리사회의모순에서야기되고있다.그러다보니사회적제문제들이우리사회를불안하게하는요인으로작용하고,건강한공동체가좀먹고있는실정이다.예로부터집안이건강해야우리사회도건강해진다고하였다.그랬을때이러한오늘우리시대의제문제들을해결할수있을것이다.
임린시인의일련의시편들은가장작은공동체인‘가족’에대한애틋함과연민이깃들어있다.

어려서앞도가리지못했던시절
빨랫감을개키던어머니는
잠투정을깨워소변을누이곤했다
쉬하는소리에터진줄기가헛방을나가면
쭈쭈쭈고추를말리고
엉덩이와배를가만가만두드려주셨다
그래서일까쉬소리에길들여져
쉬소리같은시가시골뒷산
대숲바람이되어귀에붙는다
아내의시간에돈되는일로핀잔을듣지만
건네다본먼하늘은별을키웠다
가다가다사는게막막강산일때는
이따금부모님잠든산숲을찾아
새소리,꽃내음에흠씬젖다가어둑발로끌린다
어머니의토닥거림은푹신한뭉게구름이지만
아득히안는다
흩어진마음다잡지못하고꿇은무릎
어르는어머니말씀에보습을벼르는데
바람에무너지는이삭은가눌수없다
어머니와통성하는온전한시간만큼
젖은돗자리에앉아
까치놀로날아가는검은새떼의
목메는저녁을말하고싶다.
-「쉬소리는시같아」전문

이작품에는두개의시점이있다.과거와현재가그것이다.과거의시점에는어린화자를돌봐주던어머니와아내의시간이있고,현재의시점에는이러한과거를회상하는화자의발화지점이있다.서정시는모두가과거에일어난정서적사건들이다.그런까닭에서정시는과거의기억속에서특히인상적이었던것들을오래묵혀두었다가정신적·정서적으로숙성시켜상상력을통해새로운인식을부여한다.어린시절어머니는잠투정하는화자를깨워소변을누이곤했다.오줌발이헛나갈때면어머니는“쭈쭈쭈고추를말리고/엉덩이와배를가만가만두드려주셨다”그러면서‘쉬’소리를냈다.유년에소변을누이던어머니의‘쉬’소리를여지껏기억하는화자는‘쉬’소리가마음깊은곳에남아있다가“쉬소리같은시가시골뒷산/대숲바람이되어귀에붙는다”고고백한다.마침내쉬를누던화자는시인이되어시를쓰고있다.돈이되지않는시를쓰는일때문에아내에게핀잔을듣기일쑤이지만,“건네다본먼하늘은별을키웠다”이작품은유년에어머니가아들의소변을누게하던‘쉬’소리가동음이어서시(詩)로변용하는과정을보여준다.그리고시인에게‘별’을키우게한다.‘별’은‘참되고맑은영혼’을말한다.때로살다가눈앞이막막할때는부모님산소를찾아가“새소리,꽃내음에흠씬젖”는다.‘새소리’‘꽃내음’또한‘맑은영혼’의다른말이어서화자가삶과시의일치를꿈꾸고있음을짐작할수있다.임린시인이왜시를쓰는지를극명하게짐작하게해주는대목이다.어머니의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