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꽃과 해바라기 (김해민 시집)

나리꽃과 해바라기 (김해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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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해민 시인의 시세계는 삶의 여러 양태를 진솔한 마음으로 살피고 있다. 또한 그의 시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연을 관조하며 시인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드러난 또 다른 시적 경향은 생명을 갖고 있는 사물에 대한 시인의 상상력이 사물의 본질을 잘 형상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오늘 시대에 대두되고 있는 생명성에 대한 앙양을 시인은 생태학적 상상력을 통해 깊이 사색하고 있다.
저자

김해민지음

다성김해민(多聖金海珉)

ㆍ시인,수필가
ㆍ문학박사학위과정
ㆍ주간한국문학신문기자
ㆍ현대문예작가회운영위원(시)
ㆍ에세이스트작가회의이사(수필)
ㆍ제121회《현대문예》시추천문학상
ㆍ제108호《에세이스트》수필신인상
ㆍ제4회천년담양백일장운산문부문우수상
ㆍ시집『나리꽃과해바라기』

목차

시인의말

1부대나무의속삭임

가로등
공중전화부스
교무수첩
구절초
군자란
대나무의속삭임
등나무
메타세쿼이아
메타세쿼이아-봄
메타세쿼이아-여름
메타세쿼이아-가을
메타세쿼이아-겨울
물레방아
산수유
안경
우산
자전거
진공청소기
코스모스
폐타이어


2부고하도일몰

가마골용소
고하도일몰
관방제림노거목老巨木
금성산연동사
득량만得糧灣
물위의정원
물염정勿染亭
빛길
상월정上月亭가는길
싸목싸목길
여수장도
오월단오제
원림園林찬가1
원림園林찬가2
원림園林찬가3
죽녹원竹綠園
천은사泉隱寺의봄
화엄사정오의종소리
환벽당꽃무릇
4월의회산백련지


3부삼십의비희

동그라미
버스킹
보름달

비오는날
새소리
30의비희悲喜
술래잡기
술잔
시를쓴다는것
신호등
엄지발가락
완벽한얼굴
잠못이루는밤에
주차공간
폭설
허수아비


4부홍일점

내가가는길
그립습니다
그녀가없다는것
나리꽃과해바라기
단식의슬픔
리더의자격
부부유별
사제師弟의정
선녀이야기
이별
아름다운삶
인생이란1
인생이란2
인연因緣
종이한장차이
작은천사가되고싶은아이
장날
참회의기도
참척慘慽
한라산연가戀歌
최고의인연因緣
홍일점


|작품론|
삶의방식탐구와자연과사물에대한상상력|강경호

출판사 서평

|작품론|

삶의방식탐구와자연과사물에대한상상력
-김해민시집『나리꽃과해바라기』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평론분과회장)


1.
오늘날우리지구촌은갈등과불화,분노가가득찬세계이다.전쟁을통해무고한시민들이죽어가고물질적풍요를누리고있지만다른한켠에서는많은사람들이굶주리고병들어목숨을잃어가고있다.인간중심적사고로인한폐해로수많은자연의종이멸종되어가고있어탈근대를부르짖고있다.그러나아직도근대에이르지못한시대에김해민시인은참된인간의모습과아름다운자연의진실을노래하고있다.인류의역사에서수많은서정시가씌어졌지만인간은여전히미개와야만의시대를벗어나지못하고있다.그러므로서정시는시인들의넋두리여서무용지물에지나지않을수도있다.그럼에도서정시는가장아름다운인간의원초적인모습을그리워하며삶의본질을묘파하고있는것또한사실이다.그러므로김해민시인의첫시집『나리꽃과해바라기』는인간의가장순수한마음을드러내는행위이며왜곡되고모순된인간의그늘을상쇄하는정화기제가될것임을의심하지않는다.

2.
인간이뭇생명체와다른것은사유한다는것이다.특히시인은상상력을통해인간과자연,그리고사물이지닌내면에깃든어떤진실을발견하는예지를지녔다.특히김해민시인의시에서가장큰관심을보이고있는시적경향은인간의삶에서파생되는여러실존의모습을형상화시키고그것들을통해조성되는정서를시인의개성으로노래하고있는점이다.

인생을이어가는
삶의고리
수없이펼쳐지는영화속장면
제안되는새로운길
갑자기마주친선택의순간
상상해오던방향과크게달라
깊어지는고뇌

이고리로엮을까
저고리로엮을까
어떤모습으로이어갈까
그고리를선택하면어떻게될까

결정을해야할시간
어떤고리로연결하더라도
가지않은길은
생애최고의선택
-「내가가는길」전문

인간의삶은매번선택의과정이다.이러한선택의순간들이이어져어떠한형태든삶을완성한다.이러한모습에대해시적화자는“수없이펼쳐지는영화속장면”같은것이라고하고있다.“제안되는새로운길”도있지만“갑자기마주친”길도있다.선택의결과가“상상해오던방향과크게달라”고뇌가깊어지기마련이다.삶의연속성의과정을‘선택’이라고인식하는화자는삶을‘고리’라고도말한다.그런까닭에“이고리로엮을까/저고리로엮을까”하고끊임없는최선의선택을하고자한다.그러는과정에서“어떤모습으로이어갈”지“그고리를선택하면어떻게될”지고심하는것이다.그럼에도언젠가는“결정을해야할시간”이올수밖에없다.‘선택’이라는결정을하게되면후회할수도있고,그렇지않을수도있다.그리고선택의결과에대해스스로가결정한일이므로자신이책임져야한다.화자는“내가가는길”즉결정한것을,“생애최고의선택”이라고한다.삶의주체가되고자하는화자의의지가엿보이는대목이다.
다음의「나리꽃과해바라기」는‘나리꽃’과‘해바라기’라는시적대상에시적화자와시적화자에게희망을건네주는또다른대상으로이입시켜결과적으로희망을노래하고있다.

예쁜얼굴에회색음영넣고
고운눈망울에잿빛물담고
단정한자세에그림자가드리우는
너의이름은나리꽃

말투에괴로움이섞여있고
표정에외로움이스며있고
모습에그리움이묻어있는
너의이름은나리꽃

부모님이만든고통머리에이고
세상어려움혼자등에업고
대화를다리에묶어버린
너의필명은나리꽃

그런너에게
희망의빛으로나타나
밝은색으로채워주는나를
해바라기라불렀지

보라색펜을더좋아하고
편지속에시를넣기시작하고
필명,은은한매력으로다가가는나리꽃

밝고맑게변하는너를보면서
내가슴깊은곳에메아리치는소리
나리꽃의영원한해바라기
-「나리꽃과해바라기」전문

이작품에서‘너’는‘나리꽃’을말한다.“예쁜얼굴에회색음영넣고/고운눈망울에잿빛물담고/단정한자세”의너의이름을‘나리꽃’이라고하고있다,나리꽃의모습을그림그리듯시각적이미지로형상화하고있다.2연에이르면“말투에괴로움”“표정에외로움”“모습에그리움”이나리꽃에묻어난다고한다.의인법을통해드러낸나리꽃의심상에내재한복합적인감정을괴로움,외로움,그리움이라고읽는다.그런데2연에나타난‘나리꽃’은시인이의인화법을구사하였다하여도‘나리꽃’이라는현상적으로나타난식물성만을노래한것이아님을알수있다.이쯤에이르면‘너’,즉‘나리꽃’이라는대상이‘사람’임을짐작하게한다.이러한사실을3연에이르면더욱명확해진다.“부모님이만든고통머리에이고/세상어려움혼자등에업고/대화를다리에묶어버린/너의필명은나리꽃”은화자와가까운관계를맺고있는누군가이다.“그런너에게/희망의빛으로나타나/밝은색으로채워주는나”인것이다.즉‘해바라기’이다.해바라기는태양을바라보며살아가는향일성식물이다.그러므로나는너의해바라기라고할수있다.너를바라보며희망의메시지를주는존재인것이다.실제로‘나리꽃’곁에피어있는‘해바라기’의모습으로읽을수있다.서정시는기표基表만을노래하는것이아니다.기표이면의진실인‘기의基意’를함의할때시적외연이넓어지고시적깊이와무게를획득할수있기때문이다.
그러나이시의배경에는부모의불화로사춘기시절을방황한소녀와편지를나눈소년이있다.이시집의‘시인의말’에의하면편지를나눈소녀의필명은‘나리꽃’이고소년의필명은‘해바라기’이다.수십년전의순수한마음을나눈시인의이야기일지도모른다.참으로애틋함이배어있는작품이다.

「참척慘慽」은자식이부모보다먼저세상을떠나는일을말한다.그슬픔과아픔이얼마나크겠는가.그것도둘이나앞세웠으니상심이컸을것이다.이러한아픔을곁에서바라보는화자는슬픔으로세상을살다가떠난어머니의마음을통한의심정으로토로한다.「인생이란」연작시에서는인생이무엇인지에대해다양한모습으로그려내고있다.「인연」에서는사람이누군가와관계짓는감정을심도있게살피고있다.「참회의기도」는사회적약자들에대한연민과물질적탐욕에어두운종교에대해질타하고범죄자의악행을용서해주시라고기도의형식으로노래하고있다.

3.
아리스토텔레스는『시학』을통해‘시는자연을모방한다’하였다.이러한명제는2500년이지난오늘에도유효하다.자연은불변의정신으로정직하다.그러므로고래로부터수많은시인들이자연을노래해왔다.이는자연의특성을배우고자함이다.‘사군자’는물론커다란바위,강물,산등주변에서흔히만나는자연을시속으로끌어들여자신의메시지를비유,혹은은유적으로표현하였다.그리고인간이지은것일지라도명승지의건축물을포함한모든사물들도시적대상으로할용하였다.

계곡에뻗어있는
구불구불한공간을품고
단아하고기품있게자리잡은소沼
쉽게보이는바위를숨기고
아무것도없다는듯
담아둔짙은푸르름

삼백오십리영산강의출발선
두려워하지않는긴여정
담담하고조용하게내보내는줄기
한때이골짜기에서벌어진
민족상잔의아픔을
깊숙이간직하고
잔잔한모습으로맞아주는평온

시작은옹달샘이지만
마침내거대한강물이되는
-「가마골용소」전문

“삼백오십리영산강의출발선”이라고형상화시킨전남담양군용면용연리의가마골은영산강의시원이되는장소이다.시원지始原地는사물이시작되는지점을말한다.인류의시원은아득한옛날원숭이등영장류일것이다.이처럼시원지는무엇인가가존재하게하는출발점이기때문에매우의미있는시작이다.화자는영산강의시원지인‘가마골용소’를바라본다.그리고수많은생각에빠졌을것이다.용소는가마골이라는계곡의구불구불한공간에“단아하고기품있게자리잡”고있다.영산강이라는거대한강줄기를이루는첫시작은“쉽게보이는바위를숨기고/아무것도없다는듯/담아둔짙은푸르름”만보이는매우보잘것없는소沼이다.그러나삼백오십리의대장정을출발하는용소에서흘러내리는물길을“두려워하지않는긴여정”이라고의미를부여한다.오늘은비록“담담하고조용하게내보내는줄기”이지만,“한때이골짜기에서벌어진/민족상잔의아픔을”떠올리며아픈역사의공간임을상기시킨다.여전히“잔잔한모습”을지녔고,“평온”하여언제민족상잔의아픔이있었는가싶게말없이흘러가는물줄기를“시작은옹달샘이지만/마침내거대한강물이되는”이치를생각한다.
이작품은‘용소’라는작은옹달샘이지닌자연의모습과그이면에숨겨진비극성을통해자연의위대함과더불어인간의이념이얼마나덧없는지를말해주고있다.
「물염정」은누정이라는사물이배태하고있는서사와때묻지않고살아가겠다는의지를보여주는작품이다.

기품과평온함이배어있는
김삿갓이지키고있는,

단아한자세로앉아
물건너
소나무숲속깊은계곡에서들려올것같은
방랑시인시읊조리는소리

물염적벽의기암절벽
절애의경치를바라보니
사랑하는사람들의스쳐가는실루엣

살랑대는봄바람에
시한구절두구절떠올리며
탁주한사발들이켜니
별거아닌신선놀음

방랑시인에게잔권하며
주거니받거니벌게지는시구절
속세의부귀영화부질없으니
세속에물들지않으리라
-「물염정勿染亭」전문

‘물염정’은전남화순군이서면창랑리에있는정자이다.담양출신송순이16세기에‘세상의어떠한것에도혹하지않고물들지않겠다’는생각으로정자를짓고은일한삶을살았던건축물이다.시인은물염정에서옛사람들을만나고물염정이함의하는정신성에동화되고자한다.물염정엔김삿갓김병연의상像이있고시비가있다.150여년전이곳에서가까운동복둔동마을에서살다가목숨을다했다.그의불우한생과뛰어난문학성을기억하는화자는“소나무숲속깊은계곡에서”“방랑시인시읊조리는소리”가들릴것만같다고김병연을생각한다.아름다운물염적벽의풍광을바라보니“사랑하는사람들의스쳐가는실루엣”이느껴지고봄날시한구절을떠올리며“탁주한사발들이켜니”이것이신선놀음이라며인간의삶이무슨대단한것이냐고스스로에게묻는다.생生의본질을묘파하는이작품은“방랑시인에게잔권하며/주거니받거니”하며벌게지니,속세의부귀영화부질없으며,“세속에물들지않으리라”고다짐한다.물염정이라는사물과그사물에얽힌이야기를되새기며인간이어떻게살것인가에대한사색이묻어나고있다.

「싸목싸목길」에서는길을가며만나는자연풍광과누정,저수지,나무들,포의사등을바라보며자연의아름다움과역사성을형상화시켰다.「원림찬가」연작또한자연과사물을통해배태되는인간애와인정,그리고역사성을그리고있다.「환벽당꽃무릇」,「죽녹원」등시인이살고있는주변에있는자연과사물들에서그것들이지닌생태적특징에서아름다움을읽어내고여러가지이야기를통해궁극적으로는인간의삶을노래하고있다.

4.
김해민시인의이번시집에는과학문명으로성취된사물들이많이등장한다.‘가로등’,‘공중전화부스’,‘자전거’,‘진공청소기’,‘폐타이어’,‘신호등’,‘안경’등이그것들이다.자본문명시대의산물들이이러한사물들에대해일반적으로시인들은자본주의의폐해를비판적인시선으로노래한모더니즘적인경향을보여왔다.그러나김해민시인은이러한사물들이지닌본질을탐구하고있어기존의우리문학사에출현하는모더니스트들과는다른양상을보여주목된다.

백주에
아스팔트도로위
검은그림자가
마른장승처럼나타난다
일정한간격으로줄지어
거의움직임없이서있다
듬성듬성구름낀날
숨바꼭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