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사랑 (김예린 시집)

건반 위의 사랑 (김예린 시집)

$13.82
Description
김예린 시인의 시들은 모두 시의 특질을 잘 보유하고 있다. 시의 특질 중 하나는 이미지 구현이다. 사물을 생경하게 서술에만 의존하여 꾸려 가서는 안 된다. 주제 노출을 피하고, 그 대신 이미지로 감각의 피부에 와 닿게 그려내야 한다. 늘 새로운 해석으로 독자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삶의 의미와 손잡고 감동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되도록 리듬을 지켜 주고, 최소한 내재율이라도 지켜내어 시의 읽는 맛을 도와 주어야 한다. 이왕이면, 상징의 고리를 물고 늘어져,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일곱 가지 이상의 의미하는 바가 어우러져, 상징의 빛을 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감성을 만날 수 있고, 그 감성이 인간의 삶을 보다 섬세하게 보다 성숙하게 보다 폭넓게 바라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한다. 어느 순간, 감동의 전율이 등줄기를 훑고 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어렵지 않는 평이한 시어들을 동원했는데도, 심오한 의미가 미적 가치의 그릇에 담기도록 배려해야 한다. 시어는 되도록 싱그럽고 신선하게 배치하여, 감탄을 자아내야 한다. 김예린 시인의 시들은 이런 시의 특질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를 읽게 만드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텐션을 유지하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솜씨가 세련되어 있다.
- 박덕은(문학평론가, 전 전남대 교수)
저자

김예린

ㆍ본명김애숙
ㆍ충남논산출생
ㆍ한국방송통신대학국어국문학과졸업
ㆍ2022년《강원시조》시조등단
ㆍ2023년《문학공간》시등단
ㆍ2023년《신춘문예》샘문학상신인문학상동시등단
ㆍ남명문학상,석정문학상수상
ㆍ영남일보달구벌문예대전,샘문학상시조부문수상
ㆍ현대시문학커피문학상·삼행시문학상수상
ㆍ한국문학상,청백리최만리시조문학상수상
ㆍ한용운문학상수상
ㆍ광주문인협회,광주시인협회회원
ㆍ한용운문학,한국문학,샘문시선회원
ㆍ(사)문학그룹샘문운영위원

목차

건반위의사랑/차례

시집을내면서4
축시/박덕은7

제1부빨간등대
철없는사랑16
기다리는마음18
사랑비19
차마뱉어내지못하는이유20
상사화22
사랑한다는것은23
사랑·124
사랑·225
사랑·326
가을이바쁘다·128
가을이바쁘다·229
사랑인가30
파도31
바위사랑32
황혼의사랑33
크리스마스섬34
겨울향기38
제2부겨울향기

40상흔·2
41공허
42外동백
43거울속장미
44겨울연가
46나의가을
48자작나무숲
50국화
52나무가운다
53출근길
54무위사의봄
56해녀의노래
58외로움
60붉은잎새의노래
62그림같은집

제3부들길따라
들길따라64
노을에서바라보는추억65
쌀밥나무66
그리운친구68
고향70
달빛내리는가을밤71
마음에발이되어72
행복아파트73
흔들리는촛불74
이사76
물의여정77
3월이오면78
춘삼월80
꿈의낙원82
코스모스83
순천만84

제4부시장통카페
88시장통카페·1
90시장통카페·2
91비오는날의수채화
92렌즈와피사체
93남미륵사
94바람의딸
96한글사랑
98독서
99사이버폭언
100건반위의사랑
102모기
10411윌도심의거리
106무등산
108여름연가
109사비궁뜨락의국화
110일탈

평설
132김예린시인의시집출간을축하하며
/박덕은

출판사 서평

▣작품론

김예린시인의시집발간을축하하며

박덕은(문학박사,문학평론가)

김예린시인은충남논산에서아버지김이태씨와어머니김효순씨사이에서1958년7월17일2남2녀중장녀로태어났다.
김예린시인은2022년《강원시조》에시조,《문학공간》에시로,샘문학상신춘문예동시로등단했다.
김예린시인은한국방송통신대학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광주문협회원,광주시협회원,문학그룹샘문운영위원,한용운문학회원,한국문학회원,샘문시선회원,한실문예창작회원,성스런문학회회장등으로문단활동을하고있다.
문학상으로는강원시조시조장원,글나라백일장시우수상,남명문학상동시우수상,석정문학상동시우수상,영남일보달구벌문예대전수필장려상,포랜컬쳐선면시화전작품상,샘문학상본상시조우수상,현대시문학커피문학상은상,현대시문학삼행시문학상동상,신정문학상동시우수상,한국문학상본상시최우수상,산해정문학상수필베스트상,청백리최만리시조문학상장려상,사충신문학상동시우수상,한용운문학상특별작품상등을수상했다.

자,지금부터김예린시인의시세계로들어가탐구해보기로하자.

홍매화향이산사의봄재촉하면
지난겨울흔적지우려
산초자락깊이파고드는목탁소리

가람지키는단청
승복에새겨진법구읊고
노스님합장에
삼라만상혼이깃든다

향기는어제와오늘의간극
조금씩메꾸며
시간의길목벗어나려하고
매화에감정은
삼월에보관된기억들
자꾸만끄집어낸다

곁가지세월에
잿빛으로일그러진허허로움
법당에두손모아
참선기도올리면

동안거마친풍경소리
잘그랑잘그랑
허공의암자에서걸어나와
수행일지같은둥근소리의파문
오후의사슬풀고담장넘는다

마른나무뚫고돋아나는
연록의청아한깨우침
낭창한봄빛으로낚아채
법어의진리새기면
내리치는죽비소리에
겹겹걸친탐욕의수피벗는다

해질녘의자리마다
붉은말씀쏟아내는
저녁의화법이피안으로들어서는
어느스님의눈물겨운몸짓같아
숙연해지는저서녘의자세

단조의여운에연꽃차피어나듯
번뇌의불꽃지혜로사그라들고
불심으로피어나는만다라
애기동백여밈에살포시안긴다.
-「무위사의봄」전문

한용운문학상특별작품상수상작인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무위사의봄을그려내고있다.무위사는전라남도강진군성전면월하리월출산동남쪽에있는절이다.그절에동안거를마친봄이오고있다.가장먼저홍매화향이동안거를마치고성큼성큼걸어나오는것인지,첫연에서그향이그윽하게느껴진다.눈보라에도허공의벽을앞에두고좌선했을홍매화가산사의봄을재촉하고있다.스스로의등짝을후려치며깨우침을향해한잎한잎꽃을피웠을것이다.추위에몸을웅크리면서도절절한아우성같은꽃을홍매화는피웠을것이다.그간절함같은홍매화향이산사의봄을,어떤깨달음을재촉하고있는것이다.동안거를마친홍매화향에응답이라도하는듯목탁소리가들린다.목탁소리는지난겨울의흔적을지우려한다.그흔적은무엇일까.첫사랑에대한어떤그리움일까,이루지못한꿈에대한아쉬움일까.정확히는알수없지만깨달음을방해하는어떤미련일것이다.그미련들을목탁소리두드리며지우고있다.깨달음을향한시적화자의마음을“향기는어제와오늘의간극/조금씩메꾸며/시간의길목벗어나려하고”있다고표현하고있다.참멋진표현이다.간극을메꾸며동시에시간의길목을벗어나려고한다에서깨달음을향한어떤간절함이느껴진다.그리고법당에는참선기도,암자에선동안거마친풍경소리,연록의청아한깨우침과낭창한봄빛,죽비소리는탐욕의수피벗긴다.해질녘의풍경을“붉은말씀쏟아내는/저녁의화법이피안으로들어”서고있다라고표현하고있다.멋지다.신선한표현과이미지구현이눈길을끈다.사물을바라보는새로운시야,새로운해석이시전체의생동감과어우러져,시의맛을한층높여주고있다.

뽀얀
아기속살같은
목련꽃속에
말간그리움들어있다

유리알
반짝이는개울가
개나리톡톡터지면
까르르깔깔대던너

산골짜기
옹달샘같은너의노래

나물씻는
아낙네손가락사이로
너와나의유년이흐르고

단발머리
찰랑대며강가
조약돌에새긴너의이름

어느사잇길에서
놓쳐버린손
다시잡을수없구나

함께부르던
봄날의교향곡
귓가에맴돈다

너를생각하며
홀로부르는노래
가슴이먹먹하고
시야가흐려진다

언제일까
꼭다시만나
아득한그리움
덜어내고싶다.
-「그리운친구」전문

글나라백일장우수상수상작인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그리운친구를떠올리고있다.시적화자는친구를향한그리움을목련꽃을보며회상하고있다.친구와함께골목을왁자하게달리며수다떨었을그시절이달싹이며피어나는목련꽃에서들리는듯하다.봄의속삭임처럼피어나는목련을보며시적화자는친구와함께어떤이야기꽃을피웠을까.겁없이제몸을열어봄날로들어서는목련꽃처럼그렇게멋진시절을보내자고다짐했을까.“뽀얀/아기속살같은/목련”에서시적화자의생기발랄한유년이보이는듯하다.잎을피우기도전에꽃을먼저피우는목련처럼시적화자도친구와함께미래의어떤다짐들을했을것이다.두렵지만목련처럼함께꽃을피우자며굳게약속했을것이다.그약속이이루어졌던지이루어지지않았던지그것은중요하지않다.봄을향한목련의과감한외침처럼우리는모두생의환호를먼저쏘아올릴필요가있다.모든것을재고계산했다면목련꽃은결코피어나지못했을것이다.또개울가에서개나리톡톡터지면친구는까르르웃었다.친구는봄의입꼬리같은개나리처럼노랗게활짝웃었다.양볼가득봄향을물고까르르웃으며서로의귀에속엣말을담았을것이다.노랗게색을켜고환해지는개나리처럼친구와함께즐거움을나누었을것이다.또산골짜기엔옹달샘같은노래가흐르고,아낙네손가락사이엔너와나의유년이흐르고있다.그런데어느생의사잇길에서놓쳐버린친구의손을다시잡을수없어슬프다.홀로부르는노래에가슴이먹먹하다.다시만나고픈그리움이휘몰려오고있다.아주자연스러운시적흐름과시적형상화가이미지와손잡고그리움의공간을창출해내고있다.그리하여,유년시절의모습을한폭의그림으로빚어내어,독자의마음을사로잡고있다.

만개한벚꽃이
하늘문열면
성난파도는온순해지고
바다는푸르고은밀한언어로
그여인을껴안는다

혈육이어찌자식뿐일까
징글징글하게서러운수십년동안
서로의체온과피와울음을나눈
바다와떨어진적이없다
해조음과과장된물새들의노래가
비오는날이면
자꾸만몸에서흘러나온다

테왁에꿰어맨삶
닳고닳도록
세월발라먹고
파도살라먹고

저윤슬처럼죽음의안쪽에서도
반짝이는그무엇이있다는건지
붉은심장쏟아내는해질녘은
날마다죽음을연습한다는데
내가나를조문하듯
칠성판등에메고
서럽게쪼아대는
처연한몸짓으로

의혹과궁금과질문으로살아가는
그생과사의경계지운
깊은심연에서끌어올린
사랑의흔적
망사리에담길때마다
수평선가르는저숨비소리

못다한사랑
모래톱에숨겨두고
시리게가슴에새겨논이야기
불턱에달궈녹여내고있다.
-「해녀의노래」전문

2023년한국문학상본상시부문최우수상수상작인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해녀에대해관찰하고있다.해녀는자신의숨소리를물질과함께바다에서건져올린다.살아남기위한안간힘이숨비소리일까,비명같은어떤절절함이숨비소리일까.그만큼고독해야하고그만큼간절해야바다에서숨비소리를멀리깊게내보낼수가있는것이다.때로는전사처럼죽음을몰고오는파도를넘고넘어야다시뭍으로오를수있다.자식을먹여살리고내일을길어올리는그숨비소리가제목에서들리는듯하다.시적화자는“바다는푸르고은밀한언어로/그여인을껴안는다”고말하고있다.그언어는숨비소리일까,물질로채취한해산물일까,둘다일것이다.그러기에그언어가더신비롭고두렵다.시적화자는바다를“징글징글하게서러운수십년동안/서로의체온과피와울음을나”누었다고말하고있다.멋진표현속에서아픔이느껴진다.얼마나바다와의인연이깊었으면“해조음과과장된물새들의노래가/비오는날이면/자꾸만몸에서흘러나”올까.시적화자의고단한삶이보이는듯해먹먹하다.테왁에꿰어맨채세월발라먹고파도살라먹는여인,칠성판등에메고서럽게살아가는여인,사랑의흔적망사리에담고사는여인,못다한사랑모래톱에숨겨두고사는여인,시리게가슴에새겨논이야기를불턱에달궈녹여내는여인.해녀에대한묘사가기시감에서벗어나신선한이미지로채워져있다.새로운해석이빛을발하고있다.독자들이해녀의모습을그리다가해녀의삶과애환속으로소르르빨려들도록하는솜씨가돋보인다.

철썩철썩이야기풀어놓는
파도의입술을
먼먼기억의배경으로깔아놓고
가쁜숨가라앉힌다

입에붙은말을손끝으로집어
서로에게건네면
향깊은말맛에침이고이고

유쾌한말의유랑이
찻잔위에서공처럼
통통뛰어다니며
신부와신랑을만나게하고
발랄한살림살이까지차리면서
까르르웃는다

입맛에맞은수다가
몸집부풀리면
달달한말의당도는올라가
입담을과식하게되고
흥정의진미녹여낸다.
-「시장통카페2」전문

커피문학상수상작인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시장통카페를애정어린시선으로바라보고있다.시의제목이‘카페’가아니라‘시장통카페’다.생기가넘치는‘시장’의이미지가덧입혀져있어서좋다.이「시장통카페」는“철썩철썩이야기풀어놓는/파도의입술을/먼먼기억의배경으로깔아놓고”있다.바닷가근처에이카페가있나보다.‘파도의입술’로바다의이미지를잘그려내고있다.“입에붙은말을손끝으로집어/서로에게건네면/향깊은말맛에침이고이”는걸보니카페에서의만남이즐거워보인다.서로가주고받는말을시적화자는“입에붙은말을손끝으로집어/서로에게건네”고있다고표현하고있다.멋지다.대화를감각적으로잘그려내고있다.그대화속에서시적화자는“향깊은말맛에침이고”인다.대화의만족도가높다는것을멋지게표현하고있다.유쾌한말의유랑이찻잔위에서통통뛰어다니는곳,입맛에맞은수다가몸집부풀리는곳,입담을과식하기도하고,흥정의진미를녹여내기도하는곳,그곳이바로시장통카페다.재미있는표현이많아독자의눈길을행복하게해주고있다.그어떠한소재도시적형상화해내는솜씨가세련되어보인다.

너는허락도없이
하얀포말로깊숙이
내밀하게들어와
거침없이핥고달아난다

성이포말에함락되고
발자국도따라들어간다
모래톱에
조가비하나남았다

제멋대로지
진리의가면쓴
모순일까

누구라그무례함탓하리오
독선적인너의사랑은
나를소유하지못하지
그저무수히빠져나갈뿐

멀어져가는너에게
물음표던진다
너와내가서로
사랑할수있을까.
-「파도」전문

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파도에대한탐구를하고있다.파도는밤낮없이철썩이며허락도받지않고해안으로다가온다.사랑을하자는것인지싸움을하자는것인지알수없는몸짓으로다가왔다가달아난다.반갑다는의미의웃음소리인지울음소리인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