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야 할 길 (강덕순 기타시집)

혼자 가야 할 길 (강덕순 기타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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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진은 시인인 자신이 직접 찍어야 한다. 그 사진에 감흥을 덧입혀 시적 형상화를 할 때 더욱 빛이 나는 게 디카시이다. 디카시 제목은 사진의 주요 소재를 피해야 한다. 국화를 찍어 놓고, 제목을 국화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제목은 사진의 주요 소재를 피하여 상징으로 붙이는 게 더 좋다. 디카시를 빛내주는 건 역시 시적 형상화이다. 단순한 서술로 가지 말고, 풍경을 설명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이미지 구현을 해놓아야 한다. 마치 그림처럼 그려 독자의 가슴과 감각에 그림을 새겨 주어야 한다. 그게 피부처럼 느껴지도록 섬세히 안내해야 한다. 이왕이면, 사물을 새로운 각도로 해석해 놓아야 한다. 기존의 시각과 시야로 해석하면, 기시감이 들고 신선하지 못하다. 새로운 해석일수록 디카시는 반짝이는 보석이 된다. 그러면서 다채로운 감성의 세계를 선보여야 한다. 동시에 감동의 전율이 일도록 물꼬를 터놓아야 한다. 인생은 이런 거구나 하며, 어떤 깨달음에 이르도록 오솔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 오솔길을 걸으면서, 사색의 의미방울을 맛보도록 해주면 더욱 좋다. 강덕순 시인의 디카시들이 이런 맛과 멋을 독자들에게 선물해 주고 있어, 행복하다.
- 박덕은(문학박사, 전 전남대 교수, 문학평론가)
저자

강덕순

ㆍ2018년《문학공간》시신인문학상
ㆍ2021년《문학공간》시조신인문학상
ㆍ2022년《문학공간》디카시문학상대상
ㆍ2019년혜산박두진전국문학상수상
ㆍ2020년서구문화센터백일장최우수상수상
ㆍ2020년제9회샘터문학특별작품상수상
ㆍ2021년고마노문학상수상
ㆍ2021년진주시조백일장수상
ㆍ2021년제52회한민족통일문화제전수상
ㆍ2022년샘문신춘문예최우수상수상
ㆍ2022년오은문학시조대상
ㆍ한실문예창작회원,한국문인그룹회원
ㆍ꽃스런문학회회장
ㆍ샘문그룹자문위원,오은문학부회장
ㆍ광주문인협회이사,광주시인협회이사
ㆍ국제PEN한국본부광주지역위원회이사
ㆍ사)한국시인연대회원,서은문인협회회원
☆시집『그리움의시간』발간
☆시조집『시심의강에하얀돛배띄우고』발간

목차

작가의말·
축시/박덕은·


제1부

달리기
중매
등대

빈다
행복의비결
세월
내변산
풍경
직소폭포
곡선미
배달성전
마중물
추억단상
백년해로
묵언
94세친정엄마
꿀벌의말
숙성
백두에서한라까지
수호신
상흔
협동


제2부

나들이
보물단지
한많은사연
용궁
묵념
향기나는집
잠시휴식시간
언제나
우리가족
사랑은달콤해
세자매
공연장
경외
갈대의속삭임
단상
갈대사랑
인생도장
여백
기도·1
기도·2
기도·3
도심속안식처
피서
성형결심
나의바램


제3부

설법
무소식
사랑처럼
정경하나
식사준비
기다림·1
기다림·2
기다림·3
궁금
소풍
무릉도원
신기하다
기도한다
산사의길
그또한복이란다
첫사랑·1
첫사랑·2
그냥가만히
환영의몸짓
염색
홀로서기
참회
주인공
설빔
빗장


제4부

솜씨자랑
폭죽
바라는대로
어떤물음
꽈배기
유언
낙장불입
깨소금
마음
도시락
소원성취
바깥구경
오후
어울림
잔소리꾼
푸른꿈
한복
핫도그
바람아
주인공
미니케이블카
자유인
반사경
건반길
차례상
참좋다
나의추억

평설/박덕은

출판사 서평

평설

강덕순시인의디카시집출간을축하하며

박덕은(문학박사,문학평론가)

강덕순시인은전남함평에서1952년10월6일출생했다.
그녀는2018년6월월간지《문학공간》시부문신인문학상을수상하고,이어《문학공간》시조부문신인문학상,《문학공간》디카시문학대상을받아,문단에데뷔하였다.
문학상으로는제19회혜산박두진전국백일장,2020년광주광역시서구문화센터백일장최우수상,2020년제9회샘터문학특별작품상,2021년고마노문학상,전주시조백일장,제52회한민족통일문화제전,2022년샘문신춘문예최우수상,오은문학시조대상등을수상했다.
문단에서는,광주문인협회이사,광주시인협회이사,한실문예창작회원,꽃스런문학회회장,샘문그룹자문위원,오은문학회부회장,한국문인그룹회원,국제PEN한국본부회원,광주지역위원회이사,서은문인협회회원,한국시인연대회원등으로활동하고있다.
저서로는시집『그리움의시간』,시조집『시심의강에하얀돛배띄우고』등이있다.
자,그러면지금부터강덕순디카시의작품세계속으로들어가탐구해보도록하자.

수억년지켜온한맺힌우리땅
절규하는여인
머리풀어짱짱한볕에말린다
한많은그리움도옹이된사연도
가슴속에스며들어찬란히빛난다.
-「백두에서한라까지」전문

제3회문학공간디카시문학상대상수상작인이디카시에서의시적화자는웅장한산을수억년지켜온한맺힌우리땅으로바라보고있다.사진속구름은허공을두둥실떠도는자세로산에잠시머물고있다.일제강점기때의한민족의발걸음같기도하고항일독립을외치며외로이싸운독립투사같기도하다.한맺힌우리땅을지키기위해,꺼져가는조국의불씨를되살리기위해,빼앗긴조국을되찾기위해먼먼걸음을걸었을것이다.집집마다거리마다절규하는통곡소리를들으며독립의걸음을옮겼을것이다.그서럽고간절한마음을대신해서시적화자는「백두에서한라까지」라는제목으로잡았을것이다.3행에서화자는“머리풀어짱짱한볕에말린다”고말하고있다.그냥말리는게아니다.“머리풀어”말린다고한다.결연한의지가엿보이는대목이다.선비들의지부상소처럼절실함이느껴진다.“짱짱한볕”에서어떤희망이엿보인다.어제의걸음이서러워도결코내일의걸음은서럽지않게해야겠다는단호한의지가느껴진다.그렇게우리의어머니,어머니의그어머니들은짱짱한볕에말리며한맺힌우리땅을지키기위해애를썼을것이다.어머니의그걸음이있었기에아버지의눈물이있었기에,한많은그리움도옹이된사연도가슴속에스며들어찬란히빛나고있다.디카시를통해민족의얼을고취시키고,동시에가슴속응어리를풀어내고있다.디카시속에서사진과시심의조화를이뤄내고있어,가슴뭉클하게한다.

뭐그리바쁘다고
게거품물고따라올까
느려도빨라도괜찮아
세월이부르는대로가면되니까.
-「여백」전문

제3회문학공간디카시문학상대상수상작인이디카시에서의시적화자는배가지나가는뒤의물결을바라보며인생을내려다보고있다.물결을일으키며앞서가는배는바쁘게돌아가는세상사같다.나이가들면서인터넷에적응하는것도버거운데이제는매장에설치된키오스크를어쩔수없이익혀야한다.키오스크를익히면현대문명의도착점에도달한것일까.아닐것이다.내일은또다시새로운문명이우리의발걸음을혼란스럽게할것이다.내일이라는길목에서잠복하고있는문명이불쑥우리에게다가올것이다.1행에서시적화자는“뭐그리바쁘다고/게거품물고따라올까”라고묻고있다.우리의모습을간단명료하게표현하고있다.그러면서도위트가느껴진다.맞다.우리는모두게거품물고따라가고있다.변화하는세상사를따라잡기위해아등바등나아가고있다.그런모습을시적화자는“게거품물고”라고표현하고있다.한발짝떨어져서바라보고있는화자의시선이멋지다.그마음이여백인것이다.제목에서시적화자의철학과깊이가엿보인다.세상이요구하는인생의정답을맞추기위해달릴필요는없다.우리는모두우리만의답을찾아가면된다.나의걸음이가닿을수있는답을찾아가면된다.우리의답은늘우리의걸음그언저리에있었다.뒤돌아다시생각해보면느려도괜찮은데어찌그랬을까.세월이부르는대로가면되는것을어찌서둘렀을까.여백없이살아온인생들에게쉼표의소중함을일깨워주고있다.뿌옇게거품물다가다시흔적없이사라지는파도의모습에서도많은생각을하게하고있다.

외로울까봐
서로서로돕고살라고
인연맺어주었다
누구보다도더행복하게살라고.
-「중매」전문

이디카시에서의시적화자는섬과섬을연결하고있는다리를바라보고,잠시행복해하고있다.사진속저다리로졸고있는갯가의안부가건너가고,길이되고싶은간절함도건너가고,그리움의인기척도건너갔을것이다.그렇게안부과간절함과인기척은두섬을연결시켜주며외롭지않게해주었을것이다.디카시라는새로운장르를통해서중매를해석해내는솜씨가멋지다.다리로서로가연결된다는것은당신의외로움을다독여준다는뜻이다.나의곁을내줄테니당신의외로움을기대도좋다는뜻이다.세상의거친물살에아파할때내어깨에기대도좋다는뜻이다.그대상이부부일수도있고문학일수도있고그림일수도있다.어떤면에서보면시인은시와결혼하고화가는그림과결혼한사람이기도하다.우리의외로움이쓸쓸히무너지지않도록돌봐줘야한다.배우자든문학이든,어떻게든인연을맺어연결되어야한다.시적화자는그누구보다도더행복하게살아야한다며인연의소중함을말하고있다.시를통해,우리삶속에서놓치고있는감성을일깨워주고있다.외롭게사느니보다는,서로돕고사는게아름다운삶이아닐까.인연맺고사는게고독하게외돌톨이로사는것보다행복한건아닐까.현대인의문제점을은근살짝드러내며,충고해주는듯하다.

헤어지면안돼
우리는한몸한뜻이야
흩어지면안돼
우리에겐꿈이있잖아.
-「어울림」전문

이디카시에서의시적화자는헤어짐이어떤삶인지를알고있는듯하다.사진속저초록들은모양과크기가모두제각각이다.다름의표정을짓고있으면서도스스럼없이어깨동무를하고있다.서로의어깨를맞댄푸른연대가환하고화사하다.홀로였다면저푸른연대를완성하지못했을것이다.뿌리부터줄기그리고잎까지초록의절정으로물들어푸른연대를완성하기까지어찌어려움이없었을까.아픔의고비마다“우리는한몸한뜻이야”라는다짐을하며여기까지왔을것이다.고난이있을때마다‘어울림’이라는화두를붙들고이겨냈을것이다.봄을맞이하며초록으로눈뜨는저화사함이한가족처럼단란해보이기도하고,한민족처럼대견해보이기도하다.보수와진보의의견이분분해도우리는한나라의국민이기에한뜻으로나아가야한다.아름다운대한민국이라는꿈을이루기위해양보하며나아가야한다.그러기위해어울려야한다고시적화자는에둘러서말하고있는것이다.흩어지는게얼마나슬픈지를말해주고있다.이별은꿈과는거리가멀다.한몸한뜻으로살아가는어울림과도거리가멀다.아름다움은어울림속에있다.한몸한뜻으로함께어우러져조화롭게살아가는곳에꿈이있고행복이있고사랑이있다.또곁에머무는사람이진짜인연이다라는말을떠오르게한다.진짜인연끼리함께어우러져자신의꿈을이뤄가기를기원해본다.

너의황홀경에
퐁당빠져버린하늘
하루종일호수밖으로
나올줄모르나보다.
-「풍경」전문

이디카시에서의시적화자는풍경속으로빨려들어가고있다.이시는시작부터강렬하다.“너의황홀경에/퐁당빠져버린하늘”에서숨이딱멎을것만같다.첫눈에반한것이분명하다.나에게는너만보이며,나의모든생각은너에게로만향한것이분명하다.그렇지않고서야어찌퐁당빠질수가있을까.대상을‘너’라고하지않고‘너의황홀경’이라고말하고있다.상대에게흠뻑젖어든시적화자의마음을짐작할수있는대목이다.디카시의매력이물씬풍긴다.사진이시의의미를더확장시키고,시는사진의향기에깊이를더해주고있다.풍경사진에새로운의미의옷을입히고있다.문득우리의사랑도저와같으면좋겠다.“하루종일호수밖으로/나올줄모르나보다”처럼우리도하루종일서로에게관심의끈을놓지않았으면좋겠다.상대의아픈마음을살피며다독여주는그런사랑이면좋겠다.그래서먼먼훗날추억이아름다운풍경으로서로에게자리잡았으면좋겠다.시적화자는그런마음을담아‘풍경’이라는제목으로정한것일까.우리의사랑이어찌해야하는지를말해주고있다.사진속물그림자는진종일행복하다.님과하나되어,공감대를형성하고,그속으로들어가삶과호흡할때,인간은인간다워지는듯하다.가장순수할때,가장자연과어우러질때,인간은멋스러워보인다.풍경속에서황홀경에빠져거기서나오기를싫어하는시적화자나수면에잠겨진종일놀고있는물그림자나마냥부럽기만하다.

언제까지기다리면될까요
달이가고해가바뀌어도
보고싶은그사람
얼굴한번볼수없어라
언제쯤포근히날안아주려나.
-「묵언」전문

이디카시에서는새한마리가마냥기다리고있다.‘묵언’이라는제목과사진속한마리새에서쓸쓸함이느껴진다.새는외다리로서있다.양다리를내리고있어야힘들지않을텐데어떤아픔이있길래외다리로서있는것일까.새는시선을먼곳에두고있다.누구를기다리고있는것일까.새가서있는자리에는바퀴같은곡선의구조물이두개나있다.이때문에새의외로움이더부각되고있다.시적화자는“언제까지기다리면될까요”라고묻고있다.먼먼곳에있는님에게묻는것일까,자신에게묻는것일까.둘다일것이다.기다림이몇번의계절을넘어또몇번의해를넘겼을것이다.시간이흐르면기다림도지쳐희미해질법도한데“달이가고해가바뀌어도/보고싶은그사람”이있다고한다.그그리움을어느누구에게도말할수없어가슴은멍들어간다.시적화자의그리움이가닿는곳은오직님이기에님이없는곳에서는쓸쓸함만깊어진다.사진속새가날개를활짝펴사랑의속엣말을물어나르면좋겠다.긴긴기다림이환해져서제날개로사랑의색을밝히면좋겠다.새에빗대어시적화자의그리움을대변하고있는걸까.죽도록보고싶은사람,그사람의얼굴한번볼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언제쯤달려와포근히안아주려나.기다림의끝은어디일까.시적화자의그리움과보고픔을새가대신해주고있다.그러는사이에세월은흘러가고,여전히침묵만가득하다.이고통스러운기다림을묵언으로견뎌야하는세월이야속하기만하다.

잘익은과일은
어느정도기간이필요하다
사람도인성교육이필수과목
과일은과일답게단맛나야하고
사람은사람답게행동해야한다.
-「숙성」전문

이디카시에서의시적화자는숙성의필요성과아름다움을강조하고있다.항아리의뚜껑을열면곰삭은달빛과간기머금은어머니의말씀이불쑥나올것만같다.숙성이될때까지해와달이수없이걸음을하는낮과밤이흘러갔을것이다.모가난우리의말들과아픔도굵은소금아래에서숙성되며익어갔을것이다.상처로인한쓰라림이고통스러워불쑥화가나기도하지만,저홀로깊어지며우리는성장하고성숙해야한다.어둠을견디고눈보라를이겨야장독대의깊은맛이나듯이,혀끝에서화사해진말투가꽃필때까지는우리도성숙해져야한다.아무도없는항아리속같은외로움을건너야한다.잘익은과일이나된장이나간장은어느기간동안숙성의시간이필요하다.사람의인성교육도마찬가지이다.과일이과일답게숙성을통해단맛나야하듯,사람은사람답게인성이숙성되어야하고,그리하여사람답게행동하게될때,비로소인격체가된다.그런인격체만이리더가될수있다.미성숙한이들이설치는세상,그런자들이리더인척하는세상을질타하고있는듯하다.

얼마나인고의시간이흘렀을까
한때는보송보송예쁘게
살이쪄있었을텐데
그저흐르는세월이아쉬울뿐.
-「경외」전문

이디카시에서의시적화자는인고의시간에대한경외심을내보이고있다.드러난나무의뿌리가부모님의앙상한손등같기도하고굽어진등같기도하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