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꽃피울 준비

다시 꽃피울 준비

$12.84
Description
시집 『다시 꽃피울 준비』는 〈엄마의 향기〉,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 〈바람의 손〉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김문자

ㆍ2016년 《아시아서석문학》으로 등단
ㆍ광주시인협회, 광주문인협회 회원
ㆍ광주문인협회 인터넷 시민백일장 대상 수상
ㆍ시집 『외로움을 만지다』
ㆍ저서 『꽃은 울지 않았다』(자서전)
ㆍ수필 『조각보』, 『글터 동인지』 5회

목차

서문

1부 오월의 숲

엄마의 향기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
바람의 손
입춘
꽃
따뜻한 마음
오월의 숲
덤
가족
꽃밭
까치밥
강낭콩
흐린 날의 명상
가로수


2부 거미 인간

봄바람
왕소나무
젊은 날의 푸른 추억
거미 인간
배롱나무
태풍
은행 열매
늙은 호박
공중전화
놀이터에서
꽃씨 주머니
삶의 무게
아파트 들어 올리는 나무
부드러운 힘
할머니와 참새


3부 꿈이여, 다시 한번

허리 굽은 달
어머니와 팥죽
타겟target
콩나물 연가
발자국
고향 그림자
개화開花
생일 밥
꿈이여 다시 한번
제라늄
입양
나이
피조개
독한 자연
비둘기와 호두과자


4부 청매실

해바라기
코스모스
단풍
등나무 사랑
불갑사 가는 길
소리의 추억
도토리
청매실
모과
풍영정
내장산
불구경
추억


5부 가을 꽃

행복이란
밥도둑
홍주
착한 여자
대지의 곳간이 병들지 않게
가을 꽃
새도 우애友愛를 안다
물의 변신變身
피그말리온 효과
검정 고무신

| 작품론 |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의 노래 - “사랑과 행복의 등꽃 향기 부려놓기” | 김종

출판사 서평

김문자 시인은 이미 이전의 작품집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평가받는 이야기 위주의 작품들로 문학적 차별성을 다수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집에서도 그의 늘품이 있는 창작적 성과는 간단한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적어도 자신만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자신만의 집을 지어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 있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김문자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좋은 작품적 성과에 이르렀음은 물론이다.
작품창작에서 김문자 시인은 자신만의 탁월한 시 정신을 표현해서 독자와 상대하고 있다. 시적 언어의 실현에 성공한 시인은 사물과의 관계에서 자유자재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 같은 결과로 김문자 시인의 작품마다 표현의 독자성을 읽을 수 있었음은 한편으로는 즐겁기까지 하였다. 시어의 문맥에 스민 표정과 기질과 정신을 한꺼번에 읽어내는 일이 문학을 접하는 일이다. 거기에다 덧붙여서 그 자리에서 얻어낸 언어적 울림과 감동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면 훈육의 영역에까지 다다른 성공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그 같은 사실은 문학작품을 읽는 일이 그에 비례하여 우리 실생활에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를 말해준다고 할 것이다. - 김종(시인, 화가)


▣ 작품론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의 노래
- “사랑과 행복의 등꽃 향기 부려놓기”


김 종
(시인, 화가)


김문자 시인의 작품을 독서하고 “시인은 명성을 가지는 것 보다 시적인 가슴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를 쓴다는 것은 그 속으로 들어가 그 詩에 의해 감정이 순화되고 변화되는 것이다.”라는 알프레드 테니슨의 말이 떠올랐다, 세속적인 재화나 명성보다 시를 키우는 가슴을 중요하다고 말한 테니슨의 경구는 보통사람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시를 쓴다는 것’은 시 속으로 들어가서 시를 통해 나 자신을 아예 시처럼 변화시키라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오월의 숲은 그 자체로 축복이고 풍경

기왕 말이 나왔으니 필자도 한자리 말을 보태야겠다. 내 자신이 억만장자로 살아보지 않아서 그리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억만장자로 사는 일과 내 자신이 인정할만한 한편의 시를 창작했을 때 둘 중 한 표를 던질 곳을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자신이 인정할만한 한 편의 시에 한 표를 던지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시창작의 자판을 누르고 있다. 혹자들은 나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당신들이 그리 가난하게 사는 이유를 알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 자신 끼니 거르지 않고 하고 싶은 일 하고 오늘의 여기까지 살아온 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한 때문이다.
김문자 시인은 2016년 《아시아 서석문학》 신인상으로 문학 세상에 소개되었다. 김시인이 지금 팔십을 넘긴 연치를 생각하면 늦은 출발이 분명하다. 허나 그 이후 광주시협과 광주문협 등에서 활동하는 한편, 광주문협 인터넷 시민백일장에선 ‘대상’을 수상한 저력을 보인다. 이미 그는 자서전 성격의 『꽃은 울지 않았다』를 출간하면서 탄탄한 문장력을 평가받았고 동인지 《글터》에 수차에 걸쳐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시집 『외로움을 만지다』를 2021년에 상재하였고 그의 시적 탁월함은 여러 독자들에 의해 좋은 평가에 이르렀다.
이상의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필자는 평설을 쓰는 자리이면 더러 강조하는 말이 하나 있다. 문학을 하는 세상은 다른 분야와는 달라서 어디로 나왔느냐, 언제 나왔느냐를 그리 대단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시인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어떤 작품을 써왔고, 지금은 어떤 작품을 쓰고 있느냐는 두 가지 사실 만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얼마나 감동을 주는 볼만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 왔냐를 묻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문자 시인은 이미 이전의 작품집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평가받는 이야기 위주의 작품들로 문학적 차별성을 다수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집에서도 그의 늘품이 있는 창작적 성과는 간단한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적어도 자신만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자신만의 집을 지어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 있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김문자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좋은 작품적 성과에 이르렀음은 물론이다.
작품창작에서 김문자 시인은 자신만의 탁월한 시 정신을 표현해서 독자와 상대하고 있다. 시적 언어의 실현에 성공한 시인은 사물과의 관계에서 자유자재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 같은 결과로 김문자 시인의 작품마다 표현의 독자성을 읽을 수 있었음은 한편으로는 즐겁기까지 하였다. 시어의 문맥에 스민 표정과 기질과 정신을 한꺼번에 읽어내는 일이 문학을 접하는 일이다. 거기에다 덧붙여서 그 자리에서 얻어낸 언어적 울림과 감동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면 훈육의 영역에까지 다다른 성공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그 같은 사실은 문학작품을 읽는 일이 그에 비례하여 우리 실생활에 얼마나 유익한 것인지를 말해준다고 할 것이다. 거기에 중점을 두고 김문자 시인의 작품의 행간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마당에 모깃불 피워 놓고
푸른 달빛 아래 모여앉아
봉숭아 꽃물 손톱에 들이면서
구르몽의 시가 좋다던 울 언니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수제비처럼 쫄깃한 한 가락 뽑고
언니들 깔깔거리는 소리

소리 아득히 들려오는 이 밤
그날의 풍경이 그리워 눈을 감아 봅니다.

*구르몽의 시, 낙엽 부분
-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

그립다는 말은 일단 지나간 일이라는 의미를 전제한다. 물론 겪어보지 않고도 그리워할 수는 있고 생래적인 그리움 또한 평상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품에서 읽은 달빛 아래 모여앉아 손톱 밑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면서 구르몽의 시를 얘기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화자는 추억을 전제한 여러 가지 표정의 그리움에 닿아있다. 「눈감으면 보이는 것들」에서 우리는 지난날의 몇 가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눈 뜨고도 보지 못하는 것이 지천인 세상에서 ‘눈 감으면’ 보인다니 이는 사유의 대상이 그만큼 간절하고 그립다는 의미이겠다.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먹고사는 문제가 어렵던 시절의 풍경에, 그때의 이야기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 같은 일들이 되레 그리워서 몸을 뒤척이며 잠 못 들어 하는 것은 겪어본 사람은 충분히 수긍하는 일이고 요즘 말로는 ‘사람냄새’가 나던 시절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GNP가 2~3000달러이던 때의 이야기를 그보다는 열 배도 더 넘긴 시점의 이야기로 읽는 일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자체로 무슨 생뚱한 얘기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절엔 마당 가운데 피워놓은 매캐한 모깃불 연기를 맡아가며 밤 깊은 시간까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날이 많았고 그럴 때면 그리도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봉숭아 꽃물을 손톱에 얹어 실로 친친 감아놓고 하룻밤을 자면서까지 곱게 물들기만을 빌기도 했던 때이니 그 광경만 하더라도 얼마나 순수했던가가 고스란히 그려진다.
어떤 때는 멍석자리에서 떠오른 달을 보며 갖가지 상상도 했었고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를 외우면서 구르몽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은 지금은 전설처럼 지나간 머나먼 일이 되어버렸다.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지고. 그 시절의 이야기들은 떠올릴수록 간절해져서 눈을 감으면 그날의 광경들이 더더욱 선명해지고 그날의 일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고, 자리가 이내 흥겨워지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수제비처럼 쫄깃한 한 가락 뽑”기가 일쑤였다.
그리고 그런 다음에는 박수를 치며 깔깔거리며 웃음바다를 이루던 시절은 분명 손에 잡힐 듯 그리움이 물씬거리고 아쉬움이 모락거린다. 그 시절을 함께 건너온 이들은 누구라도 눈시울 일렁이며 고개 끄덕일 작품이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이다.

오월이 오면
뻐꾹새 울음소리에 숲이 푸르다

숲을 깨우려고
어등산 뻐꾸기는
그토록 우렁차게 울었었던가
온 마을이 쩌렁쩌렁 울리던 ‘뻐꾹’ 소리
언제부턴가 들리지 않네
숲도 새들도 귀 쫑긋 세우고 기다리는데

언젠가 다시 돌아와 뻐꾹! 뻐꾹!
노래 불러준다면
숲은 더욱 푸르러 우거질 텐데
아, 가고 오지 않는 것은 모두가 그리운 것
사랑아, 너도 가고 뻐꾹새도 떠나버린
숲길은 걷고 걷고 걸어도 적막하다.
- 「오월의 숲」

뻐꾹새 울음소리가 숲을 더욱 푸르게 하는 오월이 오면 “숲도 새들도 귀 쫑긋 세우고”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오월의 숲’이 아닐까 싶다. 오월의 숲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축복이고 최고의 풍경이다. 그걸 깨워서 알리기라도 하듯 어등산 뻐꾸기는 산봉우리가 흔들리도록 ‘우렁차게 울었던’ 것을 시인은 무심상 넘기지 않았던 것이다.

“나를 응원해주는 내 아이들”에게

정말이지 우리가 하루 세끼 때우기도 어렵던 시절에 듣는 뻐꾸기 소리는 배 고픈 세상을 멀리멀리 소문내는 소리로 들렸었고 그래서 고픈 배가 더더욱 고파오던 시절이었다. 그 자리에서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화자는 “가고 오지 않는 것은 모두가 그”립다고 했다. 그토록 어렵던 세월이건만 화자는 오랜 세월을 지나 이리도 눈부신 계절을 맞아 뻐꾹새 울음처럼 그리운 것들을 떠올리면서 걷는 숲길이 마냥 적막하다고 했다.
행복해지면 어려운 때를 회상하는 것이 우리네 인간의 통상 감정이 아닐까. 그 어려웠던 시절을 넘어온 고통 따위를 새삼 그리워하는 것이며 이는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사랑하는 이도 떠나고 뻐꾹새도 떠난 ‘숲길’이 적막하다는 것은 화자의 심적 상태가 그 같았다는 말과 동일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래서일까. 적막과 함께 동반자 없이 걸어가는 화자만의 숲길이 한없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신록이 세상모르게 우거지는 ‘오월’을 너나없이 ‘계절의 여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