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참 밝다

달, 참 밝다

$12.00
Type: 현대시
SKU: 9788956657288
Categories: ALL BOOKS
Description
시를 통해 상상력을 발현하는 공간은 직업과 무관하지 않다. 간호사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만나는 정서적 사건들을 통해 시가 발화한다. 그가 요양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노인환자들의 생활 모습과 그들의 감정을 시로 형상화시켜 삶의 궁구窮究를 노래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오 시인의 시세계는 노인문제에 관심이 많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유용하다.
오 시인의 시에서 생명성을 노래한 시편들은 그가 병원에서 환자들의 삶을 지켜보는 직업 때문에 특별하게 생명성에 천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생명성에 대한 그의 따스한 시선은 요양병원 노인 등 인간 뿐만 아니라 알을 품는 새, 나팔꽃, 화분의 고무나무, 배롱나무, 자귀꽃, 감자 등 동물성과 식물성 모두에 지극한 마음을 보태고 있다.
가족애를 드러낸 시편에서는 어머니와 조부모, 그리고 손주에 대한 애잔함과 애틋함이 그의 시선에서 묻어난다. 이렇듯 가족애를 보여주는 그의 시는 “작아지는 엄마/커지는 손주” 사이라는 시인의 위치가 시인이 밝혔듯이 ‘샌드위치’처럼 놓여 있기 때문에 위 아래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적 세계를 탐구하는 오해옥 시인의 이번 시집 『달, 참 밝다』는 그의 시가 시인 자신을 바라보기보다는 타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서정시가 지녀야 할 덕목을 잘 갖추고 있다. - 강경호(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저자

오해옥

ㆍ호:초곡,대명:유리광
ㆍ경북고령출생.
ㆍ경산시청정년퇴임(보건진료소장역임)
ㆍ2017년《문장》수필신인상수상
ㆍ2017년《한국시학》시신인상수상
ㆍ대구문인협회·문장작가회회원
ㆍ죽순문학회·고령문학회회원
ㆍ한민족통일협의회백일장통일부장관상수상
ㆍ시집『36.5°C』,『달,참밝다』

목차

서문

1부슬픔의출구
슬픔의출구
야생
짚불
병실에서
퇴원채비
꿈소리
4차맞다
코로나동침
찰지다
부처님오신날
돌다

아멘
바람부는날
여로
견뎌낸아침
나팔꽃
코로나방생

2부달,참밝다
달,참밝다

역주행
遠그리다
하루
봄동백
다람쥐이야기
조부님,돌아오시다
생각자라다
손주돌보기
모호
시작과끝
추억·1
추억·2
추억·3
경주댁할머니
소소함
시린눈
마니또

3부비상준비
비상준비
고무나무사람·1
고무나무사람·2
하르방
붉은옷
미완성봄
봄,가불하다
봄의향연
봄비날다
알고리즘
용추곡
푸른수채화
물들임
그냥,적다
어느꽃
나무의사유·5
혼자치는테니스·4
끼니

4부시간사용하기
시간사용하기
산유화山有花처럼
졸짱게처럼
散骨
시들
첫경험
증세
애원
이별,카눈
떠남,만류할까
드라이플라워
상사화
증표
고직사
넌그림잘그리지

나랏님뽑기


|작품론|
삶,생명성의궁구와가족애탐구|강경호

출판사 서평

1.
『달,참밝다』는오해옥시인의두번째시집이다.시인이시를통해상상력을발현하는공간은그의직업과무관하지않다.간호사이기때문에병원에서만나는정서적사건들을통해시가발화한다.특히그가요양병원이라는특수한공간에서생활하기때문에노인환자들의생활모습과그들의감정을시로형상화시켜삶의궁구窮究를노래한작품들이주류를이룬다.이러한오시인의시세계는노인문제에관심이많은현실을반영하고있다는측면에서유용하다.
오시인의시에서생명성을노래한시편들은그가병원에서환자들의삶을지켜보는직업때문에특별하게생명성에천착한것이아닌가하는생각을갖게한다.생명성에대한그의따스한시선은요양병원노인등인간뿐만아니라알을품는새,나팔꽃,화분의고무나무,배롱나무,자귀꽃,감자등동물성과식물성모두에지극한마음을보태고있다.
오해옥시인의또다른시적관심은가족애를드러낸시편들이다.어머니와조부모,그리고손주에대한애잔함과애틋함이그의시선에서묻어난다.이렇듯가족애를보여주는그의시는“작아지는엄마/커지는손주”사이라는시인의위치가시인이밝혔듯이‘샌드위치’처럼놓여있기때문에위아래를바라보는독특한시선을가지고있다.
이러한시적세계를탐구하는오해옥시인의이번시집『달,참밝다』는그의시가시인자신을바라보기보다는타자에대한관심과사랑에서출발하고있다는측면에서서정시가지녀야할덕목을잘갖추고있다.

2.
서정시의가장큰특징은시인의감정을드러내보이는일이다.다시말해서정시는인간이호흡하는다양한모습을반영하는데있다.그렇다고가시적인현상을형상화시키는것만이아니라시인의감정을개입시켜감흥을주고있어주목된다.
오해옥시인의이번시집에서연민과측은지심,그리고따스한마음을담아내는시편들은간호사로서요양병원의환자들인노인들의병환과관련된다양한모습을형상화시킨작품들이큰비중을차지하고있다.생과죽음의사투를벌이고있는환자들을통해존재의의미와본질을탐구하고있다는측면에서오해옥시인의시가추구하는것이무엇인지를드러내고있다.

앙상한가슴의뼈
뜨락의반송같아눈이부시다

노을에너무목말라
이슬몇알맛보고싶다

울타리위갓여문호랑이콩
후회하는소리들릴때도
밖으로실려나온발은시리다

일생도
하루를사는일과같아서
애달파도서글퍼도
눈물은보이지말일이다

뒤돌아오는요양원모퉁이
깔딱대는깍지속씨앗들
놀란눈초리무시하고
가을바람따라추는춤

떠밀린휠체어
나들이에
덜컹대는심장소리들린다.
-「슬픔의출구」전문

화자는환자를휠체어에태우고요양원주변을산책하고있다.환자가“앙상한가슴의뼈”를드러낸것에서짐작할수있듯이야위어가고있다.이러한모습을키가작은“반송같아눈이부시다”고한다.날씨가추운날이었을까.“밖으로실려나온발은시리다”고한다.산책길을다녀오며“요양원모퉁이/깔딱대는깍지속씨앗들”을본다.씨앗은새로운생명을펼쳐나갈미래의생명으로화자는씨앗들에서삶과죽음에대한통찰을하기에이른다.“일생도/하루를사는일과같”다는인식에이르렀기때문이다.요양원의환자들은노인들이다.노인들도한때는씨앗과같은존재였지만어느순간노인이되어요양원에남은생을의지하고있음인데,누구나언젠가는삶을마감하기마련이지만,죽음가까이다가서고있는휠체어로상징되는환자들의모습에서슬픔을읽는다.그러므로화자는“떠밀린휠체어/나들이에/덜컹대는심장소리들린다.”고말하는것이다.휠체어의주인역시“덜컹대는심장소리”로의미화된삶의의지를드러내보이고있다.
「병실에서」또한요양원환자의일상을노래한작품이다.

넘어지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일어나고

할매는이땅에서
이렇게살았다

땅세좋은곳지렁이
자갈밭속자갈의심정
어이알리

어제처럼
남은내일을위해
떨어지는링거방울
바라본다.
-「병실에서」전문

이작품은화자가시적대상이아니라병실에있는‘할매’이다.할매의지나온삶이“넘어지고/엎어지고/자빠지고/일어나고”역경과이를극복하는세월이었음을3인칭시점으로바라보고있다.이처럼할매의지난한삶을“땅세좋은곳지렁이/자갈밭속자갈의심정”을누가알겠는지를묻는다.할매를‘지렁이’와‘자갈밭속자갈’로비유한것에서짐작할수있듯이할매가병원에와있는이유가‘넘어지면다시일어서는의지’의반복에서몸이상하였기때문이다.그러나그러한삶의방식은할매가삶을살아낸힘으로작용했을것이다.이제병실에서자신의몸에“떨어지는링거방울/바라”보는처지이지만“어제처럼/남은내일을위해”살아가고자한다.
시적대상을바라보는화자의시선이‘할매’의삶을투시하고있는것은병원을찾은많은사람들의삶의과정과방식을이해하기때문이다.그러므로화자는시적대상인할매의미래를예견할수있는것으로열심히살아온노년의환자에대한연민이스며있다.
「퇴원채비」는병원에서마주하는환자의죽음을통해인간의유한한삶의의미를다시한번되새긴다.

퇴원한단다,요양원으로
산소포화도70%!!
자극에대한반응?사알짝
말이되지않는“말”퇴원?
갸우뚱대는머리를똑바로
그래도갸우뚱

근무인계를받다
○○○씨어쩌고저쩌고
근무인계중이다
○○○씨가신것같아요
퇴원채비인가

홀로잠든섬처럼
파도소리요동친다

핏기사라진영혼조차
이상하게도섫다
정리되지않은靈肉
삶을떠나는그대여
어제와오늘사이일뿐.
-「퇴원채비」전문

서정시는삶의여러모습을통해인간의존재에대해깊이천착하는문학양식이다.그러므로삶이마감되는죽음앞에서삶의본질을투시하게된다.요양병원에입원한환자의죽음을목격확인하는과정을형상화시킨이작품은파문이는화자의감정을“홀로잠든섬처럼/파도소리요동친다”고하며자주대하는타자의죽음이지만매번낯설다.요양병원에서요양원으로퇴원하려는환자의산소포화도가70%를확인한다.산소포화도70%이면위험한수치이다.화자는“핏기사라진영혼”으로상징된환자를바라보며슬픔의감정에휩싸인다.아직이승에서의삶을정리할것이많은환자의죽음에서화자는“어제와오늘사이일뿐.”이라고,지극히짧은것이인간의삶이라는인식을하게된다.영원에비춰볼때찰라와같은시간을머무르다가는존재의슬픔이읽혀진다.
이작품의시제가‘퇴원채비’인것은애초에요양병원에서퇴원하여요양원으로가고자했던시적대상이요양원에가지못하고삶을마감하는상황을‘퇴원’이라고할수밖에없는슬픔이되고말았다.이렇게말할수밖에없는시인의슬픔이이작품의배면에짙게드리워있다.
오해옥시인의생활의현장인요양병원에서벌어지는모습은지극히일상적인것이다.그러나생명을지닌존재들이일생에서단한번뿐인죽음은일상이될수없다.
이밖에일상이면서도누군가에게는특별한정서적사건들의현장인요양병원의모습은다양하게형상화시켰다.「찰지다」에서는기억을잃어버린치매환자에게서인간이지닌상식을놓아본능만남아있는인간의모습을그렸다.「돌다」에서는이석증환자의고통을,「견뎌낸아침」은전염병으로자식을잃은사람들의비탄과슬픔을,그리고「코로나동침」은코로나에감염된사람의불안의식과더불어코로나를“어차피맞닥뜨리게한/지구의숙제”라하여인간의탐욕으로배태한질병을어떻게극복할것인지,삶의방식에대한근원적인성찰을모색하고있다.

3.
오늘날기술자본문명은유사이래최첨단으로치닫고있다.전인미답의우주를향해욕망을펼쳐가고있고편리와이익을도모하는AI는통제불능으로오히려인류의멸망을가져올지도모르는희망과불안한미래를예고한다.이처럼여러가지로도전받고도전하고있는인류는그럼에도욕망을포기하지않는다.이러한시점에오해옥시인은인간의생명성을자연과인간의원초적인모습에서그대안을모색하고있다.

들락거리는어미새
우체부다녀가지않은적막공간에
다섯개의알낳았다
그날이후
무거운소포라도던져놓을까
“새집입니다”,포스트잇으로
우체통입구를가로막았다

집짓는새보다장보러간
소리개가무섭다고
어미새부부행여알훔쳐갈까봐
가까운전봇대위에올라망을보니
오늘아침우체통틈새로노란주둥이들
갓핀개나리꽃처럼벌렸다
 
소식없던우체통은그대로인데
새소리알림은방전직전의휴대폰
열어보니당차게도
손자의첫걸음마동영상이다.
-「비상준비」전문

우체통안에새가다섯개의알을낳았다.화자는우체부가소포를우체통에넣으면새알이다칠까봐“포스트잇으로/우체통입구”에‘새집입니다’라고써서붙여놓았다.그러자“어미새부부행여알훔쳐갈까봐/가까운전봇대위에올라”소리개를감시한다.
이작품에서는두가지의상황이펼쳐지고있다.포스트잇에‘새집입니다’라고써서우체통에새가살고있음을알림으로해서혹시라도우체부가소포를새집안에넣을수도있는사고를방지하게위한생명을보호하고자하는것과하늘을날며호시탐탐새집을표적으로삼는소리개로부터알을지키려는어미새부부의모습이그것이다.인간과자연의생명에의경외심을보여주는마음들이곧태어날새끼새를지켜주고있다.그러자“오늘아침우체통틈새로노란주둥이들/갓핀개나리꽃처럼벌렸다”.마침내알에서부화한새로운생명들이온전하게태어난것이다.우체통에서새가알을낳고부화하는동안우체통을사용하지못해소식을듣지못했는데휴대폰에“손자의첫걸음마동영상”이전해온다.
이작품은생명을지키려는인간과자연의숭고한노력이결실을맺는다는따스한메시지를전한다.“방전직전의휴대폰”으로상징된생명의위태로움을“손자의첫걸음마”로위기를극복했음을암시하고있다.이처럼서정시는적절한비유를통해주제를강조할때메시지가강화된다.
시인의동물의생명성을노래한앞의작품과더불어식물의생명성에도관심을보인다.

서리오기전파랑보라분홍나팔꽃들
줄기의남은진액을빨고있다
더찬란한치맛자락바람따라흔들어
틈나면울타리기어올라겉치레한얼굴벙긋
머지않아너의화냥기꺼먼눈알이될걸
덜그럭의치소리낼걸나는알지
배배꼬여껴안는하늘외줄타는링거로
촉촉하게적신물마른대궁이

나팔꽃말라비틀어져바람에흩날릴때까지
시끄럽다,
개똥밭에굴러도이승이좋다고
-「나팔꽃」전문

이작품은구조적으로비교를통해상호작용을묘파하고있어짧은형식이지만단조롭지않다.“서리오기전”생명활동을왕성하게할수있는시기에“파랑보라분홍나팔꽃들”아름답게피운다.“더찬란한치맛자락바람따라흔들”기도한다.그런데“머지않”은때에‘서리내리면’‘화냥기’도‘꺼먼눈알’이될것이라고한다.‘화냥기’는울긋불긋한꽃들과치맛자락이보여주는왕성한생명력을나타내고‘꺼먼눈알’은새로운생명의씨앗으로미래의화냥기를배태하고있다.여기에서“덜그럭의치소리”는서리맞아잎과줄기가말라버린상태를말한다.그리고“배배꼬여껴안는하늘외줄타는링거”는서리맞아죽은메마른줄기를의미한다.이처럼이작품은‘생명’과‘죽음’을명징한비유를통해생명성의이미지를선명하게하는효과를얻고있다.
「고무나무사람·2」은고무나무와당뇨로다리를절단한여자를비유하며생명성을형상화시킨작품이다.

불안붙인
담배한개비꺼내문여자
엘리베이터앞에외발로서있다
어딜가려는지안봐도안다
수인사나누기전
반쪽이말라버린고무나무
간병사는마사토를쏟아
죽은뿌리를잘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