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다 (신지영 시집)

닮았다 (신지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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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지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닮았다』는 첫 시집 이후 지금까지 천착해 온 ‘바다와 섬’에 관한 시인의 체험과 기억을 떠올리며 상상력을 펼친 시편들을 이번 시집에서는 보다 심화시키고 있다. 바다와 섬에 관한 그의 상상력은 자신을 키운 그곳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 그리고 안타까운 정서가 깃들어 있다. 그러는 한편 다리가 이어져 본래 섬이 지닌 ‘갇혀있는 공간’으로써의 섬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모습과 사람들이 떠난 장소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존재에 대한 인식과 실존방식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른바 ‘길찾기’를 드러낸 시편들은 신지영 시인의 시적방향의 튼실함이 느껴진다. ‘기독신앙’을 바탕으로 자아실현을 모색하는 태도가 이번 시집의 품격을 높여준다.
그리고 신지영의 이번 시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드러낸 시적 경향은 ‘생명성 탐구’에 대한 상상력을 펼친 시편들로 지금까지 그의 시세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은 것들로 이번 시집이 거둔 값진 소득이다. 시인 자신의 병마와 싸운 체험을 통해 생명성 앙양의 의지가 생성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근대성의 촉진으로 맞은 산업화와 이로 인한 환경문제, 그리고 오늘날 인류가 맞고 있는 기후문제 등으로 더욱 깊어진 고민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의 근원적인 원인이 인간의 탐욕임을 신지영 시인의 시는 묘파하고 있다. 그러므로 ‘잔디’를 밟는 것조차 죄의식을 느끼고 반성과 성찰을 가진다.
신지영 시인의 시집 『닮았다』는 그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시도하는 시집으로 매우 의미있는 작품집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가 지향하는 방향성에 대해 주목한다. - 강경호(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저자

신지영

전남여수에서출생하여광신대학교대학원을졸업했다.
1998년《문학춘추》와《문학21》로등단하였고,
현충일추모헌시현상공모에당선되었다.
한국문인협회여수지부장,한국문인협회재정위원,전남문인협회이사,전남시인협회부회장,시로읽는여수추진위원장등을역임했다.

한국문인협회문인탄생기념위원,한국예총전남연합회이사,여수문화예술위원,여수축제운영위원,민속전시관운영위원,2026여수세계섬박람회시민준비위원,여수문화예술체육진흥기금심의위원,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여수지회장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여광교회를목사로섬기고있다.

전남시문학상,한려문학상,지역예술문화상,녹조근정훈장,국무총리표창등을수상하였다.
시집으로『바람부는날』,『당신의바다』,『바다꽃으로피다』,『닮았다』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그대에게들어서다

그대에게들어서다
핑계
구멍가게
길섶
폐역에서
닮았다
너에게할말있어
출입금지
가을이다
정신차려
그냥
골목길
영락없다

두고두고감사할일


제2부곁이되는것

전라선의그곳
곁이되는것
대장간에서듣다
약초이름표
휴양림에서
꽃불
섬길을잇다
늙은배한척
레일바이크를타며
간절한기도가시작되고
섬섬길
그사람은늘그랬다
흔적
옹이터
낙엽지는길


제3부바다로간나무

바다로간나무
적금대교를지나며
그자리
여수의아침
개미
산다는것은
당신의눈물
기다리는섬
비둘기의산책길
새벽한시
캐스팅,그후
섬그리고바다
제조일자
고백하다
민들레


제4부밤,예술의섬에서

밤,예술의섬에서
섬에가면
섬과섬그중간쯤에서
모래무덤
동백의언어
채석강
잔디
터널을지나며
동백꽃피는날
청포도
수줍은고백
꽃이잔다
길을찾습니다
비렁길은
고양이한마리


제5부엄마의그날

엄마의그날
달개비꽃
빈들에서감사
존재
연등천비가
기도,그후
장도를말하다
아침,맞이하는법
마른잎그자리
그집
일없다
그대,흔들리는풍경
응급실에서
아침
썰물

작품론
섬과바다,그리고길과생명성의수사학/강경호

출판사 서평

섬과바다,그리고길과생명성의수사학
-신지영시집『닮았다』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평론분과회장)


1.들어가며
서정시는인간의삶에서마주하는정서적사건들을통해시인이느끼는감정과정신표정을형상화시킨것이다.물론‘시’라는문학장르의형식에충실해야겠지만,무엇보다도중요한것은자신의목소리를들려줄때가치가있다.이런서정시의요건을갖추기위해서는시인만의시적세계를견고하게구축해야한다.그리고오늘날일군의젊은시인들이난삽하고알아들을수없는기이한목소리들을내는데,한때의유행으로그칠것으로내다본다.
그동안보여온신지영시인의시세계는섬과바다가중요한시적공간이다.그가태어나고자란곳이기때문에,그곳에서의삶이그의시적원형심상으로자리잡은까닭이다.고향을떠나살아가지만고향에서의원체험이늘그의내면에서상상력으로발화한다.그리고그의시의한켠에는일상에서만나는다양한심상들이시로형상화되고,겉으로잘드러내지않으면서도삶을이끄는종교적관념을구체화한것들이그의시세계를이룬다.
네번째시집『닮았다』는지금가지구축한섬과바다를탐구한시편들과자신이이끌어온삶의길에대한모색을드러낸시편,생태학적상상력을발현한시편들의경향을보여준다.
바다는섬에둘러싸여있고,그섬에서시인은살았다.바다와섬은시인을키우는자양분이되고,그리움이되고,추억의장소가되었다.이제시인은시를통해고향의바다와섬을한발자국떨어져서객관화시킨다.그러므로현재진행형보다는과거를현재의시점에서바라보며오늘의바다와섬을노래한다.실존적세계를탐구하는시편들은욕망을버린삶,누군가에게곁이되고싶은삶,충만한삶,그리고자신이가는길을모색하고있다.생태학적상상력을펼치는시편들은이번시집에서많은비중과관심을표명하고있다.생물학적인생명성을나타내는시편은물론인간의의지를드러낸생명성,그리고정신적가치를형상화한생명성의제문제를깊게탐구하고있다.

2.바다,혹은섬
‘장소’는엄연한실존의토대이다.사람은장소를사는존재로사람이살지않는땅은죽은공간이다.사람은땅에서와서땅으로돌아간다.사람이살아가는땅은장소와지각공간의인지와경험이이루어지는바탕이다.삶은그것을구체적이고직접적으로경험하고그경험의맥락과연관성안에서인성이형성되고감정이영향을받는일을배제하고는성립될수없다.
이렇듯인간의존재는장소가부재한다면존재할수없음은당연한일이다.육체가장소를점유하기때문이다.그러므로장소는몸과정신의실존을품고그것이피어나게하는자리이며,모든원초적경험의바탕이다.그런까닭에사람과함께하는장소는수많은서사를간직하고있으며,경험이축적된장소에는그장소만의특별함이투사되어있다.
신지영시인의시에서자주나타나는섬과바다의장소는시인만의특별함이배어있다.그가묘사하는고향의섬과바다,부모님등에는수많은서사가깃들어있다.이러한것들은신지영시인의총체성을이루는요소가된다.
모든시는현재의시점에서과거를바라보는시점을취한다.그런측면에서신지영시인의시에나타난시인의의식에는유년의고향에서의행복했던때를그리워한다.“두팔을자갈밭에눕히고/시간가는줄모르고놀”았다고한다.이러한기억은「아침을맞이하는법」과「섬과섬그중간쯤에서」에서반복적으로나타난것으로보아유년의고향인섬에서의추억중에서도특히기억하고있다.이렇듯섬과바다의추억을간직하고있는신지영시인의시를살펴본다.

사람들이북적이며찾아왔다가
훌쩍떠나버렸다
하늘과바다를잇는그자리에
하나뿐인태양은떠오를까

두팔을자갈밭에눕히고
시간가는줄모르고놀던
작은배
아침이눈뜨길기다리고있다

정월초하루아니라도
수평선에구름이덕지덕지묻혀도
기대를저버리지않는것이순리다

때묻지않은곳을찾았더니
바다는흥건하고자갈이반짝인다
밤새운흔적이
눈가를적실때쯤
보이지않는곳부터물들고있다

일년에한번만
아침을맞이한다는것은
낯익은교만이다

그무엇을
해마다잃어버리는일이다
-「아침,맞이하는법」전문

이작품에서시인의시점은현재에서과거로이동하였다가다시현재로이동하여시인의의식을드러내보이는과정을보여준다.“사람들이북적이며찾아왔다가/훌쩍떠나버렸다”오늘날연육교,연도교가섬을잇고있어편리하다.그러나섬의정체성에대해회의를갖게하고있다.육지와떨어지고분리되었을때온전한섬이라고할수있는데오늘날육지와연결되어있어본래섬의기능을약화시킨것이사실이다.그러다보니사람들이쉽게섬을다녀올수있게되었다.이작품에서는꼭그런의미는아니지만,명절때고향을찾는일도그러하다.그래서“일년에한번만/아침을맞이한다는것은/낯익은교만이다”고말할수있는것이다.
이작품은섬에서맞는아침을노래하고있다.섬을어머니양수처럼감싸고있는바다는하늘과맞닿아있다.“그제자리에/하나뿐인태양이떠오를”것인지를묻는다.섬에서는“작은배/아침이눈뜨길기다리고있다”.그러나우리나시인이나다안다.“정월초하루아니라도/수평선에구름이덕지덕지묻혀도/기대를저버리지않는것이순리다”태양은언제든지하루에한번씩떠오르는것을잊지않는다.그런까닭에“일년에한번만/아침을맞이한다는것은/낯익은교만이다”라고노래할수있는것이다.
제주도출신문충선시인은섬을‘감옥’으로인식하였다.태풍이불면꼼짝없이갇히기때문이다.그것이아니더라도지난시절엔육지로건너는일이쉽지않았다.신지영시인의유년에도이와같았으리라.
다음의「섬과섬그중간쯤에서」의시점은현재의상황과과거회상을보여준다.

다리를건널때마다
밑바닥에묻어둔생각들이일어서고
맞잡은손을흔들다가도
아직뿜어내지못한향수에젖는다

썰물에떠오른바위섬이
휘어지는파도를
온몸으로막아선다

배를타고
섬의경계를넘는일이낯설다

자갈밭에두다리펴고
나란히앉아있던아이들이나
검게탄얼굴로바다를일구던어부들은
이런일을짐작이나했을까

섬과섬
그중간쯤에서
유년의흔적을섬에둔사람이
핑계삼아바다를바라본다

또다른섬잇고도
잊지못한다
-「섬과섬그중간쯤에서」전문

시인의유년에는육지에쉽게접근할수있는다리가없었다.이후다리가있어섬을쉽게오고갈수가있다.시적화자는“다리를건널때마다/밑바닥에묻어둔생각들이일어서고/맞잡은손을흔들다가도/아직뿜어내지못한향수에젖는다”고진술한다.다리를건너섬에가는일에대해육지사람들은짐작하지못할상념에젖는다.멀고아득하기만했던육지를,또는섬을쉽게다가갈수있기때문인데,화자는많은생각을하게된다.그리고향수에젖는다.“자갈밭에두다리펴고/나란히앉아있던아이들이나/검게탄얼굴로바다를일구던어부들은/이런일을짐작이나했을까”하고오늘날다리로이어진문명의이기가가져온변화에대해말한다.그러므로“섬과섬/그중간쯤에서/유년의흔적을섬에둔사람이핑계삼아바다를바라본다”‘섬과섬사이중간쯤’이면말그대로‘섬과섬사이’이다.즉오늘날섬과섬사이를잇는연도교중간쯤으로‘바다한가운데’일것이다.앞에서말했듯이섬은유폐된장소로현실에서의고통스러운장소이기도하여화자는“또다른섬잇고도/잊지못한다”고회상하는것이다.
이밖에이번시집에서섬과바다를형상화한「장도를말한다」는현재의시점에서과거를떠올린다.화자는섬에서바다를바라보는관점을취하고있다.하루종일“가만만을바라보며바다를훑”고,바라보는바다는“매운바람을만나/더출렁”이고있다.이렇듯막막한서정은“바다를치며울일이생긴다”고하여섬을‘감옥’,‘유폐’의장소로나타낸다.
「적금대교를지나며」에서는적금대교에서다리아래지나는바다의배를바라본다.그배가“섬을떠나지못하는것은/정이깊어서일”것이라고짐작한다.또한“사람과사람/사이를이어주”는것이다리라고말한다.그리고화자가“잠시잊고살아왔을뿐”이라고자신의고향인섬에대한감정을내비친다.
「섬길을잇다」역시섬에서삶을살았던아버지를회상하며“자동차를타고적금대교를지나/어머니에게”간다고진술하며쉽게섬에다다를수있는적금대교가단순한구조물이아니라육지와섬,그리고화자자신과어머니와의관계를이어주는공간성을보여주는것으로인식하고있다.
「섬에가면」은시인의총체성을이루게한섬의의미를되새긴다.섬에배어있는유년의서사가이제는전설이되어가고있다하며섬과섬이장가들고시집간다며섬을의인화하여애틋한관계로인식하고있다.
「기다리는섬」은“바다가운데남겨진섬부도”를노래하고있는데,찾는이가없어“언제부턴가배한척이보고싶고/사람들이그리”운섬이되어버려사람을기다리는외로운섬임을묘파하고있다.오늘날바다에남겨진섬의초상을그린작품이다.

3.길찾기
인간은태어나자신에게주어진길을간다.그길은쉽게가는길이아니며함부로가는길이아니다.그길은실존의길이며존재방식이깃들어있다.그러므로예로부터‘어떻게살것인가?’에대한명제를끊임없이생각하게하는대상이었다.이렇듯인간에게‘길찾기’는한인간으로서제대로서기위한노력으로궁극적으로는휴머니즘을실천하는일이다.
신지영시인에게길찾기는그의삶의지표가되는기독신앙을실천하는일이다.그는「무서운날」(시집『바람부는날』)에서자신의존재를부정한다.이부정은높은곳을향한부정이라고한다.이렇듯보다나은인간으로서성장하기위한그의노력은이번시집에서는창조주가만든땅에지번을부여하고“맨땅에금을그은자”들의욕망을부정한다.이작품은근본적으로창조주영역을함부로욕망의수단으로전용하는,자본주의시스템으로운용되는우리사회의그릇된탐욕에대해경계한다.그리고“보이지않는것도아름답고/들리지않는것은더세미”하다(「두고두고감사할일」)고한다.이렇듯기독교적관념을사고의중심에두고있는신지영시인은이번시집에서는다양한존재론적인실존의태도를견지한다.결과적으로‘어떻게살것인가?’라고스스로에게묻고자신의길찾기에몰두하는것이다.

길은다통한다는데
한길만걷는것은우매한고집일까

길은다닮았는데
길이다름을안다는것은절망일까

길은다같은길이라는데
길을찾고있는것이옳은가

닮은길이아닌
못보고도분명하게믿어지는
길을찾습니다
-「길을찾습니다」전문

이작품은‘길’이라는시적대상을인간이지향해야할삶의자세,또는삶의태도로비유하여시적화자가가야할지표로설정하고있다.박목월이“길은외줄기남도삼백리”라고노래한「나그네」에서의길은단지장소적의미를띄지만신지영시인의이작품에서의길은보이지않는무형의지시적의미를가진다.그러면서도장소적의미의‘길’이지닌지시적의미로확장시킨다.그러므로“길은다통한다는데”“길은다닮았는데”“길은다같은길이라는데”라고장소적기능을가진길의의미를인생의지평으로확장시키고있다.화자는“한길만걷는것은우매한고집일까”라고고심한다.많은길중에하나를선택하는일은오직올곧고자신의길을가겠다는정체성을드러내는일이다.그리고“길이다름을안다는것은절망일까”라고도고뇌한다.누군가와는다른길을가는것은절망이아니라는것을인식하는데서느끼는감정일것이다.그리고“길을찾고있는것이옳은가”라는생각또한자신을성장시키는과정에서느끼는감정이다.이렇듯화자는그것이옳든옳지않든간에다양한생각을하면서“못보고도분명하게믿어지는/길을찾”는다고고백하고있다.자신의신념에따라길을가겠다는다짐은응당옳은선택이아닐수없다.
이러한시인의길찾기는다음의「물」에서보다구체성을띈다.

몰랐다
자꾸만위에다붓고
위로보내고
위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