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방식

부활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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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연정 시인의 첫 시집부터 끌고 온 시적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실존과 생명성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길을 가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의 중심에는 근대적 사유가 작동하고 있으며 페미니즘과 광주를 통해 내는 생명성 탐구 ‘꽃’으로 현현시킨 목소리도 결과적으로 ‘생명성 탐구’로 집약된다.

『부활의 방식』은 지금까지 시인이 천착해 온 생명성 탐구의 연장선상에서 그것을 보다 구체화시켜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에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디지털 시대의 다양한 현상을 노래한 시편들에서는 AI와 메타버스가 일상에 마주하며 새로운 문명에 대한 충격에 놀라움과 더불어 과학문명의 발호가 주는 불안의식이 투사되어 있다.
저자

서연정

1997년중앙일보지상시조백일장연말장원,1998년서울신문신춘문예시조당선등단.시조집『먼길』,『문과벽의시간들』,『무엇이들어있을까』,『동행』,『푸른뒷모습』,『광주에서꿈꾸기』,『인생』,『투명하게서글피』발간.현재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회장.
대산창작기금,오늘의시조시인회의젊은시조시인상,무등시조문학상,광주문학상,국제PEN광주문학상,한국시조시인협회상(본상),한국문인협회조연현문학상,2023가람시조문학상,2023광주시문화예술상(정소파문학상)등수상.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무각사모란
우포늪

진흙꽃병
인등을켜고
자정의은둔자
목포
은빛과도를든손
시인의근황
피리
홀로의시대

제2부
새로사귄벗
시쓰는챗봇
오로지
AI의문하
사로잡힌나날들
메타버스
한밤의영상편지
디지털미로
메타버스달
미래가족
밥상머리교육
로봇의토마토
어느날
사이렌
무인도

제3부

고라니
포도청
山이울던밤
비둘기
그림속에서포효하는반달가슴곰
플라타너스
광고
괴질3년
아파트
미끄러지는이름
모로코지갑사기
무거운빈집
경각

제4부

쥐불
향토사청주한씨부인편
부엌에대한명상
솔밭에서

능행
그리운간이역
봄마다갚지마는
고목
후예

제5부
파도
종이접기
나무당신보살
부활의방식
벼랑에계단이되어
노래가오는시간
포도알포도송이포도주
예감
암시

작품론
생명과AI,자연과인공의간극에서/강나루

출판사 서평

〈작품론〉
생명과AI,자연과인공의간극에서사색하기
-서연정시조집『부활의방식』

강나루

1.시작하며
서연정시인은《중앙일보》지상시조백일장연말장원(1997),《서울신문》신춘문예당선(1998)이후첫시조집『먼길』(2000)을비롯하여8권의작품집을펴낸중견시인이다.제9시조집을출간한시점에서시인의작품세계를조망하는일은매우의미있는일이다.
『먼길』(태학사,2000)은‘상처와희망의패러독스’를보여주고있다.여기서‘먼길’은희망을찾아가는아득한길을말한다.때로는개인,때로는국가나공동체의미시적이고거시적인희망을찾아가는노정을펼친다.아직깨어나지않은동화의세계를추구하는서정적자아와그곳에가닿을수없는상처와아픔의군상들이화자들의삶과함께아로새겨져있다.
『문과벽의시간들』(책만드는집,2001)은여성성에대한근대적사유가주요관심사이다.어떠한어려움도마다하지않고자신의길을가려는의지가돋보인다.그러므로철저하게자신이바라보는세계로향하고자한다.
『무엇이들어있을까』(고요아침,2007)는『문과벽의시간들』에서추구하는여성성탐구를심화하여길을찾아가는여정을보여주는데,우리사회를움직이는자본의욕망에대해질타한다.
『동행』(이미지북,2010)은첫시집에서부터천착해온인간의길,또는시인자신의길을모색하고있다.자연을시속에끌어들여자연이지닌본래의생명성을노래하고,시인의실존적인메시지를담아내는등다양한사유를드러내고있다.
『푸른뒷모습』(시와문화,2011)에서는광주의역사성을통해‘광주정신’을모색하고있다.
『광주에서꿈꾸기』(미디어민,2017)는『푸른뒷모습』의연장선상에서광주의구석구석에서광주의근현대풍경을내밀하게살펴본다.이러한시인의작업은궁극적으로희망을노래한다.
『인생』(고요아침,2020)은‘인생’이라는관념을구체적인체험을통해삶을탐구하는기쁨과발견의놀라움을형상화한다.더불어자연을통해삶의방식을발견하여시로형상화하였다.
여덟번째시집인『투명하게서글피』(책만드는집,2024)는단시조집으로시조의묘미와정수를보여주었는데,‘정형시인’서연정의능력을마음껏드러낸다.이작품집은‘꽃’을생명의절정과고갱이로형상화했으며,삶의비의를발견하고,생명의의미,그리고우주삼라만상의비밀한것을엿보는시인의지극함이투사되어있다.
살펴보았듯이시조시인서연정은등단이후숨가쁘게인간의숨결,또는자연과우주의숨결에귀기울이며참다운길을모색하며자신만의시적형식으로노래해왔다.이번아홉번째시집『부활의방식』을통해구체적으로시인이30여년가까이밀고온그의시세계에대해살펴보도록한다.
이번시집『부활의방식』은그간서연정시인이천착하고이끌어온‘자연을통한인간탐구와생명성’의연속선상에놓여있다.여기에새로운화두로등장한디지털세계,즉AI(ArtificialIntelligence)와메타버스(Metaverse)에관한상상력은현실에서는낯익은것이지만,시조라는장르에서는결코낯익은것이아니다.시인은시대의변화를가장먼저감지하는촉수를지닌존재이다.이른바디지털시대의최첨단에있는AI와메타버스가이미우리생활깊숙이들어와있으므로시인은그것들로인한사회의변화와불안의식을특유의감각으로형상화하고있다.그러므로이번시집은그간서연정시인이천착해온인간의삶에대한사유와이른바디지털문화가충돌하는양상을보여준다.자연을통한인간의삶의방식을모색해온시인은초현실적인것으로만바라본과학문명이펼쳐지는현실에서자연,또는생명성과이에대척되는인공,비생명성이어떻게조화를이룰것인가를모색하는것이시적과제의하나가될성싶다.

2.생명성탐구
앞에서서연정시인의시적궤적을살펴보았듯이상처치유와희망을향한길찾기,광주의역사성과더불어인간의실존방식탐구,자연과우주의질서에순응하는인간의모습을모색해가는시인의여정을확인하였다.궁극적으로자연과인간에대한생명의식이서연정시인이지금까지모색해온가장큰시적세계라고할수있다.이렇듯시인의시적세계는크게보아아름다운생명의앙양과희망을찾아가는여정이라고할수있다.내적으로들여다보면상처치유,페미니즘모색,광주정신탐구,삶의방식찾기,꽃을통한생명의아름다움을노래해온것이서연정시인의시적궤적이다.
이번시집은앞에서밝혔듯이생명성과디지털문화의상황과조화를모색하는시인의시선이아로새겨있다.많은시인이자연과인간의관계에서‘생명성’을통해어떻게균형을이루고상생하는지를노래하였다.생명은인공적으로만들어진것이아니어서자연의질서에순응하며생멸해왔다.죽음조차또다른생명을위한우주적섭리에따른다고인식하고생명의연속성에서인간은생명의참다운가치와영원을읽어내고자하였다.그런까닭에시인은우주를포함한자연의질서에편입되어자연현상에대해근원적이고원초적인그리움과경이로움을노래하고있다.자연을바라보는인간의상상력은우주와자연에배어있는시간을들여다볼수없는슬픔으로영원과그리움을인간의시선으로형상화하고있다.

목터져라토하는왜가리붉은노을

원시늑골속으로천천히가라앉네

뉘라서바닥을재리수장되는그리움

장엄한이터전은억년의눈물받이

오롯이그득해라지상의인연이여

길마다홀로오거늘우거져서춤추네
-「우포늪」전문

인간이지상에나타난것은400만년전이라고한다.우주와지구의시간에비교할수없는짧은시간이다.‘우포늪’이라는원시적공간이지닌장엄함과‘눈물받이’로형상화된우포늪이견뎌왔을,퇴적된시간에고인슬픔을견딘공간에대해시적화자는그리움의정서로노래하고있다.시적화자는오랜시간을버텨온우포늪을오늘의시점에서바라본다.우포늪에서왜가리가울어대는생명현상을마주하며“원시늑골”로형상화된우포늪이“천천히가라앉는다”고한다.거대한생명체의생명활동과우포늪의성격을“뉘라서바닥을재리수장되는그리움”이라고노래한다.우포늪의깊은바닥엔수많은시간들이켜켜이쌓여있을것이고인간은우포늪의바닥까지의시간을도저히잴수가없어절망한다.이절망은수장된시간들에대한그리움이다.‘우포늪’을영원의표상으로인식하는화자의시선에서유한한인간의생명성을역설적으로드러내고더불어자연의무구함과영원을노래하고있음을짐작할수있다.
특히이작품은켜켜이퇴적된우포늪의시간과슬픔을효과적으로형상화하기위해각장별로거리를두어6연으로배행이적절하게사용되었다.이작품의마지막장에서“인연이여”라고한영탄조서술과“가라앉네”“춤추네”등에서화자의감정을감추지않고있어시적대상을대하는시인의표정이느껴진다.
영원무구함의방식을읽어내는시인의예지는「강」에서구체적으로형상화하고있는데,“아파도쉬지않고길을들고가는물”“가문강안간힘으로옅은숨을붙든다”고하고“끝까지오체투지로흘러가서강이”라고해석한다.그러므로강은‘흐름’자체가생명이어서자연의이름을지키며,물은그냥흘러가버리는것이아니라‘대물림하는의지’로써자신의‘이름’을지킨다고의인화법을통해물의생명성을드러낸다.이는자연의순리와섭리에따르는것으로만물유생(萬物有生)이라는범심론(汎心論)을충실하게따르고있다.
우리민족은예로부터자연을포함한모든물질에영혼이깃들었다고여기는물활론(物活論)적인삶을살았다.이러한선조들의민속엔인간도자연의일부라는사고가전제되었다.기후위기가확산되고있는시점에물활론적인사고와삶이그대안이될수있다고믿는다.이러한시점에서연정시인의생명성에관한상상력은매우적절하다.앞에서살펴본작품과더불어「山」이울던밤또한의인화법을통해자연을측은지심으로바라보는시선에서연민이느껴진다.산에오른화자는“山입술헐어내니심폐가훤하”다며오염되지않은산의이미지를청정의대상으로읽어낸다.더불어산은자애로운것이어서산밑에마을을이루고살아가는사람들을위해“허구렁끌어안고서마을지켜우는山”이라고하여마치어린자식을보호하고자하는어미의모습으로‘산’을형상화한다.비바람이불어흙더미가쏟아지자“처절한울음소리”로안타까워한다고한상상력이따스하고든든한산의이미지를형상화한다.그런까닭에시적화자는“山이곧사람인줄을하룻밤에보았”다고하는것이다.자연과인간이라는간극을없애고더욱밀착된모습을보여준다.
앞에서‘늪’,‘山’,‘강’등의자연을통해‘생명성’을모색한예를살펴보았다.이밖에‘비둘기’,‘반달곰’,‘모란’,‘솔’,‘플라타너스’등살아있는생명체에게서도생태학적상상력을발현하고있다.

평화의새라추켜세운
그말은사탕발림
모이를주지말라현수막이걸린다
마음은손바닥같아뒤집히기쉬운가

죽여주시옵소서
통촉하여주시옵소서
꾸륵꾸륵상소하듯비장한비둘기떼
등등한현수막아래풀씨를따다말고

비어있는옥좌처럼푸른하늘바탕에
어울리며살아라
구름문장아름답다
마음은유리창같아닦을수록투명한가
-「비둘기」전문

김광섭(1905~1977)의「성북동비둘기」는1968년에발표된작품으로도시화와산업화의부작용에소외된현대인을비둘기의모습으로형상화하였다.이후비둘기의이미지는인간소외현상에의한영혼의상처를입은존재로나타난다.그런데도시화와산업화가가속된이후비둘기는유해조수로지정되어천덕꾸러기가되었다.그러므로이러한배경을전제하여“평화의새라추켜세운/그말은사탕발림”이아닐수없다.주억거리며먹이를주워먹는비둘기의모습이마치“죽여주시옵소서/통촉하여주시옵소서”라고말하는것처럼보인다.시적화자는문득하늘을바라보았을까.하늘에구름이떠있는데,그모습에서“구름문장아름답다”.“어울리며살아라”라고읽는다.‘하늘’은지엄한것이고,절대적인‘옥좌’의위엄이있는것이어서“푸른하늘”처럼“마음은유리창같아닦을수록투명한가”라고되묻는다.비둘기에게“모이를주지말라현수막”을건마음을손바닥처럼쉽게뒤집은인간의모습이이중적이고인간중심적임을비판하고있다.인간중심적인사고에깃든욕망에서벗어나기위한탈근대정신은인간과자연의상생을지향하고있다.시적화자의생명존중정신은인간과자연의생명성을강화하고있다.
3수로구성된이작품은1,2수에서는초장을2열로배열하고3수의중장을2열로배열하였다.이렇듯특정장을2열로배열함으로써메시지에무게를주기도하고,특히2,3수에서는의미와함께리듬감을유발하고있다.
위의작품과궤를같이하는「고라니」또한뭇생명들도비둘기처럼수만년이어온방식으로먹이활동을하고있다.이에반해인간은더많은식량을얻겠다고도시와공장을늘려짓고옥수수밭,사과밭을일구고있다.삶의터전을인간에의해점점잃어가고있는짐승들이본래자신들의영역에출몰하는것은지극히당연하다.인간에게는한낱간식거리인옥수수와사과를먹는일은짐승들에게는생존문제이다.이작품은인간의욕망에의해상처를입은생명들의지난한생존방식을이해하여요원한상생을꿈꾸고있다.
「그림속에서포효하는반달가슴곰」에서화자는그림을바라본다.함박눈이내리는설원의풍경은아름답다.그곳야생의“포효하는반달가슴곰날카로운숨소리”가건강하다.원시성을지닌반달가슴곰의“위엄은흘러서/그림을벗어난다”.반달가슴곰은멸종위기종으로,천연기념물로지정되어있다.멸종의위기를극복하기위해국가에서보호하고관리하며,사육하고관찰한다.반달가슴곰을액자속‘그림’에서나만날수있는데,화자는“위엄은흘러서/그림을”벗어날정도로생생한본래의모습으로다가옴을느낀다.멸종위기의반달가슴곰을통해시적화자는생명의위기를드러내고생명의식을고양하고있다.
이밖에생명성을노래한시편에는식물을바라보는인간의그릇된의식의단면을통해생명성을강조한다.「플라타너스」에서는흔히가로수나공원에서인간가까이생육하는플라타너스가“알레르기주범”이라며“톱날에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