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오르는 클라이머 (정순영 시집)

허공을 오르는 클라이머 (정순영 시집)

$12.40
Description
시집 『허공을 오르는 클라이머』는 〈회불사 가는 길〉, 〈닭 잡는 날〉, 〈노을〉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정순영

ㆍ전남화순출생
ㆍ조선대학교교육대학원석사(교육방법전공)
ㆍ인천대학교교육대학원석사(교육행정전공)
ㆍ인천광역시교육청장학관및초등교장역임
ㆍ황조근정훈장수상.경기·인천사도대상수상
ㆍ《시와사람》시부문당선
ㆍ《시조시학》시조부문당선
ㆍ광주광역시문인협회회원
ㆍ광주광역시시인협회회원
ㆍ나주문인협회회원
ㆍ화순문인협회회원

목차

허공을오르는클라이머/차례


시인의말·6

제1부

꽃피는소리를스케치하다
세상은Y
허공을오르는클라이머
모탕아버지
바다는투석중이다
장맛비로오시네
별의눈물
이별은야행성이다
얼음새꽃
나는아직사랑이아니다
나무시인
횡단보도
마당으로스며드신아버지
부재
밥상보
빗방울외계인
푸른비족장의고인돌
팔월의둥근향연
둥근식사


제2부

공주역전봇대
부서지는일
배롱나무외숙모
눈동자감옥
배롱나무꽃
망초간이역
영산강1
영산강2
봄꽃대전의전황보고
도라지꽃연서
한여름의정염
구름
회불사가는길
나의타인
멈춤
영산강변억새
금목서


제3부

쏟아지는별빛한바작

한톨의꿈
등받이
혼밥
겨울나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가슴에별하나
계절의부고
우수雨水
집요에관하여
닭잡는날
CCTV사랑법
수평선
볼펜
시간은늙지않는다
신지해수욕장에서
잉걸불타오르듯
입하立夏에서서


제4부

돈오頓悟

여기는어디일까요
봄의밀서
장구벌레의꿈
꽃받침의지문
노을
시파리
싸리비
하늘은푹푹찌고
리모컨
참깨가운다
봉선화
운주사에가면
뻐꾹나리연서
담쟁이
지렁이
술보다달빛
네비게이션


평설
그푸른문턱’에서발견하는‘시’/김종

출판사 서평

정순영시인은사물을있는그대로드러내면서시적의문을하나하나이야기의형식으로흐름을만들었고시적대상과의내재된의도에맞춰그려내고있다.이럴때필요한것은사물간의통섭인데이는서로다른사물을하나로묶어새로운세계를그리거나찾아내는일이라하겠다.시에서말하는이야기는그런의미에서주제를중심으로이어지는언어적흐름이고시간과공간의이동과반복을통해존재의연대적의미를완결의형식으로보여주는일이다.
정순영시인이펼친이번의시집은첫사랑에비견되는자리인데도그의시적표정과언어가이후의더많은성과를위한여러징후들을너끈히지시한다고하겠다.그만큼정순영시인의시적가능성과완성도가눈여겨진다는점에서아낌없는격려를드리는것이다.
-김종(시인,화가)


평설

‘그푸른문턱’에서발견하는‘시’
-“눈물의냄새”와“꽃피는소리”를위하여


김종
(시인,화가)


언어적조건에서시인은행복한관찰자다.시인은관찰된사물들을언어라는소쿠리에담아서목표삼은감동을독자에게노래의형식으로제공하는사람이다.시인의눈길이닿는곳은언어도생각도푸른서정으로이내몸을바꾼다.그런의미에서시인은사물을끌어들여언어를통한마법의권능을행사하는자이다.시인의언어에오르면사물은지금까지의모습을새롭고도특이하게드러내며시의대기권에서또다른세상으로나아가게된다.
정순영시인은사물에의눈빛과표정을모아구름위에서군무하듯시의시간을즐기고있다.그러나그시간은정순영시인에게는더없이간절한천석고황의시간이기도할것이다.시인이세월을뗏목삼아과거를흘러가다보면거기에는여전히줄지않는그리움과기다림의시간이숨쉬고있다.정순영시인의머리위에도그리움과기다림의시간이월계관처럼올려져서노래된것이리라.이럴때면정순영시인을포함한뭇시인에게그리움이란에너지가없었다면이날껏줄지않는시적서정이어찌존재했을까를생각하게되고그리움을곡조삼아시인은더없이행복한노래를부르게된다.퍼내도퍼내도줄지않는그리움,마셔도마셔도다하지않는그리움,이같은것을일용할양식삼아정순영시인이찾아간기다림의끝자리에는과연어떤그리움이숨쉬고있을까.
‘시의푸른문턱’에서1일1작을즐기는시인,나이70에등단한늦깎이시인,그럼에도누군가를위해가슴시리게젖을수있는뜨거운한편의시가소망인시인,이사람이바로이자리의주인공정순영(1949~)시인의초상이다.이많은세월을일기를쓰듯하루여덟시간이상을독서하고시를창작하면서책장을넘기듯하루를마무리하는그의일상에경의를표한다.‘나이70’은성인공자의시대에는바라보기도힘겹던‘고래희古來稀’라는나이였고공자자신도거기에서3년을더살았을뿐이다.

1일1작으로‘시의푸른문턱’을넘으며
공자당대의평균수명이30-35살인것을감안하면성인의말씀에새삼공감하는바가크고공자또한엄청장수하셨다고하겠다.사람에따라다르다고는하지만이나이는정순영시인에겐작품창작을시작하는초입의나이에불과하다.다시금반복하지만그가시단에소개되고가꾸기시작한시인에의꿈은1일1작으로‘시의푸른문턱’을넘나드는일이었고이것이그가요량한하루일과의고지였다.그러면서욕심을하나더보탠것이“누군가를위해가슴시리게젖을수있는한편의뜨거운시”에의소망이었던것이다.누구든인생후반기를앞두고는무엇을어떻게할것인가를고민하게되는데정순영시인이우리에게밝힌포부는당차면서도싱싱하기이를데없다.
이력상의정순영시인은조선대학교와인천대학교등의교육대학원에서‘교육방법론’과‘교육행정론’을전공한교육자이다.그분야에서그는인천광역시교육청장학관과초등교장등을역임하였고그로하여경기ㆍ인천사도대상과황조근정훈장등을수상한분이다.그러던그가문학분야에다몸을던져인생후반기를어찌하면의미있게놀아볼까를요량(?)하면서《시와사람》에서시,《시조시학》에서시조로소개를받아우뚝한시인이되기위해불철주야노력을투입하고있다.
더러인용하는말이지만미국의시인사뮤엘울만이자신의시「청춘」에서“청춘은인생의어느시기를말하는것이아니고마음의상태를말한다고노래한다.그러면서”세월은우리들의이마에주름살을만들지만열정의마음을시들게하지는못한다.“라는시구를고스란히정순영시인에게돌려드리고싶다.이제우리는그의시적포부인‘시의푸른문턱’에서그가펼쳐낸시적오지랖이얼마나볼만한가를독서할차례다.정말이지그의작품들하나하나의표정과눈빛과언어적감도가얼마나정순영다운가를살펴야겠다는것이다.그래서일까.그가펼친시작품들은첫눈에든작품부터가언어의‘푸른문턱’을넘나드는바람일수도있고파도일수도있고아침저녁으로뜨고지는‘일월日月’일수도있겠다는생각이다.
여기에무슨췌언贅言이필요할것인가.우리네속담에‘될성부른나무는떡잎부터’라고했는데정순영시인은자연연령은‘고래희’지만그가시단에던진작품들의야심은연둣빛‘떡잎’이연상되는새파란미래를예고하고있다.그래서그가우리에게보여준언어적표정과눈빛에바짝긴장하면서의자를끌어당겼고유의하여컴퓨터자판을두드리고있다.우리는그만큼독자를향한그의다부진시적포부로세상사물의구석구석을뒤지면서늘품있는대화를어떻게시작하는지를들여다보고있다.무엇을볼까.어디에리듬을올릴까.편편의자리마다무슨말을들려줄까.생각해보면시작품을포함한이지상의문학은편편을넘길때마다독자에게어떤이야기를만나게할까에관심을가진사람은이미본격문학에진입했다고볼수있다.
세상의사물모두가시인의시적소재이고관심거리인것을감안하면추상적인사물하나에도시인의눈길은자별하기가이를데없다.정순영시인은자신만의언어로상상을통한사물의감각화를도모하고독자적의미를담아내는데까지강물같은눈길을이어가고있다.

매화나무아래,

끊어질듯이어지는소리

웃음소리일거란예상은빗나갔습니다

어미닭을따라가는병아리들일까요

동그라미를그리다가그만,둥글고물렁한엄마얼굴을그렸습니다

제살을찢고나오는아픔의굵기는얼마나될까요

아릿한눈물의냄새를스케치합니다

그리움이들숨으로스며듭니다

당신을

꽃피는소리를스케치하고있습니다
-「꽃피는소리를스케치하다」

매화나무아래서끊어질듯이어지는소리를듣는화자는그소리의내력을“그리움이들숨으로스며”드는일이라생각하고‘꽃피는소리’와‘당신’을스케치하는중이라고했다.화자가꽃피는소리를스케치하기까지는웃음소리일거라는짐작도해봤지만빗나갔었고어미닭을따라가는병아리가아닐까에이르렀지만그역시도빗나갔다는것으로독자의예상을여지없이비틀어버리는것이다.
여기까지만가지고도정순영시인의시적재치가예사롭지않다는것을감잡게된다.들리는소리가혹시동그란것은아닐까도생각했으나‘그만’‘둥글고물렁한엄마얼굴만을그’리고말았다는거였다.화자는엄마가‘나를’낳을때를생각한다.“살을찢고”분만할때의아픔이얼마나굵었던가를생각한화자의이야기는더이어지면서눈물의아릿한냄새를스케치하고스미듯이그리움을들이키는쪽으로물흐르고있다.여기까지에이르러‘생각’의미세하고도미묘한부분까지를독자의예상밖으로되돌리는그의시적순발력또한돋보인다고하겠다.상상력이뛰어난사람은다른사람들이보지못한부분을천연덕스럽게끌어내어자신의어법대로상차려내는비밀함이있어야하고그런의미에서꽃피는소리를스케치한정순영시인은자신을엄위하는주변의사물들과사소한표정하나까지도새롭고도특이하게끌어내는언어적명민함을아무일없었다는듯펼쳐내고있다.


“나무의생각은하늘에뿌리를내린다”

작품에서말하는‘꽃피는소리’란기실현실에서는들을수없는,화자마음에만존재하는한줄기바람같은느낌일것이다.일상에선그저그러려니한사소한것들도이들이보인사물적현상들이심봉사의안맹을틔울만큼의언어적사실이자묘미를만들어간다는의미이다.꽃피는소리에걸어웃음소리와어미닭따라다니는병아리를견인하여무심코그리던동그라미에서어머니의둥글고물렁한얼굴을그리고말았다는센스도이작품의표정을입체화시키는데상당한효과를만들어내고있다.
무심코떠올린엄마의얼굴에서살을찢고자식을꺼낼때의아픔의굵기를생각하는화자가시작품에서독자에게보여줄수있는언어적수완이자오지랖이이쯤이라면대단하다는생각또한감출수없다.이나저나시인은꽃피는소리로하여‘그리움의들숨’을스케치하게되고그결과어머니‘당신’을소환하였던것이다.

생각이나무를자라게한다
나무는Y,Y는Yes
햇빛이목을간지럽혀도
별빛이허리를감아도
바람이입맞춤해도
그래,하면서나무는Y로산다
긍정은무슨빛깔일까
달빛무성할때,햇살다정할때면
나무의생각은하늘에올라뿌리를내린다
하늘이푸르게나부낀다
문득길가던사람이나무그늘에들면금방푸른빛에젖는다
나무는머리끝에서발끝까지Y,Y,Y,
내뿜는날숨이싱싱하다
들숨에허공이흔들린다
세상은Y
가지가푸르다
-「세상은Y」

「세상은Y」라하고하늘향한나무가Y자로팔벌린모습에서위의작품이시작되고있다.나무가자라는모습은햇빛과별빛과바람을한묶음으로다듬어내는일에다름아니지만화자는이를예사롭게여기지않았던것이다.거기에서시인이문득궁금해한것,‘긍정’의빛깔이무엇일까를생각한부분이그것이다.거기에다무성한달빛과다정한햇살이나무에닿아“나무의생각은하늘에올라뿌리를내린다”고한상상은그자체로도장히아름답다.
이날평생을나무는땅을바탕삼아뿌리를내리고성장을거듭해왔다.그러던것이하늘에올라푸르게나부끼게되었음인데그러나작품의진행으로보아이쯤에서그칠상상이아니라는것이다.좀더멀리나아가서길가던사람이나무의그늘에들자‘금방푸른빛에젖는다’고한것이그것이다.이또한부드러우면서도아름다운상상의영역이며이같은시구들을읽어가노라면우리가가진평소의생각이얼마나굳었던가를실감할수있다.생각이풀려서그간에소유하지못한생각들을자신의생각으로재창조해가는것만큼이나아름다운일이또있을까.다시금그나무로돌아와서‘머리에서발끝까지Y,Y,Y’라며“내뿜는날숨이얼마나싱싱한가”는되풀이읽어도단연압권이다.
시창작에서는최초적인현상을독창적으로발언하고표현하는일이대단한덕목중에하나라는사실을왕왕이경험하는터이다.작품「세상은Y」에는“생각이나무를자라게한다”로시작했었고이것이바로작품을끌어가는전제前提적화두인셈이다.그러면서시적사실들을하나씩풀어서보여주면“나무는Y,Y는Yes”.여기에서하나는나무가보여주는형태적Y이고다른하나는그의미를연결한Yes에의Y라하겠다.
생각이나무를자라게한다더니나무의형태와의미를이리명료하게들춰내면서다시금사물의현상으로되돌리고있다.그것이바로“햇빛이목을간지럽혀도/별빛이허리를감아도/바람이입맞춤해도/그래,하면서나무는Y로산다”고했다.이처럼계속해서발견해가는사물들의이음현상이하나의집단을이루는것또한시작품이갖추어야할크나큰매력이고덕목임은물론이다.이같은발견없이어찌문학이세상을새롭고특이하게문열어갈수있다하겠는가.
「세상은Y」라고노래했지만그실마리는나무에서시작했었다.그리고그이후의이야기는세상은Y인데그가지가푸르다고한마무리가더더욱푸르다고하겠다.

아교같이녹여낸제몸의뼈로
곡선과직선의길을이어새로운길을낸다
여덟개의다리로고정하고
별빛에흔들리며한땀한땀허공을시침질한다
떨어졌다가다시오르며허공으로내는길
그길에들어서면
저너머,우주가보인다
가다보면길이된다
딛는곳이길이되고삶이된다
산다는것은누구도걷지않는허공에길을내는일
날마다걷는길
문득,뒤를돌아보며생각한다
바르게걷자고하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