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헤아리며 (김기완 시집)

슬픔을 헤아리며 (김기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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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기완 시인의 맑고 향기로운 시심(詩心)의 시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금언이 하나 있다. 향을 싼 종이에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는 비린내가 난다는 금언이 그것이다. 또한 김 시인의 시에는 실존(實存)의 슬픔과 외로움이 풀잎 끝에서 반짝이는 이슬처럼 맺혀 있는 것 같고, 영산강의 노을로 핏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김 시인은 실존의 슬픔과 외로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다. 슬플 때는 슬픔 속으로, 외로울 때는 외로움 속으로 더 들어가 그것들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 중 하나인 한(恨)의 정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의 한은 꺾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김 시인이 ‘슬픔을 헤아리며’라고 사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김 시인의 시들은 우리 모두에게 보배의 숲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정찬주(소설가)

김기완 시인의 시집 『슬픔을 헤아리며』의 정신성이 바라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 많은 시인들의 첫 시집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유년의 삶과 가족사를 통해 지난한 삶과 순수했던 시인들을 반추함으로서 아름다운 삶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한다. 그리고 자신이 체험한 생의 서사와 주변의 에피소드에 깃든 슬픔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사색들이 이번 시집의 주요 질문이다. 또한 그의 시가 지향하는 한편에는 자연을 시인의 사색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때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성을 노래하거나 완전한 존재로서의 표본으로 삼은 자연을 인간의 삶에 적용시키고 있다. 김기완 시인의 또다른 시적 관심사는 중심으로부터 이탈되어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드러내며 따스한 눈길로 살피는 이른바 휴머니즘 구현의 시학을 보여주고 있다.
- 강경호(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저자

김기완

·1961년전남나주출생
·전남대학교졸업
·2025년《문예사조》신인상수상
-「파도라는시」외2편
·광주광역시중고등교사2025년2월정년퇴임
·엔솔로지《동천문학》시발표등
·동천문학회회원
·시집『슬픔을헤아리며』

목차

슬픔을헤아리며/차례



7시인의말

제1부

슬픔은힘이다
나그네
슬픔을헤아리며
외롭지않아야해
소쇄원
능소화
소쩍새울음
오두막
그뿐
가을날아침
귀뚜라미
파도
님1
님2
님3
노을속의나
느티나무묵언
목련


제2부

조개의노래
마음노을
형님
세번의기도
평온한세상을꿈꾸며
산행
웃을날
사과
석탑에핀귀꽃
안식
은혜
노을에물든나
겨울밤나비의꿈
남루한家長
어머니달빛
달빛을낚다
기찻길
엄마


제3부

휘파람소리
퉁소부는사내
순이
해안가풍경
외가댁마을연밭
천사가소풍을왔다
나의즉흥환상곡
무작정떠난사람
외로울때
까치밥
빗소리
신호등
해바라기
어머니등
어둠이내린다

아버지도시락
엄동설한피는정


제4부

화형식
광대
사내
눈물방울
비오는날
연탄난로처럼
청춘
첼로
테이블두개
붉은고추가매달렸다
안경
가을이익어가는시간
골목
아버지병실
어떤사내
추모
마른호박넝쿨
나는무엇일까?


작품론
슬픔을건너는방식과자연과의교감방식/강경호

출판사 서평

▣작품론

슬픔을건너는방식과자연과의교감방식
-김기완시집『슬픔을헤아리며』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평론분과회장)


1.
서정시는시인의정신이지향하는가치를추구하기위해상상력을발현한다.그러므로시인만의개성을드러낸다.그러나시는말하는방식의새로움으로언어를직조하기때문에형식또한새로워야한다.그런까닭에시를언어예술이라고하는것이다.정신적으로지향하는바를언어를통해형상화시키는것이시이기때문에정신성과언어가조화와균형을유지해야한다.
김기완시인의시집『슬픔을헤아리며』는시인의정신성이고스란히나타나있다.첫시집은시인의시적방향성을가늠해볼수있다는측면에서첫시집『슬픔을헤아리며』는김기완시인의시의향방을보여준다.그의정신성이바라보는지점은크게네가지로말할수있다.첫째많은시인들의첫시집에서나타나는것처럼유년의삶과가족사를통해지난한삶과순수했던시인들을반추함으로서아름다운삶을향해나아가고자하는의지를표명한다.그리고자신이체험한생의서사와주변의에피소드에깃든슬픔의모습을형상화하고있다.이를어떻게극복할지에대한사색들이이번시집의주요질문이다.또한그의시가지향하는한편에는자연을시인의사색의영역으로끌어들여때묻지않은자연의순수성을노래하거나완전한존재로서의표본으로삼은자연을인간의삶에적용시키고있다.김기완시인의또다른시적관심사는중심으로부터이탈되어소외된사람들의삶을드러내며따스한눈길로살피는이른바휴머니즘구현의시학을보여주고있다.
이렇듯김기완시인의『슬픔을헤아리며』는시인자신은물론우리사회곳곳에내재해있는슬픔을극복하고자연을거울삼아보다나은인간으로살고자하는시인의의지가깃들어있다.더불어우리사회의어두운그늘을드러내어그것들에대해질문하고그대답을구하고자한다.이러한김기완시인의정신적지향을극명하게형상화시킨이번시집은앞으로그의시세계를이끌어가는에너지가될것이며,결과적으로휴머니즘구현을통해유토피아에이르고자하는과정을위한출발이된다는측면에서매우의미있는일이라고할수있다.

2.
앞에서밝혔듯이첫시집에서는대부분의시인이가족사를통해자신의유년과가족사를형상화시킨다.이것으로볼때가족사는시의출발점으로작용하는경우가많다.수십년간함께했던가족에대한애틋함이시인의마음속에서중심심상으로작동하기때문이다.그것은혈연으로맺어지고함께삶을보냈기에정서적공동체로많은시적자양분이된까닭이다.김기완시인의가족애를보여주는작품은시인자신이처음가족을떠나살며가족에대한그리움이많은10대에서출발한다.

엄마는기다림이몸에밴걸까?
광주의기숙사시절중학교2학년때쯤
가끔집에오는막둥이를위했던지
비좁은마당에다가한뼘화단을일구셨다
봉선화가흐린내눈을맑혀주고
땅꼬마채송화가내가슴을환하게해주며
덜익은참외는대파옆에숨어있었다
여름한철,불같이햇볕따가웠을때
주말휴가를얻어영산강가집에들어서자
엄마가마당두어걸음가볍게가시더니
화단에서주먹만한참외를하나따오시며
훌쩍자란막둥이가무척장한모양이다
“얼릉묵어라,우린다묵었응께”라며
참외를깎아주시면서내얼굴을보신다
엄마는그렇게나를보고또보셨다.
-「엄마」전문

고향인나주를떠나광주에서중학교를다닌시적화자는학교기숙사에서생활하였기때문에날마다집에가지못하고가끔씩집에다녀가곤했다.막내를객지에보내놓고엄마는아들을기다리곤하였다.어머니는“가끔집에오는막둥이를위했던지/비좁은마당에다가한뼘화단을일구셨다”에서짐작할수있듯이시적화자인막둥이는꽃을좋아했나보다.화단을일구는어머니의애틋한마음을읽을수있다.그꽃을보며시적화자는“봉선화가흐린내눈을맑혀주고/땅꼬마채송화가내가슴을환하게해주”었다고한다.또한주말휴가를얻어집에가면엄마는“화단에서주먹만한참외를하나따오시며”“얼릉묵어라,우린다묵었응께”하시며훌쩍자란아들을기특하게바라보시곤하였다.
인간은어린시절의추억을평생간직하며살아간다.유년기,또는소년기라는짧은시간속에서의인상깊은서사는잊혀지지않으며시시때때로기억을되살려즐거운에너지로활용된다.바로이지점에‘서정’의힘이있다.서정抒情은자신의감정과정서를환기시키는작용을한다.서정을다르게말하면‘좋은감정’을뜻한다.시적화자는세상을살아가면서중학교다니던시절의따스한모정을가슴에품고어머니의따스한마음을통해가슴이훈훈해지고삶이어려울때보다나은인간으로나아가게하는힘이되고있음을이작품은보여주고있다.
김기완시인의시편들에서는중학교시절과어머니라는시적대상이자주출현한다.「나는무엇일까?」는부제로‘체육중학교시절을떠올리며’가붙여져있다.

중학생때,새벽길을타닥타닥달릴때면
옆에다가온조무래기시절도나와함께달렸다
턱밑까지헐떡헐떡숨차던달음박질
멈추고싶은유혹이가득채워질즈음,
떠오르는가난한어머니모습
이내그마저도헐떡이는숨가쁨으로
길가에흩어져버렸다
달음박질의끝은보이질않고,
앞날을기약할수없었던일상의안개
모두함께헉헉대던순간에혼자라느낀건
나는무엇이고누구인가란상념때문이었다
결국,평범함이아름답고행복할거라는
순간순간떠올랐던힘든중학생시절
이제,그또한지나버린지오래되었다.
-「나는무엇일까?」전문

서정시에서공간성은특별한감각을지닌다.이작품에서물리적인시간개념인중학교시절은체육중학교라는특수한시공간이전제된다.짐작하건데체력단련을위해열심히달리기를할때면“턱밑까지헐떡헐떡숨차던달음박질”을“멈추고싶은유혹”이있었을것이다.그러나포기하는일은자신의꿈을놓아버리는일이될것이다.그런순간가난하게살아가면서도자식을위해희생하는어머니를떠올리면달음박질을멈추고싶은유혹을물리치게하였으니어머니의위대함과어머니를생각하는어린중학생의마음이아름답다.중학생이라면아직어린소년이지만“앞날을기약할수없었던일상의안개”즉가난한집에서태어나자신의꿈을실현시켜야겠다는의지가꺾일때마다‘어머니’라는존재가갖는위대함이시적화자에게희망의메시지처럼다가오는것이다.즉‘중학생’‘어머니’그리고그것들의배경인‘가난’이라는공간성이시적화자를성장시키는에너지로작용하고있다.다시말해아직중학생이라는어린시절의공간성과아들의미래를위해온갖궂은현실을극복하려하는‘어머니’라는신분의공간성,그리고가난한집안이라는공간성이서로부딪치거나서로동화되면서체육중학교학생인시적화자에게“나는무엇이고누구인가란”무거운상념에빠지게했음을알수있다.그러므로어려운시절이지난수십년후시적화자는중학생때의자기정체성에대한회의들이마침내자신을성장시켰고오늘의자신을키웠음을회상하게한다.
이밖에어머니를시적주제나제재로삼은작품으로는「어머니의등」,「어머니의달빛」등이있다.이처럼시인이어머니에대한애틋함을보인시편이많은것으로보아어린시절어머니께서시적화자에게특별한존재였음을상기시킨다.
「어머니의등」은세월이많이흐른후가족을위해헌신한구부러진등을형상화하고있다.밭일,집안일때문에쪼그려앉아있기만하여노년에등이굽은것을시적화자가가슴아프게바라보는시선에는연민과사랑이깃들어있다.
「어머니의달빛」에서는시적정황으로보아어머니가돌아가신후아들에대한그리움으로아들이사는아파트를보름달달빛으로나타나엿보시는것으로짐작된다.그저보름달이비추는것이지만시적화자는“늦은밤,잘쉬고있을까지켜려보려는/간절한어머니의모습”이라고인식하고있다.어머니를그리워하는시인의애틋함이달빛조차어머니의눈길로바라보고있어온기가느껴진다.
아버지를형상화시킨작품들도눈에띈다.「엄동설한에피는정」과「아버지의병실」이그것들이다.「엄동설한에피는정」은유년의아버지이고,「아버지의병실」은노년의아버지이다.
「엄동설한에피는정」은가난한시절인유년이시적공간이다.일하러객지에간아버지일까?아니면무슨사연이있어집을떠난아버지가돌아오시려는지마을입구삼거리를시적화자는주시한다.그때가방을든어른이나타나자가슴이뛴다.가방을든어른이아버지인지작품에는나타나있지않지만“울아부진가?”“마음은벌써그곳으로달려가버렸다.”아버지를기다리는시적화자의마음에서훈훈한가족애가넘치는작품이다.
「아버지의병실」은시인의실제아버지인지는알수가없지만‘아버지’라는존재에대한시적화자의인식태도가드러나보이는작품이다.허리와다리에핀을박은아버지를간호하는시적화자는사흘째잠들지못하다가병실보호자침상에서잠이든다.파도치는바다로비유되는세상을견딘위태로운아버지의삶을생각하는시적화자는“이승과저승이머무는병실공간에서/신음마저도삼켜내며견디고있”는아버지를안타깝게지켜보는모습에서삶의본질을묘파하고있다.
살펴보았듯이어머니와아버지라는생명의근원에대한시인의가족애,또는애틋한마음이안타깝지만삶의에너지가되고있음을잘형상화시켰다.

3.
김기환시인의시편에서쉽게만나는슬픔의정서는겉으로는정신적고통의표지로나타난다.눈물,고난,가난,눈시울,작별,어둠,상흔,한,피눈물,애환등의시어구사가말해주듯고통스러운감정들로점철된다.이렇듯인간의삶에서슬픔의정서는곁을떠나지않고함께하고있다.그러므로존재의실존과정을‘생로병사’라고한것이리라.
그러나슬픔의정서는인간의삶을이끄는힘으로작용하기도한다.슬프다고마냥고통스럽게살아가는것이아니라,슬픔을바탕으로그것을극복하고자하는의지를갖기때문이다.김기완의시편들에서슬픔은곧에너지가되어자신을이끄는역동성을보여준다.

밤하늘에수놓아진은하수윤슬이
유성같은눈물을뚝뚝떨군다
먹구름아래바람이소용돌이치고
달도숨은적막한길에서한나그네가
탐욕에몸부림치는세상꼴을보고말았음이라
하늘,삼천대천세계가내려다보는것도모른채,
어찌하여손아귀를쥐려고만하는가
어두운세상속유희를찾는너희는
타인의슬픔은알수없다고하겠으나
별의눈길은피할수없음이라
실존의슬픔이쌓이다보면서로힘이되어
고난을이겨내리란걸,모른다하려는가?

슬픔을직시하는하늘,인간이알기엔미약하기에
오늘도부질없이파도치는가난한마음의나,
가만히내려놓고무심코두고보리라.
-「슬픔을헤아리며」전문

이작품에서‘나그네’는세계를바라보는관찰자이다.나그네는‘먹구름’‘소용돌이바람’‘달도숨은적막한길’‘탐욕에몸부림치는세상’‘어두운세상유희를찾는’‘타인의슬픔을모르는’이러한인간세계를들여다보고있다.나그네가바라보는세계는탐욕으로가득찼고,세상을손아귀에쥐려고하는자들이살고있는어두운세상이다.그러므로“밤하늘에수놓아진은하수윤슬이/유성같은눈물을뚝뚝떨”구는것일게다.이작품에서‘은하수’와‘먹구름낀세상’은서로대척점에있다.흔히대중적상징으로써‘천상’과‘지상’은선계仙界와인간세계로나눈다.선계인하늘나라는천국이며지상은세속적인세계로인간의한계를나타낸다.이러한상황에서인간은고통스럽게살아가는존재로슬픈존재일수밖에없다.그것은“하늘,삼천대천세계가내려다보는것”을모르기때문이라고시적화자는인식한다.이는불교적관념에서말하는것이기는하지만,하늘아래에서살아가는협소한인간의세계관을시적화자는말하고있다.하늘이라는넓은세계를알지못하는인간의슬픔을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알고있는나그네의눈에는선명하게보여지는것이다.그러므로“슬픔을직시하는하늘,인간이알기엔미약하기에/오늘도부질없이파도치는가난한마음의나”라고시적화자는성찰의태도를드러내는것이다.
위의작품은미약하고아둔한존재가인간이라는관념을시인의시선으로풀어헤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