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르핀 골목

엔도르핀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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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형순 『엔드로핀 골목』은 시인 특유의 익살맞은 표현과 삶의 해석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하고 있다. 시인은 “삼삼오오 뽕뽕다리 건너오던 아가씨들 눈에 선한데/ 흑백 영화처럼 추억도 희미해지는데/ 굴곡진 한 시대를 지나던 그리운 사람들은/ 어디에서 뽕뽕다리를 건너고 있을까”(「뽕뽕다리 연가」)에서 추억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는 시인의 시가 ‘굴곡진 한 시대를 지나는 그리움’에 미학적 특성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어마다 옹골차게 들어찬 경험에서 올라오는 시적 토양은 시인이 뿌리내린 자연과 이웃, 그리고 연민과 그리움에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그만큼 김형순 시인에게 ‘굴곡진 한 시대’는 연민에서 비롯된 사유와 감각을 넘어 그리움을 담은 심미적 언어와 이웃과 사회, 더불어 위대한 자연과 지구를 향한 마음이 시를 구축하고 있다. 특별히 김형순 시인은 일상의 삶을 통한 깊이 있는 성찰을 시적 이미지로 구현해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의 곳곳에 드러난 시인의 의지는 현 상태를 응시하면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희망의 전언이다. 따라서 시인의 시를 만나는 일은 경험의 형식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하는 특별한 일이다.
- 강대선(시인)
저자

김형순

· 광주광역시 북구 유동 출생
· 아시아서석문학 신인상 등단
· 올해 작품상, 공로상 수상
· 광주광역시문인협회 홍보이사
· 덕암문학상 우수상, 공로상 수상
· 빛고을 전국시낭송경연대회 대상
· 서울 오은 문학회 디카시 대상
· 박덕은 전국백일장대회, 수상
· 신정문학문인협회, 작품상 수상
· 광주광역시 시인협회 부회장
· 광주지부 재능시낭송협회 부회장
· 꿈을 실현하는 시낭송가. 지도사
· 광주광역시 충장문학회 총무(역
·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
· 41대 국어국문학과 총학생회장
· 광주동강대학교 보육복지과 졸업
· 서울보훈병원장, 무궁화봉사단,상
· 소망요망병원 이미용봉사활동 중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다이아
엔도르핀 골목
나목
하얀 집
성화
송정 바다에서
초행길
삼동교 다리
봄날 상무공원 벤치 옆으로
포도시
할미꽃과 개나리 공주
석류가 열린 빈집에서
광안리 바다에서
로밍콜
낙서 공화국
노을의 강
버드세이버, 비둘기


제2부

노점상 강 여사
한라산
수국 닮은 언니의 숨결
닭장 속의 여자들
연둣빛 약속
생강
문화전당 카페에서
1달러
시대 유감
참빗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은 없다
평전
김장 배추의 기분
빗자루
미싱 밟는 소리
서울발 노루발을 돌리며
아버지
고비 사막을 건너는 낙타


제3부

한여름의 특보
말랑한 가슴
뽕뽕다리 연가
횃댓보 숨바꼭질
靑靑
꼬부랑 초능력자
사월의 물기
한쪽 날개를 남겨두고
화려한 외출
초록 개울가
엄니가 불어와요
사회복지사 꽃순이
자귀나무꽃
하얀 풍경
사거리 반점
구순의 완두콩
가을 호수는 데칼코마니
하얀 거짓말


제4부

창가에서
돌아온 꿈의 다리
망부석
눈 속에 핀 우산
등불
엄마의 빈방
소녀를 낳는 집
초당 캠퍼스에서
민주주의
청포도 송이
그날의 기억은 현재형이다
바다의 눈물
빨간 양산
위대한 건축학
붉은 입들
소문난 감나무집
초여름의 식탁
피고 진 꽃도 꽃이다


작품론
굴곡진 골목에서 올라오는 푸른 봄의 서정 / 강대선

출판사 서평

▣ 작품론

굴곡진 골목에서 올라오는 푸른 봄의 서정
- 김형순 시인의 『엔드로핀 골목』의 미학


강 대 선
(시인)


다양한 삶의 해석으로의 확장
김형순 『엔드로핀 골목』은 시인 특유의 익살맞은 표현과 삶의 해석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하고 있다. 시인은 “삼삼오오 뽕뽕다리 건너오던 아가씨들 눈에 선한데/ 흑백 영화처럼 추억도 희미해지는데/ 굴곡진 한 시대를 지나던 그리운 사람들은/ 어디에서 뽕뽕다리를 건너고 있을까”(「뽕뽕다리 연가」)에서 추억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는 시인의 시가 ‘굴곡진 한 시대를 지나는 그리움’에 미학적 특성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어마다 옹골차게 들어찬 경험에서 올라오는 시적 토양은 시인이 뿌리내린 자연과 이웃, 그리고 연민과 그리움에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그만큼 김형순 시인에게 ‘굴곡진 한 시대’는 연민에서 비롯된 사유와 감각을 넘어 그리움을 담은 심미적 언어와 이웃과 사회, 더불어 위대한 자연과 지구를 향한 마음이 시를 구축하고 있다. 특별히 김형순 시인은 일상의 삶을 통한 깊이 있는 성찰을 시적 이미지로 구현해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형순 시인의 시는 일상의 경험, 어머니에 대한 서사, 자아의 각성, 시대를 바라보는 비판 등, 남다른 시의 문양을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구체적 일상을 시로 옮기면서도 깊은 사유와 감각, 그리고 웃음이 담긴 해학을 심층의 언어로 구현하고 있다. 시인은 ‘굴곡진 골목’으로 이미지화된 자신의 이미지를 거울에 비추듯 현상해 나가면서도 의미를 확장해 아포리즘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감각적인 묘사로 드러내기도 한다. 시의 곳곳에 드러난 시인의 의지는 현 상태를 응시하면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희망의 전언이다. 따라서 시인의 시를 만나는 일은 경험의 형식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하는 특별한 일이다.

나를 응시함으로써 이루어내는 성찰적 의지
먼저 김형순 시인을 깊이 살펴볼 수 있는 시를 살펴보자. 자신을 보는 일은 거울을 보듯 성찰과 깨달음의 언어로 새롭게 구현하는 방식이다. 자신을 복원함과 동시에 일상에서는 알 수 없던 자아의 새로운 형상이 구현되기 때문이다.

나는 한 줌의 기력마저 시들어진 몸으로

흙더미 꽁꽁 언 땅에 뿌리를 박고 서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두 눈 감고

숨 멈춘 듯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내 안 깊숙한 곳에 있는 온기를 감싸고 있는 가시 손바닥

깡마른 손금 줄기로 인내의 시간이 흐른다

살아 숨 쉬는 일은 말라 부서지는 절망에도 무릎 꿇지 않는 것

나는 깡마른 몸으로 겨울 한복판에 서 있다

가지에 링거 꽂고 눈보라 치는 정월의 들판에 몸을 떨면서

견디지 못하고 죽을 것만 같은 자리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봄이 오면 나는 발가락부터 꼼지락거릴 것이다

한 줄기 빛으로 자물쇠로 잠가놓은 숨통 열고

엄마의 젖 줄기처럼 따사로운 공기를

폐 깊숙이 빨아들이며
초록 잎을 등불처럼 매달 것이다

나는 모든 꿈과 희망의 분신으로 곧고 정하게 서 있을 것이다
-「나목」 전문

나목을 ‘나’로 표현한 이 시는 시인이 살아온 삶을 비유로 표현한 뛰어난 시편이다. 나목裸木은 잎이 다 떨어져서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나무를 의미하지만 죽은 나무가 아니다. 다시 말해, 봄이 오면 다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나무를 의미한다. 시인은 “나는 한 줌의 기력마저 시들어진 몸으로/ 흙더미 꽁꽁 언 땅에 뿌리를 박고 서 있다”고 말한다. 언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왔듯이 시인의 삶이 그만큼 고되고 힘들었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두 눈을 감고/ 숨을 멈춘 듯 미동조차 하지 않는” 상태로 서 있는 나목이 시인과 겹쳐지는 이유는 시인의 삶이 ‘굴곡진 골목’이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안 깊숙한 곳에 있는 온기를 감싸고 있는 가시 손바닥”이 깊이 곳에 남아 있다. “깡마른 손금 줄기로 인내의 시간”은 시인이 선택한 길이다. ‘깊숙한 곳에 있는 온기’를 발견하는 일과 인내의 시간으로 견디는 일은 시인에게는 새로운 길을 향한 여정이다. 비록 지금은 희망조차 없는 듯 보이지만 온기 한 줌을 지니고 봄을 기다리는 나목의 시간은 시인의 자세를 선연하게 보여준다. “가지에 링거를 꽂고 눈보라 치는 정월의 들판에 몸을 떨면서/ 견디지 못하고 죽을 것만 같은 자리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라고 말함으로써 탁월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링거를 맞고서 죽을 것만 같은 자리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의지는 이육사 시인의 의지를 생각나게 한다. “봄이 오면 나는 발가락부터 꼼지락거릴 것이다/ 한 줄기 빛으로 자물쇠로 잠가놓은 숨통을 열고/ 엄마의 젖 줄기처럼 따사로운 공기를/ 폐 깊숙이 빨아들이며 / 초록 잎을 등불처럼 받치어 들 것이다”라고 말한다. 희망과 기대 속에 시인이 말하는 가장 큰 숨통은 ‘엄마의 젖 줄기’다. 다시 말해 온기는 엄마의 젖 줄기로 이어지고 등불로 이어지는 이미지를 구축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자기 암시처럼 “나는 모든 꿈과 희망의 분신으로 곧고 정하게 서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새로운 삶의 자세를 새롭게 꿈꾸고 있는 이러한 의지는 “무릎 꿇고서 기도합니다. 당신은 세상에 메마른 나를 태우는 사랑입니다. 이 밤도 저는 불타고 있습니다. 성화를 밝히며 눈물을 태웁니다”(「성화」)에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절망이 희망으로 승화된 시편을 살펴보자.

꽁꽁 묶은 보자기에서 피어난 눈물 꽃

눈 감으면
저 어두운 벽을 돌아
수술대 향해 가는 네가 보인다

전광판 이름이 초조하게 지나가고
예고 없이 찾아온 죽음의 사자에
몸 떨었던 열아홉 살

나는 죄를 많이 지었나 보다

풀 물든 생의 끝자락에 매달려 바동거린다

죽음을 이기고 나에게 온 너

내 눈물과
네 눈물이
하나로 만나 빛나는
이 순간, 우리는

다이아!
- 「다이아」 전문

이 시는 수술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함과 동시에 죽음과 삶의 대비를 통해 삶의 희열과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눈 감으면/ 저 어두운 벽을 돌아/ 수술대를 향해 가는 네가 보인다”에서 ‘너’는 내가 아닌 상대를 지칭할 수도 있지만, ‘나’를 ‘너’라고 지칭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죽음의 사자에/ 몸을 떨었던 열아홉 살”을 회상하면서 시인은 “나는 죄를 많이 지었나 보다”라고 고백한다. 이러한 고백은 어머니의 심정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열아홉이 되어 죄를 고백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풀물 든 생의 끝자락에 매달려 바동거리는” 너의 애탐을 나는 응시하고 있다. 너는 너이지만 너로만 끝나지 않고 나로 전이된다. 마침내 너는 “죽음을 이기고 나에게 온 너”가 되고 “내 눈물과/ 네 눈물이/ 하나로 만나 빛나는/ 이 순간, 우리는//다이아!”라고 말함으로써 너와 나는 마침내 하나로 만난다. 내가 봄을 만나듯 너를 만나는 일이고 내가 죽음을 이기고 봄을 만나는 일이 바로 ‘다이아’가 되는 일이다. 이처럼 놀라운 시적 확장과 상상을 보여준다.

이처럼 김형순 시인은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다이아’로 아름답게 재현해 놓았다. 시는 어떤 순간을 특권화하는 것이라면, 김형순 시인은 ‘나목’과 ‘다이아’를 통해 자신의 깨달음을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깊은 곳에 깃든 ‘온기’, 어머니
시는 서정이다. 서정은 시인의 원형질이며 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시인에게 드러나는 일관된 서정 가운데 한 부분이 어머니다. 김형순 시인은 자신의 시에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연민 의식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그리움은 애틋하고 은은하고 간절하게 느껴진다. 다음 작품을 먼저 읽어보자.
어머니는
참빗으로 반질반질 내 머리
빗고 또 빗고
나는 그게 좋아
거울 보며 놀았지
내 머리는
토끼처럼 순해졌다가
갈기처럼 솟았다가
삐삐 롱스타 말괄량이처럼
양 갈래로 따졌다가
빨간 머리 앤처럼 붉어지기도 했지
지금도 그때처럼
거울 보며 노는데
어머니는
어디로 가셨나
하늘에서 보고 계시나
참빗으로 빗겨주시듯
헝클어진 내 마음도
빗어 주시려나
- 「참빗」 전문

참빗은 어릴 적 어머니가 시인의 머리를 빗겨주셨던 빗이다. “빗고 또 빗고/ 나는 그게 좋아/ 거울 보며 놀았지”를 통해 시인은 행복했던 유년을 떠올린다. “내 머리는/ 토끼처럼 순해졌다가/ 갈기처럼 솟았다가/ 삐삐 롱스타 말괄량이처럼/ 양 갈래로 따졌다가/ 빨간 머리 앤처럼 붉어지기도 했”다를 통해 놀이로서의 참빗이 드러나 있다. 그 놀이가 즐거운 이유는 엄마와 함께였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이에게는 친구이자 우주였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어머니는/ 어디로 가셨나”를 통해 부재한 어머니를 드러낸다. 이제는 혼자 남은 나는 참빗과 함께 있어도 즐겁지 않다. 엄마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보고 계시나/ 참빗으로 빗겨주시듯/ 헝클어진 내 마음도/ 빗어 주시려나”를 통해 헝클어진 화자의 마음을 드러낸다. 이 헝클어진 마음이 연민이자 그리움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빼어난 시편을 한 편 더 살펴보자

엄마는
靑靑이고 싶어
그늘 한 점 없는 靑靑으로
남도의 靑에 안겨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고

나는
靑靑이 싫어
엄마 없는 청푸른 대지의 노래가 싫어
고목에 붙은 매미처럼 쓰리게 울지
- 「靑靑」 전문

시인은 “엄마는/ 靑靑이고 싶어/ 그늘 한 점 없는 靑靑으로/ 남도의 靑에 안겨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고”라고 말한다. 엄마의 죽음을 ‘靑靑’으로 표현한 부분이 낯설면서도 깊은 시적 울림을 준다. 그 죽음이 그늘 한 점 없는 청청이고, 남도의 청이 되어 아리랑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