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르핀 골목

엔도르핀 골목

$12.01
Description
김형순 『엔드로핀 골목』은 시인 특유의 익살맞은 표현과 삶의 해석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하고 있다. 시인은 “삼삼오오 뽕뽕다리 건너오던 아가씨들 눈에 선한데/ 흑백 영화처럼 추억도 희미해지는데/ 굴곡진 한 시대를 지나던 그리운 사람들은/ 어디에서 뽕뽕다리를 건너고 있을까”(「뽕뽕다리 연가」)에서 추억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는 시인의 시가 ‘굴곡진 한 시대를 지나는 그리움’에 미학적 특성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어마다 옹골차게 들어찬 경험에서 올라오는 시적 토양은 시인이 뿌리내린 자연과 이웃, 그리고 연민과 그리움에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그만큼 김형순 시인에게 ‘굴곡진 한 시대’는 연민에서 비롯된 사유와 감각을 넘어 그리움을 담은 심미적 언어와 이웃과 사회, 더불어 위대한 자연과 지구를 향한 마음이 시를 구축하고 있다. 특별히 김형순 시인은 일상의 삶을 통한 깊이 있는 성찰을 시적 이미지로 구현해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의 곳곳에 드러난 시인의 의지는 현 상태를 응시하면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희망의 전언이다. 따라서 시인의 시를 만나는 일은 경험의 형식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장하는 특별한 일이다.
- 강대선(시인)
저자

김형순

·광주광역시북구유동출생
·아시아서석문학신인상등단
·올해작품상,공로상수상
·광주광역시문인협회홍보이사
·덕암문학상우수상,공로상수상
·빛고을전국시낭송경연대회대상
·서울오은문학회디카시대상
·박덕은전국백일장대회,수상
·신정문학문인협회,작품상수상
·광주광역시시인협회부회장
·광주지부재능시낭송협회부회장
·꿈을실현하는시낭송가.지도사
·광주광역시충장문학회총무(역
·국립한국방송통신대학교졸업
·41대국어국문학과총학생회장
·광주동강대학교보육복지과졸업
·서울보훈병원장,무궁화봉사단,상
·소망요망병원이미용봉사활동중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다이아
엔도르핀골목
나목
하얀집
성화
송정바다에서
초행길
삼동교다리
봄날상무공원벤치옆으로
포도시
할미꽃과개나리공주
석류가열린빈집에서
광안리바다에서
로밍콜
낙서공화국
노을의강
버드세이버,비둘기


제2부

노점상강여사
한라산
수국닮은언니의숨결
닭장속의여자들
연둣빛약속
생강
문화전당카페에서
1달러
시대유감
참빗
만나지말았어야할인연은없다
평전
김장배추의기분
빗자루
미싱밟는소리
서울발노루발을돌리며
아버지
고비사막을건너는낙타


제3부

한여름의특보
말랑한가슴
뽕뽕다리연가
횃댓보숨바꼭질
靑靑
꼬부랑초능력자
사월의물기
한쪽날개를남겨두고
화려한외출
초록개울가
엄니가불어와요
사회복지사꽃순이
자귀나무꽃
하얀풍경
사거리반점
구순의완두콩
가을호수는데칼코마니
하얀거짓말


제4부

창가에서
돌아온꿈의다리
망부석
눈속에핀우산
등불
엄마의빈방
소녀를낳는집
초당캠퍼스에서
민주주의
청포도송이
그날의기억은현재형이다
바다의눈물
빨간양산
위대한건축학
붉은입들
소문난감나무집
초여름의식탁
피고진꽃도꽃이다


작품론
굴곡진골목에서올라오는푸른봄의서정/강대선

출판사 서평

▣작품론

굴곡진골목에서올라오는푸른봄의서정
-김형순시인의『엔드로핀골목』의미학


강대선
(시인)


다양한삶의해석으로의확장
김형순『엔드로핀골목』은시인특유의익살맞은표현과삶의해석을다양한스펙트럼으로확장하고있다.시인은“삼삼오오뽕뽕다리건너오던아가씨들눈에선한데/흑백영화처럼추억도희미해지는데/굴곡진한시대를지나던그리운사람들은/어디에서뽕뽕다리를건너고있을까”(「뽕뽕다리연가」)에서추억을형상화하고있는데,이는시인의시가‘굴곡진한시대를지나는그리움’에미학적특성을두고있다는사실을알수있다.시어마다옹골차게들어찬경험에서올라오는시적토양은시인이뿌리내린자연과이웃,그리고연민과그리움에있음을토로하고있다.그만큼김형순시인에게‘굴곡진한시대’는연민에서비롯된사유와감각을넘어그리움을담은심미적언어와이웃과사회,더불어위대한자연과지구를향한마음이시를구축하고있다.특별히김형순시인은일상의삶을통한깊이있는성찰을시적이미지로구현해나가고있다고할수있다.
김형순시인의시는일상의경험,어머니에대한서사,자아의각성,시대를바라보는비판등,남다른시의문양을그려내고있다.시인은우리가살아가는구체적일상을시로옮기면서도깊은사유와감각,그리고웃음이담긴해학을심층의언어로구현하고있다.시인은‘굴곡진골목’으로이미지화된자신의이미지를거울에비추듯현상해나가면서도의미를확장해아포리즘으로표현하기도하고감각적인묘사로드러내기도한다.시의곳곳에드러난시인의의지는현상태를응시하면서미래로나아가려는희망의전언이다.따라서시인의시를만나는일은경험의형식이다양한스펙트럼으로확장하는특별한일이다.

나를응시함으로써이루어내는성찰적의지
먼저김형순시인을깊이살펴볼수있는시를살펴보자.자신을보는일은거울을보듯성찰과깨달음의언어로새롭게구현하는방식이다.자신을복원함과동시에일상에서는알수없던자아의새로운형상이구현되기때문이다.

나는한줌의기력마저시들어진몸으로

흙더미꽁꽁언땅에뿌리를박고서있다

아무것도보이지않은두눈감고

숨멈춘듯미동조차하지않는다

내안깊숙한곳에있는온기를감싸고있는가시손바닥

깡마른손금줄기로인내의시간이흐른다

살아숨쉬는일은말라부서지는절망에도무릎꿇지않는것

나는깡마른몸으로겨울한복판에서있다

가지에링거꽂고눈보라치는정월의들판에몸을떨면서

견디지못하고죽을것만같은자리에서

한발도물러서지않는다

봄이오면나는발가락부터꼼지락거릴것이다

한줄기빛으로자물쇠로잠가놓은숨통열고

엄마의젖줄기처럼따사로운공기를

폐깊숙이빨아들이며
초록잎을등불처럼매달것이다

나는모든꿈과희망의분신으로곧고정하게서있을것이다
-「나목」전문

나목을‘나’로표현한이시는시인이살아온삶을비유로표현한뛰어난시편이다.나목裸木은잎이다떨어져서가지만앙상하게남아있는나무를의미하지만죽은나무가아니다.다시말해,봄이오면다시잎을틔우고꽃을피우는나무를의미한다.시인은“나는한줌의기력마저시들어진몸으로/흙더미꽁꽁언땅에뿌리를박고서있다”고말한다.언땅에뿌리를박고살아왔듯이시인의삶이그만큼고되고힘들었다는사실을조심스럽게드러낸다.“아무것도보이지않은두눈을감고/숨을멈춘듯미동조차하지않는”상태로서있는나목이시인과겹쳐지는이유는시인의삶이‘굴곡진골목’이었음을보여주기때문이다.하지만“내안깊숙한곳에있는온기를감싸고있는가시손바닥”이깊이곳에남아있다.“깡마른손금줄기로인내의시간”은시인이선택한길이다.‘깊숙한곳에있는온기’를발견하는일과인내의시간으로견디는일은시인에게는새로운길을향한여정이다.비록지금은희망조차없는듯보이지만온기한줌을지니고봄을기다리는나목의시간은시인의자세를선연하게보여준다.“가지에링거를꽂고눈보라치는정월의들판에몸을떨면서/견디지못하고죽을것만같은자리에서/한발도물러서지않는다”라고말함으로써탁월한이미지를보여주고있다.링거를맞고서죽을것만같은자리에서한발도물러서지않는의지는이육사시인의의지를생각나게한다.“봄이오면나는발가락부터꼼지락거릴것이다/한줄기빛으로자물쇠로잠가놓은숨통을열고/엄마의젖줄기처럼따사로운공기를/폐깊숙이빨아들이며/초록잎을등불처럼받치어들것이다”라고말한다.희망과기대속에시인이말하는가장큰숨통은‘엄마의젖줄기’다.다시말해온기는엄마의젖줄기로이어지고등불로이어지는이미지를구축한다.그러면서시인은자기암시처럼“나는모든꿈과희망의분신으로곧고정하게서있을것이다”고말한다.새로운삶의자세를새롭게꿈꾸고있는이러한의지는“무릎꿇고서기도합니다.당신은세상에메마른나를태우는사랑입니다.이밤도저는불타고있습니다.성화를밝히며눈물을태웁니다”(「성화」)에서도드러난다.이러한절망이희망으로승화된시편을살펴보자.

꽁꽁묶은보자기에서피어난눈물꽃

눈감으면
저어두운벽을돌아
수술대향해가는네가보인다

전광판이름이초조하게지나가고
예고없이찾아온죽음의사자에
몸떨었던열아홉살

나는죄를많이지었나보다

풀물든생의끝자락에매달려바동거린다

죽음을이기고나에게온너

내눈물과
네눈물이
하나로만나빛나는
이순간,우리는

다이아!
-「다이아」전문

이시는수술실이라는공간을통해새로운‘나’를발견함과동시에죽음과삶의대비를통해삶의희열과기쁨을노래하고있다.“눈감으면/저어두운벽을돌아/수술대를향해가는네가보인다”에서‘너’는내가아닌상대를지칭할수도있지만,‘나’를‘너’라고지칭한것으로도볼수있다.“예고없이찾아온죽음의사자에/몸을떨었던열아홉살”을회상하면서시인은“나는죄를많이지었나보다”라고고백한다.이러한고백은어머니의심정일수도있지만스스로열아홉이되어죄를고백하는것으로도볼수있다.다시말해“풀물든생의끝자락에매달려바동거리는”너의애탐을나는응시하고있다.너는너이지만너로만끝나지않고나로전이된다.마침내너는“죽음을이기고나에게온너”가되고“내눈물과/네눈물이/하나로만나빛나는/이순간,우리는//다이아!”라고말함으로써너와나는마침내하나로만난다.내가봄을만나듯너를만나는일이고내가죽음을이기고봄을만나는일이바로‘다이아’가되는일이다.이처럼놀라운시적확장과상상을보여준다.

이처럼김형순시인은시련과고통의시간을‘다이아’로아름답게재현해놓았다.시는어떤순간을특권화하는것이라면,김형순시인은‘나목’과‘다이아’를통해자신의깨달음을예술로승화시킴으로써독자에게강렬한인상을남기고있다.

깊은곳에깃든‘온기’,어머니
시는서정이다.서정은시인의원형질이며시의한축을이루고있다.시인에게드러나는일관된서정가운데한부분이어머니다.김형순시인은자신의시에어머니를향한그리움과연민의식을동시에드러내고있다.그리움은애틋하고은은하고간절하게느껴진다.다음작품을먼저읽어보자.
어머니는
참빗으로반질반질내머리
빗고또빗고
나는그게좋아
거울보며놀았지
내머리는
토끼처럼순해졌다가
갈기처럼솟았다가
삐삐롱스타말괄량이처럼
양갈래로따졌다가
빨간머리앤처럼붉어지기도했지
지금도그때처럼
거울보며노는데
어머니는
어디로가셨나
하늘에서보고계시나
참빗으로빗겨주시듯
헝클어진내마음도
빗어주시려나
-「참빗」전문

참빗은어릴적어머니가시인의머리를빗겨주셨던빗이다.“빗고또빗고/나는그게좋아/거울보며놀았지”를통해시인은행복했던유년을떠올린다.“내머리는/토끼처럼순해졌다가/갈기처럼솟았다가/삐삐롱스타말괄량이처럼/양갈래로따졌다가/빨간머리앤처럼붉어지기도했”다를통해놀이로서의참빗이드러나있다.그놀이가즐거운이유는엄마와함께였기때문이다.엄마가아이에게는친구이자우주였기때문일것이다.시인은“어머니는/어디로가셨나”를통해부재한어머니를드러낸다.이제는혼자남은나는참빗과함께있어도즐겁지않다.엄마를잃어버렸기때문이다.“하늘에서보고계시나/참빗으로빗겨주시듯/헝클어진내마음도/빗어주시려나”를통해헝클어진화자의마음을드러낸다.이헝클어진마음이연민이자그리움이다.

어머니에대한그리움을담은빼어난시편을한편더살펴보자

엄마는
靑靑이고싶어
그늘한점없는靑靑으로
남도의靑에안겨아리랑고개를넘어가고

나는
靑靑이싫어
엄마없는청푸른대지의노래가싫어
고목에붙은매미처럼쓰리게울지
-「靑靑」전문

시인은“엄마는/靑靑이고싶어/그늘한점없는靑靑으로/남도의靑에안겨아리랑고개를넘어가고”라고말한다.엄마의죽음을‘靑靑’으로표현한부분이낯설면서도깊은시적울림을준다.그죽음이그늘한점없는청청이고,남도의청이되어아리랑고개를넘어간다는표현은남도시의절창이라고할만하다.1연과대조되어나타난“나는/靑靑이싫어/엄마없는청푸른대지의노래가싫어/고목에붙은매미처럼쓰리게울지”를통해화자의점층된감정을보여준다.엄마와달리나는청청이싫다.엄마가부재하기때문이다.엄마가없는대지의노래도싫다.자신의쓰린슬픔으로고목에붙어우는매미로표현한이구절은비유를통해형상화한빼어난절창이다.

김형순시인의그리움은어머니를찾는작업이기도할것이다.이러한작업을통해시인의시는다양한상상력과만나게된다.이러한상상의확장으로기후위기에처한지구를어머니로비유해쓴시를살펴보자

퍼붓는다

옹벽이터졌다는뉴스에잠을못이룬다

도로는황토물에잠기고

양동이를들고나올틈도없이집이잠긴다

구조대의손길도막아버린다
천둥번개가인간들에게경고를날린다

어머니인지구를

헛된욕심으로파괴하지말라고

화난짐승처럼밤새으르렁댄다
-「한여름의특보」전문

한여름에비가퍼붓는다.시인은옹벽이터졌다는뉴스에잠못이룬다.도로는황토물에잠기고집이잠긴다.기후위기,천둥번개가인간들에게경고를날린다.이경고를날리는주체는“어머니인지구”이다.자식에게따끔한훈계를하듯“헛된욕심”으로파괴하지말라고“화난짐승처럼밤새으르렁대”는지구는어머니의마음을지니고있다.

이웃을향한연민의시선
다음으로김형순시인의시는이웃과함께하는넉넉한시적성숙으로발효된다.이러한이웃과의결속은사유와감각의예민성을보여준다.왜냐하면그안에는시인의인생론이오롯하게보이기때문이다.이때시인은자연스럽게상황을보여주면서도독자의가슴에가닿는공감과연대의가능성을보여준다.

남대문시장,한귀퉁이에자리를펴고앉는다

주물사업에실패한강여사,

용달차에황금양은냄비주전자다라이압력밥솥따위를싣고와좌판을벌인다

결혼할때가져온패물들,쌈지목걸이,돌반지,털어금은방에간것은지난달

성질머리고약한바람의발로차대자노랑냄비가날아간다

허겁지겁잡아오면다시날아가는노랑주전자

강여사의시린손이눈물을잡고있다

찌그러진양은냄비는반품이되려나

세살배기아기의웃음이강여사의눈물을훔친다

-「노점상강여사」전문

남대문시장,한귀퉁이에자리를펴고앉은강여사에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