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마음의 기도

가난한 마음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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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번 강대실 시인의 시집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시세계는 자신의 삶을 살피며 보다 나은 세계를 지향하기 위한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시편들이다. 산을 오르며 자신이 가는 길이 울퉁불퉁한 것은 “나조차 보듬기에도 부족한 가슴에/꿀 발린 발을 경멸한 탓이”(「숲속에 들어」)라고 한다. 그러므로 “시 한 수를 긷기 위한 이 끈질긴 두레박질/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무겁기만 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자세를 「가난한 마음의 기도」, 「못」, 「하심」, 「설산」 등 여러 작품에서 고백하고 있다.
또한 강대실 시인은 생명성을 탐구하는 시편들에서 모든 생명의 등가의 동등함과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처럼 어머니 같은 존재로 흙을 인식하고, 매화꽃 핀 모습을 화엄으로 바라보는 의인화법, 봄날 땅을 적시는 봄비와 이로 인해 살아나는 생명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 그리고 죽은 나무가 생명의 터전이 되는 자연의 섭리와 순환을 담담한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강대실 시인의 또다른 시적 관심은 고향과 유년, 그리고 가족애를 보여주는 시편들이다. 유년의 고향 이야기를 호명하여 때묻지 않은 시간을 마주하며 인간 내면의 순수를 상기시킨다. 더불어 형제들의 얼굴에서 피붙이들임을 다시금 확인하며 가족애를 되새긴다. 그리고 아내와 자식들에게 보내는 애틋함에서 뜨거운 가족애와 결속력을 다진다.
이렇듯 강대실 시인의 시는 본질적으로 “왜 시를 쓰는가?”라는 물음에 가장 인간적이고 휴머니즘적인 대답을 구하고 서정시의 효용성을 되새기고 있어 시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시대에 마음이 든든하다.
-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저자

강대실

·전남담양출생
·월간《韓國詩》신인상수상으로등단
·광주광역시문인협회이사
·무등문학회회원및회장역임
·서은문학연구소,충장문학회회원

·시집『잎새에게꽃자리내주고』
『먼산자락바람꽃』
『숲속을거닐다』
『바람의미아들』
『가난한마음의기도』

목차

시인의변

제1부숲속에들어

숲속에들어
잡풀을뽑으며2
노점상
가난한마음의기도

하심下心
십팔공十八公
오십보백보다
귀동어르신

다시길을찾다
낮달
설산雪山
저물녘의비애
풀뽑는노인장
연동사백구
진언
공空은생生이다2
감사한도선생께
들꽃

제2부봄의길처에서

봄의길처에서
탐매
꽃불
해토비解土雨
꽃과이별
하늘맑은봄날
진대나무붓다
경삿날
겨울바람
꽃잎
나목裸木
알밤
덤불속호박덩이
이웃사촌
새봄을위하여
자작골의새날
민들레꽃4
계절속독백
가을을두고간여자
꿈결의시詩

제3부꽃애기에게

꽃애기에게
머리통그림자
고향의가을
그림자
아내에게
동네경사가났다!
고향에띄운편지
큰애에게보내는메일
아픈그겨울날
흰죽
상골당산할아범
내림
어머니산
물통골약수터
부춘정에서
한봉명가名家
용면골노래
그리움3
참꽃피었어요!
땀의여백

제4부태왕봉일기

태왕봉일기1
태왕봉일기2
태왕봉일기3
태왕봉일기8
그림자찾는노인장
추억의도양읍정리
고묘
망각
나눔의행복
비방祕方
산사山寺에서
산촌의여름밤
겨울편지
그날밤의총성
감언이설甘言利說
시인과시
짝사랑
한우물을파다
째마리
방황의호사

작품론
삶의방식모색과생명성,그리고가족애/강경호

출판사 서평

삶의방식모색과생명성,그리고가족애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평론분과회장)


1.
서정시는시인의시에대한인식과이를대하는태도를드러내며,더불어시인의삶과정신성을보여준다.강대실시인의시또한이러한면을잘반영하고있다.
강대실시인이시를어떻게생각하고있는지를이번시집에서말해주는시편들이눈에띤다.“시의변방에서먹물이들었지만/시를계속지어야진정한시인”(「시인과시」)이라고한다.그리고“마루판에박힌옹이처럼/세월에절수록번질번질윤이나는”시를쓰고싶다고한다.“세월이절수록번질번질윤이나는”시는생명력이있는시를말함이다.이러한시는“동문위찬란한빛살보다/더향기감칠맛나는”(「짝사랑」)시이다.정서적으로풍요로운시를쓰고싶음이“향라치마저고리에외씨버선신은/새악시같이아리따운詩”(「꿈결의시」)와맥락을같이한다.
이렇듯시에진정성을지니고있는강대실시인은“어떤날은하루가물먹은솜뭉치같지만/머잖아마음의진창에더덩실달떠올라/잘익은홍시같이달보드레한詩한편/꼭,빚어낼것같은예감에/오늘은방황의호사,누리는”(「방황의호사」)것이라고고백한다.자신이기다리는시한편을위해‘오늘의방황’조차‘호사’로인식하고있으니그것이시쓰는즐거움인것이다.
이렇듯시에심취해있는강대실시인은은퇴이후그동안옥죄던삶의형식들에서자유로워져마음이가는대로살아가고있다.「태왕봉일기」연작은최근시인의삶을말해준다.“번질번질걸치고간다”(「태왕봉일기1」).이때시인은“자작시하나옴질옴질읊조리며/가재뒷걸음떠올리며사부작사부작걷는다”고한다.그야말로사회적규율에서벗어나자연인으로서,시인의길을걷는모습을보여준다.이때시인의내면중심에서는“종심의아름다운삶꽃피”우는것을자신의길이라는인식이투사되어있다.
‘태왕봉’은강대실시인의거처부근에있는뒷산으로시인은날마다둘레길을산책하며사색하는장소이며공간이다.이산책길을오르내리며삶을관조하는시인은생의참된가치를시를통해형상화시키므로후반기인생을살아가는그에게는매우소중한길이아닐수없다.산책길에‘젊은소나무’가‘노송’을부축하는모습도살펴보고(「태왕봉일기2」),‘둘레길’을빗자루로쓸기도한다.(「태왕봉일기3」)이러한행위를통해“어느덧환해지는지구한귀퉁이”(「태왕봉일기8」)를느끼며보람을찾는다.
이처럼은퇴이후자신이원하는삶을통해생의의미를찾아가는것은다분히생활적인측면만이아니다.시와삶의일치를지향하는시인은시를통해삶의의미를탐색하여보다인간다운삶을살아가고자하는것이강대실시인의시적지향이며노년의생활이어서,“어떻게살것인가?”라는질문에대한답을구하는것이어서더욱값지다.
이번강대실시인의시집에나타난가장두드러진시세계는자신의삶을살피며보다나은세계를지향하기위한성찰의태도를보여주는시편들이다.산을오르며자신이가는길이울퉁불퉁한것은“나조차보듬기에도부족한가슴에/꿀발린발을경멸한탓이”(「숲속에들어」)라고한다.그러므로“시한수를긷기위한이끈질긴두레박질/채끝나지않은형벌처럼무겁기만하다”고하는것이다.이러한삶의자세를「가난한마음의기도」,「못」,「하심」,「설산」등여러작품에서고백하고있다.
또한강대실시인은생명성을탐구하는시편들에서모든생명의등가의동등함과대지의여신가이아Gaea처럼어머니같은존재로흙을인식하고,매화꽃핀모습을화엄으로바라보는의인화법,봄날땅을적시는봄비와이로인해살아나는생명들을경이롭게바라보는시인의마음,그리고죽은나무가생명의터전이되는자연의섭리와순환을담담한언어로노래하고있다.
강대실시인의또다른시적관심은고향과유년,그리고가족애를보여주는시편들이다.유년의고향이야기를호명하여때묻지않은시간을마주하며인간내면의순수를상기시킨다.더불어형제들의얼굴에서피붙이들임을다시금확인하며가족애를되새긴다.그리고아내와자식들에게보내는애틋함에서뜨거운가족애와결속력을다진다.
이렇듯강대실시인의시는본질적으로“왜시를쓰는가?”라는물음에가장인간적이고휴머니즘적인대답을구하고서정시의효용성을되새기고있어시의위기를맞고있는시대에마음이든든하다.

2.
인간은미완의존재이다.그러므로결핍을채우기위해성찰하며통찰한다.그러나완성에이르는일은너무나요원한일이어서끊임없이시행착오를경험하며깨달음을향해간다.강대실시인의가장핵심적인시적세계또한자신의삶을살피면서보다나은인간의길을향해나아가고자하는의지를드러낸다.결국서정시의가장큰효용성을위해삶의실천과시적세계를갱신하는데노력을경주해야하는것이시인의책무라는걸작품을통해보여준다.

탕!탕!못을박았다
버럭불뚝대고말을무지르고,안하무인으로
어지간히믿었던많은가슴에다

깨소금처럼고소했다
마음의탕개풀려눈에뵈는게없고
하늘무서운줄도몰랐다

어쩌다역지사지해보면
박힌못에붙박여곁이허허로웠으나
세상막사는개망나니,
질매를당해도버릇을개주지못했다

어느새망치도못도녹슬고,못쓴지오래
조용히뒷방에들앉아면벽하고
파란많았던生돌아본다

꺼들대며무수히때려박은못들,
이제대침되어야윈가슴골찔러대고
찬웃음,매서운눈빛한없이뒤통수에꽂힌다.
-「못」전문

이작품에서‘못’의상징적의미는사물과사물을이어주는,철물점의물건이아니다.누군가의마음을아프게하는언어나행위를말한다.
시적화자는“버럭불뚝대고말을무지르고,안하무인으로/어지간히믿었던많은가슴에다”“탕!탕!못을박”곤했다.이럴때면“깨소금처럼고소했다”고고백한다.“하늘무서운줄도몰랐”던것이다.그러나“어느새망치도못도녹슬고,못쓴지오래”되어“조용히뒷방에들앉아면벽하고/파란많았던生돌아본다”그동안“꺼들대며무수히때려박은못들”이“이제대침되어야윈가슴골찔러대고/찬웃음,매서운눈빛한없이뒤통수에꽂힌다.”고한다.젊은시절누군가의가슴에못질을하고고소해하였지만,그동안시적화자가질러댄못들이오히려대침이되어자신의가슴에못질하고있다는깨달음과후회가시적화자에게성찰의계기가되고있음을잘묘파하고있다.
이작품속의이야기는시적화자만의경험이아닐것이다.인간의보편적인삶에서만나는일상으로시인은자신의체험을통해우리모두의이야기로승화하고있다.
앞의작품처럼시인의구체적삶의경험을통해자신의삶을바라보며성찰의태도를잘보여준작품이「숲속에들어」이다.

괜스레내가밉고울화가치밀어
마음을어르며비비한세우길나선다
삼나무편백나무화엄을이룬극락
그향기자욱한한재골트레킹코스초입에다
무거운발길벗어놓고
나무랑산이랑꼼지락꼼지락걷는다
이러히내길이울퉁불퉁한것은
나조차보듬기에도부족한가슴에
꿀발린말을경멸한탓이리
하나둘주위와격을두고먼전으로돌다
어느덧무인도첩첩한가시울타리속에
꼼짝못하게갇혀버린나
시한수를긷기위한이끈질긴두레박질
채끝나지않은형벌처럼무겁기만하다
울울창창한숲속의일행이된다
스스로만든그늘을깨친갈맷빛욕망
야금야금하늘길열어가는나무들의나랫짓
어디한점게으름도,서두름도없다.
-「숲속에들어」전문

살다보면“괜스레내가밉고울화가치밀어”오를때가있다.자신이원하는삶을살아가지못하기때문이다.이럴때시적화자는삼나무숲을걷는다.이때“무거운발길”을벗고맨발로길을간다.‘무거운발길’을벗는것은단순하게신발을벗는것만을말하지않는다.마음을비우고길을간다는뜻이다.이때발바닥이흙을밟는촉감이‘울퉁불퉁’하게느껴진다.이러한상황을시적화자는“꿀발린말을경멸”한그동안의태도에서기인한것이라고한다.“꿀발린말을경멸”하는것은성격탓이긴하지만,근원적으로시적화자가진실된말을듣고싶은사람이기때문이다.그러다보니스스로를유폐시킨결과에이른다.시인은본디어떠한형태든‘참말’,즉‘진실’을탐구하는사람이다.그러므로“시한수를긷기위한이끈질긴두레박질/채끝나지않은형벌처럼무겁기만하다”고한다.살아가는일과시쓰는일이같은것이어서시적화자는끊임없이‘꿀발린말’을멀리하고진실의옷을입은참말을찾기위해마치깊은우물에서두레박으로정신을번쩍들게하는맑은물을길어올리기위해맨발로산을오르듯“울울창창한숲속의일행이된다”.숲은때묻지않은언어의표상으로시적화자는숲에스스로동화되기를자처한다.나무들은야금야금하늘길을열어가는데게으르지않는것이어서숲의일행으로서시적화자는마침내하늘길에서자신만의참된언어를구하고자하는구도적인모습을보여주고있다.
시는시인의미적경험을형상화시킨것이다.특히자신의모순되고결핍된삶을성찰하는시편들은시와삶의일치를하고자한다.이러한작품들은시를통해“어떻게살것인가?”를궁구한다.강대실시인의이러한시적경향은위의작품들외에도시집에서도자주눈에띤다.
「가난한마음의기도」에서“그대샘물같은눈망울마주하는날이면/어디선가나도몰래숨어든허욕도/긴긴일월못버려뿌리깊은미움도그만”이라고한다.‘그대’로지칭되는존재의“샘물같은눈망울”을바라보며허욕에찌든마음과누군가에대한“깊은미움”도버리는것이다.이러한과정을통해자신을정화시킴으로서“꽁꽁매인내배를풀어/유유히꽃노을강노저어”가겠다고한다.
「하심下心」은말그대로마음을내려놓는다는의미이다.유유자적한노후를살아가기위해“느티나무푸르른그늘멍석에누워/바람도흰구름도유정하자손짓보낸다”고한다.마치벼슬에서물러난선비가낙향하여은일한삶을살아가는것을연상시킨다.바람과흰구름과내통하며살아가는“칠갑의강에下心을던지는바람한줄기”가상징하는세속적욕망을버리고자연과함께“나직한흙집지어무심히살”고자하는시인의소소한꿈을형상화시키고있다.
「설산雪山」에서는겨울산에서눈을짊어진채“옷벗어어린나무덮어주고”있는키큰나무들을바라보며“선뜻,한번쯤누군가흘린눈물강에/덤벙뛰어들어보듬고허덕여본적있느냐”고묻는다.이질문은스스로에게하는것으로“내달아팔소매를걷어붙이기보다는/먼눈으로바라보다야기죽거”렸던자신의삶을아프게성찰하며“내속깊이다짐한다,나를죽이라”고다짐한다.
「진언」에서도성찰하는태도에서결기가보인다.“백골이백여섯조각”으로은유화된인간존재에대한허무를묘파하는데,“부귀영화니/이름석자도/아무짝에도쓸모가없”다며“어떻게사느냐”가삶의본질임을말한다.그러므로“꽃마음으로/함께산을넘어주고/물이라도건너꼭,맞손잡”겠다고한다.누군가의손을맞잡는뜨거운마음으로삶을이끌어가는것이진정한삶이라고메시지를던진다.

3.
생명이있음으로존재한다.지상의살아있는것들은생명이있음으로하여존귀하고존엄하다.그러나세상은이러한존귀와존엄이인간중심적인기율에의해파괴되고불평등하여누군가는,무엇인가는억압당하고무시된다.인간과자연과의관계,인간과인간간의관계는늘수평적관계를갖지못한다.그리고다른차원에서의생명성은생물학적인목숨만을의미하지않는다.한때살아있었으나죽음을통해또다른생명성을갖기도한다.강대실시인의생명성탐구의시편들은목숨을가진것들은물론근원적으로생명의본질을옹호하고그소중한가치를읽어내고자한다.

뜨락햇볕이따금들러가는마당귀
기세어울린떨기나무사이낯선얼굴하나,
몸피또렷하고훌쩍한줄기에
채여물리지못한열매몇낱여운애틋한
대번에쑤욱뽑아내려하자
지지직...왜,나예요!
들입다내지르는절규
손끝억척에자존의고갱이버리고
그만,쏘옥나신을드러내는애초
아무눈에도안띄는땅속첫길을내며
얼마나많은일월을손발이부르트고
온이땀바가지되어가쁜숨몰아쉬었으면
이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