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마음의 기도

가난한 마음의 기도

$12.88
Description
이번 강대실 시인의 시집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시세계는 자신의 삶을 살피며 보다 나은 세계를 지향하기 위한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시편들이다. 산을 오르며 자신이 가는 길이 울퉁불퉁한 것은 “나조차 보듬기에도 부족한 가슴에/꿀 발린 발을 경멸한 탓이”(「숲속에 들어」)라고 한다. 그러므로 “시 한 수를 긷기 위한 이 끈질긴 두레박질/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무겁기만 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자세를 「가난한 마음의 기도」, 「못」, 「하심」, 「설산」 등 여러 작품에서 고백하고 있다.
또한 강대실 시인은 생명성을 탐구하는 시편들에서 모든 생명의 등가의 동등함과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처럼 어머니 같은 존재로 흙을 인식하고, 매화꽃 핀 모습을 화엄으로 바라보는 의인화법, 봄날 땅을 적시는 봄비와 이로 인해 살아나는 생명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 그리고 죽은 나무가 생명의 터전이 되는 자연의 섭리와 순환을 담담한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강대실 시인의 또다른 시적 관심은 고향과 유년, 그리고 가족애를 보여주는 시편들이다. 유년의 고향 이야기를 호명하여 때묻지 않은 시간을 마주하며 인간 내면의 순수를 상기시킨다. 더불어 형제들의 얼굴에서 피붙이들임을 다시금 확인하며 가족애를 되새긴다. 그리고 아내와 자식들에게 보내는 애틋함에서 뜨거운 가족애와 결속력을 다진다.
이렇듯 강대실 시인의 시는 본질적으로 “왜 시를 쓰는가?”라는 물음에 가장 인간적이고 휴머니즘적인 대답을 구하고 서정시의 효용성을 되새기고 있어 시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시대에 마음이 든든하다.
-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저자

강대실

·전남 담양 출생
·월간 《韓國詩》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광주광역시문인협회 이사
·무등문학회 회원 및 회장 역임
·서은문학연구소, 충장문학회 회원

·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먼 산자락 바람꽃』
『숲 속을 거닐다』
『바람의 미아들』
『가난한 마음의 기도』

목차

시인의 변

제1부 숲속에 들어

숲속에 들어
잡풀을 뽑으며 2
노점상
가난한 마음의 기도
못
하심下心
십팔공十八公
오십보백보다
귀동 어르신
흙
다시 길을 찾다
낮달
설산雪山
저물녘의 비애
풀 뽑는 노인장
연동사 백구
진언
공空은 생生이다 2
감사한 도선생께
들꽃

제2부 봄의 길처에서

봄의 길처에서
탐매
꽃불
해토비解土雨
꽃과 이별
하늘 맑은 봄날
진대나무 붓다
경삿날
겨울바람
꽃잎
나목裸木
알밤
덤불 속 호박덩이
이웃사촌
새봄을 위하여
자작골의 새날
민들레꽃 4
계절 속 독백
가을을 두고 간 여자
꿈결의 시詩

제3부 꽃애기에게

꽃애기에게
머리통 그림자
고향의 가을
그림자
아내에게
동네 경사가 났다!
고향에 띄운 편지
큰애에게 보내는 메일
아픈 그 겨울날
흰죽
상골 당산할아범
내림
어머니 산
물통골 약수터
부춘정에서
한봉 명가名家
용면골 노래
그리움 3
참꽃 피었어요!
땀의 여백

제4부 태왕봉 일기

태왕봉 일기 1
태왕봉 일기 2
태왕봉 일기 3
태왕봉 일기 8
그림자 찾는 노인장
추억의 도양읍 정리
고묘
망각
나눔의 행복
비방祕方
산사山寺에서
산촌의 여름밤
겨울 편지
그날 밤의 총성
감언이설甘言利說
시인과 시
짝사랑
한 우물을 파다
째마리
방황의 호사

작품론
삶의 방식 모색과 생명성, 그리고 가족애 / 강경호

출판사 서평

삶의 방식 모색과 생명성, 그리고 가족애


강 경 호
(시인·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1.
서정시는 시인의 시에 대한 인식과 이를 대하는 태도를 드러내며, 더불어 시인의 삶과 정신성을 보여준다. 강대실 시인의 시 또한 이러한 면을 잘 반영하고 있다.
강대실 시인이 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이번 시집에서 말해주는 시편들이 눈에 띤다. “시의 변방에서 먹물이 들었지만/시를 계속 지어야 진정한 시인”(「시인과 시」)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루판에 박힌 옹이처럼/세월에 절수록 번질번질 윤이 나는”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 “세월이 절수록 번질번질 윤이 나는” 시는 생명력이 있는 시를 말함이다. 이러한 시는 “동문 위 찬란한 빛살보다/더 향기 감칠맛 나는”(「짝사랑」) 시이다.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시를 쓰고 싶음이 “향라 치마 저고리에 외씨버선 신은/새악시 같이 아리따운 詩”(「꿈결의 시」)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렇듯 시에 진정성을 지니고 있는 강대실 시인은 “어떤 날은 하루가 물먹은 솜뭉치 같지만/머잖아 마음의 진창에 더덩실 달 떠올라/잘 익은 홍시 같이 달보드레한 詩 한 편/꼭, 빚어낼 것 같은 예감에/오늘은 방황의 호사, 누리는”(「방황의 호사」) 것이라고 고백한다. 자신이 기다리는 시 한 편을 위해 ‘오늘의 방황’조차 ‘호사’로 인식하고 있으니 그것이 시 쓰는 즐거움인 것이다.
이렇듯 시에 심취해 있는 강대실 시인은 은퇴 이후 그 동안 옥죄던 삶의 형식들에서 자유로워져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 「태왕봉 일기」 연작은 최근 시인의 삶을 말해준다. “번질번질 걸치고 간다”(「태왕봉 일기 1」). 이때 시인은 “자작시 하나 옴질옴질 읊조리며/가재 뒷걸음 떠올리며 사부작사부작 걷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사회적 규율에서 벗어나 자연인으로서, 시인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시인의 내면 중심에서는 “종심의 아름다운 삶 꽃피”우는 것을 자신의 길이라는 인식이 투사되어 있다.
‘태왕봉’은 강대실 시인의 거처 부근에 있는 뒷산으로 시인은 날마다 둘레길을 산책하며 사색하는 장소이며 공간이다. 이 산책길을 오르내리며 삶을 관조하는 시인은 생의 참된 가치를 시를 통해 형상화 시키므로 후반기 인생을 살아가는 그에게는 매우 소중한 길이 아닐 수 없다. 산책길에 ‘젊은 소나무’가 ‘노송’을 부축하는 모습도 살펴보고(「태왕봉 일기 2」), ‘둘레길’을 빗자루로 쓸기도 한다.(「태왕봉 일기 3」) 이러한 행위를 통해 “어느덧 환해지는 지구 한 귀퉁이”(「태왕봉 일기 8」)를 느끼며 보람을 찾는다.
이처럼 은퇴 이후 자신이 원하는 삶을 통해 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다분히 생활적인 측면만이 아니다. 시와 삶의 일치를 지향하는 시인은 시를 통해 삶의 의미를 탐색하여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강대실 시인의 시적 지향이며 노년의 생활이어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이번 강대실 시인의 시집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시세계는 자신의 삶을 살피며 보다 나은 세계를 지향하기 위한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시편들이다. 산을 오르며 자신이 가는 길이 울퉁불퉁한 것은 “나조차 보듬기에도 부족한 가슴에/꿀 발린 발을 경멸한 탓이”(「숲속에 들어」)라고 한다. 그러므로 “시 한 수를 긷기 위한 이 끈질긴 두레박질/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무겁기만 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자세를 「가난한 마음의 기도」, 「못」, 「하심」, 「설산」 등 여러 작품에서 고백하고 있다.
또한 강대실 시인은 생명성을 탐구하는 시편들에서 모든 생명의 등가의 동등함과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처럼 어머니 같은 존재로 흙을 인식하고, 매화꽃 핀 모습을 화엄으로 바라보는 의인화법, 봄날 땅을 적시는 봄비와 이로 인해 살아나는 생명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 그리고 죽은 나무가 생명의 터전이 되는 자연의 섭리와 순환을 담담한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강대실 시인의 또다른 시적 관심은 고향과 유년, 그리고 가족애를 보여주는 시편들이다. 유년의 고향 이야기를 호명하여 때묻지 않은 시간을 마주하며 인간 내면의 순수를 상기시킨다. 더불어 형제들의 얼굴에서 피붙이들임을 다시금 확인하며 가족애를 되새긴다. 그리고 아내와 자식들에게 보내는 애틋함에서 뜨거운 가족애와 결속력을 다진다.
이렇듯 강대실 시인의 시는 본질적으로 “왜 시를 쓰는가?”라는 물음에 가장 인간적이고 휴머니즘적인 대답을 구하고 서정시의 효용성을 되새기고 있어 시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시대에 마음이 든든하다.

2.
인간은 미완의 존재이다. 그러므로 결핍을 채우기 위해 성찰하며 통찰한다. 그러나 완성에 이르는 일은 너무나 요원한 일이어서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깨달음을 향해 간다. 강대실 시인의 가장 핵심적인 시적 세계 또한 자신의 삶을 살피면서 보다 나은 인간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결국 서정시의 가장 큰 효용성을 위해 삶의 실천과 시적 세계를 갱신하는데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이 시인의 책무라는 걸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탕! 탕! 못을 박았다
버럭 불뚝대고 말을 무지르고, 안하무인으로
어지간히 믿었던 많은 가슴에다

깨소금처럼 고소했다
마음의 탕개 풀려 눈에 뵈는 게 없고
하늘 무서운 줄도 몰랐다

어쩌다 역지사지해 보면
박힌 못에 붙박여 곁이 허허로웠으나
세상 막사는 개망나니,
질매를 당해도 버릇을 개 주지 못했다

어느새 망치도 못도 녹슬고, 못 쓴 지 오래
조용히 뒷방에 들앉아 면벽하고
파란 많았던 生 돌아본다

꺼들대며 무수히 때려 박은 못들,
이제 대침 되어 야윈 가슴골 찔러대고
찬웃음, 매서운 눈빛 한없이 뒤통수에 꽂힌다.
- 「못」 전문

이 작품에서 ‘못’의 상징적 의미는 사물과 사물을 이어주는, 철물점의 물건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언어나 행위를 말한다.
시적 화자는 “버럭 불뚝대고 말을 무지르고, 안하무인으로/어지간히 믿었던 많은 가슴에다” “탕! 탕! 못을 박”곤 했다. 이럴 때면 “깨소금처럼 고소했다”고 고백한다. “하늘 무서운 줄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망치도 못도 녹슬고, 못 쓴 지 오래”되어 “조용히 뒷방에 들앉아 면벽하고/파란 많았던 生 돌아본다” 그동안 “꺼들대며 무수히 때려 박은 못들”이 “이제 대침 되어 야윈 가슴골 찔러대고/찬웃음, 매서운 눈빛 한없이 뒤통수에 꽂힌다.”고 한다. 젊은 시절 누군가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고소해 하였지만, 그동안 시적 화자가 질러댄 못들이 오히려 대침이 되어 자신의 가슴에 못질하고 있다는 깨달음과 후회가 시적 화자에게 성찰의 계기가 되고 있음을 잘 묘파하고 있다.
이 작품 속의 이야기는 시적 화자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삶에서 만나는 일상으로 시인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승화하고 있다.
앞의 작품처럼 시인의 구체적 삶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성찰의 태도를 잘 보여준 작품이 「숲속에 들어」이다.

괜스레 내가 밉고 울화가 치밀어
마음을 어르며 비비한 세우 길 나선다
삼나무 편백나무 화엄을 이룬 극락
그 향기 자욱한 한재골 트레킹 코스 초입에다
무거운 발길 벗어놓고
나무랑 산이랑 꼼지락꼼지락 걷는다
이러히 내 길이 울퉁불퉁한 것은
나조차 보듬기에도 부족한 가슴에
꿀 발린 말을 경멸한 탓이리
하나 둘 주위와 격을 두고 먼전으로 돌다
어느덧 무인도 첩첩한 가시울타리 속에
꼼짝 못 하게 갇혀 버린 나
시 한 수를 긷기 위한 이 끈질긴 두레박질
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무겁기만 하다
울울창창한 숲속의 일행이 된다
스스로 만든 그늘을 깨친 갈맷빛 욕망
야금야금 하늘길 열어가는 나무들의 나랫짓
어디 한 점 게으름도, 서두름도 없다.
- 「숲속에 들어」 전문

살다보면 “괜스레 내가 밉고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시적 화자는 삼나무 숲을 걷는다. 이때 “무거운 발길”을 벗고 맨발로 길을 간다. ‘무거운 발길’을 벗는 것은 단순하게 신발을 벗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길을 간다는 뜻이다. 이때 발바닥이 흙을 밟는 촉감이 ‘울퉁불퉁’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을 시적 화자는 “꿀 발린 말을 경멸”한 그동안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꿀 발린 말을 경멸”하는 것은 성격 탓이긴 하지만, 근원적으로 시적 화자가 진실된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스스로를 유폐시킨 결과에 이른다. 시인은 본디 어떠한 형태든 ‘참말’, 즉 ‘진실’을 탐구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시 한 수를 긷기 위한 이 끈질긴 두레박질/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무겁기만 하다 ”고 한다. 살아가는 일과 시 쓰는 일이 같은 것이어서 시적 화자는 끊임없이 ‘꿀 발린 말’을 멀리 하고 진실의 옷을 입은 참말을 찾기 위해 마치 깊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맑은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 맨발로 산을 오르듯 “울울창창한 숲속의 일행이 된다”. 숲은 때묻지 않은 언어의 표상으로 시적 화자는 숲에 스스로 동화되기를 자처한다. 나무들은 야금야금 하늘길을 열어가는 데 게으르지 않는 것이어서 숲의 일행으로서 시적 화자는 마침내 하늘길에서 자신만의 참된 언어를 구하고자 하는 구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는 시인의 미적 경험을 형상화시킨 것이다. 특히 자신의 모순되고 결핍된 삶을 성찰하는 시편들은 시와 삶의 일치를 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시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궁구한다. 강대실 시인의 이러한 시적 경향은 위의 작품들 외에도 시집에서도 자주 눈에 띤다.
「가난한 마음의 기도」에서 “그대 샘물 같은 눈망울 마주하는 날이면/어디선가 나도 몰래 숨어든 허욕도/긴긴 일월 못 버려 뿌리 깊은 미움도 그만”이라고 한다. ‘그대’로 지칭되는 존재의 “샘물 같은 눈망울”을 바라보며 허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