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저 황홀한 내통(시와 사람 서정시선 118)

드들강, 저 황홀한 내통(시와 사람 서정시선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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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임해원의 시집 『드들강, 저 황홀한 내통』은 드들강이라는 이름을 불러내는 일에서 출발하지만, 그 강은 단순한 지형이 아니라 존재와 세계를 비추는 거울로 확장된다. 강은 ‘들키는’ 존재로 나타나 인간의 인식을 교란하며, 새의 죽음을 품어 순환의 생태를 노래하고, 계절과 기억의 유한성 속에서 회귀의 질서를 드러낸다. 또한 시인은 천주교적 기도의 언어와 불교적 무상, 유교적 성찰을 자연의 이미지 속에 교직하여, 종교적 전통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월의 사유를 펼쳐낸다.
『드들강, 저 황홀한 내통』에서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변환이며, 상실은 끝이 아니라 회귀의 조건이다. 꽃은 지면서 다시 피고, 새는 강과 스며들며 이름을 노래로 남기며, 기억은 시차와 불일치 속에서도 존재를 지탱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이 시집의 세계는 궁극적으로 비워내고 허락하며 보내는 윤리를 향한다. 강을 바라보는 시선은 자기중심의 오만을 벗겨내고, 타자와 세계를 감응의 기술 속에서 다시 만난다.
오늘날 ‘드들강’이 지니는 의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나 감상의 소재가 아니라, 존재와 죽음을 사유하는 철학적 장치이자 윤리적 훈련장으로 끌어올리고, 강은 여전히 흐르고, 새는 죽음을 넘어 노래하며, 꽃은 시들면서 다시 천 개의 눈을 뜬다. 임해원의 시는 이 흐름과 울음을 놓치지 않고 기록함으로써, 우리에게 죽음 이후에도 세계는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드들강, 저 황홀한 내통』은 그 깨달음을 서정의 언어로 건네는 한 권의 시적 의례다.
- 강나루(시인ㆍ문학평론가)
저자

임해원

·광주출생
·경희대학교가정학과졸업
·2004년〈무등일보〉신춘문예시당선
·2023년《시와사람》신인상당선
·다박솔동인
·광주문인협회회원
·시집『생각이많은것들은고요가깊다』
『드들강,저황홀한내통』

목차

시인의말

드들강1-첫,그이름이내게왔다_12
드들강2-소리의회유_14
드들강3-적寂_16
드들강4-봉인_17
드들강5-내탓아니었네_19
드들강6-적막,그긴두려움_20
드들강7-새의어둠에대하여_21
드들강8-이팝꽃_22
드들강9-서로닮은고요의눈썹들_23
드들강10-침묵피정_25
드들강11-오랜,지극하거나뻔한사이_27
드들강12-소리의무덤_29
드들강13-새의길_31
드들강14-붉새가떴다_33
드들강15-가을이며칠남아있다_35
드들강16-숫눈1_37
드들강17-숫눈2_38
드들강18-갈밭_39
드들강19-거화炬火_41
드들강20-멀다_42
드들강21-여기_44
드들강22-나무랄일아니다_46
드들강23-낙화,다시꽃이다_47
드들강24-물수제비띄우다_48
드들강25-상응_49
드들강26-느티,하늘에뜬섬이되다_50
드들강27-시월이어서_52
드들강28-바람은_54
드들강29-달의배후_56
드들강30-비내려왜가리다리짧아졌다_57
드들강31-문열어라,달들어오게_58
드들강32-웃비_60
드들강33-12월_62
드들강34-돌을위한각서_64
드들강35-기억의시차_65
드들강36-괜시리_67
드들강37-이제말할차례다_69
드들강38-꽃의幻_71
드들강39-혼잣말을알아듣네_73
드들강40-고요가품은이,나뿐아니었네_74
드들강41-발길질없는날개,이겨낼바람없다_76
드들강42-그림자,겹겹이다_77
드들강43-여우비오는날_78
드들강44-다눈물의일_79
드들강45-노을을앓다_80
드들강46-물에이르다_82
드들강47-나처럼낯선_84
드들강48-멈추어,말문을닫다_86
드들강49-해거름을듣는물음_87
드들강50-꽃을헛딛다_88
드들강51-바디소리에귀를묻는다_89
드들강52-그믐달,내소박데기_90
드들강53-안개초_91
드들강54-바람의전언_92
드들강55-생각이사라지는곳,거기_94
드들강56-부처꽃_95
드들강57-봄,가지런하다_96
드들강58-내귀는둥글다_97
드들강59-빗소리는응시가필요하다_98
드들강60-꽃무릇_100
드들강61-다정한이름들_102
드들강62-참오래된기억_103
드들강63-조팝을의심하다_104
드들강64-절정,그후_105
드들강65-저녁은_106
드들강66-고사리가눈을가린다_107
드들강67-깨우지마라,고운잠_109
드들강68-동백이봄을묻네_110
드들강69-그래도다시올,봄_111
드들강70-나뭇잎이떨어지기시작하는달,구월_113
드들강71-쉼_114
드들강72-닫힌다,한철_116

|작품론|
드들강,삶과죽음의물길/강나루_117

출판사 서평

드들강,삶과죽음의물길
-임해원시집『드들강』

강나루
(시인·문학평론가)


1.
임해원의시집『드들강』은잊힌강의이름을다시불러내는데서출발한다.드들강은전남나주시남평읍을거쳐영산강으로흘러드는지석강의옛이름이다.근대화의과정에서지도에서조차지워진이이름을시인은되살려,사라진것을환기하고잊힌것을되불러낸다.그러나이작업은단순한지명의복원에머물지않는다.그것은곧존재와시간의심연을불러내는일이다.
「드들강」연작에서강은자연풍경의배경이아니다.강은삶과죽음,기억과망각,초월과구원의물음을담아내는거대한상징적장치다.빗방울이강에게들키듯,강또한빗방울에들키며,그물길은바람과산그늘,새와꽃,그리고인간의불안을비춘다.강은끊임없이흐르지만,어디로향하는지는알수없다.바다로가는지,하늘로돌아가는지,혹은되돌아오는지-그알수없음속에서시인은삶과존재의근본을묻는다.
이시집을관통하는이미지는크게네갈래로나눌수있다.첫째,강은존재와세계의은유다.강은불가해성과깊이를드러내며,인간중심적사고를교란하는타자의질서로나타난다.둘째,새와죽음은순환과회귀의상징이다.새는죽음을넘어선초월을환유하고,주검은강과스며들어새로운생명의힘으로변환된다.셋째,시간과기억은상실과회귀의구조속에서형상화된다.낙화와회귀,계절의끝자락에서의자기성찰,기억의시차는존재를지탱하는힘으로드러난다.넷째,종교적사유는불교와기독교의상징을교차시키며,자연속에서구원과해탈의가능성을탐문한다.
따라서『드들강』은단순한자연서정시의범주에가두기어려운작품집이다.강은물리적공간을넘어,새와꽃,계절과종교적언어와얽히며인간존재의불안과초월의의미를탐구하는매개가된다.이글은강을중심으로,죽음과기억,종교적사유가어떻게맞물려순환적세계관을형성하는지를살펴보고자한다.

2.
드들강은인식의대상이아니라윤리의훈련장이다.강은우리에게묻는다.너는얼마나천천히볼수있는가,얼마나정확히들을수있는가,그리고마침내보낼수있는가.강의이미지는이런과정을통해세계와타자에대한감응의기술로완성된다.이훈련이‘드들강’이라는특정지명의회복을넘어,사유의지형을회복하는일로이어진다는점에서,‘드들강’은한국적자연서정을갱신하는윤리적미학의현장이다.
다음세편의시「드들강1」,「드들강5」,「드들강28」은강을사유의장치로세운다.특히어휘선택과호흡,감각의전환이알아가려는욕망에서인간중심의수정을거쳐타자를허락하는윤리로이어지는과정을단계적으로연출한다.

거미줄이이슬에들키듯
강에게들킨빗방울
빗방울에들킨강
저강이어디로가는지알수있다면
生에대해아는척할수있을텐데
바다로간다고도하고
하늘에돌려준다고도하고
돌아간다면
저궁둥이쳐든비오리를어떤착한말로읽어야하나
강의물이묻고산의그늘이답하고
바람은자취없는자취를남기고
흰,그절박함을집어삼킨푸른물빛을
새가물위에꾹꾹눌러쓴상형문자를
시간의저쪽끝에있는너와
이쪽끝에있는나를어떤이름으로불러야하나

너만모르고
나만모르고
그림자에그림자포개지듯어두워져다만쓸쓸함과내통하는
저하얀맨발
아파라
저리천천히걸으면바다까지一生이걸리겠다
-「드들강1-첫,그이름이내게왔다」전문

임해원의시집에서무엇보다먼저눈에들어오는것은강이다.첫시편「드들강1-첫,그이름이내게왔다」에서시인은“거미줄이이슬에들키듯/강에게들킨빗방울/빗방울에들킨강”이라며‘들키다’라는동사를반복한다.주체와객체가번갈아피사체와관찰자로뒤집히면서관계가순식간에교란되는데,이를통하여시적세계의초점은누가무엇을‘보는가’에서‘무엇이무엇에게드러나는가’로넘어간다.이때강은더이상풍경이아니라‘들키는’존재로써전면에드러난다.이시는‘내가무엇을아는가’라는인식의물음과더불어,‘어떻게불러야하는가’라는호명의윤리가겹쳐있어서,“시간의저쪽끝에있는너와/이쪽끝에있는나를어떤이름으로불러야하나”알지못하는상태가단지무지의결핍이아니라,타자를섣불리명명하지않으려는윤리적주저로변환된다.“저궁둥이쳐든비오리를어떤착한말로읽어야하나”라는고민또한그러하다.새를‘불쌍한존재/자연의희생’으로즉시명명해버리는기계적·도식적공감의언어를경계하며,강-산그늘-바람이이루는자연의문답을먼저듣겠다는태도가강조된다.

강기슭저문게눈흐려진탓이라믿었더니
물길저리깊은까닭이고
바람소리드문게귀어둔탓이라믿었더니
산그늘저리깊은까닭이었네
하루가아슴아슴저물어
강기슭이물소리되고
바람소리가산그늘되니
하염없어라
허공의빗금에진저리치던왜가리한마리
풀숲에몸숨기고오래오래서있네
영원이라착각하던시간의갈피에
놀빛은더어둔저녁을기다리고
사금파리반짝이는강물위로왼갖소리들뛰어다니네
-「드들강5-내탓아니었네」전문

이시의부제인“내탓아니었네”는자기변명이아니다.인간중심적오독을반성하는말이다.“눈흐려진탓”“귀어둔탓”처럼감각의결함으로돌리던판단이“물길저리깊은까닭이고/산그늘저리깊은까닭이었네”로전환되면서화자는불투명한것은내감각이아니라,자연의본래적심연이었음을인정한다.시선의초점이‘나의한계’에서‘세계의깊이’로옮겨가는것이다.이때인상적인대목은감각의치환이다.“하루가아슴아슴저물어/강기슭이물소리되고/바람소리가산그늘되”면서강기슭이라는‘경계’가물‘소리’로,바람‘소리’가산‘그늘’로변환된다.시는시각·청각·촉각의통로를교차시켜자연의질서를단일감각으로환원불가한복합성으로제시한다.이치환은곧인간인식의언어가자연의층위를따라가며자기자신을수정하고있음을보여준다.“사금파리반짝이는강물위로온갖소리들뛰어다니네”는깨진유리조각처럼반짝이는미세한빛들을통해,지식이그림이아니라파편의반짝임으로만포착된다는사실을상기시킨다.그러니‘내탓’이아니라,그렇게만허락하는세계의탓이다.

강의깊은한숨에서시작된다
들어앉을몸을얻으려원추리허리휘어놓고도
머무는生을견디지못하고그냥간다
어쩌면회오리치는것이生일지몰라
소리로와서소리없이사라질줄아는
바람이바람아닌것흔들어저를보여주듯
나아닌나를깨운다

볕에덴그늘가만가만다독이던
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들사이에서
내안이고바깥이던그대,가버렸는가
제그늘삼킨구름마저품었나니
하늘의비밀엿듣고어루더듬던그대,가버렸는가
지나가는것들제소리로유혹하지만
바람은그자리그대로네

우두커니멈춘生
한백년쯤시간흐르고
소금처럼깊어지려면일어서서더걸어야겠다
두어개문살부러진문열듯
나보다더어두워진사람을곁에두듯바람을허락하네
저녁이면잎사귀들캄캄히몸뒤집는데
열이레달빛으로길밝혀마음떠나보내야겠다
-「드들강28-바람은」전문

이번시는강으로부터바람의기원을여는데,“강의깊은한숨에서시작된다”.강의‘한숨’은고단함의탄식이아니라,생성의호흡이며,“머무는生을견디지못하고그냥간다/어쩌면회오리치는것이生일지”모른다며정주(定住)보다운동과변환을삶의본질로선언한다.바람은“소리로와서소리없이사라지는”흔적을남기지않는운동으로서,강의호흡을세계로운반한다.“바람이바람아닌것흔들어저를보여주듯/나아닌나를깨”우는강과바람은‘나’의내부에있던타자를건드린다.‘나아닌나’라는역설은,초월이외부에서덮치는사건이아니라내부의타자성을흔들어깨우는일임을가리킨다.“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들사이에서/내안이고바깥이던그대”는바로그내부와외부의경계에선타자다.자연의말을듣던“하늘의비밀엿듣고어루더듬던그대”라는존재는사라졌고,자리를비운타자의부재가세계의울림을도리어또렷하게만든다.“지나가는것들제소리로유혹하지만/바람은그자리그대로”라는진술에서움직임의은유였던바람이머문다는모순을통해무위의운동을드러낸다.

3.
그런가하면다음의세시는‘새’라는존재를통해죽음을단절이아닌변환과회귀로사유하게한다.그럼으로써서로의빈자리를채우며죽음-자연-언어의삼항구조를만든다.「드들강13」은죽음을소실이아니라변환,즉등가로서의초월을보여주고,「드들강18」은매질의전환으로순환의생태를드러내며,「드들강37」은설명의포기와묘사로서의기록을통해증언의윤리를확정한다.그럼으로써죽음은더이상끝이아니라,운동과발화의형식을바꾸는사건이다.새의길은길을남기지않고(「드들강13」),강이그이름을노래하며(「드들강18」),시인이마침내말한다(「드들강37」).이자취없음→노래→말하기의순환이바로『드들강』이삶과죽음을연결하는방식이며,강가에선시가수행하는작은의례다.주체의시선은‘하늘로의등가(等價)’,‘강과의침투(浸透)’,‘증언의윤리’라는세지점을순차적으로통과하며,초월의감각이순환의생태를거쳐발화의책임으로이동한다.

하늘높다
흰새서너마리
목길게세우고구름속으로들어갔다
오래기다렸으나
뺨이붉은새는나오지않았다
여전히날아가고있을것이다

새가어떻게날아오르는지
어떻게눈내리는들판을건너가는지
어떻게놀빛을뚫고들어가는지
공중의새는날아갈뿐따로길을내지않았다
다만
모퉁이에오래서서어두워진사람이
손가락들어
저만치새의자취를가리켜보일뿐

기진해두날개를접었는가
지금어디있는가,묻는다
까마득한새
하늘이됐다,고대답한다
-「드들강13-새의길」전문

「드들강13」은‘길없음의길’을이야기한다.“공중의새는날아갈뿐따로길을내지않았다”는구절에서길은흔적의축적이아니라자취없는운동이다.관찰자는오래기다리지만,새는“여전히날아가고있을것”이라는추측만남긴채가시성의경계를벗어난다.이때“모퉁이에오래서서어두워진사람”은시선의윤곽이다.그는길을만들수없고,다만가리켜보일뿐이다.가리킴은소유가아니라인접(隣接)의제스처이고,초월앞에서인간이허락받은최소한의행위다.마지막행의“지금어디있는가,묻는다”“하늘이됐다”는문답은존재의상태를위치가아닌하늘과의동일성으로바꾼다.“하늘이됐다”는말은죽음을사라짐으로읽기보다,질적변환으로읽힌다.새는죽어‘하늘속으로’들어간것이아니라,하늘그자체가되는전환을수행한다.여기서죽음은닫힘이아니라,확장으로서의초월이다.

비오리누워있다
뼈드러나고날개깃부서졌다
자갈돌몇개그몸을다물고있다
꽉다문저힘이강을흐르게하고
새를날게했을것이다

비오리몸속으로강이흘렀고
흐르는힘과나는힘이서로스치고스미어
물속을새가날아가고
강은새이름을노래하기시작했다
지저귀다,지저귀다목이쉰강
주검이갈밭틈새기를다물고있다
접힌날개여전히강을향하고
왼종일물을주시했을부리는
죽음에도날카로움을잃지않았다

갈꽃난분분한들녘
새따라오고,새운다
부리긴새하늘을쪼면
너왓장들추듯버들치튀어오른다
더는노래하지못하는새
적막에오래기대울컥할때
허공도따라울컥하고

그래도
갈밭너머햇살희고
물빛푸르고
나는,
-「드들강18-갈밭」전문

「드들강18」은“비오리누워있다”는진술으로써죽어널브러져있는비오리의주검을정면에서응시한다.“자갈돌몇개그몸을다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