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엇이 되어도

어디서 무엇이 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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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손덕순 시인의 이번 디카시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나’와 ‘너’라는 관계를 종속적이거나 타자성적인 관계로 바라보지 않고 주체적인 대상으로 서로를 인식하는 태도는 근대를 뛰어넘어 탈근대적인 시선으로 세계를 읽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생명성에도 적극적으로 천착하고 있는데, 오늘 우리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명의 위기에 대한 비명 같은 목소리와 나무뿌리의 끈질긴 생명력을 통해 생명의 고귀함을, 그리고 죽어도 죽지 않은 생명의 영원성을 노래하고 있다.
손덕순 시인의 디카시는 보았듯이 사진 텍스트의 주제가 시각적으로 집약적이어서 선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를 단순하게 사진 설명하듯한 식상함과 진부함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개성있는 목소리로 끊임없이 갱신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어 참신하다. 그런 까닭에 사진 이미지의 어떤 정황만을 설명하려는 듯한 디카시와는 크게 변별력을 갖는다. 디카시의 훌륭한 텍스트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 강경호(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저자

손덕순

시인손덕순은전남보성에서태어나어린시절을보냈다.
조선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2008년《자유문예》시부문으로등단했다.
현재문학의뜰,광주문인협회,광주시인협회회원,광주디카시인협회에서활동중이다.
시집『쉬엄쉬엄』
디카시집『어디서무엇이되어도』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거룩한낭비

거룩한낭비
지하철
휴게음식점에서
나의양식이되어주신분
관음보살
남극성
등대
의로운손길
절규
어떤삶
이방인
청춘들이여
어머니의손
봄을기다려
아이들의웃음소리


제2부사람이아름답다고느껴질때

사람이아름답다고느껴질때
인연의끈
포근한잠
행복으로가는길
고백
꽃잎의마음처럼
마음의중심에는
거리
하늘이보내는위로
집으로가는길
혼자만의시간
내안의집
어둠의장막을걸어
점묘법하늘
거울호수


제3부이카로스의꿈

이카로스의꿈
분수
삶,가볍게가벼움으로
추락하는것은날개가없다
깨달음
어디서무엇이되어도
위험하지않아
비오는날
그늘아래서
생각대로이루어진다
익어간다는건
투명한속
중독
십자가


제4부마지막선물

마지막선물
숨기지마
염원
외톨이
다돼지
자나깨나말조심
망부석
나른한오후
수묵화
영원이된사람
함께걸어온삶
높이오르다보면
부활
저너머의세상으로
아름다운인생


|작품론|
삶의방식모색과관계와생명성의미학/강경호

출판사 서평

▣작품론

삶의방식모색과관계와생명성의미학
-손덕순디카시집『어디서무엇이되어도』

강경호
(시인,한국문인협회평론분과회장)


수년전부터우리문학에커다란변화가왔다.이른바‘디지털카메라포엠(digitalcamerapoéme,디카시)’이라고하는디지털카메라가사물을포착하는시각언어(視覺言語)와5행이내의시[文學言語]가결합하는형식으로빚어내는시가유행처럼번지고있다.시의대중화,또는독자의저변확대라는측면에서매우고무적인일이다.90년대부터자각해온‘시의위기시대’를불식시키기나하는것처럼기성시인은물론새로운시인들이디카시운동에참여하고있다.디카시에많은사람들이관심을보이는것은바람직한일이나그저쉽게사진을찍고짧은시를쓸수있다는데서접근성이쉬워진탓에디카시를함부로써내는일은디카시가극복해야할중요한과제이다.
나는훌륭한기성시인들이디카시에참여하기를바란다.그럼에도불구하고대부분의역량있는시인들이디카시쓰기를기피한다.서정시가지닌깊고넓은시의세계를디카시로는제대로표현하기쉽지않다는디카시의한계성때문이다.그리고디카시인은사진을잘찍어야한다고생각한다.좋은사진은구도,색채,주제등선명한시각이미지를보여주어야한다.가능하다면참신한사진이라면더욱좋겠다고생각한다.주제를강화시키고깊은감동을줄수있기때문이다.
그리고분명한것은디카시도시의영역에서벗어날수없음이다.사진이라는시각이미지와시라는문자언어가충돌하고서로흡수하여새로운정서와정신성을담아내는서정시의원리와동일하기때문이다.
손덕순의디카시집을읽고‘디카시는이래야한다’는여러작품을발견한일은무척다행스러웠다.

어젯밤꿈속에고흐가
다녀갔나보다

아침에깨어보니
금방붓칠한점묘법하늘에서
푸른물감이뚝뚝떨어지고있다
-「점묘법하늘」전문

「점묘법하늘」은어느날시인이하늘을보며느낀감정이생경하면서도그야말로‘날것의언어’라는생각이들었다.거친붓텃치가점묘법기법으로이해할수있는후기인상파의그림은붓질로인해동세(動勢)가느껴진다.「점묘법하늘」사진이미지는지상에도로와전기선이지나가고나머지가푸른하늘이미지이다.점묘를구사한후기인상파고흐의그림을닮은하늘은격정적으로꿈틀댄다.마치고흐가간밤에하늘을캔버스삼아그린푸른하늘풍경에서마치물감이뚝뚝떨어지는것같이실감이난다.이작품은특별한메시지가없다.시가꼭메시지가있어야하는것은아니다.시인의감각이매우강하게적용된이작품은하늘의구름을물감으로인식하는태도,하늘을캔버스로인식하는태도,그리고후기인상파고흐를떠올림으로해서사진설명식의디카시작가들에게디카시의모범을보여주고있다.
다음의「하늘이보내는위로」는배우단조로운사진이지만시인만의독특한상상력이가미되어깊은사색에들게한다.

하루가저물기전
하늘은안부를묻는다

붉게타오르는노을은
오늘하루,열심히산그대에게보내는

하늘의따뜻한위로
-「하늘이보내는위로」전문

전통한옥과길쭉한양식건물이저녁그림자에그형체가희미하다.사진의구도가집들이있는아랫부분은어둡고그위하늘의배경은붉은노을빛으로아직남아있는일몰의시간을포착한것이다.특히왼쪽화면에배치된한옥의형태가화면의단조로움을깨고있다.이러한풍경을발견한시인은“하루가저물기전/하늘은안부를묻는다”라고자신의감정을드러낸다.저녁무렵은하루의일과를끝내고모두집으로돌아가는시간이다.문득붉게노을진서녘하늘을바라보는시인은어쩌다가노을이‘오늘도잘지냈느냐?’고수고한사람들에게안부를묻는것같다.노을을보며누가이런생각이나했겠는가.시인이스스로에게묻는안부일지도모른다.그러므로“붉게타오르는노을은/오늘하루,열심히산그대에게보내는//하늘의따뜻한위로”라고말하기에이른다.붉은빛노을이지닌색채이미지가주는따스한온기를하루열심히산사람들의어깨에내려위로를하는기제로사용할줄아는시인의기지가명민하고적절하다.
다음의「나른한오후」도특별한메시지가없다.오직시인이대상을보는순간어떤영감이떠올라카메라의셔터를누른것을짐작할수있다.지붕이나담장으로보여지는사진화면의하단부는온통먹빛인데그아래서위를올려보며고양이를포착한것으로보인다.

게으르게흐르는오후
구름을베고누워
사색에잠기면

오후는온통푸른이불을
덮어준다
-「나른한오후」전문

흔히디카시사진을찍을때는물론이고사진작가들도어떤피사체앞에서면감각적으로몸이움직여대상을포착한다.주지하다시피사진은빛의예술이어서순간을놓치면후회하는경우가많다.「나른한오후」의사진또한고양이가도망가기전에찍었기에가능한일이었다.인간이나동물이나배가부르면나른해진다.고양이도마찬가지이다.그런데이작품은고양이의시선에서쓴것으로더욱흥미로운것은위아래로화면을직선으로분활하고그중간에고양이가앉아있는모습이다.담장이나혹은지붕은까만먹색으로하고푸른하늘엔뭉게구름이일고있다.화면아래의고요와하늘의동세가교차하는경계에선고양이의나른함을화면아래의검은빛이구도의안정을꾀하고있어사진촬영에신경을썼음을짐작할수있다.그리고많은디카시작가들이포착한사진을그대로사용하는데「나른한오후」처럼주제를선명하게하기위해트리밍을할때훌륭한디카시를쓸수있다.
설명한것처럼담장위의고양이를발견한시인은“게으르게흐르는오후”라고첫행을쓴다.인간가까이살아가는짐승들도사람을보면도망가기일쑤이다.그런데“게으르게흐르는오후”는하루중가장마음이편안할때이다.“구름을베고누워/사색에잠”긴다고한다.매우활달한시어운용을통해,그리고의인화법을통해시의의미와정서를더욱깊고풍요롭게한다.그것도“사색에잠기면//오후는온통푸른이불을/덮어준다”고하여하늘과구름이이불이된다.환타지수법을이용해자신의감정을마음껏펼친손덕순시인만의화법으로디카시를완성한것이다.
이러한시적형상화에기반을둔손덕순시인의시세계는다음과같이크게3가지로나눌수있다.이번손덕순시인의디카시집『어디서무엇이되어도』는자신만의삶의방식을드러내는데,주로시작대상이나시적전제되는대상이자연을시속에끌어들여시인의삶의방식이나정신성을노래하고있다.이것은곧시인이디지털카메라로시적영감을주는대상을포착하는순간,벌써절반은시로쓸수있게된다.이후에남는일은사진이미지를트리밍하고시적세계를완성하는일이다.
다음의시적관심사는생명성에천착하고있는점이다.자연과자연의친화력과포용력,하나의생명이어떻게살고죽어가는지,인류의탐욕으로현재진행형인북극빙하의해빙으로인한생명의위기,누군가를위해마련한자연세계에서의상생,뿌리를넓게펼치고땅을쥔끈질긴나무의생명성,동굴공간에서만난여성형상의허공이가진영원한생명성을인간의모습으로환치시키는능력을보여준다.
한편손덕순의디카시집에서돋보이는시편은‘너’와‘나’의상대성이어떻게긍정적으로작용하는지를직접확인하게해주는시편들에서,오직‘나’를위한세계의치졸함과‘나’중심적세계관으로작동하는우리사회에대해예리한경종과휴머니즘적인세계관,그리고디카시의새로운발상을보여주고있어이번시집이특히의미가있다하겠다.

2.
이번손덕순시인의시집에서가장관심을많이기울인부분은삶의방식에깊이천착한시편들이다.기존의많은디카시시인들에게서나타나는사진이미지에서어떤정황만을간략하게서술하는방식으로시적깊이를나타내지못한다.디카시를잘못이해하고있는많은시인들이이부류에속한다.그러므로디카시가많은사랑을받고있기는하지만반드시극복해야할문제이다.손덕순시인의디카시는사진도주제를잘살리고있지만,대부분사진내용과는먼거리에서시적상상력을펼치는미덕을가지고있다.
보다나은인간의삶을지향하는손덕순시인의디카시는인간의위의를지키고인간으로서최선의길을가고자하는데초점이맞춰져있다.

깃털처럼가벼워
뿔뿔이흩어져
먼곳에있다해도
노랗거나하얀꽃피우는
꿈을잃지말자
-「어디서무엇이되어도」전문

사진텍스트는갓털을이용해멀리까지이동하여씨앗을퍼뜨리는식물의씨앗을화면가득채웠다.사진의내용이민들레씨앗인지는분명하지않지만,이모습을발견하고시인은카메라로피사체를담아냈다.바람이불면갓털을이용해하늘에올라어딘가로날아가새생명의영토를개척할것이다.시인은이디카시의시제를‘어디서무엇이되어도’라고붙였다.“깃털처럼가벼워/뿔뿔이흩어져/먼곳에있다해도//노랗거나하얀꽃피우는/꿈을잃지말자”고한다.흩어져살겠지만‘무엇인가가되어자신의꿈을펼치며잘살라’는메시지이다.인간의삶도마찬가지이다.같은부모에게서태어난형제들도제각기길을찾아뿔뿔이헤어져살지만“노랗거나하얀꽃”으로은유화된자신의꿈을펼치고살기를바란다.이작품은갓털식물의씨앗을바라보며근원적인인간의삶의방식을모색하고있어,시적깊이를획득하고있다.
다음의「깨달음」은디카시가갖추어야할여러덕목을잘보여준다.제목이다소무겁지만,그러나이작품은「깨달음」이라는그릇에사진과시가함의하는모든것을다담을수있을것으로생각된다.

마냥푸르던시절엔
삶의깊이를알수없었어

철없던날들이지나고서야
모든걸깨달았어

바다거나하늘이거나
-「깨달음」전문

이작품은모노톤색조로온통푸르다.바다와하늘을포착한것으로여겨진다.하늘과바다의경계를알수없듯이인생도그깊이의경계를알수가없다.시인은푸른풍경앞에서많은생각이교차되었을것이다.바다의깊이,하늘의깊이에대해서,그리고‘푸르다’는색채이미지에대해서,그래서단순하게풍경이보이는대로디카시를쓰고싶지않았을것이다.보이는것만시로언어화했을때식상하고진부한작품이또하나생산되는것을꺼렸기때문이다.시인은푸른바다와하늘을보며어떤깨달음을얻었을까?이작품에서‘푸르던시절’은바다와하늘의푸르름과는상관없이‘어린시절’‘철없는시절’을나타내고자하였다.그“마냥푸르던시절엔/삶의깊이를알수없었어”라고발화하는것의전제는시인이이미바다와하늘을바라보며이미어떤깨달음에이르렀다는말이다.그런까닭에“철없던날들이지나고서야/모든걸깨달았”다고진술한다.디카시에서도시조의종장처럼마지막연이나행을잘마무리지어야한다.앞선진술을보다내밀하고진중하게해주기때문이다.이작품에서시인은“바다거나하늘이거나”라고시를마무리함으로써앞의진술들과상통하고연계되어시인의의도한메시지를완성시켰다.계량적으로바다의깊이를측정할수있어도하늘의깊이는도저히알수없다.바다또한일반인에게그깊이를따지는것조차요원한일이다.그러므로마지막행에“바다거나하늘이거나”에서의‘바다’와‘하늘’은깊이를알수없는것이다.결국시인은이작품을통해바다와하늘처럼깊은것이삶의깊이임을깨달음을통해보여준다.
「위험하지않아」는생각의전환을잘보여주는역발상적인작품이다.

언제나찌를것같아
그러나위험하지않아

다만,나의게으름을
지키고싶을뿐이야
-「위험하지않아」전문

위의작품에서사진이미지는탱자나무이다.탱자나무는가시가날카롭고길어만지면찔린다.그런데시인은시제를「위험하지않아」라고정했다.제목부터가도발적이다.디카시뿐만아니라서정시는독자들의관념을전복시킬때호기심과시적관심을불러일으킨다.“언제나찌를것같아”고한다.그런데“그러나위험하지않아”라고한다.여기까지읽었을때탱자나무이미지를보면납득이안간다.날카로운가시가찌를것만같기때문이다.그러나다음연을읽어보면모든궁금증이풀린다.그리고이시가탱자나무날카로운가시가찌른다는관념을통째로전복시킨다.극적반전의장치가마련된디카시가훌륭한작품이될수있다.“다만,나의게으름을/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