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하나 (황애라 제3시집)

깨달음 하나 (황애라 제3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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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황애라 시인의 첫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이웃의 아픔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상상력 속으로 끌어당겨 육화시켜 놓은 시적 형상화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더욱이 시어들 또한 정교한 디코럼 위에 배치해 놓고 있어, 시적 표현이 진부하지 않고 안정감을 준다. 그녀의 제2시집에서는 노년의 외로움과 가뭄, 존재의 경계와 갈망, 상사화의 강렬한 생명력, 그리고 내면의 억눌린 열망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아버지와의 관계를 성찰하는 쓸쓸한 풍경, 고단한 삶의 숭고함을 담은 노인의 수레, 그리고 독도의 조화와 포옹력 등도 노래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적 화자는 자연물과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과 삶의 태도를 서정적이고 은유적인 시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각 시는 다양한 문학상 공모전에서 수상한 바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표현기법과 이미지 구현, 낯설게 하기, 즉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 박덕은(문학박사, 전 전남대 교수)

황애라의 시집 『깨달음 하나』의 시제가 암시하듯, 시인은 주체적 존재로서 실천적 삶을 살아가려 한다. 실존방식에 대한 끊임없는 갱신은 자연과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시적 상상력으로 펼쳐 보인다. 성찰과 깨달음을 통해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그의 시편들은 근원적으로 인문주의적 삶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적 자아는 생명성을 모색하며, 생명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고리로 이어지는 순환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이러한 태도는 인간 또한 그 흐름 속의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존방식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生에 대한 본질적인 대답을 구하는 황애라 시인의 자신과 세계를 공손히 대하는 태도에 경의를 표한다. - 강경호(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저자

황애라

ㆍ《문학공간》시등단(2013)
ㆍ시집『눈이집짓는연못』(2017)
ㆍ디카시집『한참을그렇게서있었다』(2022)
ㆍ시집『깨달음하나』(2025)
ㆍ국민일보신춘문예회공동기획시집
ㆍ『빛에궁굴려진계명』(2018),
ㆍ『너에게로건너가는시간』(2021),
ㆍ『초록을읽다』(2023)
ㆍ경북일보문학대전수상국민일보신춘문예수상등다수
ㆍ2017,2022,2025전남문화재단창작지원금수혜
ㆍ미목문학회시창작강사(재능기부)

목차

□시인의말·6

제1부마음그릇

마음그릇
억새
낙타등
날마다그랬으면
매미울음
송호리해변
명자꽃

하늘벽지안을나는동안
씨줄과날줄

상족암
호미곶등대
그림자
대둔산
강변에서

제2부민들레노래

민들레노래
봄까치꽃
알람시계
반쪽인채로
석류
이별
누군가는
다시,봄
이른아침
계절이몇번의옷을바꿔입을무렵
늦가을
기다리는동안
무등산
독도-작지만큰섬
가을비오는날

제3부깨달음하나

깨달음하나
살면서
온도
풀의각성
계절끝에서
옷장정리
노부부
치잣꽃
자연인
어느성자의길
유빙流氷
빈둥지
흔적의그늘
유리벽
입하앞두고
달빛흐르는동안

제4부청보리필때면

청보리필때면
간절곶
정읍사오솔길
입동
시나브로
조문
불갑산가는길
구절초노래
아직은
겨울꽃
저녁거리
아버지의그늘
그리움
사과밭
수제비

작품론
황애라시인의제2시집출간을축하하며/박덕은

출판사 서평

▣작품론

황애라시인의제2시집출간을축하하며

-박덕은(문학박사,전전남대학교교수,문학평론가)

황애라시인은문예창작반인한실문예창작에와서2011년6월14일첫시「향수」를발표했다.이후필자가지도교수로있는부드런문학회에매주한편씩성실히꾸준하게시창작품을발표했다.
황애라시인은국민일보신춘문예수상(2015년3월)을비롯하여,비바비문학상(2015년6월),하동국제문화제문학상(2015년9월),한양대ERICA문학상우수상(2015년10월),한민족통일문예제전문학상(2015년10월),제2회경북일보문학대전문학상(2015년10월),충주문학관문학상왕중왕전우수상(2015년12월),빛창문학상(2016년2월),안양창작시문학상(2016년5월),용아박용철전국백일장시부문(2016년6월),나주예술문화상(2016년10월),용아박용철백일장시부문(2017년6월),한민족통일문예대전문학상(2017년9월),가락시장공모전문학상(2018년3월),예술문화상문학상(2018년11월),서울지하철문학상(2019년8월),박덕은전국백일장문학상(2019년11월),동서문학상맥심상(2020년10월),삼행시문학상동상(2021년4월),부천시문학상우수상(2021년5월),대덕백일장장려상(2021년6월),인성의향디카시문학상장려상(2021년11월),독도문예대전특선(2021년11월),노계문학상특별상(2021년12월),남명문화제시화문학상산해정인성문화진흥회상(2022년6월),제1회김해예총시화전문학상문예상(2022년6월),제6회경남고성국제한글디카시장려상(2023년5월),치유문학상시부문우수상(2023년8월),디카시문학상(2023년12월),평택사랑전국백일장차하(2025년6월)등을연달아수상했다.
황애라시인의첫시집은제1부목사골오일장,제2부책갈피단풍,제3부너도바람꽃,제4부어쩌면,제5부당신의뜨락으로구성되어있다.
첫시집에이어,도전하는두번째시집,과연그세계는어떻게펼쳐질까.
그리고,황애라시인의시표현기법은어떠할까.
자,지금부터그녀의작품세계로들어가행복한탐구를시작해보기로하자.

노인의마당에는모판의모가가득하다
물이부족해논으로갈수없는모는
작은모판에서주인의마음만애타게한다
작약꽃시드는데붉은장미더욱흐드러지고
모도그새많이자랐다

바람의밀린잠이나른하게달라붙는오후
봄날과초록은슬금슬금제키를높이며
푸른연대기쓰기위해
마르지않는햇살끌어당겨
맑고환한등타고오른다

비가오지않아논에댈물이없다며
속이타들어가는노인은
비가오지않는하늘과
쓰러진아내의얼굴을번갈아바라본다
무심한기다림만타들어가고
여름창문힘겹게열고나온한숨이걷고있다
비올바람이한두번불었지만
비를데려오지는못했다

바닥까지쩍쩍갈라진
물의빈방들때문에
후두둑후두둑과하게흘러내리는
물의고집스런발목이
방향을탐색하듯귀에서자란다
녹음은짙어지고
아내가좋아한꽃들은한창피어대는데
이꽃들지기전에
대문으로걸어들어올것만같다
착잡한얼굴되어푸념섞인말만되풀이한다
주마등처럼스치는지난날을말하곤하지만
되돌이표처럼날아오르다허공에튕길뿐

시시때때로밀려드는어스름에멱살잡혀
무너지는그믐같은마음
말갛게씻으려고보름달빛찾는데
늙어고집스런밤은어찌된일인지
슬하에어둠만데리고있다

홀로밥을먹고아침을맞고
다시밤을맞이한다
함께한흔적희미해지고
혼자인모습이어쩌면당연한때올지도모른다
애증의순간들점점이떠다니다
밤그늘에잠긴다.
-「흔적의그늘」전문

제1회치유문학상전국공모전우수상수상작인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노인의삶과고독을중심으로전개하고있으며,특히가뭄으로인해물이부족한농촌의상황과병든아내에대한걱정과그리움을주요정서로다루고있다.시는아픔과슬픔의지층에서마주치는다양한무늬들을담아야한다.날것의느낌을시적인질감과색채로풀어내며시적인운율을입혀야한다.그리하여무음無音의활자속에서소리가들리고맛(느낌)이느껴져야한다.그러려면시적대상을조명하는시인의렌즈가남과달라야한다.평면의그림을단순한사각의프레임으로만읽지말고입체감을덧칠해새롭게탄생시킬줄알아야한다.시인의독특한시야에서상황도사물도전혀다른모습으로태어날수있다.이시는그런일련의노력들을보여주고있어눈길을끈다.시적화자는논으로옮기지못한모판의모를바라보고있다."물이부족해논으로갈수없는모"가마당에놓여있다."작은모판에서주인의마음만애타게"하고있다.발랄한봄날을열어야하는데모판은아직까지마당에있다."노인은/비가오지않는하늘과/쓰러진아내의얼굴을번갈아바라"보고있다."무심한기다림만타들어가고"있는데"아내가좋아한꽃들은한창피어대는데/이꽃들지기전에/대문으로걸어들어올것만같"은데반가운소식한점없다.생명력이느껴지는봄날에논으로옮기지못한모판의모와쓰러진아내의모습이병치되어있어애틋함이고조된다.인간의생로병사는자연스러운일이라고하지만거기서느껴지는비의는감당하기버겁다.시는감당하기힘든그벅참속으로들어가비의를탐색하며삶의본질을들여다봐야한다.그리하여비의속에서어떤깨달음을찾아야한다.시적화자는아내와"함께한흔적희미해지고/혼자인모습이어쩌면당연한때올지도"모른다며밤을맞이하고있다.어둠에잠기는노인과애증의순간들이점점이흩어져안쓰럽다.노인은마당에가득한모를보며애타는마음을달래고,비가오지않는하늘과아내의부재사이에서괴로움을느끼고있다.시적화자는과거의기억과현재의외로움이교차하는쓸쓸하고착잡한심정을자연물의변화와비유를통해서정적으로표현하고있다.

땅끝과바다는
늘접점에서실랑이한다
파도가그렇다
시작과끝은서로모호해
끝이시작이고시작이끝이된다
결국은서로껴안게된다
길잡이가필요한시간
뭉클한지점까지다시건너기로한다
하루도쉼없이보내는서로의신호
닿을수있을때까지
긴긴기다림이된다
아침이면수평선을그리워하고
어둠내리면안식할곳찾는
그접점의끝에
오늘도간절히서있다.
-「간절곶」전문

울산울주군에위치한간절곶은한반도에서해가가장먼저떠오르는곳이다.매년새해첫날이면해맞이를보기위해수많은이들이찾는대표적인명소이다.이곳은포항호미곶보다1분,강릉정동진보다5분정도일찍해가떠오른다.간절곶(艮絶串)의곶(串)은육지에서바다를향하여돌출된경우붙여지는이름이다.
'울주이바구시수필공모전장려상'수상작인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간절곶을배경으로땅끝과바다의관계를고찰하고있다.시적화자가바라보는"땅끝과바다는/늘접점에서실랑이"하고있다.무엇때문에실랑이를하는지알수없으나접점에서늘실랑이하고있다.시적화자는실랑이하는그상황을파도에대비시킨다.파도를통해실랑이하는상황을극대화시키고있는것이다.파도의"시작과끝은서로모호해/끝이시작이고시작이끝이된다"고말하고있다.결국파도의시작과끝은"서로껴안게된다"며결론을맺는다.화자는다시접점에서실랑이를하고있는땅끝과바다로돌아가서길잡이가필요하다고말한다.이를위해"뭉클한지점까지다시건너기로한"다.인생을살다보면어떤문제가발생해우왕좌왕할때가있다.꼭문제가발생하지않더라도내면의갈등으로길잡이가필요할때가있다.하지만인생의정답은없기에각자자신에게맞는답을스스로찾아야한다.우리도화자처럼"뭉클한지점까지다시건너"가야한다.그지점에서"쉼없이보내는서로의신호"에귀를기울여야한다.신호가가슴에"닿을수있을때까지/긴긴기다림"을인내해야한다.그리하여주고받는서로의신호를해석하면서자신이걸어가야할방향을정해답을찾아야한다.시의끝부분에서시적화자는"아침이면수평선을그리워하고/어둠내리면안식할곳찾"는다.이지점에서그리움을찾아떠나는우리의아침이보이고집으로귀가하는사람들의뒷모습이보인다.이시는서로에게끊임없이신호를보내며닿기를바라는'긴긴기다림'이주요정서로다뤄지고있다.특히,파도가상징하는시작과끝의모호함과결국서로를포용하게되는접점의역설적인상태를묘사하고있다.시적화자는수평선을그리워하고안식할곳을찾는간절한지점에서현재의모습을응시하고있다.

태양은작열하여
구월의허리지나고도
정수리와얼굴불같이쪼아댄다

상사화활활타오른다
바닥벌겋게물들이고도
한창피어내고있다

새순의옹알이끝나고
그잎푸른강물이루더니
길목마다열병앓듯온통붉다
이리뜨겁게말하려고가슴밭에묻어두었나

목젖다넘기지못한말
들불처럼번져오는데
그곁지나칠때면덩달아늪에빠져든다

하늘아래신열앓듯
다시
묵혀둔침묵쏟아낸다

화려함에취해
한철건넌후
흔적없이잎다문다해도

또다시
꽃대세우며
이꽃길걷는다.
-「불갑산가는길」전문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공모전(영광21신문사)수상작인이시에서의시적화자는9월의뜨거운태양아래에서불갑산에활짝핀상사화의모습을생생하게묘사하고있다.꽃무릇은수선화과Lycoris속에속하는알뿌리식물로우리가흔히아는상사화랑한집안식물이다.그래서통상상사화라불리지만상사화와는다르다.가을이면붉은융단처럼산야를물들이는꽃무릇이있고여름끝자락은은한분홍으로피어나는상사화가있다.꽃무릇은붉은빛을띠고상사화는분홍색등의계열로부드러운인상을준다.또꽃무릇은꽃이먼저피고꽃이진뒤10월부터잎이나는데,상사화는잎이먼저돋고여름초에잎이시들면8월부터꽃이핀다.잎과꽃이시차를두고각기달리돋는구조때문에두식물모두서로를그리워한다는상징으로상사화라불린다.영광불갑사일원에서매년상사화축제를열고있는데,꽃무릇은사찰과인연이깊다.불교적의미로꽃무릇은피안화라불리는데망자의영혼이극락으로가는길을인도한다고한다.또꽃무릇구근에서얻은녹말은불경제본,탱화제작등에쓰인다.
시적화자는불갑산으로가는길에상사화가활활타오르고있는모습을본다."바닥벌겋게물들이고도/한창피어내고있"는상사화.한낮의태양은"구월의허리지나고도/정수리와얼굴불같이쪼아"대고있어더운데상사화는활활타오르고있다.그정경이"길목마다열병앓듯온통붉다"고한다.마치상사화는무언가를간절하게"이리뜨겁게말하려고가슴밭에묻어두었나"라는생각이든다.그리워하는님을만나고싶다는울부짖음일까,아니면떠난님의극락왕생을기원하는기도소리일까."목젖다넘기지못한말/들불처럼번져오"고있다.시적화자는지상을붉게물들이는상사화를보며,마치열병을앓듯뜨겁게피어나는꽃의강렬한생명력에압도되고있다.상사화의붉은모습은가슴에묻어두었던말이나묵혀둔침묵이들불처럼번져나오는것에비유되고있다.또이꽃길을걷는사람역시그화려함에깊이매료되는심정을표현하고있다.결국이시는꽃이진후에도다시꽃대를세우며돌아올상사화의순환적인아름다움을노래하고있다.

한철물들이다가
알알이맺혀휘어지다가
다품고도보일수없는마음만
채우고채워
슬며시터뜨리는
붉디붉은열망.
-「석류」전문

제10회시(市,詩)활짝공모전(부천시)우수상수상작인이시는석류를붉디붉은열망으로해석하고있다.시는발상의전환이있어야한다.구상을추상으로,추상을구상으로,유기물을무기물로,무기물을유기물로뒤집어서생각해야한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