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도 아플 때가 있어요

해님도 아플 때가 있어요

$13.00
Description
강나루 시인의 동시에는 사물이나 생명이 아닌 것의 본질과 본성을 규명하는 시편들이 다수 있다. 흔히 많은 시인이 형상화하는 것은 아동들의 삶이지만, 강나루 시인의 「세탁기」, 「신발」, 「물」, 「개발자국」, 「저수지」는 사물이 지닌 내면의 본질, 즉 또 다른 진실을 모색한다. 이것들은 생명을 가진 것들이 아니지만, 시인에 의해 생명을 얻고 인격이 부여된다. 당연히 아동의 눈높이에 알맞게 하기 위한 의인화법이 구사된다.
저자

강나루

·1989년서울출생
·조선대학교국어교육학과졸업
·동신대학교대학원한국어교육학과졸업
·한양대학교대학원국어국문학과박사과정재학중
·2020년《아동문학세상》동시등단
·2020년《에세이스트》수필등단
·2020년《시와사람》시등단
·2025년《월간문학》문학평론등단
·김현승젊은시인상수상
·전국계간문예지작품상수상
·시집『감자가눈을뜰때』
·에세이집『낮은대문이내게건네는말』
·동시집『백화점에여우가나타났어요』
『해님도아플때가있어요』
·연구서『휴머니즘과자연의수사학』
·현재《시와사람》부주간겸편집장

목차

해님도아플때가있어요_차례


시인의말


1할아버지,어딜가셨나
세탁기ㆍ18
할머니의다리미질ㆍ20
가족ㆍ22
다짐ㆍ24
머리카락ㆍ26
노래하는할아버지ㆍ27
할머니는나를귀찮게해ㆍ28
할아버지의의자ㆍ30
할아버지,어딜가셨나ㆍ32
아이가된할머니ㆍ34
신발ㆍ35

2산과강이울고있어요
약오르지ㆍ38
사라진스님ㆍ40
산과강이울고있어요ㆍ42
풍경화를그리는하느님ㆍ44
사람들은자꾸만길을내요ㆍ46
해님도아플때가있어요ㆍ48
폭포는소리의어머니ㆍ50
개발자국ㆍ52
산불ㆍ53
물ㆍ54

3봄날,오후세시무렵
처음자전거탄날ㆍ58
봄날,오후세시무렵ㆍ60
눈을밟으면ㆍ62
부활절ㆍ64
큰그릇ㆍ65
만국기처럼ㆍ66
연과물고기처럼ㆍ68
연ㆍ70
수도ㆍ72
바다도감정이있다ㆍ74

4아이를찾고있어요
아이를찾고있어요ㆍ78
큰산ㆍ80
들밥ㆍ82
빈저수지ㆍ84
어느날갑자기ㆍ86
우리나라이야기꾼ㆍ88
옛날이야기책을읽고ㆍ90
1년의자식들ㆍ92
문무대왕ㆍ96

|작품론|
생의본질을깨우쳐주는생각하는동시/강경호ㆍ100

출판사 서평

작품론

생의본질을깨우쳐주는생각하는동시

강경호(시인,한국문인협회평론분과회장)


1.
동시문학은아동이성장하는데올바르게안내하기위해아동의정서체계가균형과조화를이루게하는문학적효용성이있다.심성을올곧고풍성하게하고인간적인기초를다지게하는역할이있다.
변모하는현실과맞물려사랑과꿈을추구하는동시문학역시언어의변모에관심을가져야한다.환경파괴와인간성상실,그리고인간의탐욕에대응하는생태학적상상력의동시와인문주의가여전히유효한때이다.또한첨단디지털사회를살아가는새로운동심의표정에도시선을돌려야한다.세계와소통하면서자신의목소리를바탕으로한동심주의,존재변환의시적태도로오늘우리동시는도전받고있다.
오늘날우리동시의한켠에는여전히‘동심천사주의’와‘생활동시’가독자들을외면하게하는지점이있어아쉽다.아동들에게사랑과꿈을심어주기위해서는어린이들의삶을미화하고보이는것만형상화하는기존의매너리즘에서벗어나야하는과제가있다.
강나루시인의동시는기존동시의문법을벗어나신인으로서의패기와자신만의목소리를내고있다.이런측면에서그의가장큰미덕은현실과환상을균형있게조화시키는점이다.시적발화를아동의시선에서하되,현실을뛰어넘어환상성을적극활용함으로써상상력을확장한다.그러므로그의동시는다양한메시지를담아흥미를유발하고현실을뛰어넘는이상성을지향한다.진정한동심의세계로시를이끌어가는것이다.
이러한시적형식은첫동시집인『백화점에여우가나타났어요』에서줄곧보여준강나루시인만의독창성으로,두번째동시집인『해님도아플때가있어요』에서더욱내밀하게펼쳐지고있다.
첫동시집은생태학적상상력에기반한작품들로,인간의탐욕으로파괴되고왜곡된자연의모습,생명의아름다움,생명을가진것들에대한연민에천착하였다.그러나이번동시집에서는성장성,가족애,사물에대한새로운해석,사물의의인화를통한감각화,생명성탐구등다양한시적프리즘을보여준다.
이른바성장시라할수있는시편들에서는성장과정의내적경험을통해새로운세계로의이행을형상화하였다.여기에는반드시도전과모험이수반되기때문에용기있는동심의세계가그바탕이된다.
가족애를그린작품들에서는사랑과연민을통해가족의소중함과가치를일깨우고,시적대상을바라보는화자의시선에서시인이지향하는따스함이느껴진다.
강나루시인의시적특질인사물에대한새로운해석과감각화는사물에생명성을부여한다.이때시적장치는의인화법으로,대상을인격을가진존재로탈바꿈시킨다.

2.
인간은끊임없이성장한다.태어나는순간부터더나은세계를지향하며인간이마땅히지녀야할다양한덕목을통해내적결핍을채워간다.특히아동은마라토너처럼멀고힘겨운길을가야하므로인간다운품성과정신적근육을길러야무사히목적지에도달할수있다.아동기의정서적체험과경험미학을올곧게세우고우리사회가요구하는성숙한존재로성장하기위해서는마음의양식인정신성을지녀야한다.
동시는동심(童心)을질료로한문학형식이다.모든예술의가장밑바탕에있는동심이역사시대에들어서며본격적으로상실되었고,그동심을회복하는일은요원하다.‘선(善)과악(惡)’의대립구도로이어져온역사는오늘날효율성과성과주의의도구로인간을전락시켰다.이러한시대에아동들도자본주의에잘적응하는도구로변모하고있는것이사실이다.인문주의를바탕으로꿈과용기,패기를지닌바른인간으로성장시키기위해서는그에너지가되어주는동심이간절하다.

연을띄우면
내마음도둥둥뜬다

바람이거셀수록
연줄을쥔
손에힘이간다

연이나를잡아끌수록
올챙이처럼꼬리를흔들며
연은높이오른다

비행기
타보지못했지만
내가만든연
내가띄운연
비행기가된다
나도하늘을난다

세상이내려다보인다
산과들판
마을이내려다보인다
어느새
나도연이된다.
-「연」전문

이작품은아동들의생체험에환상성이접목되어강나루시인의시적특성을잘보여준다.시적화자인아동이연을띄우고있다.“바람이거셀수록”연줄에더강한힘이느껴진다.연과화자를잇는연줄이둘사이의연결고리이면서바람이라는또다른힘이작동한다.그러므로연과화자,그리고바람이서로조응하며연이비상하게된다.이지점에서중요한공간이‘하늘’이다.‘하늘’은연이존재할수있는터전이기때문이다.이처럼하늘은연과화자의역학작용을가능하게하는공간으로이작품의배경이된다.‘하늘’은비행기가이동하는길이며,동시에세상을내려다볼수있는공간이기도하다.“연을띄우면/내마음도둥둥”뜨는이유는연이바람을타고높이오르기때문인데,“바람이거셀수록/연줄을쥔/손에힘이”가는역학작용은갈등이아니라,화자의꿈을싣는시적상관물로작동하여결과적으로연을통해자신의욕망을실현한다.연이높이오르는상황을화자는“내가만든연/내가띄운연/비행기가된다”고비약한다.
비행기를타보지못한화자는마침내비행기가되어세상을내려봄으로써꿈을이룬다.화자가서있는곳은지상이지만연을하늘에띄워하늘높이오르게함으로써자신의꿈을구현한다.그과정에서주목되는환상성의비유방식이화자의의지를보여준다는점에서강나루시인의시적개성이드러난다.

친구들이자전거를타고
골목길을씽씽
잘도가는데
나는자전거타는일이무섭다

아빠가자전거뒤에서잡아줘도
엉덩이와자전거가따로놀아
자꾸넘어진다

무릎이깨지고
팔꿈치에멍이들어
다시는자전거타지않을래
다짐을하다가

죽기아니면살기다
페달을밟으니
어어,하늘이출렁이고
자꾸만길들이
내게로달려온다.
-「처음자전거탄날」전문

이작품또한화자의용기와꿈을발현하고있어주목된다.자전거타기는보편화된일상으로누구에게나통과의례적인과정이다.그러나자전거를배우는일은쉽지않다.용기와의지가필요하기때문이다.“친구들은자전거를타고/골목길을씽씽/잘도가는데/나는자전거타는일이무섭다”고한다.둥근바퀴로움직이기때문에넘어지는것에대한두려움때문이다.연습할때“아빠가자전거뒤에서잡아”준다.넘어지지않게하기위해서다.그런데“엉덩이와자전거가따로놀아/자꾸넘어진다”.그러므로“무릎이깨지고/팔꿈치에멍이들어”포기하려한다.그러나“죽기아니면살기다/페달을밟”는다.
인간의삶은모험과실패의연속이다.꿈을이뤄가는과정이순탄하지않기에성취감이더욱크고보람차다.이작품에서‘아빠’는보다안전하게자전거를배울수있도록돕지만,결국중요한것은화자의용기와의지다.“죽기아니면살기다”에함축된의지에의해마침내“어어,하늘이출렁이고/자꾸만길들이/내게로달려온다.”스스로자전거를탈수있는상황에이른다.마지막연에는결의를다지는결기가깃들어있으며“하늘이출렁이고”“길들이/내게로달려온다”에서보듯매우감각적이다.자전거가질주하는동세를역동적으로묘사함으로써극적인시적효과를강조한다.
이밖에성장성을노래한동시는「연과물고기처럼」,「다짐」등여러편이있다.「연과물고기처럼」에서는바람을피하지않고거슬러하늘로올라가는연과‘물길이세찰수록더욱힘이세져물길을오르는’물고기의역설이지닌강인한투지와정신성을통해화자의의지가드러난다.
「다짐」은“엄마아빠말씀잘듣고/동생과싸우지않고/친구들과잘지내겠다는다짐”을일기장이나편지에썼다가“오늘학교에서/부모님께쓰는편지에”“착한사람이되겠다고쓰려다가/자꾸만어기는약속때문에/마음속으로만다짐”한다.지금까지지키지못한다짐을또다시편지에쓰려다그만둠으로써시적진정성을획득하고설득력을얻게된다.
살펴보았듯이강나루시인의동시는기존의말하는방식을거부하고보다내밀한주제의본질을잘드러낸다.

3.
아동에게가족은세계로향한출발이면서세계를바라보는창구이다.더불어세계의전부일수있다.그러므로유년의정서적체험은일생을살아가는데필요한자양분을축적하는계기가된다.오늘날자본문명이극도로발호하는시대에가족의개념도변화하였고,전통적인가족구성이붕괴되며1인가구가보편화되고있다.이러한때일수록혈연을중심으로관계를맺고살던농경사회의미덕들이그리워진다.자본주의시스템이작동하는현대에이르러청년들이살기에는팍팍해진사회구조속에서인문주의적휴머니즘도아쉽고,탈근대를꿈꾸기조차어려운토대가청년들을불모지대로내모는것도사실이다.
강나루시인은유년부터조부모와부모를포함한삼대가모여사는대가족제에서성장하여,가족애가온몸은물론정신속에배어있다.이러한배경에서그의동시는생체험적발화를하기때문에가족애의감각이설득력과진정성을갖는다.

우리집현관에
엄마아빠신발과
나와동생신발이
가지런히놓여있어요

우리집빨래줄에
엄마아빠옷과
나와동생의옷이
사이좋게펄럭이고있어요

우리집사진틀에
엄마아빠결혼사진과
나와동생의돌사진이
정답게웃고있어요

아침저녁식탁앞에
엄마아빠숟가락과젓가락
나와동생의숟가락과젓가락이
나란히놓여있어요.
-「가족」전문

단란한가족관계를신발이“가지런히놓여있어요”,옷이“사이좋게펄럭이고있어요”,돌사진이“정답게웃고있어요”,젓가락이“나란히놓여있어요”라고정황만보여주는이작품은시적형상능력을유감없이드러낸다.특히우리동시단의많은동시가정제되지않은언어로장황하게설명하는경우가많은데,이작품은“현관에/엄마아빠신발과/나와동생신발이/가지런히놓여있”다거나,“빨래줄에/엄마아빠옷과/나와동생의옷이/사이좋게펄럭이고있”다고함으로써‘행복한가족’임을굳이설명하지않아도충분히메시지를전달한다.
결혼사진,돌사진이정답게웃고,식탁에온가족의숟가락과젓가락이나란히놓여있는모습에서도건강하고아름다운가족의모습이선명하다.즉이작품은‘신발’,‘옷’,‘사진’,‘숟가락·젓가락’의시각적이미지를통해‘가지런히’,‘사이좋게’,‘정답게’,‘나란히’가함의하는표정을행복한가정으로치환한다.
그리고‘현관’,‘빨래줄’,‘사진틀’,‘식탁’등집안의공간과가구가평범한사물이지만,적절한언어구사와배치로가족애를드러내는상관물이되며시적의미가가볍지않게구축되었다.형식과언어의조형성에능숙함을짐작게한다.
「할머니는나를귀찮게해」에서는손주를어여삐여기는할머니와이를귀찮게여기는조손관계를통해건강하고활력이넘치는가족애를형상화한다.

가난하게살았던할머니는
사람을보면
무조건음식을내미신다

장사꾼이와도
거지가와도
밥먹고가라고하신다

할머니가내민음식을
다받아먹은아빠는
자주배탈이나신다

내가공부하고있을때도
할머니는음식을내미시지만
아빠처럼배탈나기싫어
도망을간다

그래도할머니는
쫓아다니면서
내입에음식을들이미신다.
-「할머니는나를귀찮게해」전문

1인칭화자의시점인이작품은‘나’로지칭되는화자의시선에의해정서가펼쳐진다.제목「할머니는나를귀찮게해」가말해주듯아직철이덜든화자의정서가작품을지배하고있음을알수있다.그럼에도따스한할머니의인정어린마음이엿보인다.즉다정하고자상한할머니와,그사랑을부담스러워하는‘나’가대척점에있지만,할머니는할머니답고‘나’는어린이답다.누군가의마음을저울에달수는없다.이러한구도를통해따스하고행복한가족애를강조하는시인의상상력이,시적조화와균형감각이매우뛰어남을보여준다.
작품속할머니는사람들에게음식을내밀고,장사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