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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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능자 시집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최근 시인의 축적된 경험들이 여러 가지 시적 경향으로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애는 단연 그의 가장 큰 관심이다. 전통적으로 어머니는 그리움과 사랑, 희생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김능자 시인의 시에서도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준 존재이자, 연민과 애도의 시선으로 다시 불려오는 존재로 자리한다.
그의 주된 시적 소재는 ‘고향’이라는 장소성이다. 그가 고향에 대해 깊이 천착하는 것은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고향이 그리움을 유발시키는 까닭이며 많은 서사를 간직한 장소성을 띠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유년의 고향은 물론 현재에 만나는 고향에 대한 친연성과 정감을 드러낸다. 이번 시집에서 주목하는 것은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현한 작품들이다. 2014년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세월호 사건’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며 특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처지에서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이처럼 김능자 시인의 시는 삶의 경험을 미학적으로 서정화하며, 시인이 지향하는 세계관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세계와 소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개성을 지닌다. 그리고 그의 시적 미덕은, 오늘날 점점 난해해지고 있는 우리 시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친화력을 지니고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 강경호(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저자

김능자

ㆍ1994년《문학춘추》시신인상
ㆍ1994년《수필과비평》수필신인상
ㆍ1999년《아동문예》문학상수상
ㆍ광주시인협회이사
ㆍ금초문학회장역임
ㆍ문학춘추부회장역임
ㆍ전라수필회장역임
ㆍ시집『하얀민들레』
ㆍ동시집『청새알』
ㆍ수필집『세월의숲』

목차

누군가내이름을불러주었다/차례


□시인의말


제1부까치놀

까치놀
자갈밭에서
사모곡
낯익은목소리
이제그만
어머니의말씀
돌강변에서
새봄이오나봐요
오월단옷날
빈도시락
산에잠든외할머니
뽕밭사잇길
일요일엔삼남매내외와함께
양귀비일곱송이
어버이날생각
일기예보
우리할머님
지난밤꿈결에
해질녘
마중물1
마중물2


제2부그곳에가면

그곳에가면
고향생각
고향에서
꿈이서린고향
고향들녘
모시상보
샛별
어떤연가
화순도곡온천
우리나라꽃
탱자꽃
담장에피는꽃
국화빛그리움
방긋웃고있다
꽃은사철피어나
동그란송이에
천금채千金菜
춘란
어떤초상
송덕비


제3부봄비내리는날

봄비내리는날
봄언저리
봄향기
봄소식
봄이오면
춘분春分
봄날에
하지夏至
입추언저리
가을길섶에서
가을문턱에서
가을언저리
시월의저물녘
신문한조각
어느가을
폭풍우지나간후
삶의향기
초승달
장마
밤피리소리


제4부노란리본

노란리본
단벌뿐인목숨인데
세상에이런일이
아직도아직입니까
기다리는마음
슬픈고양이들
김향자추모시
어느날
할미꽃
거기가보니
그사랑아시리
보성읍용문길
아기손톱
6.25를맞아
그리움
그리운마음
사랑의전설
일상에서
바늘허리는매쓸수없어
세상사별거던가

|작품론|
지나간날들에대한회억과그리움의미학/강경호

출판사 서평

지나간날들에대한회억과그리움의미학


강경호
(한국문인협회평론분과회장)


1.
“문학은현실을반영한다”는명제는그만큼문학이경험을바탕으로한미학임을말해준다.사람마다살아가는방식이다르고지향하는지점이다르기때문에문학이라는형식과내용이작가마다변별력을갖는다.
김능자시인의시는자신이경험한시간이응축되어있다.특히노년의시간을보내고있는그의작품들은현재의시점에서바라보는,유년에서현재에이르는수많은경험이다양하게소환되고있다.뿐만아니라축적된시간위에시인특유의정서와사유가덧입혀지며시적메시지로형상화된다.
이번시집『누군가내이름을부르고있다』는최근김능자시인의축적된경험들이여러가지시적경향으로나타난다.그중에서도어머니를비롯한가족애는단연그의가장큰관심이다.전통적으로어머니는그리움과사랑,희생의상징으로인식되어왔는데,김능자시인의시에서도어머니는자식을위해자신의삶을내어준존재이자,연민과애도의시선으로다시불려오는존재로자리한다.
이와더불어그의주된시적소재는‘고향’이라는장소성이다.그가고향에대해깊이천착하는것은어머니와마찬가지로고향이그리움을유발시키는까닭이며많은서사를간직한장소성을띠기때문이다.여기에서도유년의고향은물론현재에만나는고향에대한친연성과정감을드러낸다.
제3부에집약된계절의순환을형상화시킨시편들에서는‘봄’과‘가을’이라는계절에큰관심을보여준다.생명을상징하는봄은자연을주요한배경으로원초적인생명성을노래하고,가을은자연을통해시인의내면을형상화시키고있다.이는시인이지향하는정신세계에서연유한다.
이외에김능자시인이이번시집에서주목하는것은사회학적상상력을발현한작품들이다.2014년우리사회에충격을준‘세월호사건’을고통스럽게바라보며특히자식을잃은부모의처지에서분노와슬픔의감정을표출하고있다.
이처럼김능자시인의시는삶의경험을미학적으로서정화하며,시인이지향하는세계관을자신만의목소리로세계와소통하고자한다는점에서분명한개성을지닌다.그리고그의시적미덕은,오늘날점점난해해지고있는우리시의우려를불식시키고독자들에게쉽게다가가기위한친화력을지니고있어매우긍정적이다.

2.
흔히‘여성’과‘어머니’는구분되어말해진다.같은여성이라하더라도자식을잉태하고낳아기르는어머니라는존재는,인간은물론동물을포함한모든어미와마찬가지로자신의유전자를이어받은생명체를지키기위해본능적으로헌신한다.특히한국사회에서어머니는이러한본능위에문화적·윤리적역할이덧씌워지며,자신의삶을희생하는데주저하지않는존재로인식되어왔다.이러한환경속에서성장한자식들에게어머니는,세상을떠난이후에도깊은그리움과애도의대상으로남게되며,사모의정은더욱각별해진다.
김능자시인의시편에어머니를향한그리움과뜨거운마음이유독많이표출된것은유년기에서부터어머니가세상떠날때까지베풀어준인정이특별하였기때문일것이다.
「자갈밭에서」는생전에밭을일구시던어머니를떠올리며그리워하는시적화자의마음이잘드러나있다.

해마다봄이오면
척박한자갈밭에
씨앗을뿌리고모종을심으시던
어머니생각

어스름한새벽녘쪽빛차맛자락
바람결에휘날리며
종종걸음으로걸어가시던
그모습이사무치게보고싶네

어정어정칠월이가고
보름달이둥둥떠오르는팔월
가을의문턱에서해가서산으로기울면
내눈시울은붉어지고

푸른잎사귀들이나래를접고
밤새내려앉은풀물든이슬방울이
메뚜기들의속날개에젖어들면

자갈밭을부릅뜬눈으로지켜보며
삐딱하게서있는허수아비들
새들도부러운듯비켜가곤했네.
-「자갈밭에서」전문

세상떠난어머니를향한시적화자의윤리감각이돋보이는이작품에서시적화자는“척박한자갈밭에/씨앗을뿌리고모종을심으시던/어머니생각”에젖어있다.농부가봄날전답에씨앗을뿌리는일은당연하지만,이작품의기표이면에서는자식과가족을위하는어머니의마음이읽힌다.‘척박한자갈밭’이암시하듯결코넉넉한살림살이가아니기에어머니의‘씨뿌리기’는매우고통스럽고헌신적이다.“어스름한새벽녘”이면이른시간이어서편히쉬지도못하고자갈밭에씨를뿌리는어머니의마음이어떠했는지를짐작하게한다.그러므로유년의어머니를회상하는시적화자의마음속에서“종종걸음으로걸어가시던/그모습이”“사무치게”다가오는것이다.“보름달이떠오르는팔월”이지나척박한밭에나가일하시던어머니는“가을의문턱에서해가서산으로기”우는때까지노동의수고를멈추지않았을것이다.시적화자는어린마음이어도“눈시울이붉어”진것이다.가족사중특히어머니의삶은가족을위해태어난것처럼‘자갈밭’으로상징화된곤궁한집안을위해자신의일생을바친것임을유추할수있다.
어머니를그리워하는김능자시인의시편들은주로돌아가신이후의심사가많이나타난다.「이제그만」에서는“마지막흙한삽뿌려얹고”집에돌아와함께지냈던“아랫목에흘린세월쓸어안고있었습니다”라고당시를떠올린다.여기에서‘아랫목’은방안에서제일따스한공간으로늘자식들을위해마련한어머니의마음을나타내는표지로읽을수있다.시인은저녁무렵서녘하늘이붉게물들면“지석강가자갈밭에”서곤하는데,“해설피강물살징검징검/오시던빈그림자”와“손사래만아련히스러지”곤한다.이승과저승의경계인‘저녁놀붉게물든’서방정토에계실어머니를그리워하는화자의안타까운마음과가슴에사무쳐오는슬픔이아프게다가온다.
김능자시인에게어머니는생전에그랬듯이세상떠난이후에도여전히시인의삶에깊숙이들어와있다.

마음을둘데없을땐꽃한번만져보고
서러움이밀물지면깊고푸른하늘을바라보며
억울하고분할땐어머니를부릅니다

가다가막다른골목에서면
뒤돌아보고벼랑을내려다보고
어쩔까,되돌아갈까,강폭에뛰어들까

그때마다
저만치서부르는귀에익은소리
아련히들려오는어머니목소리
한사코어머니목소리를붙잡고갑니다.
-「낯익은목소리」전문

인간은누구나희로애락의감정을경험한다.이러한정서에젖을때마다그것을표현하는방식은모두가다른형태이다.감각은정신을나타내는표정으로마음이어떠한지를보여준다.주지하다시피‘정서’는정제된감정으로서정시의중요한요소이다.그러므로시를‘정서’와‘사상’을담아내는문학형식이라고하는것이다.
시적화자는“마음을둘데없을때”“서러움이밀물지면”,그리고“억울하고분할때”를경험하면서“꽃한번만져보고”,“깊고푸른하늘을바라보”고,“어머니를부”른다고진술한다.시적화자의감정은마음이편한상태가아니다.그럼에도이작품이서정시로서의품격을지킬수있는것은감정을정서화했기때문이다.
살아가면서‘막다른골목’으로은유화된출구가막힌아득한상황에처할때“뒤돌아보고벼랑을내려다”보기도한다.지난날을생각하기도하고,‘벼랑’이라는위기에처한처지에대해절망하는화자는“어쩔까,되돌아갈까,강폭에뛰어들까”수많은생각을하며고뇌하기도한다.심지어는“강폭에뛰어들까”가말해주듯자신의생을마감하고자하는지경에이르기도한다.
“그때마다/저만치서부르는귀에익은목소리”는“어머니의목소리”이다.살아가는일이버거워도저히버티기어려울때떠오르는어머니의모습에서마음이여려지고가장순수한마음으로되돌아가생의의지를다시회복하고자한다.그래서시적화자는“한사코어머니목소리를붙잡고갑니다”라고말하며,생의의지를다진다.비록어머니는세상에안계시지만,그목소리는여전히삶의방향을가리키는나침반으로기능하는것이다.
생의방향을가르쳐주는일은어머니가계셨던시인의유년에서도작용하곤했는데,「어머니의말씀」에서잘나타난다.“잠잘땐”“양손살포시/가슴에올려놓아라”,“발은항상따뜻해야하니/이불속에묻고”가바로그것이다.
그리고「새봄이오나봐요」에서는노년의시간을살아가고있는시인이새봄이오고있지만,“겨울인지봄인지잘모르겠네요”,“예전같지않게말들이잘안떠올라요”에서보듯육신의노화와함께분별력이희미해지는최근의일상을어머니에게하소연한다.그리고“밖에서못다한것들다시해보자하지만/과연내가잘할수있을까요.”라고이승에없는어머니에게길을묻는다.

3.
서정시는불화에서화해로,절망에서희망으로나아가며,유년이나고향에서간직했던순수한마음이세상살이를거치는동안훼손되었을때,그마음을헹구고자하는정화기제의역할을수행하는것이본질이다.그리고앞에서살펴보았듯이,어머니나아버지와함께했던때를상기하며그러한시간과공간으로회귀하고자하는욕망또한서정시를쓰는중요한이유가된다.기독교적관점에서아담과하와가유토피아적공간인에덴동산에서추방된뒤끊임없이그곳으로되돌아가고자하는의지는,훼손되지않은인간의가장순수한지점으로회귀하고자하는이성을지닌것이인간의본능이라고한칼융의사유와도다르지않다.
김능자시인의이번시집에는손상되지않은원초적대상으로‘고향’이설정되어있다.이는앞에서살펴보았듯이,시인이현재살고있는공간이이미타락한모순과결핍의장소이기때문이다.그러므로시인은끊임없이유토피아적공간인‘고향’을상기시키며,그곳으로회귀를시도한다.그러나현재의공간은수십년전의공간이아니다.이미변해버린고향이다.시인의고향은오직마음속에만남아있어,그곳을더욱그리워하고안타까워하게되는것이다.이러한시인의감각은결과적으로,옛고향을통해유년의순수를회복하고자하는데로나아가며,이것이바로김능자시인의고향시편들이지닌핵심정조라할수있다.

동구밖도랑에선송사리떼노닐고
뽕나무사이길섶양지녘언덕바지
새하얀찔레꽃이꽃구름피워내면

한아름따다아낙들이떡을빚던곳
사월이성큼지나칠월이다가오면
누에는섶에올라새하얀집을지었는데

새콤한오디를따먹던아이들
어디에서무엇하며살까
실끝에매달린번데기지금도생각하는지

뽕잎이꽃비단되기위해
봄가을짙푸르게피워내던
내어린꿈이서린곳

오월단옷날엔그네가하늘을날고
가을엔쑥부쟁이들국화흐드러진곳
청솔다람쥐상수리가지를타고있을까.
-「꿈이서린고향」전문

“동구밖도랑에선송사리떼노닐고/뽕나무사이길섶양지녘언덕바지/새하얀찔레꽃꽃구름피워내”는곳이시적화자의고향이었다.문명의때가묻지않은자연을간직한곳이기도하다.찔레꽃을따다가아낙들은떡을빚고,여름이면누에가새하얀집을짓는시골마을에서아이들은오디를따먹기도하였다.그러나오늘은그아이들이어디에서사는지모른다.자신의삶을찾아고향을떠나가살고있기때문이다.‘떡을빚던동네아낙들’과‘오디를따먹던아이들’은시적화자의기억속에서인정과때묻지않은동심을환기시키는중요한역할을한다.그러나지금은행방을알수없는옛고향사람들일뿐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현재의시점에서그들을떠올리는일은마음을풍요롭게하는한편,기억속에만존재하는그들의부재로인해안타까움과그리움의정서가교차한다.특히뽕나무잎이짙푸르고,단오날하늘을날던고향은장소성으로서의의미를띤다.장소성이란이야기를간직한곳으로시적화자에게추억과더불어생을지탱하게하는힘으로작용하기때문에의미가깊다.이작품속장소성은고향을기억하게하고,현재의시점에서고향을그리워하도록만드는역할을한다.더욱가치있는것은“내어린꿈이서린곳”이라고하여,시인을키운터라는것도기억해야한다.
이처럼김능자시인에게‘고향’은추억뿐만아니라자신을성장시킨곳이기도하지만,누군가가이름을불러주기도하는특별한곳이다.

옛날
고향집밤하늘에
반짝이던길잡이별
밤마다누군가가
내이름을불러주었다
유년의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