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론
서정미학과휴머니티시학의랑데뷰
노창수
(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
1.
유해상시인은전북고창에서나고창고교를거쳐조선대학교전기공학과를졸업하고전력회사에오래근무했다.고교때부터시쓰기에관심을가졌으나생활전선에서몰두하다늦깎이로2016년《한맥문학》으로등단했다.이후한국문인협회,광주문인협회등에서작품을발표하는순수서정파라할시인이다.최근에그는시창작교실을노크하면서부터관련된지식과체험을시에한창적용해가는중이다.
그의시를일람해보니,그에게시란곧자기존재를되찾기위한새로운청사진으로인식하는듯하다.이번시집에수록된작품대부분이자신의태생,가족,사회구성,그리고직장등에서겪은바그서정성과서사적에피소드를한사코새로운자세로긍정적으로끌어내고있기때문이다.
자식같은틀니한벌아흔하고셋치과,통증클리닉,신경정신과,안과를
한바퀴돌면지친하루가가뭇하다치아와말수는줄고가실에나락가마니쌓이듯
늘어가는약봉지들멈춰선시간마다깊어지는외로움세면대유리컵속에퉁퉁불은틀니한벌,생의통점이바로여기다
이즈음눈썹달은요양병원침대맡에
쇠잔한달빛을읽고있다
불러세우지못해긴가민가하는시간
다시는돌아볼수가없다
마지막정신줄을붙잡으시던그자태
마음이처연해진다
-「눈썹달」전문
이시는그흔한하늘의예쁜눈썹달모양을미화하여이야기한게아니다.어머니의틀니의모양에서가져왔다는논리를전개하기때문이다.그걸남다르게인식한게돋보이는시다.아흔셋되신어머니가가장아끼는틀니는자식과도같다.음식을씹어생명을이어주는틀이기에그렇다.그동안날이갈수록어머니의치아와말수는줄어들었다.반면약봉지는늘어만갔다.아침세면대에서보는유리컵속에퉁퉁불은어머니의틀니한벌,화자는그걸마주할때마다그것이가지런한눈썹달과같다고여긴다.소독을위해잠자리에들기전빼놓은틀니에는어머니의애틋한마음이서려있지만,그걸보는화자에게는더긴한정을묻혀내보인다.물에잠겨있지만애지중지해서인지더퉁퉁하게도비친다.그렇게보이는것,그건어머니생의통점일것이다.화자는어머니의고생한세월을그냥저냥지나쳐만왔다.후회되는그의과거를새삼불러세울수도없이지나온생이다.어머니는정신줄을붙잡으시려아침이면꼭틀니를찾아끼신다.화자는그반복되는한결같음에처연함을느낀다.하늘에나가있을눈썹달이밤새어머니의컵속으로내려오는그이치를오버랩하여시적효과를높이고있다.이같은발상은곧유해상의서정이갖는한장점이라할수있겠다.
툇마루끝에앉아
진돗개의머리를쓰다듬으며
하염없이갯가만바라보셨다문어잡이로평생노(櫓)를놓지않으셨던장인은당신마음만두고우리곁을떠나셨다연륙교가개통되던날
미동도없이엎드린
선창가진돗개한마리
장인의혼령이라도씐걸까
그안에나도어우렁더우렁
넋놓고바다를바라보았다허공너머넘놀던쪽빛바다구름한폭엔시선가둔채장인은말을아낀다
고금대교를오갈때면
내리사랑이포말처럼부풀었지만
명절이다가오는지물젖은종이배마냥
고금(孤衾)에덮인치사랑이
물밑으로가라앉는다
-「고금대교-장인(丈人)」전문
완도고금도(古今島)에서사시던장인은이제이세상에안계신다.장인은툇마루의진돗개머리를쓰다듬으며갯가를바라보는것으로소일하곤했었다.인자한그모습을화자가못내그리워하며쓴게바로이시다.화자는장인의혼령에나씐듯그곳을갈때마다넋놓고장인의바다를바라보게도된다.고금도를오갈때마다장인이베풀어주시던내리사랑으로사위는포말처럼마음이부풀던아름다운기억을가지고있다.명절때마다찾아가는처가이었지만,이제는스스로가물에젖은한종이배가된듯하다고여긴다.고금(孤衾),그러니까화자곁에장인이안계시기에장인과함께들던이불을이제는홀로덮는이불에밤을보낸다.평생다정하시던장인을생각하며못내아쉬움을안고돌아오게된것이다.장인과사위의옛‘내리사랑’이이제는오히려사위가그장인을못잊어하며장인과집을돌보는그‘치사랑’으로바뀐현실에처해있음을간곡히노래한다.그게바로시상이머무는곳이다.화자는그것을고금대교에빗대어드러낸다.고금대교(古今大橋)의시작점인고금도는사실완도군소재이다.그러나강진마량과다리로이어져생활권은강진에더가까운곳이되었다.섬의소속은완도지만완도를버리고사람들에의해마량과강진에새터를마련한것이다,화자는옛고금도에서정많은장인을뵙던시대를떠나,마량에서고금도를그리워하는그대리적‘치사랑’을상징적으로노래하게된다.
가스통바슐라르(G.Bachelard)는그의저서『공기와꿈』에서구름,바람,나무등에대한이미지에대한상상력은그들의움직임에귀를기울임으로써더욱선명해진다고했다.그때내면의울림도함께획득하게됨을말한바있다.화자는예전을일깨운장인의사랑에대해,그교호감(交互感)으로또다른형태의추억을갖는게바로대리적작용점일터이다.이시에서장인은원래고금도로부터이어온삶,그러니까바슐라르의설명대로다른이미지의형태로나아가는그서정적역동력을작동시키고있는것이다.
마른새벽부시시눈을뜨지만
정적을깨뜨리는게아니다
낯익은커피향이
서성대는어둠을문밖으로밀어낸다
혼자만의여유로운시간에흠뻑젖어
할일을메모하고묵상을한다
소소한일들이잘풀릴것만같다
희망은반드시찾아올거라고
넌지시귀띔을하는부푼태양
식어버린추억들은
수직으로솟구치는우듬지
삶의레일을탈선한회전문이멈추어선다
하지만,
뒤돌아볼겨를도없이
초바늘처럼줄곧움직여야한다
쫓기는일상에서도
놓치지말아야할게있다면
바로‘지금’이다
-「골든타임」전문
‘골든타임’이란한생명이마지막위기에처했을때구하고자하는절박한시간을대신하여이르는말이다.그러나이시에서는그런‘골든타임’을노래하지는않는다.매사일상적인그는마른새벽부터눈을뜨자곧일을시작한다.그시간에정적을깨뜨리는건없다.여느때처럼익숙한커피향이풍기는여유로운시간을즐기는것이다.그는하루의일과를메모하고성실한자신을세우기위해묵상한다.그가스스로에게변함없이약속하듯오늘도태양은희망차게솟아오른다.이처럼그의일상은수직으로솟는우듬지처럼곧다.순간,삶의레일을탈선한회전문이멈추는걸상상해보기도한다.그래서쫓기는일상에놓치지말아야할것은정작‘지금’이란소중하고도막중한시간임을새삼깨닫는다.‘지금’의이시간을어느만큼충실히살고있는가하는그돌아봄,그게그만의‘골든타임’이란것이다.그러니,사실골든타임에대한가장올바른정의를한시라고할수있겠다.
2.
다음으로그의직업과관련한시를한편읽어보기로한다.그는공사장에서일한다.함에도공사감독도현장인부도아님을그가천명하며,자신의직업적소이연을형상화해밝히고있다.그전개방식이시의기승전결을따르는절차를따르기에독자의흥미를유발하는효과도있다.
그는공사감독도아니고
현장을뛰는인부도아니다
이리저리떠도는뭉게구름처럼
공사현장을떠도는‘공사감리’다
작업전안전교육사진이나찍히는
솔리타리맨(solitary-man)
인부들이나신호수처럼
마냥몸을쓸수도없고
감독처럼사무실책상앞에앉아
모니터링만할수도없다
현장을오가지만
몸은얼어붙고마음마저식어버려
연어처럼자꾸만과거로회귀한다
식사시간만기다리는그는
앞못보는장님처럼이역만리를본다
춥고배고프고졸리기만한데
북두칠성은눈에서멀어지고
별똥별만주위에몰려든다
오늘도서류파일을들고
작업현장을빙빙거린다
생계형보다는생활형인간이기에안도의숨을내쉰다
여기까지힘껏밀어준아내에게
고마움을느끼며
‘안전이최우선’이라고소리쳐보지만
닿지못하는곳까지
희망의촉수를세우는게버겁다
뭉게구름도들이댈곳을찾는다
-「뭉게구름의실상-감리의세태」전문
앞서말한바화자의직업적상황을오롯반영한작품이다.얼핏겉으로보면그는공사감독이나현장인부라고할수있다.하지만보아하니그렇지가않다.공사현장을돌아다니며일이제대로진행되고있는지를권면또는지적하여미연의사태를예방하기때문이다.그건‘감리’라는직업이다.현장을뜬구름과같이뭉쳐몰려다니며처리하고해결하기에그는‘뭉게구름’을닮았다고도말한다.하지만그의일은정작뭉게구름처럼돈이마구피어오르는건아니다.실상은고단하고주도면밀하게추진해야할뿐이다.현장인부들에게안전수칙을지키도록교육하는일,그리고합리적진행등의중요한업무를맡고있기때문이다.그는안전교육을사진으로찍어보내는솔리타리맨(solitary-man)이기도하다.매사현장을오가며시행하기에‘연어’처럼회귀해가는게그의동선(動線)이라고말한다.춥고배고프고졸리기만하여지침을삼는‘북두칠성’도그눈에서자주멀어질만큼고되다.그만큼퇴근도늦다.그는서류파일을들고현장을주기적으로돈다.이‘감리’라는게‘생계형’이라기보다는‘생활형’이어서다소안도하기도한다.안전이공사의최우선이어서닿지않은곳까지버겁게제촉수처럼세우는것,시종의희망이자조치할일이다.사뭇시적이지않은기술자란직업적소재를시로형상화한것이다.그의이런시적능변은서서를서정에대입하는시법으로주요특징을이룬다.
3.
그의시에는희구하는휴머니티가내포된작품이상당하다.그런작품에서다음몇편을골라읽는다.시가스스로향유하는인간적인정서란그가견뎌온생활의품성에서비롯되는일이다.작물에‘북’을돋궈주는농부의마음에서사람과이웃을살피는휴머니티정분을드러낸다음작품을우선살펴본다.
얼마나많은그늘을지나왔을까
아파트청약하러이리저리몰려가는사람들
떼지어나뒹구는낙엽같다
돈만을찾아쫓기는삶이었지만
열정을다바쳐햇살을만들었지
지금은중환자실의환자들처럼
링거를달고마른몸으로이별을준비한다
햇살은그늘에서뼈다귀로남았지만
외로운노후,수족을잘리는아픔도받아들여야한다
겨울이다가오니
그늘진일들이눈송이처럼불어난다
겉옷을벗은나무뿌리에
두둑한북*을북돋아주어야겠다
소슬바람이불어온다
불알친구에게걸려온,
안부전화한통포근한햇살인양시린마음이녹는다
*북:식물의뿌리를싸고있는흙
-「북을돋다-퇴직이후」전문
이시는퇴직이후화자가행하는일상을풍자적으로노래한다.시종여일바쁜삶속에살아왔듯밝은햇빛의길보다는음습한그늘의삶을더많이지나도왔다.한때주택을마련하기위해아파트청약에기를써서몰려다니거나돈만을쫓는삶을살기도했음에서다.하지만열정을다한최선의삶이었을것이다.음울한그늘에서벗어나밝은햇살의환경을만들려고애쓴지난날이었기때문이다.이제노년,중환자처럼링거를달고비쩍마른채생의이별을준비하는시기가다가올것이다.외로운노후에이르는아픔또한받아들일수밖에없을것이다.더구나햇볕의양이적은겨울이다가오듯생에추위와그늘은밀려올터이다.겨울채비로정원사는겉옷을벗은나목의뿌리에게‘북’을돋워주기에바쁘다.이때,마침옛‘불알친구’로부터만나자는안부전화가온다.문득시린마음을덥혀주듯그의각박한삶에햇살이비쳐지기도한다.
이처럼나무에‘북’을주는정원사처럼또는그아래햇빛처럼다정하고도따스한휴머니티가그의시에흐른다.생의그늘이라는냉기류속에서도밝아지는한틈을발견하고그걸인정의구절로옮겨오는것이다.
어릴적,그이가즐겨신던신발은
바닥이늘차가웠습니다
낡아져볼품은없을지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