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 (박명수 시집)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 (박명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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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명수 시인의 시집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에 실린 각각의 시편들은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至難했던 세월과 시간 속에 머물렀던 고난과 시련에 대한 일종의 자전적 고백 형식의 시詩이기도 하다고 생각되었다.
詩란 생의 희로애락, 즉 삶의 고통과 상처와 슬픔을 압축하여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이 어떻게 아픔과 상처를 견디면서 단련되고 단단하게 성숙해 가는지,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는 어떠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박 시인의 시는 대체로 시적 전개과정과 의식의 구조 및 비유와 묘사 등에 있어서 난해한 표현들이 잘 걸러지고 문장의 표현도 일상적인 쉬운 언어들로 구성되어 독자들에 대한 의미 전달이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시가 혼자만의 감상이나 허황한 독백이 되지 않아야 할 까닭은 共感에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문장과 멋진 수사와 묘사가 있을지라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詩란 조금 읽기에 난감할 것이다. 감히 바라건대, 부디 독자들의 가슴에 항상 깊은 감동을 전하는 건강하고 탄탄한 자기만의 시 세계를 더욱 활기차게 펼쳐 나아가기를 기원드린다. - 조기호(시인)
저자

박명수

(朴命洙)

· 호 晩江
· 1964년 출생
· 2002년 한국교원대학교대학원 음악교육과 졸업
· 2016년 《대한문학세계》 겨울호 「첫눈」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 목포지부 회원
· 동시집 『아름다운 봄꽃들이 내맘에도 피었네』
· 시집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

목차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 /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
山頂에 부는 바람
첫눈
사랑
어머니
다 지나고 나면
매화 그늘에 앉아
간이역
맥문동
월출산 천황봉
바람재 삼거리
뻐꾸기
자귀나무
지배
인생
파란만장
쿠바 거리의 악사
승달산 하루재
저녁 무렵 1


제2부 산에 가서 울었네

행복
산에 가서 울었네
장애우 ○○이 엄마
한밤중의 쇼팽 녹턴 1번
아직도 내 꿈은
검은 산 실루엣
무인도
쓸쓸한 봄풍경
오월 이팝꽃
죽어불먼 말아불제
송공산에 올라
저녁노을 펜션
흔들리는 원추리
시
아름다운 학교
나폴리 카프리섬에서
제랴늄이 있는 집
외로워마라
발레부스카


제3부 시인의 길

3월 15일
가을 억새
불멸을 향해 걸어간 사람
시인의 길
해질녘 승달산에 서서
매향梅香천리 섬진강변 다압의 노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날
삶
여린 꽃잎 어이할거나
매향에 길을 잃다
절정
호로곡의 소나기
나비같은 평화
가곡 동심초를 들으며
섬진강변 나그네 창
꽃들에게 말 거는 사람
매향에 취해
꿩을 키우는 사람
그 말


제4부 봄날

홍도의 소나무
모과
봄 날
삶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오월
아모르파티
꽃의 신비
이제는 주님 인도하시는대로
꽃들에게 물었네
어머님의 말씀들
아름다운 우리집
풍경
고난을 견딘다는 것
가만히 앉아있기
왜 몰랐을까
기다림
지금 비록 우울할지라도


제5부 회상

도연명 시인이 되어
저녁 무렵 2
고난과 아름다움
검은 산 산마루
겨울밤 섬진강 산책길에서
지난 세월 뒤돌아보니
기도
눈보라
동백꽃잎이 피었다 지듯
번민의 온도를 낮추는 것들
술
봄을 알리는 소리
회상
고요
봄의 힘
고구마를 구우며
가끔씩 길을 잃었습니다
저녁 무렵 3
지금 이대로도 괜찮습니다
시인의 집
아직도 내가슴에 눈물이
꽃 속에 갇힌 그대
곧 매화가 피려하고있습니다
그대 있어
내 인생에 황혼이 오면


해설
가난과 외로움의 삶, 그 자전적 고백과 감사의 노래 / 조기호

출판사 서평

【해설】
가난과 외로움의 삶, 그 자전적 고백과 감사의 노래
- 위로와 평안의 따뜻한 이름, ‘당신’에게

조기호(시인, 아동문학가)

박명수 시인은 언제나 온화한 미소와 겸손한 태도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자상하여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평생을 교육자로, 그리고 신앙인으로 살아옴으로써 그가 지닌 너그럽고 온화한 성품은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맑고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는 ‘사랑’이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여본다면 이미 그러한 그의 자질(?)은 장차 그가 ‘시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그의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박 시인은 이미 10년 전에 문학지 『대한문학세계(2016. 겨울호)』에 ‘첫눈’이라는 시로 ‘신인문학상’을 통하여 등단하였으며, 지금까지 한국문인협회 목포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끊임없는 창작활동으로 문단의 많은 분들이 주목하고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박 시인이 몇 년 전부터(몇 번의 귀띔이 있었음) 그동안의 세월을 홀로 남모르게 써왔던 시들을 모아 소박하게나마 한 권의 시집을 내고자 한다며 그렇게 벼르던 원고 뭉치를 마침내 내미는 것이었다.
‘삶이 힘들어서 시에 기대어 살아왔습니다./ 힘들면 시 한 편 읽고 위로받고/ 또 힘들면 시 한 편씩 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시와 함께 살아온 것이 내 삶이 되었습니다.// 무슨 특별한 시 쓰기 기술도 없고/ 다른 시인들에 비해서 한없이 부족하지만/ 쉬운 말로 쉽게 내 삶을 적어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중략) / 이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 내 시를 읽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더 바래지 않겠습니다.’(‘시인의 말’에서) 무엇보다도 시를 대하는 박 시인의 겸허하고 공손한 태도가 참으로 존경스러웠고, 고마웠고 그래선지 더불어 나도 즐겁고 기뻤다. 그러나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고뇌苦惱의 시詩들을 감히 내가 나서서 언급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망설이고 사양하였으나 시가 고통의 산물이 아니라 위로의 향기가 되기를 바라는 박 시인의 멋진 행보行步에 격려의 박수를 더 한다는 뜻으로 결국 박명수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을 먼저 읽게 되었다는 점을 밝혀둔다.

1. 따뜻했고 다정했던, 그러나 외로웠던 가난의 꿈

시는 다만 멋지고 아름다운 감성이나, 혹은 고결한 비유나 상징으로서가 아닌 삶의 고단한 체험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시인이 걸어온 생生의 모든 여정 속에 존재하는 각각의 체험과 우여곡절들이 때로는 시詩의 소중한 잎이 되고 가지가 되고 뿌리가 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인의 삶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중학교 가려는 사람은 부모님께 여쭤보고 오너라.”
“너도 손이나 한번 들어봐라 형편은 안 된다마는.”

참깨 씨가 잘 안 나면 고민하셨죠
“아이고 뭇으로 우리 아덜 월사금 내까이.”

삶을 눈물로 사시면서도 늘 꽃을 가까이하신 어머니
“장미가 빨게이 이뿌등만 금방 지는구나!”

지금도 밤이면 날마다
93세 어머니와 도란 도란 옛이야기 나누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 「어머니」 전문

해마다 뻐꾸기 울 때면
생각납니다
그 옛날 산 밭에서 홀로 밭매시던
나의 어머니

사방은 온통
뻐꾸기 소리뿐인데

흰 수건에 무명저고리
푸른 보리밭 이랑에 눈물을 그렁그렁 흘리시던
그리운 나의 어머니
- 「뻐꾸기」 전문

끝내 유년의 기억 속에 떠오르는 어머니는 ‘산 밭에서 홀로 밭을 매시며 날마다 그렁그렁 눈물을 흘리시는 분’이었으며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처량한 목소리로 울어대는 ‘뻐꾸기’였음을 시인은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런 ‘궁핍’이 슬프지 않은 것은 ‘중학교 가려는 사람은 부모님께 여쭤보고 오너라’라는 선생님의 말에 ‘너도 손이나 한번 들어봐라 형편은 안 된다마는’이라고 아픈 가슴을 쓸어안는 어머니의 자식 사랑에 있다. 어둡고 춥고 막막했을 시인의 어린 가슴에 어머니의 서글픈 그 한마디는 낙망이 아닌, 아픔이 아닌, 맑고 따뜻한 어미의 피 같은 사랑 하나가 단단히 못처럼 박혔을 것이다, 그러나 문장의 행간에서 외로운 독백처럼 여겨지는 또 다른 시들을 읽으면서 시인의 녹록하지 않았을 삶의 여정이 서서히 궁금하기도 하였다.

모든 은행대출길이 막히고
모든 사람에게서도 막히고
사방간데서 빛쟁이들은 날마다 돈 주라고 독촉하고
아 사는 것이 아니구나
눈앞이 캄캄했고
나는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벌건 대낮에 나는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똑똑하다고 하는 인간도 눈 뜨고 길을 잃는 것이구나
사는 것이 고통이었습니다.
살다보면 눈앞이 캄캄할 때가 있습니다.
고통이 너무 커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아직도 가끔씩 길을 잃고 삽니다.
- 「가끔씩 길을 잃었습니다」 전문

사람들은 누구나 고난과 시련을 마주할 때면 그 황망함에 대하여 분노하고 자책하며 어떻게든 현실을 부정하고자 한다. 그러나 시인은 세속의 온갖 시달림과 고통스런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살다보면 눈앞이 캄캄할 때가 있습니다./ 아직도 가끔씩 길을 잃고 삽니다.‘라고 지나간 일에 대한 회한을 굳이 회상하듯 씁쓸하게 웃는 것이다. 이것은 고난의 현실에 대해 지나치게 연연하는 태도가 아니라, 도리어 스스로를 객관적 관점에서 바라다보려는 긍정적 자세를 엿볼 수 있는데 그것은 ‘사랑의 언덕에 기대어 한세월 살고 싶었지만 늘 고독뿐이었다네(「풍경」에서)’라고 자신의 처지를 풍경에 비유한 그의 시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도 여전히 외로운 삶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어떻게 지워낼 수 있겠는가. 시인은 파란만장波瀾萬丈이라 여겨온 자신의 삶에 대하여 ‘어찌 특별한 사람의 삶만/ 파란만장하다 하겠는가’라는 각성(?)을 통하여 세상의 모든 삶 또한 나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삶으로 어찌 눈물 흘리지 않는 자 있으랴

넘지 못할 산을 넘고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금방이라도 휩쓸려 버릴 것만 같이 위태로운
험한 파도를 넘고 넘어가는 인생

어찌 특별한 사람의 삶만
파란만장하다 하겠는가
- 「파란만장」 전문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넘어짐’과 다시 ‘일어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의 시 「매화 그늘에 앉아서」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로 충만하다. 실의와 낙망과 좌절의 시간 속에서 아무에게도 위로를 받을 수 없었던 삶 위에 아침의 빛과 함께 매화의 향기가 맑은 꿈을 다시 일으킨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으므로.

깊디 깊은 겨울잠 자는 것처럼
마음의 병이 깊어 누워있었죠
인간의 백팔번뇌를 어찌말로 다할까요

사람들은 나를 찾아와 위로의 말 건넸었죠
괜찮아 아무일 아니야 다시금 시작해봐
그러나 인간의 그 어떤 말도 나를 위로 못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환한 빛 밝아옵니다
해일처럼 밀려온 봄이 나를 손수 깨웠어요
그윽한 매화향기에 스르르 눈 떴어요

이렇게 꽃그늘에 앉아 쉬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눈부시고 화사한 매화 덕분에
나는 다시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 「매화 그늘에 앉아서」 전문

시인은 ‘하나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바람처럼 살라한다/ 세상 모든 건 다 지나가니까(「바람재 삼거리」에서)’라는 두 줄의 시로 삶을 다독이며 산을 오른다. 그리고는 세상 속에 내려다보이는 삶을 ‘욕심내지 말고 하루만 살자고, 저녁 무렵이 아직도 남았다고’ 드넓고 넉넉한 품으로 끌어안는 것이다,

욕심내지 말고 딱 하루씩만 살라한다
하루재를 오르면 꼭 땀이 난다

몸이 더워지고 마음이 더워진다
무기력한 몸은 역동적으로 변한다

산등성이 올라서면 서해 바다위로 붉은 석양 보인다
아 장엄하구나 참으로 눈부시구나
그렇게 붉게 그렇게 아름답게
저녁 무렵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해주는 것같다
- 「승달산 하루재」 전문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꿈꿀 수 있다면 축복이다. 그것이 희망이 아니어도 좋다. 다시 몸을 일으켜 무엇을 꿈꿀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일 것이다. 시인은 그의 시 「다 지나고 나면」을 통하여 시련과 좌절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를 즐겁고 여유로운 상상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인생을 되돌아보면 지나간 세월의 괴로운 날들도 아픔도 서러움도 다 지나가는 것이 삶의 이치가 아닐까. 또한 슬픔은 다만 사람을 불행하게 만 드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아름답게 이끄는 힘(?)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인의 독백을 통하여 우리는 삶에 대한 긍정적 성찰과 새로운 인식으로 세상과 마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 지나고 나면 물끄러미 먼 하늘 바라보리라
그렇게 힘들었는데 그렇게 괴로웠는데
다 지나갔구나
아픔도 서러움도 다 지나갔구나
그래도 아름다웠다고 회상하리라
술 한잔 마시다가 물끄러미 먼 하늘 바라보는데
그때 문득 흰 눈이 펑펑 내리리라
- 「다 지나고 나면」 전문

2. 실의와 좌절의 상처를 다독이는 긍정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