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정시에서현장성은시에활기를불어넣는다.많은시인이관념에기대어시를형상화하는것과달리,현장에서의체험은시에진정성을부여하여독자들에게설득력은물론공감을불러일으킨다.
신상복시인의시는학교현장에서아이들과의인간적인교감을통해휴머니즘을고양할뿐만아니라,인간과사물의본질을직접적으로묘파하는특징을보여준다.이러한점은우리시에서좀처럼보기힘든교육적효과를거두게하며,아이들의성장에커다란메시지를전한다는점에서우리시의결핍을메우는미덕을보여준다.
그의시는교육의현장을생활의영역으로끌어들여보편적인일상체험을보여주고있어큰기대감을갖게한다.이는인간의삶에서일어나는경험을미학적으로승화시키고있기때문이다.그렇다고해서그의시가교훈적메시지쪽으로만기우는것이아니다.성찰의메시지와더불어작품성의균형을유지하고있어첫시집으로서의성취를지닌다.
한편신상복시인의시적배경은앞에서밝혔듯학교현장이면서,또다른측면에서는시인이살고있는‘우리마을’이다.학교와우리마을이라는장소성은시간적간극을넘어서는공간적의미를지닌다.
‘우리마을이야기’는시인이살고있는고처에서마주하는체험을재구성하여사람들의삶의형태를스케치하듯연신보여준다.이러한그의시가펼쳐보이는것은사소한이야기이지만,마을공동체의꾸밈없고인정이넘치는삶의양태를서사화하고있다.
‘교직생활을하면서’쓴시들또한‘학교’라는공간성을배경으로학생들과함께하면서만나는일상의감각을형상화하였으며,시인만의사적인모습을보편화시키고있다.
마지막으로1980년대문청시절의시편들은민중적·집단적서정과더불어사적·실존적서정을형상화했다.신상복시인을시인으로있게하는작품들로시적열정과더불어젊은신상복을마주하게하여그의시세계를이해하는실마리가되고있어의미가깊다.
2.
신상복시인은본래나주에서태어났지만,전라북도순창에서국어교사로재직하다가퇴직한후,팔덕초등학교에서제2의인생을시작하였다.이른바‘우리마을선생님’으로불리며아이들과함께한시간들을“마을과아이들,잊고있던감정과기억을다시떠올리며”시로형상화했다.
그런까닭에그의‘우리마을선생님’시편들은형식적인측면에서기록성이강조되어여러작품에서산문화된경향을보여준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시편들은어린아이들과의만남을통해세계와사물을인식하는태도의새로움을보여주고,삶의본질을묘파하고있다.더불어기억과상상이교차하는감정,관계의회복,존재에대한사색과공동체의윤리를탐구한다.
‘우리마을선생님’연작시편들은시인의경험을미학적으로형상화한것으로,시인이온몸으로체화한것들이다.작품이교육현장에서얻어진것이어서시인의시선을통해세계를바라보고인식하며,정서적사건을통한감각을실감나게드러내고있다.
온운동장에는향나무생채기향이감싸고있는팔덕초등학교.
첫인사하러미소가밝은선생님뒷발자국따라
6학년교실로올라간다.
쓰르륵.
“자,얘들아,오늘부터함께공부할우리마을선생님이셔.”
깜놀,우리마을선생님이라니,내가?
생소한소개와어색한떨린내목소리가섞인다.
‘엥,왜?우리랑?’
호기심가득연신아이들은바라본다.나를
진이빈이랑인사받고뒷자리에앉는순간.
목소리가청량한선생님은바로수업한다.
아이쿠,망했다.분수의나눗셈만공부해왔는데
각기둥과각뿔을가르치고있다.
눈치챈빈이가5각기둥전개도를그려달라고한다.
-「우리마을선생님1」전문
이작품은시적화자이기도한시인이팔덕초등학교에첫출근하면서일어나는에피소드이다.안내하는선생님을따라6학년교실에들어가아이들앞에서“우리마을선생님”이라고소개되는데,선생님이수업하는것을보고화자는놀란다.“아이쿠,망했다.분수의나눗셈만공부해왔는데.”“각기둥과각뿔을가르치고있다.”이런상황에서“빈이가오각기둥전개도를그려달라”고하여난감해한다.신상복시인은본래국어교사출신이라수학을가르치는일은예습을해와야하기때문이다.첫출근부터당황한시인의모습은‘우리마을선생님’의이야기에대한기대를갖게한다.
「우리마을선생님3」의‘-독서는이런거야!’에서는시적화자가독서논술교사임을알수있다.전교생에게독서와글쓰기를가르치는데,아이들이글을쓰기위해지우고다시쓰는과정에서종이에구멍이나있기도한다.그리고일부러아이에게글을읽게하기위해“난,눈이침침해서잘안보여.네가읽어줄래?”라고하자,“왕눈이고양이는아빠가보고시퍼울엇다.”라고틀리게쓴글자이지만또박또박읽는다.그러자아이의글이지닌감각이전이되어시적화자는“준이등에살며시머리를기대어눈물을삼”킨다.이렇듯시적화자는논술교육을아이들의감각에동화되어수업함으로써아이들에게한걸음더다가가고,공감대를확대시킨다.
「우리마을선생님4」에서는6학년교실에들어가자국어시간이라서오늘은오지않아도괜찮다는아이들말에“국어?그거내전공인데”라고하며관심을기울인다.수업은속담의미맞히기단원이다.가끔돌발적인질문을하는빈이가“소귀에경읽기가뭐예요?”라고질문하자“음~메”하고소울음소리를내어“나는소가되어버린초보마을선생님”이라고함으로써원초적감각을내보인다.
실수투성이의초보교사로보이지만,시적화자의태도는오히려인간적인면모를보여주어아이들과의교감은물론유대감을형성하게하며시적진정성을갖게한다.
‘우리마을선생님’은학교현장뿐만아니라시인이살아가고있는삶의주변에서만나는금계국,개미,코스모스,잡초,고구마등의자연을통해생명성에고양과더불어시인을바라보게하는계기를마련해준다.그리고세미나콘서트,그림책도서전,연극공연등의생활문화체험에서도작지만소중한깨달음을얻는다.
‘우리마을선생님’연작시에서주목되는것은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라는순수한존재를내세워존재와삶의방식에대한성찰을일깨우는점이다.이는이번시집이지향하는중요한덕목의하나이기도하다.
「우리마을선생님25」부터「우리마을선생님29」까지다섯편은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라는동화의이야기를차용해시인의일상을어린왕자와결부시키며시적상상력을발현한작품들이다.시의부제인‘카페어린왕자에서어린왕자읽기’가말해주듯시인은카페에서『어린왕자』를읽고있다.
「우리마을선생님25」에서는“나는코끼리를삼킨보아뱀을그렸는데,/어른들은‘모자’라고한다.”시적화자도어린시절토끼를그렸는데선생님은뿔이두개난도깨비를그렸다고한다.어른들은눈에보이는것밖에보지못하기때문이다.그럼에도시적화자는“나는토끼라고말도못하고,/큰목소리선생님말에동의할수밖에없었다.”고토로한다.이러한어른들의왜곡된사고때문에화가되기를포기하고만다.
「우리마을선생님24」의‘담너머온장미’에서는생명의아름다움과가치를발견한다.봉순네돌담아래장미가여름내내“붉게타오르던꽃잎,파릇한잎들,/숨어있던날카로운가시”에서생명을읽어낸다.그러나계절이바뀌면서꽃들이시들고,화자는꽃잎을국어책갈피에꾹꾹눌러담아둔다.봉순네할머니가장미꽃한아름을안겨주고,화자는“하얀사기그릇에장미를띄워두”고시들지않고오래아름답기를소원한다.
「우리마을선생님28」은‘이상한어른들’을형상화하고있다.
순창.
집중호우가지나간뒤,카페어린왕자앞경천은거센물살로어지럽다.
빗물들이서로앞서겠다고어깨싸움을벌인다.윙윙대며,
벚나무잎은살아남아젖은햇살위로반짝인다.
그틈새에서매미는숨을고르며울고있다.
카페는조용하다.
손님은없고,내앞엔아이스아메리카노한잔.
나는『어린왕자』를펼친다.
“누구에게든,할수있는일만명령해야해.
왕의권력은이치에맞을때비로소힘이되지.”
어린왕자는저녁노을을원한다.
나는햇살을보고싶다.
왕은기다리라고한다.
조건이맞아야한다고한다.
노을은저녁7시40분쯤,지금은오후2시.
태양이눈을부라리며째려본다.
나는생각한다.
시간이공간안에있는가,공간이시간안에있는가?
생각하면명령은이루어지고,
생각하지않으면멈춰버린다.
어린왕자는떠날준비가됐다.
왕은그를붙잡으려한다.
법무장관,대사.
하지만떠남은반항이아니다.
폭우에,불볕더위에맞서려는것이아니다.
그냥이상황을받아들이는것,그것이자유다.
자신이떠날수있다는것을,
그래야진짜머무를수도있다는것을.
-「우리마을선생님28」전문
시적화자는카페에서『어린왕자』를읽는다.어린왕자가첫번째로찾아간별의왕은“누구에게든,할수있는일만명령해야해./왕의권력은이치에맞을때비로소힘이되지.”라고한다.그러나아무도없는별에서의왕의권위는쓸모가없다.“어린왕자는저녁노을을원”한다.해가지는모습은시간의흐름에따라별이움직이고때가되면볼수있다.그러므로해지는풍경을어린왕자가볼수있게될것이지만,왕의존재와명령은참으로공허한것임을드러낸다.또한왕은어린왕자에게법무장관을맡으라며붙잡지만,판결받을사람이없는작은별에서는소용이없다.
「우리마을선생님29」에서여섯번째별에도착한어린왕자는술잔을기울이며한숨짓는노인을만나“왜술을마시나요?”라고묻는다.정부지원금으로중국집에서술마시는사람들이“그래도쓰라고준돈인데아까워하”는것을보며,속마음을들키지않게끄덕끄덕웃음짓는다.어른들의마음을읽을수없는어린왕자는신상복시인의순수한정신성을나타내는표지로나타난다.
‘어린왕자’를소재로한시편들은세속적욕망에학습된어른들의왜곡된사유체계에대해,어린왕자라는때묻지않은존재가지닌인간의본성과잃어버린순수를회복하고자하며,서정의회귀와성찰의메시지를보여준다.이러한신상복시인의시가천착하는바는교육적지시성을내포하고있다는점이다.
여기에서한가지주목할것은신상복시인의시가태동하고발화하는지점이교육현장,또는시인이삶의공간이라는점이다.그러므로현장성과체험을바탕으로펼쳐지는그의시는설득력있고공감하기쉬운것이다.
3.
신상복시인의시는위에서밝혔듯이교육현장과더불어‘우리마을’은매우실감나는장소이며공간이다.‘우리마을’이다.인간은‘사회적동물’로혼자가아닌여러사람이함께생활하는곳이기때문에다양한사유와내적질서가작동된다.더불어삶의규율이적용된다.
‘우리마을이야기’연작의장소와공간은본죽집,순창국악원,휴대폰가게,매운탕집,고추장발효테마파크,카페,장(場),미술관,순대집,도서관,농업기술센터,실내테니스장,정자,실내수영장,순창제작실험실,행복누리센터,벚꽃축제장,벚꽃길,일광사,양지천,적성유채꽃들판,제빵교육장,축제장,창림마을,장류체험관,노인복지회관,푸른화원,제과점,만일사,도시재생센터,구룡별관,한의원,명가원,순창북중,향토문화회관,순창군립도서관,미래반점,강천사등친근하고정다운수많은곳이등장한다.
시인은이러한곳에자연스럽게찾아가고,그때그때의단상을시로형상화한다.이러한시적현장은시인의삶뿐만아니라시인이지향하는세계관을투사하여정서와정신성을내포한다.
「우리마을이야기14」는순창국악원이시적공간이지만국악원을직접이야기하지않고그곳에서시적화자가느낀“푸름”,즉“심봉사가처절하게지팡이치는소리,/꽹과리따라하늘타고오르는북소리,”등의현장성을보여준다.「우리마을이야기60」에서는매운탕집과관련된서사를그려낸것이아니라“부글부글한용광로가/그대앞에서타오르니,/붉은시래기한움큼/건져올려숟가락에얹으면/그곳이천국이다”라는시인의감정을나타낼뿐이다.즉,장소라는터와그곳에서의구체적인이야기보다시인의정신표정을노래하고있다.
중국집에서짬뽕한그릇비우고
‘옥천골’미술관에간다.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