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론
|평설|
주병도시인의제2시집
출간을축하하며
박덕은
(문학박사,전전남대학교교수,
문학평론가,광주특별시문인협회회장)
주병도시인은1968년2월25일전남고흥에서아버지주진문씨와어머니임임순씨사이에서6남1녀중다섯째로태어났다.
그는고흥에서고흥남초등학교,고흥중학교를거쳐,광주로올라와광주사레지오고등학교를다녔고,조선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
2003년에김혜영과결혼했으나,아직슬하에자녀가없다.
한동안수많은방황과노동자생활을하다가,친형의권유로학원강사활동을수년간했다.
그는월간지《문학공간》에「보라색물감」외4편으로신인문학상을수상하여문단에데뷔를했다.
2024년에첫시집『나는분수처럼자각한다』를출간했다.
그의인생관은‘어떠한경우에도살자’이다.
어느날,그는이렇게인생목표를세웠다.
“시로써우뚝서는시인이되자.”
자,그러면지금부터주병도시인의시세계를탐구해보기로하자.
그의시「수평선에눈을베였다」,「시의문」,「벽」,「어떤피」,「그림」등은고통스러운성찰을통해도달한예술적구도와영적변이의과정을시적언어로형상화하고있다.시적화자는날카로운자연의경계에서얻은상처를시작으로,자신의영혼을시와맞바꾸는결단을내림으로써,우주적진리를받아적은전령의역할을수행하고있다.내부의자아를침잠시키고침묵과비움을선택한끝에,세상은거꾸로뒤집힌그림처럼낯설고도선명한초월적심연의모습으로우리앞에드러나고있다.결과적으로그의시들은고독한사유의벽을넘어보이지않는실재를감각적으로포착하려는구도자적고백이라할수있다.
그중에서「시詩의문」을살펴보자.
시의문이열린것같다
문을알아내기까지
반백년이흘렀다
시는나에게영혼을바꾸자했다
그래허락했다
오늘도말을걸어온다
받아적으라고
나를통과하여우주로나간다
영혼을바꾸길잘했다
시는유성처럼떨어진다
가슴에내려앉아말한다
받아적으라고.
-「시詩의문」전문
이시에서보는바처럼,시적화자는평생의기다림끝에마침내시적영감의문을열게된경이로운순간을노래하고있다.시는도대체무엇이길래이리도강렬한것일까.먹고사는일도아닌데시를쓰지않고서는살수없다는사람들.기억과감각의심층으로들어가면저마다어떤무늬들이살아꿈틀거리고있는것이다.유년의머리맡에서발화하는시적목소리가울려퍼지는것이다.그오래된풍경은아득하고다정한인기척을낸다.그인기척에반응하는사람들이시인인것이다.일상과비일상의경계에,현실과환상의경계에시인은서있다.때로는식물의유전자를대물림한꽃과나무의표정으로,때로는기후의유전자를이어받은구름의목소리로시인은다가간다.그래서일까,시적화자는“시는나에게영혼을바꾸자했다/그래허락했다”라고말한다.시를향한강렬한이끌림이느껴진다.더불어시인의내일이기대가된다.하나밖에없는자신의영혼을시와바꾸기를잘했다는시적화자.이자세로나아간다면분명좋은시를만날것이다.감각을채집하고사유의함량을늘리며자신만의시적궤적을만들면된다.시적화자는자신의영혼을시와맞바꿈으로써자아를비우고,그비워진내면을통해우주의언어가흐르도록허락하는통로가되기를자처하고있다.쉼없이들려오는존재의목소리를겸허히받아적은행위는단순한기록을넘어영혼의전이와초월적인소통을상징하고있다.결국이시는시쓰기란인위적인창작이아니라가슴으로떨어지는별똥별같은계시를온몸으로수용하는신성한과정임을보여주고있다.
그의시「하늘그물」,「파도의오진」,「빛과어둠에관하여」,「거미그물」,「관념의시」등은존재의근원적인고립과삶의모순을탐구하는시적성찰을하고있다.피할수없는운명의굴레를상징한‘그물’의이미지를핵심구조로사용하고있다.시인은자연현상과사물속에서발견한단절과소멸의징후를포착하여,인간이겪는존재론적허무와미로같은삶의질서를감각적인언어로묘사해놓고있다.특히,사계절의순환이나나뭇잎의바스락거림같은찰나의순간을통해인생의유한성을고백하며,풀리지않는삶의의문들을시쓰기라는행위로승화하려는구도자적태도를보여주고있다.결국그의시들은세상의이치를다이해하지못하면서도끊임없이질문을던질수밖에없는시인의숙명과내면적갈등을우아하고도서글픈어조로담아내고있다.
그중에서「관념의시」를살펴보자.
사계절은
내가간절히원했기에
가고오는것
하늘과땅의이치를
이해못해
시를쓰는가보다
삶,나뭇잎같이
종국엔바삭거리며부서져
뒹구는것을
내머리는
오래전부터
의문으로가득차있다.
-「관념의시」전문
이시에서보는바처럼,시적화자는인간의유한한운명과세상의섭리를탐구하려는철학적성찰을담아내고있다.시인은세상에게자신에게‘질문’을던질줄알아야한다.그질문을부여잡고사유가깊어져야한다.한편의시는시인이던진질문과그질문에대한깊은이해와깨달음이다.시를접하고책을읽는이유도저자가던진질문과이해를들여다보는작업인것이다.질문을하며깊은이해에다다르는걸음이시다.릴케는“쓰지않고는죽어도못배길속마음이우러나올때비로소시인이될수있다”고했다.그속마음이이시에서느껴진다.시적화자는“하늘과땅의이치를/이해못해/시를쓰는가보다”고고백한다.그담백한고백속에출렁이는질문들이보인다.“내머리는/오래전부터/의문으로가득차있”다는시적화자는반드시좋은시를쓸것이다.시적화자는자연의순환이개인의염원에서비롯된다는객관적진리사이의간극을시쓰기를통해메우려하고있다.특히나뭇잎처럼바스러져결국소멸하고마는존재의덧없음을강조하고있으며,해결되지않는근원적인의문을집요하게파고들고있다.결과적으로이시는우주의이치를온전히깨닫지못한인간이겪는지적고뇌와실존적탐색의과정을간결하면서도깊이있게묘사하고있다.
그의시「오류로부터」,「고독」,「고독의확신」,「꿈속의꿈」,「나로부터의세계」등은존재의근원적인고독과비정상적인감각이지배하는내면의풍경을감각적인언어로재구성하고있다.시인은탄생보다종결이앞서고사물이거꾸로뒤집히는전도된세계관을통해,삶의안온함대신파괴되고해부되는자아의고통을가감없이드러내고있다.특히현실과꿈의경계가무너진공간에서시적화자는자신을한낱먼지나고깃덩이로치환하며,소멸조차마음대로이룰수없는지독한실존적허무를탐구하고있다.결국그의시들은파편화된이미지들을연결하여,빛이보이지않는새벽과황량한벌판속에홀로던져진인간의고립된본질을시적형상화하는데그목적을두고있는듯하다.
그중에서「고독」을만나보자.
낙인이찍힌새벽
단단한잠부순다
방안엔늙은거미가산다
취해거꾸로나는새
창문에부딪히고
이미창밖엔
동트는소리가와있는데
들리지않는다
침묵의음성이새벽새울음에잠긴다.
-「고독」전문
이시에서보는바처럼,시적화자는고립되어맞이하는새벽의정적과감각적단절을한폭의그림처럼묘사하고있다.감각의서식처에서만나는고독이늙은거미,새벽,침묵으로이어지며아름다운파동을일으키고있다.눈에보이지않는추상을눈에보이는구상으로시적형상화하기까지시인은시적대상에접근하며끊임없이무언가를호명해야한다.미묘한파장을일으키는시어와시어사이를오가며시의골조를세워야한다.기초를다지며시의기둥을세워최대치의효과를만들어야한다.그런점에서시쓰기는고독이라는존재에게외로움이라는존재에게끊임없이말을거는작업이다.이시에서시적화자는새벽이라는공간에주저앉아골똘히생각하고있다.돌보지않고방치한감성,그고독이시적화자에게말을걸고있다.“낙인이찍힌새벽/단단한잠부”수고있다.잠들지못한새벽을낙인이찍혀있다고해석하고있다.낙인은심리학적으로어떤사람이나사물에대해부정적인꼬리표를붙이는것을의미한다.그래서일까,낙인이찍힌새벽의이미지가고독의의미를더증폭시키고있다.단단한잠에서깨어난시적화자는거미와비틀거리는새라는이미지를통해내면의고독과정체된시간을드러내며,외부세계와의연결이끊어진소외감을투영하고있다.특히,창밖에서는이미아침이밝아오고있음에도정작시적화자에게는그소리가닿지않는다는표현을통해,소통이부재한침묵의무게를극대화시켜놓고있다.결국이시는고독의굴레에갇힌개인이겪는실존적인허무와고립된의식을감각적인이미지로시적형상화해놓고있다.
그의시「생각의모양」,「영원」,「기억의습관」,「사람의함량」,「바람의자화상」등은인간의내면세계를이루는사유의시간,기억과자아에관한시적성찰을담아내고있다.끊임없이움직이는생각의역동성을강조하며삶의유연함속에서영원을탐구하는인간의겸손한태도를보여주고있다.기억이온몸에각인되는습관적인과정과타인을판단하지않고존재자체로수용하려는깊은성찰이핵심적인정서로흐르고있다.결국외부의바람조차자아의투영임을깨닫는과정을통해,시적화자는고통스러운직면을넘어자기자신을구원하고이해하는일의숭고함을전하는데성공하고있다.
그중에서「바람의자화상」을탐구해보자.
거울을깬자침묵을신고
창으로들이닥친
바람의고뇌
팔짱을낀채거울조각이뒹구는
이유를감식하며
나의언어로인해바람은방향을잃고
창을들이받았다
바람의고뇌는먼데서오는내가
풀어줘야할
나자신이었다.
-「바람의자화상」전문
이시에서보는바처럼,시적화자는거울이라는매개체를깨뜨리며시작되는자기성찰의과정을감각적인필치로그려내고있다.문학에서자화상은언어를통해자기자신을객관화하고,내면의본성과양심,지난삶을성찰하는자기고백적작품을의미한다.“나는생각한다,고로존재한다”는데카르트의명제처럼,작가는자화상을통해“나는나를그린다,고로존재한다”를시각적으로증명하는일이기도하다.프랑스철학자장폴사르트르의관점에서보면,자화상은자신의본질을외부의시선(타자의눈)으로객관화하려는시도이다.그런관점에서이시는눈길을끈다.“바람의고뇌는먼데서오는내가/풀어줘야할/나자신”이다.사회적가면을쓴‘나’의안쪽에서웅크려있는‘나’를자유롭게해주고싶어한다.타인의시선에갇혀있지말고본래적인자신을만나라는실존적투쟁을시적화자는하고있는것이다.우리는사회에서생존하기위해가면을쓴다.시적화자는“나의언어로인해바람은방향을잃고/창을들이받았다”라고말하고있다.그지점에서어떤방향을잡으려고한다.시적화자는산산조각난거울조각을응시하며내면의갈등을상징하는바람의고뇌를마주하고,자신의언어가지닌한계로인해방황하는자아의모습을발견하고있다.결국외부의소음처럼느껴졌던바람의실체는타자가아닌멀리서찾아온자기자신이었음을깨달으며깊은존재론적성찰에도달하고있다.결과적으로,이작품은파편화된자아를직시함으로써,진정한내면의정체성을찾아가는구도자적여정을담아내고있다.
그의시「지석강」,「장례식장」,「고소공포」,「바람과통하다」,「비정한도시에서살아내는법」등은삶과죽음의경계,그리고삭막한현대사회속에서느끼는고독한성찰을연작의형태로담아내고있다.시인은강을건너는망자나이름모를조문객들의정경을통해인생의허무함을응시하면서도,끝없는욕망이들끓는높은곳대신낮은곳의평화를택하며세상과적당한거리를두고있다.특히,인간을외면한바람이나차가운도시의비정함을묘사함으로써,존재의본질을잃어가는세태에대한비극적인식과실존적고뇌를차분하고도서늘한문체로엮어내고있다.
그중에서「바람과통하다」와대화를나눠보자.
바람을붙잡고심문하듯묻는다
여기까지오면서
무엇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