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 초원을 지나며

울란바토르 초원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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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용갑 시인의 시「울란바토르 초원을 지나며」에서 시인은 고비사막과 광막한 초원, 조랑말과 할미꽃, 별꽃풀의 적막한 아름다움을 지나 칭기즈칸의 제국과 몽골의 오늘을 바라본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제국의 영화는 모래바람 속 신기루처럼 흩어지고, 강대국 사이에서 흔들려온 한 나라의 운명 위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 또한 겹쳐진다. 시인의 눈에 역사는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아직도 인간의 핏속에서 아리는 상흔이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고 나면 우리도 어느 쓸쓸한 초원 한가운데 서서, 오래 잊고 있던 한 사람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게 된다. - 정일근(시인, 경남대 석좌교수)

김용갑 시인은 나주 영산강변 냉산 마을에서 태어나 종심의 나이를 넘기면서까지 영산강을 떠나지 않는 영산강이 낳은 시인이다. 첫 시집 『초보 농부의 개론』(2021)에서부터 제2시집 『수서행 기차를 타고』(2024)를 거쳐 이번 제3시집 『울란바토르 초원을 지나며』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이어지는 영산강 고향을 사랑하는 시정신은 참으로 독자들을 감명시킨다. 특별히 이번 제3시집에서는 냉산 고향 집 마당의 고목이 된 감나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끝없는 젖줄처럼 흘러온 영산강변을 걸으며 벚나무 연초록 잎새 향기와 오동나무 자줏빛 향기를 맡거나 영산강 윤슬과 환상적인 노을을 만난다. 한마디로 엄숙한 우주 속에 자신을 내맡기는 시적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명상한다. 이러한 내면적인 생명과 호흡은 표제시인 「울란바토르 초원을 지나며」에서 노란 할미꽃과 돌밭에 내려앉은 별꽃풀에서부터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제국의 영광에까지 확장되었다가 다시 인간의 영화 또한 한낱 바람 앞의 모래 같다는 사유의 깊이를 보여준다. 김용갑 시인은 오늘도 영산강을 따라 걸으며 좋은 시인에의 소망을 이루어가고 있다. - 허형만(시인, 목포대학교 명예교수)
저자

김용갑

ㆍ나주영산강변출생
ㆍ전남대학교대학원졸업(석사)
ㆍ《문학춘추》등단
ㆍ《시와사람》,《시조시학》신인상수상
ㆍ한국문인협회이사(현)
ㆍ전남광주통합특별시문인협회부회장(현)
ㆍ나주문인협회회장역임
ㆍ전남광주시인협회회원
ㆍ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회원
ㆍ국제PEN클럽회원
ㆍ수상:전영택문학상,국제펜광주문학상,전남문학상,
전남시문학상,시맥시조문학상대상,
나주시문화예술상등수상
ㆍ시집:『초보농부의개론』,『수서행기차를타고』
『울란바토르초원을지나며』
ㆍ산문집『영산강의비상』,『영산강을색칠하다』

목차

울란바토르초원을지나며/차례


시인의말


제1부꽃한송이안고서

땡감나무
빨간장미피는데
울란바토르초원을지나며
벚나무길
꿈길
꽃한송이안고서
금남로찻집에서
한마리새
깃털하나만같은데
서울가는길
충장로에서
달을보는이유
모기에지친날
경주대왕릉길
문병란시인을생각한다
마이웨이
꿈꾸는대지
운주사에서


제2부사과를건네며

대서大暑
서울반바퀴
물푸레나무처럼
까치집
입술이하는말
마당의시간
불면의역사
케리이야기
늙는거울을마주하며
거꾸로도살자
나는바다가좋다
산티아고를그린다
탑정호에서
사과를건네며
산수유피는강
낙화落花
진강鎭江에서서
봄비


제3부털갈퀴나물꽃

코털에대하여
존재의시간
삶에이유있는가
사월의시
노래가울린다
베드민트치는밤
북풍이분다
에스컬레이터
1월의영산강
57이라면
들풀앞에서
털갈퀴나물꽃
현수의눈물
미나리무침을먹다가
영춘화
흔적
쓰러진들판
영산포에가면


제4부어느봄날에연가

걷고걸으며가는길
삶을버리며
어느봄날에연가
삼각형에대하여
문학기행
내가돌아온길
산뽕나무의한생
봄꽃을보다가
아직은청춘
고향연가
새들과가는길
간이역
자아에대하여
그립다
계엄의밤
어떤불안에대하여
유월의시
게르에서하룻밤


제5부해와달사이

목련꽃피는날
참새의방문
중국연운항에서
갈대에게
으아리꽃의기도
배롱꽃피면
오동꽃피는날
민들레
죽단화는피는데
어느꽃에서쉴까
백제를찾아서
내장사에서
노을에게
12월
작약꽃처럼
영산강
해와달사이
삶은사랑이었다

평설
기억은어떻게지나간삶을비추는가?/김종

출판사 서평

평설

기억은어떻게지나간삶을비추는가?


김종
(시인,화가)


시를읽는다는것은한사람의생애를읽거나함께걷는일이다.더욱이오랜세월을지나비로소시집에묶인작품들은언어의단순집합을넘어한인간이살아온세월과맺어온관계의기록이자시간들이빚어낸도록이겠다.김용갑시인의제3시집『울란바토르초원을지나며』역시그같은독서로이어졌다.

사람의기억이삶의문제를묻다
이시집은우선화려한수사나난해한사유로독자를압도하려들지않는다.오히려우리가너무가까이하였거나미처보지못한인간과풍경들을오래전에떠나온고향마을의우물가감나무와청춘의기억들이굽이굽이김서린골목길,다가오며부르는부모형제의손짓,달빛아래떠오르는하얀그리움등…이를테면이같은것들이일상의언어나몸짓들을하나하나차분차분불러세운다.김용갑시인의시는그처럼특별한사건보다는평범한일상속의하루를거대한역사보다는한사람의기억을되살려가며삶의가치와문제에대하여묻고또묻는다.그러다보니김용갑의시세계를관통하는가장큰정서적줄기는그가간절하게소환한갖가지기억들이다.그러나그의이같은기억들은과거를아름답게재현하는단순회상에머물지않는다.
그의언어는그만큼차분하면서도자별한울림을준다.우리가말하는김용갑시인의기억은현재를밀고가는일종의에너지같은흐름이며지금의자신을이루고있는’여기’와’지금’이라이름한존재적근거일것이다.그래서그의시에는과거와현재가불가분리의덩어리처럼늘상함께하면서의미짓곤한다.대저김용갑시인이거쳐온지난시절의풍경은현재의삶속에서는다시살아나는일종의만다라화이며현재의성찰에서비롯된또다른모습의자기적과거를오늘의시간으로치환한것이다.이것은‘삶’이라는이름으로이루어진순환성이며그같은의미가시집전체를통어하는하나의자전적서사나도록이라할만하다.이시집이지닌시적핵심은’기억의서정성’,‘생활에서터득한철학성’,‘시간의존재론적표정과눈빛’,‘시를향한자기구원의방식’등으로읽을수있었다.
또한이시집전반에흐르는정서는언어적외형미보다는자신의삶을받치거나견디어온배경같은경험적흐름이며사람의온기와표정을일관된눈으로탐색한따뜻하면서도자별한성찰에그근거를두고있다.

냉산우리집우물가에는
고목이된감나무한그루위풍당당서있었네
내가태어나기전부터있었는지
감나무와함께한날들이켜켜이쌓여있어
새벽,감꽃하얗게피어나면
그꽃먹던시간은어제만같은데
내가떠나온뒤에도그땡감나무
많이도그리워했었네
청시가홍시가될때쯤
높은가지사이에판자를깔고
감속에앉아놀던날들출렁거리는데
지금그한생도떫게익어가는길인데
떫은땡감나무사라지듯이
-「땡감나무」

「땡감나무」는유년의공간이던고향집우물가가이작품의출발지점이다.당시의감나무를존재와성장,소멸과순환으로그린이작품은화자가태어나기전부터마당을지키고있었다.그리고이나무는단순개인사를넘어서사회적시간까지를켜켜이축적하여보여주는사물이다.그런가하면감꽃이피고청시가홍시로익어가는과정은인간생애의주기적성숙과놀랍도록겹쳐진다.
특히나마지막행에서보인“떫은땡감나무사라지듯이”라는표현은우리가성장하면서겪은여러떫었던삶이결국은오늘과같은홍시로익었고그러다가이내본래의자리로돌아가는것임을적시한다.여기에서감이떫은맛에서익어간다는이미지는화자자신의유년과이날까지이어온세월의의미를존재적은유로드러낸것이다.나무위에판자를얹어감을따며놀던기억들은순수했던유년에대한그리움을자아내기에충분하며이는단순향수를넘어존재의근원을되짚어정서적시간으로이동한다.
감나무라는자연물이인간세상의생로병사와병치되면서사물의존재론적사유가오늘까지이어진그시절의기억을매개하는자리에화자또한한그루의감나무처럼서있는것이아니겠는가.그런의미에서「땡감나무」는이시집이담아낸전체적정서를대변하는작품일수있다.그리보면감나무는유년에김서린여러추억을넘어한인간의생애를함께한사물이고“내가떠나온뒤에도그땡감나무많이도그리워했었네”에이르는것이다.또한여기까지에와서시인은자신이감나무를그리워한것이아니라감나무가시인을그리워했었다고발언한대목이여간곱상스러운한편으로이심전심의정서마저읽히는것이다.이같은시선의전환과진행은시적의미를확대전환하는데도매우효과적이다.
사물을객체가아닌독립된생명체로바라보는김용갑시인에게서한국의전통시적언어가이어지거나되살아나는것은그런의미에서자연스럽다.후반부의“지금그한생도떫게익어가는길인데”라는표현은그자체에서언어가조장한긴여운을읽을수있고사물의단순의미를넘어강한인상을보여주고있다.땡감은숙성이덜되어맛이떫은감을이르는말이나시인또한여기에그치지않고장년의자신도아직익어가는과정이라말하고있다.감나무의생애와인간의생애가하나의동일선상에서운명처럼겹쳐지는부분이다.
거듭되지만이작품은단순향수를노래한작품에그치지않는다.아울러시간과존재를하나로아우르며이에서파생된아름다운생애시한편을얻은것으로그의미또한적지않을것이다.

메마른고비사막광활한초원끝에
차가운바람따라조랑말들이갓솟은
풀밭사이를누비고있다

노란할미꽃은경건하게피어나
먼세월의기도올리는듯한데
돌밭에내려앉은별꽃풀은은하수처럼
하얗게번져고산의적막한길위에
순결한흔적하나남겨둔다

징기스칸후예들이살아가는땅
붉은영웅들의역사는
긴침묵끝에서다시깨어나고
한때세계를호령하던제국의영광은
모래바람속신기루처럼흩어진다

광막한초원이건만
삶은척박하고바람은차갑다
강대국틈사이에서한나라의운명은
오늘도무수히흔들리고있다

스물여덟해짓밟혔던우리역사또한
서러운그림자되어겹쳐오고
몽고반점처럼지워지지않는상흔하나
핏속깊이새겨진듯아리다

영원할것같았던칸의제국도
끝내역사앞에무릎꿇었으니
인간의영화또한
한낱바람앞의모래같지않은가

문득나는울란바토르초원에서서
무량한님을생각한다
칸이아니라도방랑자처럼허둥거려도

우리님은바람속에서도꺾이지않는
단단한하나의숨결로서있는것만같다.
-「울란바토르초원을지나며」

몽골초원을여행하면서취재한「울란바토르초원을지나며」는이시집의표제시임과동시에개인의눈에비친이국적자연을역사와문명에대한성찰로바꾼작품이다.평원에펼쳐진광활한대자연에서시작한이작품은화자가칭기즈칸제국의흥망성쇠로시선을옮기면서한때는세계를쥐락펴락호령하던대륙이건만지나고보면한낱모래바람속신기루처럼흩어진다는쓸쓸함또한보여주고있다.

몽골초원을심호흡으로바라보며
이지점에서화자는자연스럽게우리민족이겪은식민지의역사를“스물여덟해짓밟혔던”시간으로되돌리고이를’몽골반점’의상흔으로옮겨와두나라의역사를겹치듯이회상한다.그리하여강대국사이에낀작은나라의지정학적현실과세계에서가장강성했던나라와의사이에존재하는대비된주제로나아간다.마지막연에서화자는제국의영화가결국은헛되다는깨달음에도달하고“님”이라는존재를호출하기에이른다.이는권력이아닌내면의정신적지향점을시적귀결로읽어내면서여행시가흔히빠지기쉬운이국취미의나열이나그에따른역사철학적사유에그치지않고보다심화된역사인식으로그흐름을이어가고있다.
위의작품「울란바토르초원을지나며」는여행시이면서동시에역사시로읽는것이타당할것이다.광활한몽골초원을심호흡으로바라보며시인은눈앞에펼쳐진자연만에그치지않고이미이땅에서별무리처럼명멸해간수없이많은영웅군상위에칭기즈칸을떠올리고몽골이제국으로자리잡았던시대의거리감과우리가겪은식민지역사까지를겸하여이야기한다.특히나“몽고반점처럼지워지지않는상흔”이라는구절에담긴역사적기억을육체의흔적으로옮겨서형상화한은유또한뛰어나다고할수있다.
작품의후반부에서읽은“칸이아니라도방랑자처럼허둥거려도”라는구절이특히유의미하며이작품의독서를더더욱들여다보게한다.결국시인이이작품에서말하려는것은우리네삶의궁극성이며이는권력이아니라인간세상의가치이자역사를움직이는것은제국이아니라살아남은인간군상이라는인식에다다른다.

한아름꽃을안고사진을찍었다
흥행안된연극만같았던
시간들이격정으로뜨거운데
좋은시간에홀린듯멍하니서서
절정의날은몇번이나지나갔을까
시꽃이이리도아리게한지
황홀하게도만드는것인지
손에든송이송이가찬란하다
시행착오같은길은뒤틀리며
흔들리는코스모스꽃같았는데
그러다설치는밤이많아서러웠는데
시꽃이넘치듯안아줄줄이야
살다가어느대목에선가애틋이
연출되고피어나는것인지
꽃한송이안고보니이제야알겠네
이리도절절하게핀시꽃이
앞산처럼덩실함이라는것을
시꽃이이리반겨줄지알았더라면
집착거리던것들진즉내던지고
빨리도좋은시쓰며살아갈것을.
-「꽃한송이안고서」

위의「꽃한송이안고서」는‘시쓰기’라는행위를꽃한송이에비유한것이인상적이며창작의고통또한환희에견주어노래하고있다.화자는오랜세월에걸쳐흥행되지못한연극처럼성과없는시간만을부단히견뎌왔음을고백하는데이는습작기에처한시인자신또한통상적으로겪는좌절과자기회의를솔직담백하게추억한것이다.
“시행착오같은길”,“흔들리는코스모스꽃”이라는표현등은창작과정의불안정함을자연물에빗대어형상화한것이지만시상이본격전개되면서화자는마침내“시꽃이넘치듯안아줄줄이야”라는느낌에도달하고오랜고투끝에창작의기쁨을만끽한다.마지막연에서“앞산처럼덩실함”이라는표현은그자체로도시적성취나어감또한풍성하고웅장하다는것을에둘러표현하면서벅찬기쁨에나아간다.다만진작에집착을내려놓고시를썼더라면좋았을것이라는회한또한화자만갖는다짐은아닐터이며사물을대하는창작자의성찰과이후의다짐을동시에담아낸결구로읽을수있다.
이것이바로시쓰기의메타적자의식을담아낸작품이라는이유이다.「꽃한송이안고서」는시인의문학인생을압축한작품이라는점에서눈여겨읽은작품이다.작품속에등장하는‘시꽃’이라는어휘의반복사용은단순비유를넘어평생을노심초사로피워낸문학의결정체인시작품의의미를그리강조한것으로보인다.특히나작품중에읽은“집착거리던것들진즉내던지고”라는구절에서화자가얻은뒤늦은깨달음이어느만큼의노심초사였는지를삶의달관처럼만날수있다.
시는결국은욕망을버릴때오는것이라는고백또한화자가은연중에드러낸의미심장함의한부분이리라.

한마리새이고싶었다
가까이도높이도나는
멋지게노래하는
새가되고싶었다

많은날을다듬고
기다리고달려왔었지만
그새는날수가없었지
자아를힘든세상을탓했었네

그러다,
이제야詩날개달고훌훌나는
한마리새가되었다.
-「한마리새」

「한마리새」는간결한형식속에시인의자기인식을압축적으로담아낸시다.화자는오랫동안자유롭게날거나아름답게노래하는새가되기를갈망했으나오랜시간을다듬고기다려도날수없었던좌절의시기를지날수밖에없었고그러던시기의화자는자아와세상을향해무수히많은원망의언어를날려보냈었다.그러나이작품은결미에와서“詩날개달고훌훌나는”새가되었다는선언으로반전을이루면서시쓰기로자신또한비로소날개를얻었다는창작적발견과기쁨을고백의형식으로표출하고있다.
새라는사물은그상징성이자유와초월에대한갈망을대변하는사물이다.그리고그같은갈망은시라는매개를통해좌절되기보다는실현되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