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가을도 봄 (그 무렵 춘천에서 청춘을 보낸 젊은 날의 초상 | 이순원 장편소설)

춘천은 가을도 봄 (그 무렵 춘천에서 청춘을 보낸 젊은 날의 초상 | 이순원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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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추락한 새는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한 청춘의 방황과 발견, 작별과 성숙의 이야기
“이 소설은 비틀거리고 방황하는 청춘에게 따뜻한 위안을 건넨다. 당신의 얼룩은 그저 실패로 남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초상화를 만드는 소중한 흔적이라고. 도요새는 그렇게 날아오르게 되었노라고 말이다.”
_김나정(문학평론가·소설가)
저자

이순원

1957년강릉출생.1985년강원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소」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여름의꽃게』『얼굴』『말을찾아서』『은비령』『그가걸음을멈추었을때』『첫눈』,장편소설『압구정동엔비상구가없다』『수색,그물빛무늬』『아들과함께걷는길』『순수』『첫사랑』『그대정동진에가면』『19세』『나무』『흰별소』『삿포로의여인』『정본소설사임당』『오목눈이의사랑』등이있다.많은작품이초중고교과서에실려있으며동인문학상,현대문학상,한무숙문학상,이효석문학상,허균작가문학상,남촌문학상,녹색문학상,동리문학상,황순원작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두번째시작을위하여
2.정파서당앞에서
3.초록지붕아래에서의회색꿈
4.그대명진을아는가
5.그해겨울의계륵선거
6.꽃피고새울면……
7.다시초록지붕아래에서
8.너의이름채주희
9.망쪼로의음유시인들
10.또하나의클라인씨의병
11.어두운가을의노래
12.도요새와뻐꾸기
13.우리들의구겨진날개
14.비망록,1979년가을
15.에필로그

해설게르니카속의자화상_김나정(문학평론가,소설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춘천은청춘이고상처이고추억이다
작가이순원이따뜻하게어루만지는아픈시간의얼룩들……
뜻밖에도따스하고눈물겹다!

공지천이보이는커피숍에앉아원두커피를마시던기억.근거없이자신의청춘이가엽던시절.4050세대의방황은어쩌면춘천호반에서일어나는안개처럼시작되었는지도모른다.이이룸출판사에서출간한이순원작가의장편소설『춘천은가을도봄』은1970년대후반에춘천에서청춘을보냈던한소설가의회고담이다.
소설은첫문장에서“이제나는이야기한다.”라고밝히며시작된다.이어지는문장은“돌아보면어느한순간인들꽃봉오리가아닌시간이있으랴만시기로는‘유신’의한중간으로부터‘5공’의초입에이르기까지차라리얼룩이라고불러도좋을나자신의이십대에대하여.”라고말함으로써곧장소설속으로들어갈수있도록안내한다.소설은크게주인공김진호가대학에입학후시위에참여하여제적처분과기소유예를받고고향으로돌아온사건과일년반후에두번째로입학한대학에서의시간을그려보인다.또다른한축은친일에힘입어재산을축적한진호의집안이고향명진에자리한배경과함께통일주체국민회의대의원선거에나서는아버지김지남을통해당대권력에업혀경제적이득을쫓는가족들의모습을그리고있다.
진호가다닌두곳의대학과더불어두곳의하숙집에서의상이한풍경과,당대젊은이들이드나들던디제이다방이며학보사활동이며교련시간등에대한생생한묘사를통해당시의생활상을엿볼수있음은물론읽는재미를더하고있다.

김진호에게는법관을꿈꾸며시작했던첫대학생활이있었다.1학년봄,재학생문예작품현상공모에서4·19세대에관해쓴소설로당선의기쁨을누리고,당선상금은하숙집정파(정신파탄)서당선배들과함께당시광고탄압을받고있던〈동아일보〉에격려광고를내는데보탠다.김진호는2학기가시작되기직전에하숙집정파(정신파탄)서당선배들이주도하는시위에합류하게된다.아직1학년이지만4·19세대에관해쓴소설때문에시위“선언문몇군데를유장한느낌으로문장을다듬은것외에”별로한일은없었으나현장에서체포된다.이후열흘동안“거기에대해서는차마말하지못하겠”는“떨쳐버리고싶은악몽에다름아닌기억”들을경험한다.그사건으로김진호는기소유예와제적처분을받아고향인명진으로돌아온다.

역사와정치적얼룩이덧입혀진고향명진과가네야마술도가
일제강점기김진호의증조할아버지는친일행적에힘입어술도가를일으킨다.가네야마(釜山)막걸리는그엄혹한시기에도부를축적하는수단으로모자람이없었다.그는세아들을두었으나막내는배다른태생이다.1945년에임의로38선이그어지자두아들은집안잡부들손에몰매를맞아죽고전재산을몰수당한다.그때집을떠나만주로갔다던막내아들은누런색인민군군복을입고나타났고그위세덕분에남은식구들은목숨을보전하게된다.그러나1953년휴전선포와함께새로이38선이그어지면서‘명진’은다시남쪽에속하게된다.김진호의아버지는양조장을되찾는다.
“무엇보다두할아버지의죽음으로아버지는수복지구에서누구앞에서나당당할수있었다.언젠가당숙은그걸제대로정리되지못한친일역사에맹목적인반공이데올로기가가네야마가에베푼왜곡된세례라고말했다.”
때는유신헌법찬반투표후통일주체국민회의대의원선거가있을예정이고,김진호의아버지김지남은“학력을빼고도아홉개가되는”감투를쓴것에만족하지않고입후보하여당선된다.이번에쓴감투는김지남에게온갖특혜와이권을누리게해준다.

첫사랑그녀,채주희
고향명진에서김진호는일년반동안칩거하다가서울이아닌춘천에있는대학에지원하여입학하게된다.진호는하숙집과학교,강의실과도서관을오가며인간관계를맺지않은채성실한생활에매진한다.“학교공부에정성을다하는것만이지난이년동안의침잠에서벗어날수있는유일한출구처럼생각”되었던것이다.2학기에진호는학보사수습기자모집에지원하여그곳에서만난선배와동료들과관계를맺음으로써두번째대학생활에비로소뿌리내릴수있게된다.
원고를청탁하기위해찾아간신입생채주희에게거절당했으면서도진호는왠지미안함을떨치지못하고다시만나러간다.이후두사람은서로의시간속으로다가간다.채주희는혼혈인으로스스로아니노꼬이며튀기라말한다.혼혈인을백안시하던사회적편견이심해아무런부끄러움없이상대에게모멸감을주려고일부러그렇게부르곤했었다.어쩌면춘천에소재한미군부대캠프페이지앞에동네에서태어나그곳에서자란채주희로서는자학하듯자신을예단하는사회를향해맞선일종의무기였는지도모른다.실제로채주희의어머니는캠프페이지앞장미촌출신으로담요한장으로세상을살아왔다고입버릇처럼자신의삶에대해난폭하게선언하고있다.
채주희는“자신의모습이다른사람의모습과다르다는것을느꼈을때부터어느거리어느길을걸을때나느닷없이쏘아대는낯선시선들을피해눈을둘데가없어늘공중에걸린간판을읽고다녔다는여자.그것이버릇되어이망쪼로양쪽편거리의모든간판을머릿속에넣고있는여자.스스로낮은땅에살면서그낮은땅을바라볼수없어눈은늘공중에두고걷는,그러면서남에게는오히려강하게보이려애쓰는,어딘가우리와는다른여자…….”이다.
채주희는혼자일때는용감하게자신을자학하는표현들을사용하지만,김진호와함께사람들앞에나서는일은극구꺼린다.그녀가태연한척일상을살아가기위해쓴가면이란것이언제벗겨질지언제깨어질지모르는,얼마나매순간위태롭고아슬아슬한것인지알수있다.그녀는사실세상과맞설자신이조금도없는것인지도모른다.
‘나’는주희에게서어쩌지못하는태생을받아들이는태도를보게된다.“처음부터내의지와는상관없이어디에다말할데도없는아메로리안의원죄같은감정이라고.”타고난것,벗어나지못하는것을끌어안고가는삶과마주하는것이다.이런주희의모습은‘나’가그저달아나려고했던과거와맞서게해준다.(김나정,해설〈게르니카속의자화상〉,354쪽)
채주희의엄마는딸에게이땅을벗어나미국으로갈것을애원하고종용한다.채주희의얼룩은어떻게해도감추기어려운그녀존재자체이기때문이다.특히,채주희의엄마는딸이더는상처입지않고온전한삶을살수있기를바라며독성이매우강한농약을마시는것으로그질긴끈을끊어낸다.

얼룩진영혼들을이해하며……
김진호의주변인물들을돌아보면유독아픔을품고있는사람들이많다.시대와화합할수없기에자신의육체와정신이황폐해지도록유기하는당숙이그러하고,자학하듯스스로‘아이노꼬’‘튀기’라칭하는첫사랑채주희가그러하다.
당숙은서울대를졸업한마을의수재로서넘보기어려운부러움을사지만,대학교재학시4·19때한쪽다리를쓸수없게되어고향명진으로돌아온다.그는‘찔뚝이’라고불리며온종일거리를헤매고다니지만남루한옷속에책두어권을지니고다닌다.월북한인민군아버지로연좌제(소설속에나타나있지는않으나)와사회문제에대한인식으로당숙은현실에서의삶을살아가지못한다.두권의시집을낸시인인그는어느날명진의독립문앞에서시집들을불태워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