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일생 (양성우 시집)

꽃의 일생 (양성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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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독재에 대한 저항시집 〈겨울공화국〉으로 우리나라 민주화에 불을 지핀 양성우 시인이 18번째 신작 시집 〈꽃의 일생〉을 펴냈다. 팔순을 맞아 펴낸 이 시집에는 자연과 한 몸이 되어 쓴 생태 시편들과 함께 삼라만상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도에 이르는 원숙한 시편들이 실려 있다.
저자

양성우

1943년전남함평에서태어나전남대국문과를졸업했다.1970년《시인》에「발상법」,「증언」등을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발상법』(1972),『신하여신하여』(1974),『겨울공화국』(1977),『북치는앉은뱅이』(1980),『청산이소리쳐부르거든』(1981),『낙화』(1984),『노예수첩』(1985),『5월제』(1986),『그대의하늘길』(1987),『세상의한가운데』(1990),『사라지는것은사람일뿐이다』(1997),『첫마음』(2000),『물고기한마리』(2003),『길에서시를줍다』(2007),『아침꽃잎』(2008),『내안에시가가득하다』(2012),『압록강생각』(2019)등이있다.

목차

1.우연히내게온시
2.나의집은어디인가
3.키이우,홍매화첫꽃을너에게보낸다
4.초봄햇살눈부신날에
5.응달에눈녹으니
6.꽃소식
7.숨은길
8.중천포
9.곤줄박이에게
10.어떤비문
11.성사동흰눈
12.해질녘빈산
13.다시그리움에게
14.갈참나무마른잎을밟으며
15.여울물가장자리가어는날
16.상강霜降을지나며
17.간밤에몰래진잎
18.그들만의시간
19.벼랑끝에꽃피우기
20.귀뚜라미울때까지
21.나의입맞춤
22.당신의불가사의
23.산도화피는날
24.연초록에물들다
25.찰나의봄
26.오래전에죽은자를생각하는달의시
27.경칩전후驚蟄前後
28.환상은걷히고
29.백화만발로그들이오다
30.그해이른봄
31.변하지않는것
32.그가만약살아서여기에있다면
33.송호리바닷가에서
34.미친꽃
35.지금의나는
36.치알신에대한예의
37.저물녘흰눈
38.가랑잎으로누워서도
39.그의집으로
40.내가힘들때기억나는것은
41.가을숲나들이
42.백석,삼수관평가는길에
43.맑은날,그의섬에가다
44.상추한잎
45.넘너리아침바닷가에서
46.천사는언제오는가
47.시인아무개약전
48.꽃의일생
49.미리쓴조시한편
50.넝쿨장미지는곳
51.초록찬가
52.산안개속에서
53.어느봄날아침의시
54.어떤개화
55.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56.낙화분분落花紛紛
57.그의출항
58.마삼이
59.내슬픈시간들도거기에있을까
60.조자趙子와나
61.하루라도지금내가살아있을때
62.나아닌나
63.초저녁숲의잠
64.낙엽길을걸으며
65.그는바람이다
66.세월리그녀의집
67.초가을어느날의풀밭
68.나는그냥풀잎이지
69.날마다놀라움으로
70.머나먼그의집
71.한여름어느날,길을걷다가
72.풀잎,가냘프고쓸쓸한
73.흰꽃잎강물에떠서흐르고
74.철쭉꽃에관하여
75.4월,저꽃그늘
76.서부영화를보며
77.집으로오는길에그를보았다
78.홍매화에게
79.첫봄
80.물위에시쓰기
81.그곳에는훌쩍건널강이라도있다지만
82.아내를위해밥을짓다
83.추운날,나무들이맨살로서서
84.11월의시
85.단풍나무숲길을걸으며
86.오산리바닷가에서
87.나에게아버지는
88.네가들에핀꽃이라면
89.시여노래여
90.수안보에숨은사람
91.재필이당숙
92.해왕성이날아와서
93.영천회상
94.어느여름날오후에
95.말곡리에서
96.늙은구지뽕나무에게
97.내마음의거처
98.너의산
99.먼지가먼지에게
100.태순으로말하자면
101.어떤하소연
102.허공
103.광화문역을나오면서
104.내등뒤에그가있어
105.입춧날밤의시
106.그래도일찍떠나간사람들은행복할까
107.벚꽃지는길에서
108.약속이나한것처럼
109.언강을건너는저처녀들이
110.속울음

■후기
■약력
■해설

출판사 서평

독재에대한저항시집『겨울공화국』으로우리나라민주화에불을지핀양성우시인이18번째신작시집『꽃의일생』을펴냈습니다.(일송북刊,-원)팔순을맞아펴낸이시집에는자연과한몸이되어쓴생태시편들과함께삼라만상이자연스레어우러지는도道에이르는원숙한시편들이실려있습니다.
양성우시인은1970년『시인』지로등단해1975년집회에서시「겨울공화국」을낭송하여교사직에서파면됐습니다.이에굴하지않고장시「노예수첩」을국내에서는발표할수없어일본의잡지『세카이世界』지1977년6월호에게재했다가국가모독죄로투옥됐습니다.두시모두제목에그대로드러나듯당시의유신독재체제를비판한투쟁시입니다.
양시인이투옥되자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한국작가회의)측문인들이시인의시들을묶어1977년『겨울공화국』을펴냈습니다.이에연루돼고은,조태일시인등이투옥되는등소위‘겨울공화국’으로상징되는유신독재시절항쟁의전위에섰던시인이양시인입니다.1979년가석방된시인은1985년자유실천문인협의회회장을맡는등시작詩作과함께문단의민주화투쟁에앞장서왔습니다.
이와함께민주통일민중연합부의장(1986),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대변인(1988)등의이력이말해주듯시인은재야민주화운동에도깊숙이관여했습니다.1988년에는국회의원에당선돼현실정치를하다이제시작에만몰두하고있습니다.
그런시인이대자연과자연스레한몸이돼가는순정한첫마음으로선보인시편들이이번시집입니다.인간의꿈과삶과일생이어떻게우주삼라만상과한몸,한마음이돼서로를염려하며건강한우주적삶으로순환하는지를시인의경륜과시적내공을통해실감으로,감동적으로보여주고있는시집『꽃의일생』에여러분의많은관심과홍보를부탁드립니다.
참고로이번신작시집에실린시몇편을감상해보겠습니다.

무척긴무더위끝에온,이른가을첫비내린뒤의
그윽한풀빛같이
혼자서무심코걸어가는길위에서문득만나는
때이른한잎의빛고운가랑잎같이
작은연못의무성한넓은잎틈으로보얗게피어나는
수줍은수련꽃같이
찬수풀너머모래밭에떠나간이들의이름을쓰고
돌아와눕는날밤의서쪽하늘가에걸린붉은초승달같이
내가슴을휘저으며그가왔다
시여노래여
겹겹으로두른검푸른산과산,그산너머저멀리
우뚝이솟은흰산봉우리같이
-「시여노래여」전문

양시인의시편들은그리움과사랑에대한노래입니다.좀더나은세상을향한순정한첫마음을그대와삼라만상앞에서무릎꿇고정갈하게부르는노래입니다.거듭거듭정갈하게바쳐져시자체가노래가되는연가(戀歌)입니다.그래서실제많은시편이가곡으로작곡돼불리며대중의가슴에뭉클하면서도유장한감동을주고있다.
이번시집에실린위시「시여노래여」를보십시오.“내가슴을휘저으며”왔다는‘그’는누구인가요?풀빛,가랑잎,수련꽃,초승달,산봉우리등우주삼라만상가장순수한면을불러들여한몸되게하고있는그는누구일까요?
‘그’는첫비에씻긴풀빛같은순정한마음일것이며억압의검은산겹겹너머솟아오른흰산봉우리,혹은밤하늘에붉게걸린초승달같은혁명에의의지내지결기일것입니다.‘같이’가계속반복되며노래가되고있는‘그’는또그런마음으로쓴시이며마음과시가한결같은시인자신일것입니다.
양시인의시편들속에서‘그’라는3인칭은1인칭인‘나’,시인자신입니다.시인의순정한첫마음입니다.‘그’는또우주삼라만상의자연입니다.산이며들이며강이며구름이며온갖종류의꽃입니다.순정한시인의마음속에깃든선한대자연그대로가‘그’입니다.
양시인의시는1인칭,2인칭,3인칭을나누어쓰고있으면서도그들은곧하나가되어버립니다.시적화자(話者)인‘나’와시적대상인‘그대’는3인칭‘그’로해서하나가됩니다.첫마음,그리움으로하여모든인칭은1인칭이됩니다.그만큼삼라만상,대자연과자연스레한몸,한마음이돼가고있는시세계의한결정판이이번시집『꽃의일생』입니다.
“꽃이피기전에어찌아픔이없겠느냐/어떤큰몸부림의뒤에문득눈시린꽃잎으로/피어나는것이겠지/그누가부르지않아도절정은그렇게오고/나비가오고/새의날갯짓에놀라기도하지/웬일인지몰라도꽃이활짝피면/기다렸다는듯이비바람이치니/어찌눈물없이꽃의일생을살았다고말할까/사람도한때는아무도없는곳에서울고/술을마시고/어둠속을헤맴은흔한일이라/그러다가무엇을두고온것처럼오던길을/잠깐돌아보는사이에/몸도영혼도시드는것!/이와같이,저도모르게꽃잎은지고/물에떠서흐르고/그다음에는언제나또다시긴적막이오겠지/마치아무일도없었던것같이”
이번시집의표제작인「꽃의일생」전문입니다.누가부르지않아도꽃은피고지고우리네삶또한그런대자연의운행법칙에따른다는주제가담긴시입니다.또꽃의피고짐,생과사의대자연의섭리가자연스레묻어나고있습니다.
위시에드러나듯꽃은살아있는모든것의순간순간의절정입니다.하늘과땅사이에생겨나서자라고서로맺어지며살아가다마침내는스러져가는모든생명의순간의가장간절한몸짓이꽃입니다.나비와새.비와바람과뭇별등삼라만상의말없는내밀한언어가꽃이기도합니다.
우리네살며사랑하며헤어지며죽어가는그모든순간순간의기쁨과슬픔,그절정에는항상꽃이같이하고있지않은가요.그런꽃의일생,우주삼라만상운행의도가자연스럽고도간절하게묻어나고있는시가표제작인「꽃의일생」이기도합니다.
“세상이나를이겼으니나에게저멀리양강도/삼수관평에묻히라하네/이름도성도없이죽은듯이살라하네/산첩첩물첩첩바위틈풀숲에숨으라하네/숨어서쑥대밭에양치기나되라하네/낮은짧고밤을긴곳살아서는못나오는곳/삼수관평에묻히라하네/등떠밀려서가는길에흰눈만내리는데/백편의시가다무슨소용인가/삼수관평에숨으라하네/온몸이휘어지고삭정이가되어숨질때까지/양우리똥오줌이나치우면서살라하네/내손으로내뺨을때리며혼자울고/노래도없이쓸쓸히살다가죽으라하네/세상이나를꺾고이겼으니나에게아득한곳/삼수관평에묻히라하네/사랑하는사람은꿈에서나언뜻볼까/산이높고골이깊어아무도못오는곳/머리끝도안보이게삼수관평에숨으라하네”(「백석,삼수관평가는길에」전문)
백석시인을직접화자로내세워심경을읊도록한시는가슴이미어징정도로아프고아름답습니다.일제치하에서울조선일보등에서근무하며“나타샤와나는/눈이푹푹쌓이는밤흰당나귀타고/산골로가자출출이우는/깊은산골로가마가리에살자”(「나와나타샤와흰당나귀」부분)고했던백석은해방이되자고향인북한정주에머물며시작활동을하다북한당국에의해삼수갑산오지로추방돼살다그곳에서죽었습니다.
그런시인의심경을대신노래해주고있는시입니다.시가곧삶인시인에게시와독자를빼앗긴시인은이미주검과마찬가지일것입니다.하여시인의삶에서그의시의절대성도잘드러내주고있습니다.
일제하에서는자발적으로사랑하는사람과산골마가리오두막자연속에묻히려한것은북한치하에서등떠밀려타의적으로유형지삼수관평자연에묻힌것과는하늘과땅만큼그차이가클것입니다.양시인은시로서,그리움과사랑으로서생래적으로자연과하나가돼그런깨달음을우리들에게축복처럼전하고있습니다.
“그의집에내가가네그의집은왜이리먼가/울고불고열사흘몸부림치며/그의집에내가가네/그의집은왜이리먼가/큰산을넘으면큰산이있고큰강을건너면/큰강이있으니/그의집으로가는길은왜이리멀고험한가/돌아보면발자국마다고이는것은눈물이요/앞을보면아득히한숨뿐이니/고스란히다타고재가되어가는길이/왜이리팍팍한가/그의집이안보이네/그의집에닿기도전에내가먼저자지러지겠네/그의집은어디인가”(「머나먼그의집」전문)
무당이푸닥거리하는것처럼자꾸자꾸반복하며그의집가는길이멀고험하다는걸털어놓고있는시입니다.아니육신은다타고재가남은혼이그의집을찾아가는,혼을천도薦度하는시처럼읽히기도합니다.
그렇다면‘그의집’은어떤집일것인가.고통을완전히벗어난해탈의열반지경일것입니다.그런해탈의도에이르기위해이처럼혼신을다하고있는모습을보여주는구도求道의시편도이번시집에서는적잖게찾아볼수있습니다.
“여기갈참나무가을숲속에서는아무래도나는내가아니다/나는바람이다외롭고침울한산비탈에우수수/갈참나무잎을날리는찬바람이다/나는한낮의날카로운햇살뒤에움츠리는흙산그늘이요/그발끝에싯누렇게드러누운강아지풀이다/언제나나는모래알이요먼지요검불이며/까마득히조각하늘을가로질러날아가는작은새다/나는보이는듯보이지않는헛것이다/저무는해를등지고늘어선갈참나무의길고앙상한그림자요/쓸쓸한산비탈을가득히덮은마른잎들속에묻힌/한잎의갈참나무마른잎이다/나를찾지마라/여기갈참나무숲길에서수북이쌓인갈참나무마른잎을/밟으며가는나는내가아니다/나는마른잎을날리면서산등성이로줄달음치는찬바람이다”(「갈참나무마른잎을밟으면서」전문)
시제목처럼갈참나무마른잎을밟으며가을숲길을걸으며곰곰시인자신의존재에대해생각하고있는시입니다.그러면서단호하게말합니다.“나는내가아니다/나는바람이다”라고.우수수“마른잎을날리면서산등성이로줄달음치는찬바람이다”라고시처음과끝에서‘바람’이라고단정적으로말하고있습니다.
그러면서도시인은또‘흙산그늘’이요,‘강아지풀’,‘모래알’,‘먼지’,‘검불’,‘작은새’,‘마른잎’등우주삼라만상그모든것이라실감으로말하고있습니다.이모든것은“보이는듯보이지않는헛것”으로서의바람이실체로서의모습을드러낸것들입니다.그러니‘바람’은우주삼라만상을운행하는도며실체입니다.시인은그러한바람과마침내실감으로서하나가된것입니다.
“홍매화첫꽃을너에게보낸다/이른아침에소리도없이갑자기터진진분홍꽃한송이를/너에게보낸다마음으로간절히/여기저기파이고허물어지고잿더미쌓인곳/아무도오가지않고빈몸으로떠나고깊이숨은곳/새한마리날지않는그검은하늘에꽃을보낸다/불타는집을뒤에두고갈곳도없이/우는아이들업고걸리고어디론가쫓겨가는길위에/매화꽃이파리에내리는보드라운햇살한줌도함께보낸다/아직도살얼음끼고그을린벗은나무들만망연자실/서있는그곳/진흙에누운주검들위에그들의꺾인꿈위에/피절은/머리카락위에/홍매화첫꽃을보낸다/담장밑푸른이끼와이름모를작은풀잎들과샛노란산수유/꽃망울들까지너에게보낸다짓궂은꽃샘바람몇가닥도/덤으로묶어서……/일어나라너눈물겨운키이우”(「키이우,홍매화첫꽃을너에게보낸다」전문)
매화가꽃망울을터뜨리고산수유가노랗게피고따스운햇볕에아지랑이도어질어질피어오르는이른봄에러시아가우크라이나를침공했습니다.과거소비에트제국주의의야욕으로힘없는나라를굴복시키고영토를빼앗기위해월등한무력을앞세워우크라이나를초토화하며수도키이우로진격해들어갔습니다.
러시아군이진격하는곳마다건물들은불타오르고주검들이널브러진현장을우리도TV뉴스등을통해생생히보고있습니다.아이를안고업고가재도구를이고지고피난가는난민들의겁먹고추레한행렬도많이봐왔습니다.
시인도어렸을적6.25전쟁을통해그런참상을목격했습니다.그리고과거군부독재겨울공화국같은엄혹하고어두운시대를걷어내기위해온몸과시로투쟁하다감옥살이까지한시인입니다.
긴겨울의냉혹함을지나이땅엔봄이오고있는데지구촌한쪽에서일어난그런전쟁과학살의참상을시인이그냥지켜볼수만없어쓴시입니다.아니긴겨울이겨내고앞장서서맨처음으로붉은꽃망울을내민홍매화꽃을시인의첫마음,단심丹心인양보내고있습니다.
시인과한마음이고한몸인대자연모두를모아키이우에보내고있습니다.거기서죽은혼들에게,겁에질린우크라이나국민들에게어서일어나힘내서라/때때로물안개흩날리다가문득사라지면/잎새들은저마다서로우줄대오는봄을함께맞자고.팔순을맞은노시인이아직도펄펄끓어오르는순정한혁명의첫마음으로꽃과봄을보내고있는것이지요.
“저강물에잔물결이니나는외롭지않네/여름꽃흰꽃잎,산수국물매화개망초꽃어우러져피니/나는쓸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