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소 (초근대성의 인류학 입문)

비장소 (초근대성의 인류학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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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프랑스의 인류학자 오제는 『비장소』에서, 특정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관계의 부재, 역사성의 부재, 고유한 정체성의 부재 등의 특성을 지니는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기차역, 공항,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의 장소는 인간적인 장소가 될 수 없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비장소’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즉, 비장소는 ‘장소 아닌 장소’, 정확히 말하자면 ‘인류학적 장소’가 아닌 장소를 말한다. 인류학적 의미의 장소란 통상 역사가 깃들어 있고 다른 사람들과 유대를 창출하며 개인의 정체성에 준거를 제공하는 곳으로 집이나 학교, 교회, 광장, 상점 등 사람들이 오랫동안 일상적으로 접해온 장소들이다. 마르크 오제에 따르면 우리가 사회적 유대와 집합적 역사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인류학적 장소’와 현대의 ‘비장소’는 그 용어의 절대적인 의미에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다. ‘장소-비장소’의 짝패는 주어진 공간의 사회성과 상징화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이다.
저자

마르크오제

저자마르크오제는1935년생인오제는파리의고등사범학교(ENS)에서문학을전공하고알제리에서군복무를한뒤인류학자로서의경력을시작했다.1970년이래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의교수로재직했으며,1985년부터1995년사이에는이기관의원장을역임했다.1965년부터1985년까지서아프리카의코트디부아르와토고에서진행한현지조사를바탕으로『알라디안해안Lerivagealladian』(1969),『권력과이데올로기의이론Theoriedespouvoirsetideologie』(1975),『삶의권력,죽음의권력Pouvoirsdevie,pouvoirsdemort』(1977)같은연구서들을발간했다.1980년대중반이후동시대서유럽사회에대한인류학적에세이들을발표하며전세계적인명성을얻었다.『비장소Non-lieux』(1992)를비롯해『뤽상부르정원가로지르기Latravers?eduLuxembourg』(1985),『지하철의인류학자Unethnologuedanslem?tro』(1986),『망각의형태Lesformesdel’oubli』(1998),『카사블랑카Casablanca』(2007),『자기의민족학-나이없는시간Uneethnologiedesoi-Letempssansage』(2014)등이이계열의대표작이다.이밖에도인류학이론서로『타자들의의미Lesensdesautres』(1994),『동시대세계들의인류학을위하여Pouruneanthropologiedesmondescontemporains』(1994),『인류학자와전지구적세계L’anthropologueetlemondeglobal』(2014)등이있다.그가지금껏발간한저작은40여권에이르며,15개이상의언어로번역되었다.

목차

프롤로그

가까운곳과다른곳
인류학적장소
장소에서비장소로
에필로그
영역본제2판서문

옮긴이해제
색인

출판사 서평

“집이나아파트와같은주거지에서텔레비전과컴퓨터는고대의화로를대신한다.
화로의여신인헤스티아는가정의그늘진여성적중심이었고
외부로향한문턱의신인헤르메스는거래와거래를독점한남성들의수호자였다.
헤르메스가헤스티아의자리를차지한것이다.”(150쪽)

현대사회및문화연구의주목할만한관점,‘비장소(非-場所,non-lieux,non-places)’
프랑스의인류학자오제는이책에서,특정한공간을이용하는사람들사이에생겨나는관계의부재,역사성의부재,고유한정체성의부재등의특성을지니는고속도로,인터체인지,기차역,공항,대형마트,멀티플렉스영화관등의장소는인간적인장소가될수없는공간으로규정하고이들을‘비장소’로부를것을제안한다.즉,비장소는‘장소아닌장소’,정확히말하자면‘인류학적장소’가아닌장소를말한다.인류학적의미의장소란통상역사가깃들어있고다른사람들과유대를창출하며개인의정체성에준거를제공하는곳으로집이나학교,교회,광장,상점등사람들이오랫동안일상적으로접해온장소들이다.
오제에따르면우리가사회적유대와집합적역사의흔적을읽을수있는공간인‘인류학적장소’와현대의‘비장소’는그용어의절대적인의미에서실제로존재한다는뜻이아니다.‘장소-비장소’의짝패는주어진공간의사회성과상징화의정도를측정하기위한수단이다.

장소의진정성상실과비장소의특징
“타자의현존이없는타자의공간”이자“스펙터클로구성된공간”인비장소는,오제에따르
면,전통적인장소와대척점에놓인다.즉사람들이정착하고전유하고서로교류하는곳이장소라면,비장소는통과하고소비하고서로를소외시키는곳이다.장소가개인에게지나온역사를일깨운다면,비장소는영원한현재를살게하는곳이며,장소가사회적만남과관계의무대를마련한다면,비장소는익명성속에서자기자신만을대면하는거울로기능하는곳이다.장소가다양한상징체계와대화,상호작용을매개로개인의정체성을구성한다면,비장소는고독과유사성의경험을빚어내는곳이다.

현대대중공간의역설과‘지금이곳’에대한인류학적시선
비장소는우리사회에새로운공간논리를도입하는데,이곳을이용하는사람들은추상적이고비매개적인거래과정속에서소통한다.남들과다를바없는탑승권,주차권,입장권,네트워크ID등으로상징되는계약을비장소와맺는식이다.여권이나신분증,회원권,신용카드등으로자신을증명함으로써보장받는자유를누리며돌아다닌다.다시말하면표지나화면으로이뤄진개인과공적기구사이의비인간적매개물에개별적으로결합되는고립을경험한다.
이러한공간적변화는전세계의풍광과지도를바꿔놓고있다.고속도로,공항,역,지하철등은이동과관련된지배적인공간이되었고,공장,사무실,은행,물류창고등은직장과관련된지배적인공간이,아파트단지,대형마트,편의점등은주거및생활과관련된지배적인공간이되었다.이렇게일상을채우고있는공간들속에서비장소의체험은이제지속적이고일상적인것이되면서인간의접촉을상실해가는현대문화의폐쇄성을보여주기도한다.일상의문화로자리잡은SNS공간은여러사람이오가지만실질적인대화나소통은이뤄지지않는‘비장소’의특징을보여주는매체이다.
한편오제가정의한의미에서장소는‘자기동일적’이고‘관계적’이며,‘역사적’이라는특징을갖는데비해비장소는과거는없고오직지금만존재하는‘현재성’의지배를받는다.단지거쳐지나가는곳일뿐인비장소는마치공간이시간에의해포획된것처럼지금이순간만이계속이어질뿐이다.가령프랑스의파리가2000년의역사와시간이켜켜이쌓여있는공간인반면,서울이라는공간은600년된도시라는말이무색할정도로‘기억의공간’을찾기어렵다.서울은비장소로가득찬도시인셈이다.

정치적폭력과양극화가확산하는비장소
비장소논의는공간에관한포스트모던이론가들의담론및근대성의전환에대한좀더거시적인통찰속에서나왔다.특히오제가책을발표한1990년대초는‘근대이후’를진단하는담론들이쏟아져나온시기로서베를린장벽의붕괴와사회주의체제의몰락을비롯해신자유주의적전지구화의흐름이기폭제가되었다.
신흥국에서두드러지는급속한도시화,정치적격변에따른인구의대량이주,그리고지적·경제적불평등의심화는비장소가급격히확산하는양상이기도한다.즉비장소개념은단순히대도시내부와주변에번성하는이동,소비,커뮤니케이션을위한시설과건축물만을지칭하는것이아니라정치적폭력과경제적양극화가시스템바깥으로내몬인구의임시거처들까지를포함한다.따라서비장소의한극에공항과비행기와다국적호텔체인이있다면,다른편에는수용소와난민캠프와철거촌이있는것이다.타자와의직접적소통과실재에대한직접적경험을대체하는미디어공간(텔레비전,인터넷,모바일미디어등)은비장소의또다른극을구성하는공간이다.